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 속담.고사성어 편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강효미 글, 김태형 그림 / 길벗스쿨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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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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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이고, 풀 문제집들이 넘쳐 나는 상황에서 아이가 교재를 한 장도 안 빼놓고 끝까지 다 풀기란 드문 일입니다. 그런데 왠일인지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는 그 첫번째 권인 '논어'편을 깔끔하게 다 활용했습니다. 필사의 재미를 알 게 된 아이는 뭔가 더 쓰고 싶어하던 차였는데 마침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 속담* 고사성어>편이 출간되었답니다. 1, 2권의 저자는 박수밀 선생님이었는데, 이번 3권은 동화작가 강효미가 썼습니다. 같은 의미의 속담과 고사성어를 하나씩 짝지어서. 독자의 부담을 팍 줄어주었다고 하네요.

 

 

 <기적의 명문장 따라 쓰기 - 속담 *고사성어 편>은 50일 동안 집중할 수 있도록, 50개의 문장을 5개의 장으로 묶어서 배치했습니다.  각 장마다 주제에 부합하는 속담 10개씩 소개되어 있습니다.

 


1장 - 노력의 힘

 

2장 - 깨닫는 시간

 

3장 - 올바른 행동과 마음가짐

 

4장 - 지혜로운 생각

 

5장 - 함께 하는 우리

 

 

 

<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는 초등학생에게 꼭 필요한 속담과 고사성어를 짝을 지어 소개하면서, 독자가 먼저 소리내어 읽고 그 속뜻을 생각하게 유도합니다. 강효미 작가가 '이야기 한 토막' 코너를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속담과 고사성어 풀이를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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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예쁜 색감으로 편집하여 절로 따라쓰고픈 의욕이 솟게 합니다. 정성들여 필사하다보면, 속담과 고사성어의 뜻도 마음으로 익히고 동시에 집중력도 키우게 됩니다. 부모님 칭찬은 덤으로 따라오겠지요? "열번 눈으로 읽는 것 보다, 소리내어 읽기가 좋고, 소리내어 읽기만 하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것이니, 이왕이면 온 가족이 함께 써봅시다. 화목한 가족 시간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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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명문장 따라쓰기>시리즈는 부록으로 암기용 카드를 수록했는데, '속담 * 고사성어 편'에서는 퀴즈카드를 무려 8장(100문제)나 선물해주었습니다. 코팅이 된 두꺼운 재질의 종이에 인쇄되어서 쉽게 모양이 망가지지도 않겠어요. 요새 아이들 모이면 스마트폰 게임 많이 하던데, 속담 카드로 퀴즈를 내고 맞히며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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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5
박민아.선유정.정원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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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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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융합'만큼 대세인 단어가 있을까? 학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대중의 일상어로 내려와 여기저기 온통 '융합'이란다. 막상 그 의미에 대한 치열한 탐색이나 동의는 이루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이과/문과'를 가르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공대 출신, 인문대 출신'의 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한국 사회에서 융합은 더욱 멀어 보이는 과제이다. 한국 사회에 'consilience'이라는 용어를 처음 '통섭 統攝'으로 소개했다는 최재천 교수  (『 biography magazine Issue. 5』참조)는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니 '융합'이라는 단어가 동의어 격으로 치환되어 쓰인다며 아쉬워했다. 그런데 한국문학사에서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시리즈를 펴내 주고 있다. 출판사측 소개문에 따르면, "각 학문을 관통하는 기본 개념을 소개하는 개론서 성격을 띠면서도, 좀 더 유연한 사고의 확장을 위해 다른 학문과의 융합을 시도 ....(중략)....학문적 교양을 추구하는 성인들을 인문사회학적 사유로 이끄는 입문서"의 성격도 가진다고 한다. 이 시리즈의 최신간이자 다섯번째 출간물인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

독자로서 감사하게도,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의 집필진은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과학철학을 공부한 박민아 박사와 정원 박사, 한국 근현대 과학사를 전공한 선유정 박사가 함께 집필하였다. 일반인을 고려하여 아무리 눈높이를 낮췄다 한들, 과학사와 과학철학은 어렵게 마련인데 한국문학사의 세련된 편집과 풍성한 인포그래픽으로 책장 넘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동 저자 삼 인의 박학다식과 사유의 깊이 덕분에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융합이 붙으면 장땡 (본문 42쪽)" 이라 '무늬만 융합'인 책이 아니다. 읽고 나면, 뭔가 골고루 든든하게 챙겨 먹은 듯한 지적 포만감을 독자에게 안겨주니까.

