스마터
댄 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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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터SM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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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계 가십(gossip) 기사를 읽다가, "(내 애인은) 뇌가 예쁜 여자"라는 깜찍한 표현에 피식 웃었다. 알고 보니, 뇌가 섹시하다는 뜻의 '뇌섹남이다란 말도 일상에서는 물론 방송에서도 많이 등장한다나? 사각 턱, 주걱턱, 늘어진 턱살, 홑꺼풀 눈은 이미 예전부터 수선하고 '개량' 가능한 대상이었는데, 이제 뇌까지 개량 가능한 대상으로 재구성되어가나보다. 일군의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은 아예 대놓고 주장한다. "당신의 삼두박근 이두박근처럼 두뇌도 훈련으로 강화 개량될 수 있습니다. 훈련 방법과 기술, 자본이 있는데 지능 더 높이시지 않으시렵니까?"하고 말이다.  과연 그 주장이 사실일까? 인지 훈련을 통해 지능이 향상될 수, 즉 똑똑해질 수 있을까?


과학전문기자인 댄 헐리(Dan Hurley)는 뜨거운 감자인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 훈련 효과"의 진위를 직접 밝혀보기로 한다. 우선 지능 연구 분야 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소개한다. 지능은 타고나서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들을 여러 학회와 연구실과 사적 공간에서 만나 관찰하고 인터뷰한다. 물론 전문 분야의 논문도 탐독한다. 나아가 그 자신이 상위 2%에 해당하는 지능지수 136을 자랑하는 본인이 실제 실험대상(guniea pig)가 된다. 상업적인 뇌 프로그램을 체험해본다. 작업기업을 향상시키기 위해 야키와 부슈켈이 고안한 특수 컴퓨터 게임인 ‘엔백(N-back)'을 비롯하여,  루모시티(Lumosity)라는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 'Boot camp'라는 피트니트 센터에서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 니코티 패치 붙이기, 류트라는 악기 배우기, 고전적 방법이라 할 명상 등을 조합하여 두뇌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일까? 댄 헐리 스스로도 인정하듯 규율과는 거리과 먼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의 그가, 두뇌 훈련 과정을 꼼꼼하게 지켰을리 만무하다. 실제 명상은 도합 7회밖에 못했고, 니코틴 패치도 툭하면 붙이기를 잊어버렸고, 규칙적인 삶을 흉내내며 힘들어했다. 게다가 <스마터>의 마지막 챕터인 11장에서 밝히는 두뇌 훈련 결과 역시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뜨뜨미지근하다. IQ검사결과는 훈련 전에 비해 단 1점이 향상되었고 루모시티 점수와 듀얼 엔벡 능력은 대폭 향상된 반면, 채표 전개 검사에서는 정답률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유동지능을 나타내는 수치는 상승했다지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댄 헐리는 회색 중립지대에 서서  "더 똑똑해진 기분이다."라는 모호한 진술로 <스마터>를 마무리 짓는다.

속은 느낌. 과학전문기자답게 대중의 시선을 확 끌어다닐만한 주제를 뽑고,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하고 글을 버무리는 데 댄 헐리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 하지만, <스마터>의 도입부에서 제기했던 흥미로운 이슈들- 지능을 둘러싼 우생학 논쟁, 지능에 대한 문화생물학 통합적(biocultual synthesis) 설명 등-을 깊숙히 건드리는 데는 실패한 듯 하다. '모짜르트 이펙트'란 부제를 달고 불티나게 팔려나간 유아용 CD라든지, '기억력 제약회사'의 지능증진약품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유동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는데 한 표를 더한다는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책을 덮고도 모르겠다. 내가 불량 독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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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는 지식교양서
보헤미안 지음 / 베프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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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성들의 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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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고를 때, 읽는 책을 평가할 때 손쉽게 기댈 수 있는 잣대가 있다. 바로 저자의 사회적 위세나 학력 자본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학력. 나 역시, 가방끈으로 대변되는 학벌이 부여하는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인정했나 보다. 여기 비록 변방에서이지만 뻔뻔해서 더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저자가 있다. 필명은 보헤미안. 스스로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대단'이라는 단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고 규정하는 솔직한 대한민국 젊은이이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억압이나 권위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 하나를 무기 삼아 블로그(뻔지르 블로그 : http://shalacho.blog.me/ ) 에 글을 연재해 왔단다. 현학적인 말놀이로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지성인들에 반발하여 쉽고도 진실하게 써온 그의 글들은 월평균 15만 명이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자랑하게 되었다. 그 글들을 편집하여 낸 책이 바로 "뻔지르,"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이다.

