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 - 어느 심장병의사의 12년의 실험과 기록
콜드웰 에셀스틴 지음, 강신원 옮김 / 사이몬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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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인데 뭐 괜찮겠지?" "남들도 다 그렇게 먹고 산다던데." 편리함과 타성에 젖어 '잘먹기'에 소홀히 하던 차에 콜드웰 에셀스틴(Caldwell B. Esselstyn)  박사의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원제: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를 읽었다. 더러운지 모르고 진흙에서 뒹굴다가 맑은 물로 씻은 기분이 들었다. 채소 박사라는 별칭을 가진 에센스틴 박사는 햄버거 예찬론자 클린턴 대통령의 기름진 심장을 채소로 완치시키고 15킬로 감량까지 시켜 더 유명해진 양심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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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망 높은 의사이자 올림픽 조정 부분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가 소위 "돈과 명예와 지방"을 버리고 양심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독특하다. 마찬가지로 의사인 그의 부친과 장인어른 모두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면서 사람 살리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최첨단 의학의 수술법과 약이 아닌 바로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말이다. 자진해서 기존 의료체계에 반발하는 비주류의 선두에 선 그는 그 자신이 채식주의자로 전향하고 사람들에게도 채식을 권한다. 어정쩡하거나 타협하는 채식이 아니라 엄격한 채식 말이다. 그를 아니꼽게 보는 동료 의사들만큼이나 "아니, 담배 하나 못 끊게 하는 의사들이 어떻게 고기 좋아하는 환자더러 베이컨의 육즙과 스테이크의 풍미를 포기하라고 하겠어?"하며 회의적일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장장 12년이나 지속된 대단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고,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환자들을 식습관 개선으로 살려내었다.  죽음을 무기력하게 기다려야했던 절체정명의 관상동맥환자들을 실제로 자신의 에센스틸 다이어트(Esselstyn Diet) 로 살려냈기에 그의 목소리에는 더욱 확신과 소명의식이 뚜렷하게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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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셀스틴 박사는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으로 유명한 존 멕두걸 박사처럼 용감한 내부고발자로 나선다. 예비의사들에게 영양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의대 커리큘럼이며, 식품산업 및 의료계와 결탁한 미농무부(USDA)의 불투명성 등을 고발한다. 어렵지 않은 용어로, 그렇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사례를 바탕으로 확신을 가지고 조목조목 비판하기에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은 의학 비전문가인 일반인이 읽어도 그 해심 메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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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셀스틴 다이어트의 핵심은 간단하다. 육류 어류 유가공품과 기름 류 등을 멀리하고 채식과 통곡식 위주의 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오메가3를 위한 견과류 열풍에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대안적 식생활이라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거북한 주장이겠지만, 에셀스틴 박사는 올리브 오일을 포함한 어떤 기름도 먹지 말고, 아보카도와 견과류도 멀리하라고 주장한다. 물론 이런 권고는 '함께 먹기(commensality)'의 사회적 기능이나 미각의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말과 동의어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관상동맥질환(심장동맥질환)으로 죽음을 목전에 둔 에셀스틴 박사의 환자들은 그의 조언을 철저히 따랐다. 그 결과 바이패스시술, 혈관확장시술, 스텐트 시술 등 수술이나 약물에 기대지 않고 식습관 혁명만으로 혈관을 깨끗히 청소하고 관상동맥질환에서 회복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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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해서 '관상동맥질환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그렇게 간단한 거였어? 그런데 왜 여전히 그 많은 인구가 이 질환으로 죽어가고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 의문에 대한 답으로 에센스틴 박사의 말을 빌어오고자 한다. "심장전문의는 베타차단제, 칼슘길항제에 대해 배우고, 심장 안으로 카데터를 삽입해 풍선을 부풀리거나 레이저 시술을 하거나 스텐트 시술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모든 것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죠. 그런 일에는 많은 간호사들과 부산한 움직임,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즉, 의사들의 머리가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의 자만심은 대단합니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봅시다.'있잖소. 나는 이 병을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사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렇지 않겠습니까? '뭐라고요? 내가 그 어려운 기술을 힘들게 배웠고 지금일확천금을 올리고 있는데, 당신이 다 뻇어가 버리겠다고요? " (본문 pp.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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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에셀스틴 박사가 제시해주는 "간단해보이지만 실천은 간단하지 않은" 식이요법에 독자 모두가 동의하기도, 따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업 자본주의 "먹어라, 소비하라"의 메세지에 무비판적으로 따라 무심코 습성대로 먹기 전에 내가 먹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메세지만큼은 모두가 명심했으면 한다. 에셀스틴 박사 역시 "그릇된 통념에 사로잡혀 상업자본가의 사냥개 역할을 왜 굳이 우리가 자처해야 하는가?"(135쪽) 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은 일반 대중을 위한 책으로서보다는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에 더 취약한 미국 등 북미인들, 그 중에서도 심각하게 자기파괴적인 식습관을 가진 10%를 위한 책으로서 더 빛이 날 것 같다. 베이컨이나 스테이크보다는 아직까지는 쌀밥에 김치를 주식으로 삼는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그 절실성, 적실성이 덜 할지라도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관상동맥 질환을 "예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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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원제: Prevent and Reverse Heart Disease)>에는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단 다양한 의학적 자료들이 실려 있다. 에센스틴 다이어트 시행 전후의 혈관 비교 사진이라든지, 플라크로 인한 심장마비 과정을 시각화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이해를 많이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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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을 할만큼 독서 경험이 폭 넓지는 못하지만 아래의 책들을 <당신이 몰랐던 지방의 진실>과 함께 읽기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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