 세 저자는 애초에 '융합의 정석'을 보여주는 외에도 융합으로 향하는 그 과정까지 담아내는데 문제의식을 모았다. 즉, 현재적 의미에서 과학과 여타 분과의 융합 양상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과학이 오늘날처럼 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하고 융합의 필요성에 동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과학, 인문으로 탐구하다>는 "과학을 알아야 융합이 보인다"라는 첫 장을 시작으로, "과학과 예술의 오랜 동반 관계." "과학과 사회, 교감을 통해 진화하다," "역사 속의 과학," "과학기술, 전쟁에 동원되다," "철학이 묻고 과학이 답하다,"이란 장으로 본문을 구성하였고 "대중문화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장으로 마무리하였다.

*

대한민국의 교육자, 정책입안자는 <과학, 인문으로 통하다>의 21쪽에 나오는 다음의 문구를 마음으로 깊이 각인해주었으면 좋겠다. 가까운 나라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소식에 배아파만 하지 않고, 소양도 채 갖춰지지도 '융합'에 대한 사회적 동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만을 강요할 것이다. 인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을 키우는 데 일차적 투자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융합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 개개인의 융합적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어떤 분야의 문제든 그 문제가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복합적인 것임을 인식하고 그 협력 가능성을 열어 놓고록 열린 사고를 하게 하는 것, 그것이 제도적 융합 이전에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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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 - 몸은 가벼워지고 면역력은 높아지는, 개정판
이양지 지음 / 성안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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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크로비오틱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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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어디를 가나 화두입니다. 마치 집밥이 세상의 달콤하고 유혹적인 음식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안식의 음식인양,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은 집밥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밥?'이라고 해봐야, 백종원 레서피에는 설탕이 듬뿍 들어가고, 후쿠시마발 방사능 오염의 시대에 재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젠 그냥 '집밥'이 아니라, '내 몸 살리는 집밥'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크로비오틱 집밥>의 표지에 적힌 '몸은 가벼워지고 면역력은 높아지는, 자연의 에너지를 통째로 먹는 힐링 음식'이란 표현이 참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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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할테지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이라니 말입니다. 이는 '음식을 버리는 것 없이 섭취해 음식의 생명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건강할 수 있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 곡채식섭생법입니다. 쉬운 말로 '건강식'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오염된 식품이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육류 위주의 식생활에서 벗어나 자연 상태의 재료가 지닌 '있는 그대로'의 생명력을 섭취하자는 취지를 따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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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요리법은 신토불이와 일물전체(하나의 온전한 형태를 가진 살아 있는 음식)라는 2가지 원칙을 따릅니다.전자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난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의미, 후자는 하나의 음식을 통으로 먹으라는 의미입니다. 의외로 쉽지만은 않습니다. 위생관념이 높아지다 보니, 무껍질, 연근껍질 다 벗겨내고 '하야면 하얄수록'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또, 실제 모든 식재료를 100% 믿을 수 있는 유기농으로만 구비하고 요리하기도 어려운 현실이기에 껍질까지 먹기는 어려운 도전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통째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식품 고유의 에너지를 함께 섭취한다는 마크로비오틱 요리법의 철학에는 신뢰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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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요리법에서 배척하거나 제외하는 식재료는 없지만, 육류보다는 곡물과 채소를 더 자주 활용합니다. 특히 <마크로비오틱 집밥>에 소개된 레서피를 보니, 뿌리식물의 다채로운 활용법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 마크로비오틱의 본고장은 일본이었던지라, 마늘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요리연구가 이양지는 한국의 밥상에 맞게 마크로비오틱을 변형했습니다. 즉, 마늘도 김치도 고추장도 활용합니다.

식재료를 참 살뜰하게 활용합니다. 심지어 표고기둥을 떼어 말렸다가 장조림의 식감을 내는 조림요리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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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구하기 쉬운 재료, 만들기도 쉬운 식단'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2장에서는 이양지의 표현을 빌자면, '입의 호사를 누리고 싶은 주말이나 특별한 날 어울릴 식단'으로 꾸렸다고 합니다. 3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조리법이 주를 이룹니다. 저자 역시 미취학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지라 엄마로서의 살뜰한 마음을 담아 아이들용 레서피를 제시합니다.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주식은 현미밥입니다. 백미는 생명이 없는 음식인반면, 도정하지 않은 현미에는 생명력이 가득하답니다. 수수, 조, 보리, 메밀 은 중용에 가까운 성질을 지닌 곡류이기에 적극 섭취하라고 합니다. 다행히도 <마크로비오틱 집밥>에서 현미밥 맛있게 짓는 법을 소개해줍니다. 첫물을 생수로 씻는 것이 좋답니다. 몸을 탄탄하게 조이고 싶을 때는 소금의 양을 좀 많이, 몸을 느슨하게 풀어주고 싶을 때는 적게 추가하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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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바오틱의 채소 써는 법에도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껍질 째 가급적 음식 재료 전체를 사용하기에 껍질을 벗기지 않는 것은 기본이며, 뿌리도 사용합니다. (설마, 대파 뿌리 버리는 분은 없으시죠? 육수로 활용하면 그만입니다). 양파도 뿌리(양)와 줄기(음)가 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부채꼴 형태로 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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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집밥>에서는 총 33가지 식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식단은 2가지에서 5가지 정도 요리로 구성되었기에 요리하는 이들의 부담감은 크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곡류의 활용이 눈에 뜨이고, 뿌리채소의 다채로운 활용, 재료 본연의 성질과 향을 살린 요리법이 눈에 들어옵니다.