요즘처럼 취직하고, 벌어 먹고살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자식도 낳아야 하는 숙제들이 포기하고 싶은 압박으로 다가오는 시대, 대한민국 사회의 총각인 저자는 언제 그리 시간을 내어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쓸 수 있을까?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경제, 미디어, 시사, 사회, 역사 등 다방면에 걸친 주제로 글을 포스팅하려면 보통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 텐데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이런 박학다식한 친구 하나 곁에 두면, 뉴스 며칠 안 봐도 든든하겠다 싶다. 하지만 곧, 저자가 "인문학 열풍? 헛똑똑이만 넘쳐 난다."라는 글에서 비판하는 게으른 지식의 승냥이로서의 속셈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하다. 내가 직접 "왜?"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료를 모으고, 해석하고, 고민하는 과정 없이 누군가가 대신 시사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서 이야기해주는 걸 먹이 삼는 승냥이 말이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뻔지르에서 던져주는 먹이를 숙성시켜 나만의 화두로 발전시키기로! 독자로서 최소한의 노력과 양심!

*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는 경제, 시사, 그리고 미디어에 비친 역사라는 총 3개 챕터로 구성된다. 개인적으로 경제 문제 해독력이 가장 취약한지라 1부 경제 파트를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부동산 투기로 대변되는 한국의 아파트 버블을 옛 유럽의 튤립 버블(튤립 한 송이가 1억 6천만 원을 호가하던 거품 전성시대가 있었단다)을 빌어와 강도 높게 비판한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고 거품을 일으키면 결국 생고생하는 것은 없는 사람들이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그는 또한 한국의 경제를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는 두 자본, 차이나 머니(China Money)와 일본계 자금을 경계한다. 차이나 머니야 당장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에만 가도 가시적으로 드러나니 경계심갖게 되지만, 일본 사무라이 자금은 카멜레온처럼 위장한 듯 좀체 드러내지 않고 한국 경제에 침투해 들어온다. SBI 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OK저축은행이 일본계 자본이 침투한 것임을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를 읽으며 처음 알았다.

*

전반적으로 '뻔지르'의 저자는 비록 행동으로 나아가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약자의 목소리를 찾아 대변해주고 약자를 보호하고 싶고 사회 기득권을 비판하려는 의지로 충만한 듯하다. 그는 지나치게 편향성을 보이는 요즘 대한민국의 뉴스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음란물도 폭행물도 아닌 뉴스 (30쪽)"이라며 비판한다. '올해 수능만점자 이승민만 3명. 초대 대통령과 이름이 비슷해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조선일보더러는 "이딴 기사제목이나 뽑고 있는 언론이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이자 1등 언론이라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113쪽)이라며 직격탄을 퍼붓는다. 약자의 인권 문제를 향한 그의 관심은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선다. 그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전쟁으로 희생될 무고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알비노를 향한 근거없는 차별에 분노하고, 아프리카 사회에 실존하는 아기 공장을 고발한다.

동시에 그는 점점 인스턴트화, 기계화 상업화되어가는 사회 현실에도 불편감을 드러낸다. 미디어에 등장하여 건강 염려증을 조장하고 과잉 의료화를 부추기기도 하는 닥터테이너(doctortainer)더러는 명의가 아니라고 쓴소리 던지고, 연애전략을 판매하는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에게도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낸다.

아무튼<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사회에도 권위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내는 '뻔지르'의 보헤미안 같은 이들이 많아져서 만화경같은 다양성의 아름다움이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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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관절.척추 주치의 - 관절.척추 질환 필독서
김영범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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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병원, 동네 병원 MRI 필름 읽어주는 데만 28만 원 (서울신문, 2015-04-22 10면"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시사하듯, 전문자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언어로 자신들의 차별화시키고 의료서비스의 가치를 높인다. 아니 비용을 높인다. 이때 전문가적 지식(expert knowlege)는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고수들의 비서인양, 일반인들에게는 해독 어려운 암호로 무장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울수록, 현학적일수록, 전문가적 지식은 스스로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으니까.

