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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오늘
법상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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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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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뭄으로 마른 한국의 산천지만큼이나 출판계 역시 가뭄이라지만 예외가 있으니 바로 컬러링 북의 대 유행. 컬러링 북의 유행은 "저녁이 있는 삶"은 커녕 '주 5일 근무제에도 피곤에 찌든' 한국인이 기대는 자기만의 동굴로서의 침잠이자 개인화된 치유라고 해석된다. 차마 말하진 못해도, '누군가 건조한 삶에 촉촉한 단비를 내려주었으면, 누가 날 위로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컬러링 북을 찾게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따뜻한 보듬음을 원한다면 법상 스님의 <눈부신 오늘>을 추천한다. 표지부터가 노오란 개나리 빛, 페이지마다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사진이 삽입되어 있다. 스마트폰으로 사시가 될 지경인 눈이 편안해지고, 여백의 편집에 책장을 넘기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느려지고,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든다.  

법상스님은 동국대학교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16년간 군법사로 활동하며 '비종교적 종교인'을 자처해왔다. 스스로 마음 공부에 매진하면서도 더 많은 대중에게 이를 전하고자 불교방송 (BBS)에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반야심경과 마음공부 등 불서를 꾸준히 펴내 오고 있다. 2005년에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꾸준히 책을 펴내오던 그가 3년 만에 대중에게 선보이는 <눈부신 오늘>은 제목 그대로 '눈부신 오늘, 오늘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서문부터 법상 스님은 <눈부신 오늘>이 밥을 숟가락을 떠서 먹여주는 류의 책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아무리 현명할지언정 스승에게 답을 전적으로 기대지 말라는 메세지는, 인스턴트 시대 '떠 먹여주는 밥'에 익숙해진 독자들을 뜨끔하게 한다. 즉, <눈부신 오늘>을 읽고 '오늘의 눈부심' 을 재발견할 몫은 오로지 독자 앞에 놓인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독자로서의 제 몫을 하기 어렵다. 법상 스님의 말씀이 모두 마음에 와서 박히지는 않으니 말이다. 나 자신이 세속적 범인이기에, 나를 괴롭히는 인연 조차도 다 긍정하라거나, 부정적인 말도 다 흘려보내라는 메시지가 '머리로는 수긍해도, 마음으로 인정하긴' 어렵다. 그 와중에 가장 마음에 쏙 와서 박히는 충고는 일상의 명상법인데, 무척 쉽다. 이름하여 '감사와 사랑의 호흡명상.' 숨을 들이쉬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숨을 내쉬면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란다. 법상 스님은 자비와 사랑은 많이 표현할수록 마치 눈덩이 굴릴수록 커지듯 더 커진다는데, 범인의 귀에도 그 말씀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늘의 눈부심'은 결국 내 마음에 있다는, 내가 만들기 나름이라는 메시지. <눈부신 오늘>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다가오는 여름에는 <눈부신 오늘>에 실린 풍경 사진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볼까나........'오늘의 눈부심'을 찾기 위해서는 왠지 걸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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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2 - 실천편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2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황세정 옮김 / 까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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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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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 무섭다. 만화여서 얕잡아 보았다. <아들러 심리학 1,2> 제목 앞에 '만화로 읽는'이란 문구에 얕잡아 보았다. 한국에서 출판된 책들과 반대 순서로 진행되는 페이지 배치하며, 일본 작가들이 기획하고 썼기에 일본 특유의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만화니까.......'하면서 메모지도 꺼내놓지 않고, 편하게 읽다가 몇 분 안에 가방을 뒤져 펜과 메모지를 찾아냈다. 마음 뜨끔뜨끔하게 찌르면서도 놓치기 아까운 주옥같은 충고가 넘쳐나서 뭔가를 적어두어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 일본에는 아들러 심리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아들러 심리학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면서도 실천의지까지 자극하는 실전안내서로서 나온 책이 바로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요약서술한 파트와 만화 파트라는 이원화된 구조를 취한 것은 출간 취지에 부합하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챕터마다 먼저 아들러 심리학이 절실히 필요한 인물들이 아들러의 유령(?)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긍정의 변화를 이뤄낸다는 내용의 만화가 펼처진다. 이어 이와이 도시노리가 만화의 일화와 연관지어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설명한다. 그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현재 상담하고 상담가를 양성하는 일에 종사하는 저자는 1권을 출간한 이후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으로 2권까지 연달아 출간하게 되었다며, 책의 활용법을 제시한다. 먼저 통독을 하고, 두 번째는 글만 읽고, 세번째는 만화만 다시 보라 한다. 나 역시 이 책은 한 번 읽고 '다 보았다'기에 미안해서 그 방식으로 다시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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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가 프로이트니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 한다. 신장154cm라는 신체적 약점과 7형제의 둘째로서 형의 그늘에 가려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스물 다섯 살에 이미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이후 정신과의사가 되었다.  프로이트 학파의 일부에서는 아들러를 '배신한 제자'라 표현하지만,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강의에 한 번도 출석한 적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받은 적이 없다. 즉, 독자적으로 자신의 길을 갔으며 특히 192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후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출간된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1권과 2권 모두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깔끔하게 시각화한 표가 등장하는데, 자기결정성, 목적론, 전체론, 인지론, 대인관계론을 그 키워드로 제시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가족, 지역, 직장 등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이나 공감, 신뢰감, 공헌감을 총칭"(1권 24쪽)한 "공동체 감각"을 중요한 가치관으로 제시한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거창해보이는 이론인데 <만화를 읽는 아들러 심리학>을 읽다보면 의미가 쏙쏙 들어온다. 