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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 ㅣ 상상 그림책 학교 10
에드워드 하디 글, 알리 파이 그림 / 상상스쿨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다 보면 종종 느끼지만, 두 가지 일에 동시에 집중하기란 참 어렵지요. 그림책의 활자를 따라가자니 아름다운 일러스트레이션을 놓치게
되고, 그림에 홀딱 빠지다 보면 글에 소홀해지니까요. 그래서 엄마 아빠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비주얼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이야기로 비약시키는데 엄마 아빠의 음성이 배경음이 될 테니까요.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는 유난히도 아이들이 그림에 더
집중하게 되는 책입니다. 제목처럼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하는 궁금함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 생겨나거든요. 페이지마다 털이 몽글몽글
보들보들해 보이는 하얀 애벌레를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은 세세한 내용보다는 애벌레 찾는 재미에 폭
빠져듭니다.
아 참, 애벌레 찾기에 혈안이 된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랍니다. 이 숨바꼭질 놀이의 공동 술래는 바로바로 배고픈 까마귀
한 마리. 덩치 크고 위협적일 만큼 새카맣긴 하지만 다행히도 그다지 영리하지 않답니다. 덕분에 숨바꼭질로서의 먹이사냥은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고
유쾌하게 계속될 수 있고요.
한여름 복더위일지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쓰다듬어 보고 싶어질 만큼 수북한 털이 복스러워 보이는 애벌레
한 마리. 작디작은 요 녀석은 알고 보니 숨바꼭질 놀이를 좋아할뿐더러 숨는 데 귀재랍니다. 특히 까마귀처럼 ‘등잔 밑이 어두운’ 아둔한 술래를
만나면 숨기 재능을 더욱 탁월이 발휘합니다.
애벌레는 눈에 잘 뜨이는 새하얀 몸을 가졌지만, 마치 '영원한 술래‘ 역할에 머무는 까마귀를 조롱이라도
하듯, 까마귀 바로 코앞에 숨기를 좋아한답니다. 게다가 늘 성공하지요. 애벌레는 아가씨의 솜털 컨셉 목걸이가 되기도 하고,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난 할아버지의 일자 송충이 눈썹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애벌레 못 봤니? 점심으로 먹을 참이거든!”이라며 위협적으로
애벌레의 행방을 묻는 까마귀에게 대답하는 소녀의 머리띠가 되기도 합니다.
꼬마 독자들이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들이 언제나
까마귀보다도 먼저 애벌레를 찾는다는 데 있을 거예요. 심지어는 책을 읽어주느라 미처 애벌레를 보지 못한 엄마 아빠보다도 애벌레를 먼저 찾으니
꼬마 독자들의 귀여운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까마귀보다도 똑똑하고 엄마 아빠보다도 숨은그림 찾기에 민첩한 셈이니까요.
배고픈 까마귀에게는 미안하지만, 까마귀가 술래노릇을 못할수록 독자로서는 더 재미있습니다. 애벌레 찾기에
번번히 실패하던 까마귀는 급기야 약이 바싹 올라서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하며 고함을 질러대지요. 그 와중에 아저씨의 콧수염으로
변신해있던 애벌레는 정체를 들키고 하늘 높이 솟구쳐 날아올라가고요. 천하의 숨기 귀재 애벌레가 이젠 옴짝달짝 못하고 까마귀밥이 되는
걸까요?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는 말만 남기고 리뷰를 마쳐야겠네요. 스포일러가 될까 걱정되어 말입니다. 아직
애벌레의 탁월한 숨바꼭질 재능을 모르는 예비 독자라면 <애벌레는 어디에 숨은 거야?>를 꼭 읽어보세요. 사랑스러운 애벌레 캐릭터와
어린이 독자 눈높이에서의 반전의 묘미, 거부할 수 없는 유머 감각까지…… 이 작품이 왜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 후보작에 올랐는지 알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