일반 대중은 "아프면 병원에" 간다. 진단을 받지만, 진단받은 병명도 생소하고 어떻게 치료할지 더욱 알기 어렵다. 의료진이 권장하는 치료법을 최선이라 생각하고 선택하기 쉽다. 이처럼 일반인에게는 의학지식의 암호를 스스로 풀어낼 재간도 없는 데다가, 의료계 전문가들도 자신만의 독자적 영역을 쉽게 봉인 해제할 의향이 없다. 그런데 김영범 의사는 참 다르다. 일반인들에게 관절* 척추질환을 쉬운 언어와 상세한 설명으로 친절하게 소개하니 말이다.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재활전문센터장인 그는 <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라는 제목에 걸맞게, 활자화된 주치의 같은 책을 써주었다. 어깨가 불편하거나 발바닥에 통증이 올 때, 관절염 수술 권유를 받았을 때 물어볼 의사 친구가 없다면 이 책을 꺼내 보면 된다.   

 

 

* 허리 통증 환자 10명 중 9명은 3개월 안에 저절로 좋아진다.

* 50-60대 2명 중 1명은 통증이 없어도 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다.

* 탈출된 척추디스크의 70%는 저절로 크기가 줄어든다.

* 뼈주사(스테로이드)는 잘 쓰면 명약이 되고 잘못 쓰면 독약이다.

* 목과 어깨 통증 대부분은 근육통이다.

* 60대 이상 사람들 10명 중 6명은 통증이 없어도 어깨힘줄이 찢어져 있다.

 

위에 소개한 인용은 <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에서 저자 김영범 의사가 강조하는 몇 가지 지점이다. 이 인용문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 김영범은 본인 스스로가 의사이지만 과도한 의료화와 과잉치료를 경계하고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들을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눈치 안보고 명쾌히 이야기해주니 속이 후련하다. 같은 밥그릇을 써야 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닐까 독자로서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김영범의 메세지는 통증박사로 유명한 의사 안강을 떠올린다. 안강은 인간은 통증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기에 "통증을 평생 친구로 생각하며" 순한 양처럼 길들이라거나,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신뢰한다는 점에서 김영범과 공통분모를 가진다. 

 

얼마 전 주말에 차병원 응급실 대기실에서 4~5시간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응급실을 찾았던 이들 중 무려 4명이 비슷한 또래, 동일한 상처부위를 가졌다. 5명 모두 이마나 눈썹 위 등 머리 부위를 부딪친 미취학 꼬마들이었는데 의료진은 모두에게 엑스레이 촬영은 물론 MRI를 권했다. 한 엄마는 깜짝 놀라며 "이마 살짝 찢어진거라 놔뒀다가 월요일 아침에 일반 병원 가려 했는데, MRI까지 찍으라니 겁난다"고 하더라. 지인 중에도 발목을 삐끗하여 병원에 찾았다가 뼈까지 실금이 갔다며 바로 그 다음 날로 수술날짜를 잡아주길래 겁이 더럭 나길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코웃음을 치며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실금 간게 안 보인다. 수술을 도대체 왜하냐?"며 통원 치료를 권했단다. 물론 그 지인은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수술받지 않았는데도 전혀 통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인용은 <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에서 저자 김영범 의사가 강조하는 몇 가지 지점이다. 이 인용문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 김영범은 본인 스스로가 의사이지만 과도한 의료화와 과잉치료를 경계하고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들을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눈치 안보고 명쾌히 이야기해주니 속이 후련하다. 같은 밥그릇을 써야 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닐까 독자로서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김영범의 메세지는 통증박사로 유명한 의사 안강을 떠올린다. 안강은 인간은 통증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기에 "통증을 평생 친구로 생각하며" 순한 양처럼 길들이라거나,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신뢰한다는 점에서 김영범과 공통분모를 가진다. 