또한 실제 아들러의 밀착 멘토링 덕분에 삶의 변화를 맞은 주인공들을 보면, 독자 역시 내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와 실천의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을 "인간의 무한의 가능성을 가르쳐주는 심리학 (2권 230쪽)"이라며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과거에 고착되어, (자기 스스로가 규정한) 불행의 원인을 환경이나 타자에서 찾는 자기 파괴적 행위를 그만두고, 건설적으로 스스로를 바꿔보라는 메세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물론 변화란, 현재의 편안함(comfort zone) 밖으로 걸어나가 새로운 유형에 도전하는 과정이기에 용기와 결단이 따른다. 용기 역시 타인의 과잉칭찬이나 외부의 자극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용기를 부여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만 생각하지 않고 '공동체 감각'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만화를 읽는 아들러 심리학>, 날 많이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한 동안 손 닿는 곳에 꽂아두고 자주 다시 꺼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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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1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1
이와이 도시노리 지음, 황세정 옮김 / 까치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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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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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이 무섭다. 만화여서 얕잡아 보았다. <아들러 심리학 1,2> 제목 앞에 '만화로 읽는'이란 문구에 얕잡아 보았다. 한국에서 출판된 책들과 반대 순서로 진행되는 페이지 배치하며, 일본 작가들이 기획하고 썼기에 일본 특유의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만화니까.......'하면서 메모지도 꺼내놓지 않고, 편하게 읽다가 몇 분 안에 가방을 뒤져 펜과 메모지를 찾아냈다. 마음 뜨끔뜨끔하게 찌르면서도 놓치기 아까운 주옥같은 충고가 넘쳐나서 뭔가를 적어두어야만 할 것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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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최근 일본에는 아들러 심리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아들러 심리학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설명하면서도 실천의지까지 자극하는 실전안내서로서 나온 책이 바로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요약서술한 파트와 만화 파트라는 이원화된 구조를 취한 것은 출간 취지에 부합하는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챕터마다 먼저 아들러 심리학이 절실히 필요한 인물들이 아들러의 유령(?)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긍정의 변화를 이뤄낸다는 내용의 만화가 펼처진다. 이어 이와이 도시노리가 만화의 일화와 연관지어 아들러 심리학을 쉽게 설명한다. 그는 아들러 심리학을 바탕으로 현재 상담하고 상담가를 양성하는 일에 종사하는 저자는 1권을 출간한 이후 독자들의 열렬한 성원으로 2권까지 연달아 출간하게 되었다며, 책의 활용법을 제시한다. 먼저 통독을 하고, 두 번째는 글만 읽고, 세번째는 만화만 다시 보라 한다. 나 역시 이 책은 한 번 읽고 '다 보았다'기에 미안해서 그 방식으로 다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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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가 프로이트니 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심리학의 3대 거장이라 한다. 신장154cm라는 신체적 약점과 7형제의 둘째로서 형의 그늘에 가려 있던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빈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스물 다섯 살에 이미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이후 정신과의사가 되었다.  프로이트 학파의 일부에서는 아들러를 '배신한 제자'라 표현하지만, 아들러는 프로이트의 강의에 한 번도 출석한 적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받은 적이 없다. 즉, 독자적으로 자신의 길을 갔으며 특히 192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후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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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출간된 <만화로 읽는 아들러 심리학> 1권과 2권 모두에서, 아들러 심리학을 깔끔하게 시각화한 표가 등장하는데, 자기결정성, 목적론, 전체론, 인지론, 대인관계론을 그 키워드로 제시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가족, 지역, 직장 등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이나 공감, 신뢰감, 공헌감을 총칭"(1권 24쪽)한 "공동체 감각"을 중요한 가치관으로 제시한다. 어찌보면 단순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거창해보이는 이론인데 <만화를 읽는 아들러 심리학>을 읽다보면 의미가 쏙쏙 들어온다. 또한 실제 아들러의 밀착 멘토링 덕분에 삶의 변화를 맞은 주인공들을 보면, 독자 역시 내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와 실천의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 저자는 아들러 심리학을 "인간의 무한의 가능성을 가르쳐주는 심리학 (2권 230쪽)"이라며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과거에 고착되어, (자기 스스로가 규정한) 불행의 원인을 환경이나 타자에서 찾는 자기 파괴적 행위를 그만두고, 건설적으로 스스로를 바꿔보라는 메세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물론 변화란, 현재의 편안함(comfort zone) 밖으로 걸어나가 새로운 유형에 도전하는 과정이기에 용기와 결단이 따른다. 용기 역시 타인의 과잉칭찬이나 외부의 자극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용기를 부여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만 생각하지 않고 '공동체 감각'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만화를 읽는 아들러 심리학>, 날 많이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한 동안 손 닿는 곳에 꽂아두고 자주 다시 꺼내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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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 43일간의 묵언으로 얻은 단순한 삶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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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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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입 열어도 코 베어갈 엄한 세상에서 입을 닫겠다니, 도대체 무슨 배포? 무슨 이유?'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책제목을 듣는 순간 궁금했다. '왜 묵언했을까?,' '어떻게 했을까,?' 즉 why와 how가 몹시 궁금했는데, 서문 첫줄에서부터 김빠지는 설명이 등장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묵언 수상집이라니 참으로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말을 하기 위해 말문을 닫았다.(5쪽)" 저자 편석환은 성대종양을 진단받았다. 목이 아프고 쉬고 갈라진 목소리가 나오는 증상의 질환이다. 성대종양 치료를 위해 피치 못해 43일간 말을 삼갔는데, 다행히 대학교 방학과  그 시기가 겹쳐서 교수직(한국복지대 광고홍보학과)을 수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단다.

