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 편안하고 재미있게 읽는 지식교양서
보헤미안 지음 / 베프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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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성들의 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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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을 고를 때, 읽는 책을 평가할 때 손쉽게 기댈 수 있는 잣대가 있다. 바로 저자의 사회적 위세나 학력 자본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학력. 나 역시, 가방끈으로 대변되는 학벌이 부여하는 권위를 무비판적으로 인정했나 보다. 여기 비록 변방에서이지만 뻔뻔해서 더 매력적인 목소리를 내는 저자가 있다. 필명은 보헤미안. 스스로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대단'이라는 단어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고 규정하는 솔직한 대한민국 젊은이이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억압이나 권위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 하나를 무기 삼아 블로그(뻔지르 블로그 : http://shalacho.blog.me/ ) 에 글을 연재해 왔단다. 현학적인 말놀이로 지적 우월감을 과시하는 지성인들에 반발하여 쉽고도 진실하게 써온 그의 글들은 월평균 15만 명이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자랑하게 되었다. 그 글들을 편집하여 낸 책이 바로 "뻔지르,"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이다.

요즘처럼 취직하고, 벌어 먹고살고, 연애하고 결혼해서 자식도 낳아야 하는 숙제들이 포기하고 싶은 압박으로 다가오는 시대, 대한민국 사회의 총각인 저자는 언제 그리 시간을 내어 리서치를 하고 글을 쓸 수 있을까? 해당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경제, 미디어, 시사, 사회, 역사 등 다방면에 걸친 주제로 글을 포스팅하려면 보통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닐 텐데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이런 박학다식한 친구 하나 곁에 두면, 뉴스 며칠 안 봐도 든든하겠다 싶다. 하지만 곧, 저자가 "인문학 열풍? 헛똑똑이만 넘쳐 난다."라는 글에서 비판하는 게으른 지식의 승냥이로서의 속셈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하다. 내가 직접 "왜?"라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자료를 모으고, 해석하고, 고민하는 과정 없이 누군가가 대신 시사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서 이야기해주는 걸 먹이 삼는 승냥이 말이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뻔지르에서 던져주는 먹이를 숙성시켜 나만의 화두로 발전시키기로! 독자로서 최소한의 노력과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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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는 경제, 시사, 그리고 미디어에 비친 역사라는 총 3개 챕터로 구성된다. 개인적으로 경제 문제 해독력이 가장 취약한지라 1부 경제 파트를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는 부동산 투기로 대변되는 한국의 아파트 버블을 옛 유럽의 튤립 버블(튤립 한 송이가 1억 6천만 원을 호가하던 거품 전성시대가 있었단다)을 빌어와 강도 높게 비판한다.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고 거품을 일으키면 결국 생고생하는 것은 없는 사람들이라며 분개하기도 한다. 그는 또한 한국의 경제를 야금야금 잠식해 들어오는 두 자본, 차이나 머니(China Money)와 일본계 자금을 경계한다. 차이나 머니야 당장 제주도의 성산일출봉에만 가도 가시적으로 드러나니 경계심갖게 되지만, 일본 사무라이 자금은 카멜레온처럼 위장한 듯 좀체 드러내지 않고 한국 경제에 침투해 들어온다. SBI 저축은행, 친애저축은행, OK저축은행이 일본계 자본이 침투한 것임을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를 읽으며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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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뻔지르'의 저자는 비록 행동으로 나아가는 단계는 아니더라도, 약자의 목소리를 찾아 대변해주고 약자를 보호하고 싶고 사회 기득권을 비판하려는 의지로 충만한 듯하다. 그는 지나치게 편향성을 보이는 요즘 대한민국의 뉴스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음란물도 폭행물도 아닌 뉴스 (30쪽)"이라며 비판한다. '올해 수능만점자 이승민만 3명. 초대 대통령과 이름이 비슷해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낸 조선일보더러는 "이딴 기사제목이나 뽑고 있는 언론이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이자 1등 언론이라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113쪽)이라며 직격탄을 퍼붓는다. 약자의 인권 문제를 향한 그의 관심은 대한민국의 국경을 넘어선다. 그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전쟁으로 희생될 무고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알비노를 향한 근거없는 차별에 분노하고, 아프리카 사회에 실존하는 아기 공장을 고발한다.

동시에 그는 점점 인스턴트화, 기계화 상업화되어가는 사회 현실에도 불편감을 드러낸다. 미디어에 등장하여 건강 염려증을 조장하고 과잉 의료화를 부추기기도 하는 닥터테이너(doctortainer)더러는 명의가 아니라고 쓴소리 던지고, 연애전략을 판매하는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에게도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낸다.

아무튼<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사회에도 권위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내는 '뻔지르'의 보헤미안 같은 이들이 많아져서 만화경같은 다양성의 아름다움이 확산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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