얼마 전 주말에 차병원 응급실 대기실에서 4~5시간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응급실을 찾았던 이들 중 무려 4명이 비슷한 또래, 동일한 상처부위를 가졌다. 5명 모두 이마나 눈썹 위 등 머리 부위를 부딪친 미취학 꼬마들이었는데 의료진은 모두에게 엑스레이 촬영은 물론 MRI를 권했다. 한 엄마는 깜짝 놀라며 "이마 살짝 찢어진거라 놔뒀다가 월요일 아침에 일반 병원 가려 했는데, MRI까지 찍으라니 겁난다"고 하더라. 지인 중에도 발목을 삐끗하여 병원에 찾았다가 뼈까지 실금이 갔다며 바로 그 다음 날로 수술날짜를 잡아주길래 겁이 더럭 나길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코웃음을 치며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실금 간게 안 보인다. 수술을 도대체 왜하냐?"며 통원 치료를 권했단다. 물론 그 지인은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수술받지 않았는데도 전혀 통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인용은 <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에서 저자 김영범 의사가 강조하는 몇 가지 지점이다. 이 인용문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 김영범은 본인 스스로가 의사이지만 과도한 의료화와 과잉치료를 경계하고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들을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눈치 안보고 명쾌히 이야기해주니 속이 후련하다. 같은 밥그릇을 써야 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닐까 독자로서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김영범의 메세지는 통증박사로 유명한 의사 안강을 떠올린다. 안강은 인간은 통증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기에 "통증을 평생 친구로 생각하며" 순한 양처럼 길들이라거나,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신뢰한다는 점에서 김영범과 공통분모를 가진다. 

얼마 전 주말에 차병원 응급실 대기실에서 4~5시간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응급실을 찾았던 이들 중 무려 4명이 비슷한 또래, 동일한 상처부위를 가졌다. 5명 모두 이마나 눈썹 위 등 머리 부위를 부딪친 미취학 꼬마들이었는데 의료진은 모두에게 엑스레이 촬영은 물론 MRI를 권했다. 한 엄마는 깜짝 놀라며 "이마 살짝 찢어진거라 놔뒀다가 월요일 아침에 일반 병원 가려 했는데, MRI까지 찍으라니 겁난다"고 하더라. 지인 중에도 발목을 삐끗하여 병원에 찾았다가 뼈까지 실금이 갔다며 바로 그 다음 날로 수술날짜를 잡아주길래 겁이 더럭 나길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코웃음을 치며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실금 간게 안 보인다. 수술을 도대체 왜하냐?"며 통원 치료를 권했단다. 물론 그 지인은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수술받지 않았는데도 전혀 통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인용은 <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에서 저자 김영범 의사가 강조하는 몇 가지 지점이다. 이 인용문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저자 김영범은 본인 스스로가 의사이지만 과도한 의료화와 과잉치료를 경계하고 환자들이 불필요한 치료들을 최소화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눈치 안보고 명쾌히 이야기해주니 속이 후련하다. 같은 밥그릇을 써야 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미운털 박히는 것은 아닐까 독자로서 살짝 걱정되기는 하지만..... 동시에 김영범의 메세지는 통증박사로 유명한 의사 안강을 떠올린다. 안강은 인간은 통증을 완전히 정복할 수 없기에 "통증을 평생 친구로 생각하며" 순한 양처럼 길들이라거나, 인간의 자연치유력을 신뢰한다는 점에서 김영범과 공통분모를 가진다. 

얼마 전 주말에 차병원 응급실 대기실에서 4~5시간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 참 신기하게도 그날 응급실을 찾았던 이들 중 무려 4명이 비슷한 또래, 동일한 상처부위를 가졌다. 5명 모두 이마나 눈썹 위 등 머리 부위를 부딪친 미취학 꼬마들이었는데 의료진은 모두에게 엑스레이 촬영은 물론 MRI를 권했다. 한 엄마는 깜짝 놀라며 "이마 살짝 찢어진거라 놔뒀다가 월요일 아침에 일반 병원 가려 했는데, MRI까지 찍으라니 겁난다"고 하더라. 지인 중에도 발목을 삐끗하여 병원에 찾았다가 뼈까지 실금이 갔다며 바로 그 다음 날로 수술날짜를 잡아주길래 겁이 더럭 나길래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가 코웃음을 치며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실금 간게 안 보인다. 수술을 도대체 왜하냐?"며 통원 치료를 권했단다. 물론 그 지인은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수술받지 않았는데도 전혀 통증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은 총 아홉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인들도 흥미를 느끼고 읽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실제 자주 보았거나 독자들도 경험해보았을 구체적인 사례를 먼저 소개한다. 이어 사례를 중심으로 질문 & 답변 형식으로 질환의 원인, 증상, 치료법과 치료 과정 등을 꼼꼼히 알려준다. 단순히 답만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 역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얻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의학적 내용도 쉽게 설명해준다.