*

저자는 43일이나 말을 안 하고 살면서 얻은 '절언진여 (絶言眞如: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참된 세계 자체)'를 일반 대중과 나누고 싶어서, (묵언 기간의) "기분 좋았던 경험과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 활자로 남기고 싶(203쪽)"어서 이 책을 펴냈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 스스로는 "민낯의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울지라도.(203쪽)"이라는 문장으로 책을 끝맺고 있지만, 초보 독자로서 나는 저자가 민낯인지 페르소나를 입었는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 정도로 <나는 오늘부터 말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외로 저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책을 꼼꼼히 다 읽고도 나는 아직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출판사 측 지은이 소개란에서는 저자를 '에바 캐시디를 좋아하고/ 존 바에즈를 좋아하고 .....(중략).... 햇볕 쬐는 걸 좋아하고 / 누워서 발가락을 까딱거리는 걸 좋아한다'고 소개하니 더욱 안개 속의 그대처럼 느껴진다). 마치 잠언록인양, 어느 시대 어느 사람들에게라도 약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메신저의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수학의 정석 참고서 같은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강하지만, 종종 발랄하고 가벼운 문장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

헐, 휴지가 없다.

묵언 중이니 누구를 부를 수도 없다.

막막하다.



나는 묵언 중이다." (24쪽) 



"불안해서 그런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묵언을 하는 의미가 엷어지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겠다." (102쪽)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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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저자가 말을 아끼게 된 첫 날부터 묵언이 끝나는 43일째 날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구성되었다. 페이지 편집에서도 여백의 미가 폴폴 느껴진다. 글은 몇 줄 없다. 그러나 천천히 읽게 되기에 책장은 빨리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문장에서 1인칭 주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써, 보다 많은 독자에게 감정이입과 공감의 기회를 제공했다. 