33가지 식단을 차근차근 살피다보니, 늘 접하기에 새로울 게 없어보이는 식재료를 참신한 마크로비오틱 요리로 재탄생시킨 이양지 요리연구가의 노력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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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당근채전, 종종 해보았으나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요리였는데 마크로바이틱의 채소썰기 비법 덕분인지 요리책에서는 새로운 음식으로 보입니다. 감자의 전분을 제거하고, 감자 당근을 얇게 써는 것이 관건입니다. 다른 말로 정성이 관건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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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한국 사회에서도 '브런치'라는 말이 일상어로 통용되면서, 브런치 사교모임도 많아졌지요? 브런치 까페도 활성화되었고요. 자꾸 외식만 하지말고, <마크로비오틱 집밥>에서 제시하는 브런치 세트 메뉴 중 다만 한 두가지라도 시도해서 친구들을 초대해보면 어떨까요? 말린채소 김밥이나, 샐러드피자 보기만 해도 식욕이 돌지 않나요? 혼자서만 건강해지지 말고, 친구와 이웃에게까지 마크로비오틱 철학을 소개하고 요리를 나눴으면 합니다. 함께 건강해집시다!

*

그리고 밥을 사랑합시다. 밀가루 가공식품 말고, 쌀밥을 먹어야 몸도 건강해지고, 이 땅을 지키며 고생하는 농민들 은혜에도 보답하는 셈이고, 길게 보아 식량자주국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쌀밥, 이왕이면 현미밥 먹어 나라도 사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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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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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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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한 번 진국이겠다!' <사부의 요리>를 읽으며 내내 머릿 속에 떠다닌 생각이었습니다. 43년 경력의 중화요리사 이연복의 에세이가 나왔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혼자 웃고 흐뭇해하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사실, 책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짜장 요리를 보니 식욕이 동해서, 리뷰를 제끼고 이연복 사부가 운영하는 '목란'이라도 찾고 싶은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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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쓴 책이니 요리비법이 가득하려나?' 생각할 예비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연복에게도 요리책 제안이 여러 차례 들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화요리를 집에서 하기에는 구비해야 할 도구와 재료비도 만만치 않기에 조리법보다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이야기, 음식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 (13쪽)"을 하고 싶었답니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문을 박차고 나와 중국집 배달 소년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는 인생이력을 들으면 저자를 얕잡아 보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찌나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며 성실하게 살아왔고 요리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강한지, 그가 입을 열면 그냥 글이 되나 봅니다. 오래간만에 이야기에 푹 빠지고 저자에 반하며 에세이를 읽었네요. 잘난 척하지 않고, 있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것이 약점이 되기는커녕 감탄의 이유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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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의 할아버지는 중국 산둥 지역에서 넘어온 화교였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의 주방장이었다고 합니다. 가세가 기울자 열세 살의 이연복은 어머니 고생하시는 것도 싫고, 화교 학교 다니기도 싫어서 그냥 중국집 배달원으로 들어갔다지요. 당시에는 어리다고 봐주기는커녕 오히려 괴롭히고 착취하는 어른들이 많았나 봐요. 맞기도 하고, 누명도 쓰고,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이연복은 거친 세상에서 고생하면서 다혈질의 의협파로 자라났습니다. 주방에서도 의리 때문에 주먹을 썼다가 일을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긴 일이 비일비재했다 합니다. 의리를 중시했기에 많은 이들에게 돈도 꾸어주고, 돈이 없어 빚보증을 못 서는 걸 안타까워할 정도로 뜨거운 사람이었나봅니다. 그랬던 그이지만 세상의 차가움과 인간관계의 실속에 대한 생각을 재정리하면서 현재는 많이 달라졌다 하네요. 손주를 둔 할아버지이자 아들과 딸을 둔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를 둔 가장으로서 많이 현실감을 찾은 듯합니다. 그래도 그 본성은 어찌할 수 없다고, <사부의 요리>를 읽다보면 '이연복이라는 분, 참 사람 좋겠다. 진국이겠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합니다. 이렇게 정직하고 성실한 분이 만든 음식 역시 참 진국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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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를 소위 '세프의 전성 시대, 성공한 세프의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좋은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우선,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이연복은 196,70년대 한국 사회 화교에 대한 차별, 열악했던 어린이 인권의 개념, 신뢰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해 지나가듯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도 그는 누굴 원망하는 대신, 더 자신을 세워 꿋꿋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을 택했지만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이연복이 운영하는 '목란'에 찾아가, 동파육과 그 유명한 만두를 먹으며 이연복의 뚝심과 철학까지 음미하기 바랍니다. 단, '목란'의 예쁜 나무 젓가락을 훔쳐가지는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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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레 매일 직접 빚는다는 '목란'의 만두. 요리 컬럼니스트이자 이연복의 친한 동생인 박찬일에 따르면, 바삭하다 못해 파사파삭하며 속은 부드러운 맛이라는데, 아! 군침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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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높새바람 35
오시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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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오시은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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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은 작가에게 미안해지는 동시에 감탄하였다. <내가 너에게>의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고 난 후.'아이들 책이려니......'하며 별 기대 없이 집어 들었다가, 내 안의 작은 분노와 의협심(?), 혼란스러움 등이 뒤범벅된 불편한 마음으로 몰입해 읽은 <내가 너에게>. 수록된 단편 대부분이 어두운 내용이거나 상처입은 영혼들을 등장시켰다. 간간이 '윗집에 사는 승우는 손이 따뜻한 아이'처럼 희망의 편린도 보이고 환타지의 외양을 입긴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궁금해졌다. '도대체 오시은이라는 (젊다고 느껴지는) 작가는 산전수전 다 겪었나? 교육계에 몸담고 있어서 학교폭력, 가정폭력을 가까이서 목도했나? 아니면 본인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품은 사람이 있는가?' <내가 너에게>를 다 읽어갈 때쯤에는 거의 확신했다. 오시은 작가의 경험 세계가 그러하리라고. 그러니 이처럼 절절하게 마음을 울리면서도 구체적인 동화를 쓸 수 있었을 거라고. 하지만 틀렸다. 작가의 집필의도는 더욱 숭고했다.  