1부 허리 편 에서는 허리 통증(요통),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 골다공증과 척추 압박골절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2부에서는 스마트 기기의 일상화로 많은 이들이 관심을 둘 목 관련 질환을 집중하여 소개한다. MRI 촬영 결과 목디스크가 튀어나와 있다는 진단을 받아도 목디스크로 진단하면 안 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무증상이 사람을 대상으로 MRI를 찍어도 10명 중 8~9명에게서 목디스크 이상소견이 관찰될 정도로 목디스크 돌출은 정상적인 퇴행과정이란다. 가장 주의 깊게 읽어보았던 챕터는 3장 무릎이었는데,  퇴행성 관절염(= 골관절염),  반달연골 손상, 전방십자인대 손상, 앞무릎의 통증(슬개대퇴 증후군)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어준다.  4부 어깨에서는 회전근개(어깨 힘줄) 파열, 오십견(유착성 관절낭염), 어깨 힘줄의 건증, 견봉하 윤활낭염, 석회성 건염 등을 소개한다. 오십견은 이름과는 달리 30~40대, 특히 당뇨병자들에게서도 발생한다고 한다.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10명 중 9명이 저절로 낫게 될 정도의 자가치유 질환이라는 사실을 김영범 의사 덕분에 새로 알게 되었다. 발과 발목을 다룬 5부에서 흥미로왔던 질환은 족저근막염이었다. 사실 나 역시 준비 안 된 상태로 풀 코스 마라톤에 도전했다가 족저근막염이 생겨서 네 발로 집 안을 기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족저근막염은 치료가 잘 되는 질환이란다. 그 외 5부에서는 발목염좌(발목 삠), 아킬레스건염 / 아킬레스건 파열, 평발(편평족), 요족, 무지외반증을 다룬다.  6부에서는 팔꿈치, 7부에서는 손목, 8부에서는 골반 및 고관절까지 온몸 구석구석의 척추 관절 질환을 샅샅이 다뤄준다.

