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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ㅣ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박민아.선유정.정원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9월
평점 :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요즘 '융합'만큼 대세인 단어가
있을까? 학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의 일상어로 내려와 여기저기 온통 '융합'이란다. 막상 그 의미에 대한 치열한 탐색이나 동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과/문과'를 가르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공대 출신, 인문대 출신'의 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한국
사회에서 융합은 더욱 멀어 보이는 과제이다. 한국 사회에 'consilie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통섭 統攝'으로 소개했다는 최재천 교수
(『 biography magazine Issue. 5』참조)는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니 '융합'이라는 단어가 동의어 격으로 치환되어 쓰인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한국문학사에서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시리즈를 펴내 주고 있다. 출판사측 소개문에 따르면, "각 학문을 관통하는 기본 개념을 소개하는 개론서 성격을 띠면서도, 좀 더 유연한
사고의 확장을 위해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시도 ....(중략)....학문적 교양을 추구하는 성인들을 인문사회학적 사유로 이끄는
입문서"의 성격도 가진다고 한다. 이 시리즈의 최신간이자 다섯번째 출간물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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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로서 감사하게도,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의 집필진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과학철학을 공부한 박민아 박사와 정원 박사, 한국 근현대 과학사를 전공한 선유정
박사가 함께 집필하였다. 일반인을 고려하여 아무리 눈높이를 낮췄다 한들, 과학사와 과학철학은 어렵게 마련인데 한국문학사의 세련된 편집과 풍성한
인포그래픽으로 책장 넘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동 저자 삼 인의 박학다식과 사유의 깊이 덕분에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융합이
붙으면 장땡 (본문 42쪽)" 이라 '무늬만 융합'인 책이 아니다. 읽고 나면, 뭔가 골고루 든든하게 챙겨 먹은 듯한 지적 포만감을 독자에게
안겨주니까.
세 저자는 애초에 '융합의 정석'을
보여주는 외에도 융합으로 향하는 그 과정까지 담아내는데 문제의식을 모았다. 즉, 현재적 의미에서 과학과 여타 분과의 융합 양상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과학이 오늘날처럼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고 융합의 필요성에 동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라는 첫 장을 시작으로, "과학과 예술의 오랜 동반
관계."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 "역사 속의 과학," "과학기술, 전쟁에 동원되다,"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이란
장으로 본문을 구성하였고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장으로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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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교육자, 정책입안자는 <과학, 인문으로 통하다>의 21쪽에 나오는 다음의 문구를 마음으로 깊이 각인해주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나라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식에 배아파만 하지 않고, 소양도 채 갖춰지지도 '융합'에 대한 사회적 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만을 강요할
것이다. 인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을 키우는 데 일차적 투자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융합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문제든 그 문제가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복합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그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고록 열린 사고를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제도적 융합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