작가는 왕따를 당했다는 여중생의 죽음에 사람들의 관심이 바로 꺼지는 데 충격을 받았나 보다. 사람들이 외면하지만 그런 일은 날마다 되풀이된다는 인식을 했다 한다. 작가의 말을 그대로 빌어와 보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정말 사라지는 걸까?'하는. 그건 단순한 착각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져도 한번 일어났던 일은 절대 사라지는 법이 없었다. ...(중략)....어째서 진실이 괴담의 옷을 입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사람들이 그 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꾹꾹 눌러 놓은 진실은 용수철과 같아서 나중엔 더 높이 튀어 오른다.(pp. 109-110)" 그렇다. 작가는 사람들이 모르는 척 외면하는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는 고발자를 자처하였다. 그래서 "여기 실린 글들을 쓰는 일이 고달팠음을 고백 (p.111)"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에게>에 실린 6개의 단편 중 가장 강렬하고도 작가의 주제의식과 재능을 두드러지게 드러내는 작품은 표제작인 '내가 너에게'이다. 1인칭 시점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문장이 반복될수록, 화자가 망자(亡者)가 아닌가 싶었는데 그렇다. 화자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아이이자 왕따였다.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인 아이들의 악랄한 올가미에 걸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49재 날, 엄마가 안고 있는 영정에 담겨 학교를 찾은 아이의 영혼은 가해자인 아이에게 말한다. "너를 겁주려던 건 아니었어. 다만 사실을 밝히고 싶은 것뿐이었어. 엄마가 진짜 이야기를 모른 채 슬퍼하는 게 싫었고, 선생님과 친구들이 나를 답답한 아이로만 기억하는 것도 싫었어. 내가 우연히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죽으려 했던 건 더더욱 아니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싶었어.(p.21)" 소름이 돋을 만큼 안타깝고도 처절했다. 오시은 작가의 글이, 억울하게 생명줄을 놓게 된 이 땅의 많은 왕따 피해자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는, 이런 불편한 독백이 계속되지 않도록 오시은 작가는 조용히 각성을 촉구한다.

 

'내가 너에게' 외에도 '낯설고도 익숙한'이나 '숨바꼭질,' '그날의 오늘,' '문,' '헛것' 모두를 꿰뚫을 키워드는 바로 환상성이다. <내가 너에게>를 읽다 보면, 피범벅이 아니어도 불편하고 섬뜩해진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소화시켜주는 유화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시은 작가가 추구하는 환상성이 아닌가 싶다. 불편한 진실의 고발자, 즉 글로 하는 사회운동가로서 <내가 너에게>를 집필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었을 오시은 작가가 다음번엔 좀 쉴 수 있도록 가벼운 작품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독자를 찾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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