"길거리를 나서면 사람들의 무표정함과 무서운 속도에 놀라곤 한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고, 닫히는 문 속으로 가방과 몸을 던진다. 2분 뒤면 다른 지하철이 올 텐데.......그에게 2분은 그토록 절박한 시간일까? (59쪽)"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았을 "이건 아닌데"의 자기 부정과 소외감을 편석환은 공감가도록 풀어주었다. 물론 43일간의 기록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일관된 주장은, 말을 아끼니 "나 자신과의 대화가 깊어진다. (154쪽)"와 "묵언을 하기 전에는 나보다 남이 먼저 보였는데 이제는 남보다 내가 먼저 보인다(78쪽)."로 압축될 듯 하다. 즉, 말을 아낌으로써 자기 내면을 탐색하기. 자기를 바로 보면서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도 여유갖기가 43일간 경험으로 편석환이 전하고 싶었던 '절언진여 (絶言眞如)'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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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터
댄 헐리 지음, 박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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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마터SM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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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계 가십(gossip) 기사를 읽다가, "(내 애인은) 뇌가 예쁜 여자"라는 깜찍한 표현에 피식 웃었다. 알고 보니, 뇌가 섹시하다는 뜻의 '뇌섹남이다란 말도 일상에서는 물론 방송에서도 많이 등장한다나? 사각 턱, 주걱턱, 늘어진 턱살, 홑꺼풀 눈은 이미 예전부터 수선하고 '개량' 가능한 대상이었는데, 이제 뇌까지 개량 가능한 대상으로 재구성되어가나보다. 일군의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은 아예 대놓고 주장한다. "당신의 삼두박근 이두박근처럼 두뇌도 훈련으로 강화 개량될 수 있습니다. 훈련 방법과 기술, 자본이 있는데 지능 더 높이시지 않으시렵니까?"하고 말이다.  과연 그 주장이 사실일까? 인지 훈련을 통해 지능이 향상될 수, 즉 똑똑해질 수 있을까?


과학전문기자인 댄 헐리(Dan Hurley)는 뜨거운 감자인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 훈련 효과"의 진위를 직접 밝혀보기로 한다. 우선 지능 연구 분야 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균형있게 소개한다. 지능은 타고나서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들을 여러 학회와 연구실과 사적 공간에서 만나 관찰하고 인터뷰한다. 물론 전문 분야의 논문도 탐독한다. 나아가 그 자신이 상위 2%에 해당하는 지능지수 136을 자랑하는 본인이 실제 실험대상(guniea pig)가 된다. 상업적인 뇌 프로그램을 체험해본다. 작업기업을 향상시키기 위해 야키와 부슈켈이 고안한 특수 컴퓨터 게임인 ‘엔백(N-back)'을 비롯하여,  루모시티(Lumosity)라는 두뇌 트레이닝 프로그램, 'Boot camp'라는 피트니트 센터에서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 니코티 패치 붙이기, 류트라는 악기 배우기, 고전적 방법이라 할 명상 등을 조합하여 두뇌개발에 나선다. 하지만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일까? 댄 헐리 스스로도 인정하듯 규율과는 거리과 먼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의 그가, 두뇌 훈련 과정을 꼼꼼하게 지켰을리 만무하다. 실제 명상은 도합 7회밖에 못했고, 니코틴 패치도 툭하면 붙이기를 잊어버렸고, 규칙적인 삶을 흉내내며 힘들어했다. 게다가 <스마터>의 마지막 챕터인 11장에서 밝히는 두뇌 훈련 결과 역시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뜨뜨미지근하다. IQ검사결과는 훈련 전에 비해 단 1점이 향상되었고 루모시티 점수와 듀얼 엔벡 능력은 대폭 향상된 반면, 채표 전개 검사에서는 정답률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유동지능을 나타내는 수치는 상승했다지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댄 헐리는 회색 중립지대에 서서  "더 똑똑해진 기분이다."라는 모호한 진술로 <스마터>를 마무리 짓는다.

속은 느낌. 과학전문기자답게 대중의 시선을 확 끌어다닐만한 주제를 뽑고, 자료를 수집하고 인터뷰하고 글을 버무리는 데 댄 헐리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 하지만, <스마터>의 도입부에서 제기했던 흥미로운 이슈들- 지능을 둘러싼 우생학 논쟁, 지능에 대한 문화생물학 통합적(biocultual synthesis) 설명 등-을 깊숙히 건드리는 데는 실패한 듯 하다. '모짜르트 이펙트'란 부제를 달고 불티나게 팔려나간 유아용 CD라든지, '기억력 제약회사'의 지능증진약품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유동지능이 높아질 수 있다'는데 한 표를 더한다는지에 대한 저자의 입장을 책을 덮고도 모르겠다. 내가 불량 독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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