마지막 9장에서는 건강한 노화에 대한 김영범 의사의 생각을 밝힌다. 노화란 사실 노인들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20대 중반 이후부터 우리 몸에 찾아오는 퇴화과정이란 설명에 놀랐다. 건강히 늙으려면 평생 꾸준히 몸을 '닦고 조이고 기름을 쳐야'하는데, 쉽게 말하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단다. 한 번 망가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우리 몸, 평소에 경각심과 애정으로 관리, 즉 운동하고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두 번 열 번이고 들게해주는 대목이다. 김영범 의사 덕분에 오늘부터 운동 결심 다시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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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관절* 척추 주치의>은 쉽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법을 증상별, 부위별로 사진 자료와 함께 소개해준다. 짐작건데 전문 모델이 아니라 김영범 의사 병원의 간호사나 김영범 의사 본인이 직접 사진 자료에 등장하는 것 같아서, 독자로서 더욱 고마웠다. 이 책을 비상약처럼 책장 위에 상비해두지만 말고 자주 꺼내서, 소개된 다양한 생활 속 운동법을 따라 한다면 관절 척추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몸에 대해 더 애정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거스를 수 없다지만 이왕 흘러가는 거 건강하게 늙는 데 도움을 받을 주치의로서 <우리집 관절·척추 주치의>를 집집마다 모셔두기를 강력히 권하고 싶다.  온가족 평생 주치의치곤 저렴한 18,000원의 수고비만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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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 - 어느 심장병의사의 12년의 실험과 기록
콜드웰 에셀스틴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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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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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인데 뭐 괜찮겠지?" "남들도 다 그렇게 먹고 산다던데." 편리함과 타성에 젖어 '잘먹기'에 소홀히 하던 차에 콜드웰 에셀스틴(Caldwell B. Esselstyn)  박사의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원제: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를 읽었다. 더러운지 모르고 진흙에서 뒹굴다가 맑은 물로 씻은 기분이 들었다. 채소 박사라는 별칭을 가진 에센스틴 박사는 햄버거 예찬론자 클린턴 대통령의 기름진 심장을 채소로 완치시키고 15킬로 감량까지 시켜 더 유명해진 양심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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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 높은 의사이자 올림픽 조정 부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가 소위 "돈과 명예와 지방"을 버리고 양심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마찬가지로 의사인 그의 부친과 장인어른 모두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사람 살리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최첨단 의학의 수술법과 약이 아닌 바로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말이다. 자진해서 기존 의료체계에 반발하는 비주류의 선두에 선 그는 그 자신이 채식주의자로 전향하고 사람들에게도 채식을 권한다. 어정쩡하거나 타협하는 채식이 아니라 엄격한 채식 말이다. 그를 아니꼽게 보는 동료 의사들만큼이나 "아니, 담배 하나 못 끊게 하는 의사들이 어떻게 고기 좋아하는 환자더러 베이컨의 육즙과 스테이크의 풍미를 포기하라고 하겠어?"하며 회의적일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장장 12년이나 지속된 대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환자들을 식습관 개선으로 살려내었다.  죽음을 무기력하게 기다려야했던 절체정명의 관상동맥환자들을 실제로 자신의 에센스틸 다이어트(Esselstyn Diet) 로 살려냈기에 그의 목소리에는 더욱 확신과 소명의식이 뚜렷하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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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셀스틴 박사는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으로 유명한 존 멕두걸 박사처럼 용감한 내부고발자로 나선다. 예비의사들에게 영양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의대 커리큘럼이며, 식품산업 및 의료계와 결탁한 미농무부(USDA)의 불투명성 등을 고발한다. 어렵지 않은 용어로, 그렇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조목조목 비판하기에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은 의학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읽어도 그 해심 메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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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셀스틴 다이어트의 핵심은 간단하다. 육류 어류 유가공품과 기름 류 등을 멀리하고 채식과 통곡식 위주의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오메가3를 위한 견과류 열풍에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대안적 식생활이라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거북한 주장이겠지만, 에셀스틴 박사는 올리브 오일을 포함한 어떤 기름도 먹지 말고, 아보카도와 견과류도 멀리하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권고는 '함께 먹기(commensality)'의 사회적 기능이나 미각의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말과 동의어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관상동맥질환(심장동맥질환)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에셀스틴 박사의 환자들은 그의 조언을 철저히 따랐다. 그 결과 바이패스시술, 혈관확장시술, 스텐트 시술 등 수술이나 약물에 기대지 않고 식습관 혁명만으로 혈관을 깨끗히 청소하고 관상동맥질환에서 회복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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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관상동맥질환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그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런데 왜 여전히 그 많은 인구가 이 질환으로 죽어가고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답으로 에센스틴 박사의 말을 빌어오고자 한다. "심장전문의는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에 대해 배우고, 심장 안으로 카데터를 삽입해 풍선을 부풀리거나 레이저 시술을 하거나 스텐트 시술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모든 것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죠. 그런 일에는 많은 간호사들과 부산한 움직임,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즉, 의사들의 머리가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의 자만심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봅시다.'있잖소. 나는 이 병을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사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렇지 않겠습니까? '뭐라고요? 내가 그 어려운 기술을 힘들게 배웠고 지금일확천금을 올리고 있는데, 당신이 다 뻇어가 버리겠다고요? " (본문 pp.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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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셀스틴 박사가 제시해주는 "간단해보이지만 실천은 간단하지 않은" 식이요법에 독자 모두가 동의하기도, 따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업 자본주의 "먹어라, 소비하라"의 메세지에 무비판적으로 따라 무심코 습성대로 먹기 전에 내가 먹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메세지만큼은 모두가 명심했으면 한다. 에셀스틴 박사 역시 "그릇된 통념에 사로잡혀 상업자본가의 사냥개 역할을 왜 굳이 우리가 자처해야 하는가?"(135쪽) 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은 일반 대중을 위한 책으로서보다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에 더 취약한 미국 등 북미인들, 그 중에서도 심각하게 자기파괴적인 식습관을 가진 10%를 위한 책으로서 더 빛이 날 것 같다. 베이컨이나 스테이크보다는 아직까지는 쌀밥에 김치를 주식으로 삼는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그 절실성, 적실성이 덜 할지라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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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원제: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단 다양한 의학적 자료들이 실려 있다. 에센스틴 다이어트 시행 전후의 혈관 비교 사진이라든지, 플라크로 인한 심장마비 과정을 시각화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이해를 많이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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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을 할만큼 독서 경험이 폭 넓지는 못하지만 아래의 책들을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과 함께 읽기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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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 상상 그림책 학교 10
에드워드 하디 글, 알리 파이 그림 / 상상스쿨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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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 보면 종종 느끼지만, 두 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하기란 참 어렵지요. 그림책의 활자를 따라가자니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놓치게 되고, 그림에 홀딱 빠지다 보면 글에 소홀해지니까요. 그래서 엄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비주얼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이야기로 비약시키는데 엄마 아빠의 음성이 배경음이 될 테니까요.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는 유난히도 아이들이 그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하는 궁금함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 생겨나거든요. 페이지마다 털이 몽글몽글 보들보들해 보이는 하얀 애벌레를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세세한 내용보다는 애벌레 찾는 재미에 폭 빠져듭니다.  

