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사부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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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한 번 진국이겠다!' <사부의 요리>를 읽으며 내내 머릿 속에 떠다닌 생각이었습니다. 43년 경력의 중화요리사 이연복의 에세이가 나왔다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가 혼자 웃고 흐뭇해하며 책장을 덮었습니다. 사실, 책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짜장 요리를 보니 식욕이 동해서, 리뷰를 제끼고 이연복 사부가 운영하는 '목란'이라도 찾고 싶은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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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가 쓴 책이니 요리비법이 가득하려나?' 생각할 예비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연복에게도 요리책 제안이 여러 차례 들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화요리를 집에서 하기에는 구비해야 할 도구와 재료비도 만만치 않기에 조리법보다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이야기, 음식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요리사로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 (13쪽)"을 하고 싶었답니다. 사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문을 박차고 나와 중국집 배달 소년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는 인생이력을 들으면 저자를 얕잡아 보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찌나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며 성실하게 살아왔고 요리사로서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강한지, 그가 입을 열면 그냥 글이 되나 봅니다. 오래간만에 이야기에 푹 빠지고 저자에 반하며 에세이를 읽었네요. 잘난 척하지 않고, 있는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데 그것이 약점이 되기는커녕 감탄의 이유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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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의 할아버지는 중국 산둥 지역에서 넘어온 화교였고, 아버지는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집의 주방장이었다고 합니다. 가세가 기울자 열세 살의 이연복은 어머니 고생하시는 것도 싫고, 화교 학교 다니기도 싫어서 그냥 중국집 배달원으로 들어갔다지요. 당시에는 어리다고 봐주기는커녕 오히려 괴롭히고 착취하는 어른들이 많았나 봐요. 맞기도 하고, 누명도 쓰고, 노동착취를 당하면서 이연복은 거친 세상에서 고생하면서 다혈질의 의협파로 자라났습니다. 주방에서도 의리 때문에 주먹을 썼다가 일을 그만두거나 자리를 옮긴 일이 비일비재했다 합니다. 의리를 중시했기에 많은 이들에게 돈도 꾸어주고, 돈이 없어 빚보증을 못 서는 걸 안타까워할 정도로 뜨거운 사람이었나봅니다. 그랬던 그이지만 세상의 차가움과 인간관계의 실속에 대한 생각을 재정리하면서 현재는 많이 달라졌다 하네요. 손주를 둔 할아버지이자 아들과 딸을 둔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를 둔 가장으로서 많이 현실감을 찾은 듯합니다. 그래도 그 본성은 어찌할 수 없다고, <사부의 요리>를 읽다보면 '이연복이라는 분, 참 사람 좋겠다. 진국이겠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합니다. 이렇게 정직하고 성실한 분이 만든 음식 역시 참 진국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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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를 소위 '세프의 전성 시대, 성공한 세프의 이야기'로만 읽기에는 좋은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우선,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이연복은 196,70년대 한국 사회 화교에 대한 차별, 열악했던 어린이 인권의 개념, 신뢰 없는 한국 사회에 대해 지나가듯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도 그는 누굴 원망하는 대신, 더 자신을 세워 꿋꿋하게 실력으로 승부하는 방식을 택했지만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이연복이 운영하는 '목란'에 찾아가, 동파육과 그 유명한 만두를 먹으며 이연복의 뚝심과 철학까지 음미하기 바랍니다. 단, '목란'의 예쁜 나무 젓가락을 훔쳐가지는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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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레 매일 직접 빚는다는 '목란'의 만두. 요리 컬럼니스트이자 이연복의 친한 동생인 박찬일에 따르면, 바삭하다 못해 파사파삭하며 속은 부드러운 맛이라는데, 아! 군침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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