아 참, 애벌레 찾기에 혈안이 된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랍니다. 이 숨바꼭질 놀이의 공동 술래는 바로바로 배고픈 까마귀 한 마리. 덩치 크고 위협적일 만큼 새카맣긴 하지만 다행히도 그다지 영리하지 않답니다. 덕분에 숨바꼭질로서의 먹이사냥은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고 유쾌하게 계속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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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복더위일지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쓰다듬어 보고 싶어질 만큼 수북한 털이 복스러워 보이는 애벌레 한 마리. 작디작은 요 녀석은 알고 보니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할뿐더러 숨는 데 귀재랍니다. 특히 까마귀처럼 ‘등잔 밑이 어두운’ 아둔한 술래를 만나면 숨기 재능을 더욱 탁월이 발휘합니다.

 

애벌레는 눈에 잘 뜨이는 새하얀 몸을 가졌지만, 마치 '영원한 술래‘ 역할에 머무는 까마귀를 조롱이라도 하듯, 까마귀 바로 코앞에 숨기를 좋아한답니다. 게다가 늘 성공하지요. 애벌레는 아가씨의 솜털 컨셉 목걸이가 되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난 할아버지의 일자 송충이 눈썹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애벌레 못 봤니? 점심으로 먹을 참이거든!”이라며 위협적으로 애벌레의 행방을 묻는 까마귀에게 대답하는 소녀의 머리띠가 되기도 합니다.

꼬마 독자들이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언제나 까마귀보다도 먼저 애벌레를 찾는다는 데 있을 거예요. 심지어는 책을 읽어주느라 미처 애벌레를 보지 못한 엄마 아빠보다도 애벌레를 먼저 찾으니 꼬마 독자들의 귀여운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까마귀보다도 똑똑하고 엄마 아빠보다도 숨은그림 찾기에 민첩한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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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까마귀에게는 미안하지만, 까마귀가 술래노릇을 못할수록 독자로서는 더 재미있습니다. 애벌레 찾기에 번번히 실패하던 까마귀는 급기야 약이 바싹 올라서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하며 고함을 질러대지요. 그 와중에 아저씨의 콧수염으로 변신해있던 애벌레는 정체를 들키고 하늘 높이 솟구쳐 날아올라가고요. 천하의 숨기 귀재 애벌레가 이젠 옴짝달짝 못하고 까마귀밥이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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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는 말만 남기고 리뷰를 마쳐야겠네요. 스포일러가 될까 걱정되어 말입니다. 아직 애벌레의 탁월한 숨바꼭질 재능을 모르는 예비 독자라면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를 꼭 읽어보세요. 사랑스러운 애벌레 캐릭터와 어린이 독자 눈높이에서의 반전의 묘미, 거부할 수 없는 유머 감각까지…… 이 작품이 왜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 후보작에 올랐는지 알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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