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 43일간의 묵언으로 얻은 단순한 삶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오늘부터 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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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입 열어도 코 베어갈 엄한 세상에서 입을 닫겠다니, 도대체 무슨 배포? 무슨 이유?'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라는 책제목을 듣는 순간 궁금했다. '왜 묵언했을까?,' '어떻게 했을까,?' 즉 why와 how가 몹시 궁금했는데, 서문 첫줄에서부터 김빠지는 설명이 등장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묵언 수상집이라니 참으로 역설적이기도 하지만, 말을 하기 위해 말문을 닫았다.(5쪽)" 저자 편석환은 성대종양을 진단받았다. 목이 아프고 쉬고 갈라진 목소리가 나오는 증상의 질환이다. 성대종양 치료를 위해 피치 못해 43일간 말을 삼갔는데, 다행히 대학교 방학과  그 시기가 겹쳐서 교수직(한국복지대 광고홍보학과)을 수행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단다.

*

저자는 43일이나 말을 안 하고 살면서 얻은 '절언진여 (絶言眞如: 언어로 나타낼 수 없는 참된 세계 자체)'를 일반 대중과 나누고 싶어서, (묵언 기간의) "기분 좋았던 경험과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 활자로 남기고 싶(203쪽)"어서 이 책을 펴냈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 스스로는 "민낯의 내 모습이 한없이 부끄러울지라도.(203쪽)"이라는 문장으로 책을 끝맺고 있지만, 초보 독자로서 나는 저자가 민낯인지 페르소나를 입었는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 정도로 <나는 오늘부터 말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의외로 저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책을 꼼꼼히 다 읽고도 나는 아직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심지어 출판사 측 지은이 소개란에서는 저자를 '에바 캐시디를 좋아하고/ 존 바에즈를 좋아하고 .....(중략).... 햇볕 쬐는 걸 좋아하고 / 누워서 발가락을 까딱거리는 걸 좋아한다'고 소개하니 더욱 안개 속의 그대처럼 느껴진다). 마치 잠언록인양, 어느 시대 어느 사람들에게라도 약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려는 메신저의 의도가 다분히 보인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수학의 정석 참고서 같은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강하지만, 종종 발랄하고 가벼운 문장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

헐, 휴지가 없다.

묵언 중이니 누구를 부를 수도 없다.

막막하다.



나는 묵언 중이다." (24쪽) 



"불안해서 그런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묵언을 하는 의미가 엷어지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겠다." (102쪽)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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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 하지 않기로 했다>는 저자가 말을 아끼게 된 첫 날부터 묵언이 끝나는 43일째 날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구성되었다. 페이지 편집에서도 여백의 미가 폴폴 느껴진다. 글은 몇 줄 없다. 그러나 천천히 읽게 되기에 책장은 빨리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는 문장에서 1인칭 주어를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써, 보다 많은 독자에게 감정이입과 공감의 기회를 제공했다. 


"길거리를 나서면 사람들의 무표정함과 무서운 속도에 놀라곤 한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뛰고, 닫히는 문 속으로 가방과 몸을 던진다. 2분 뒤면 다른 지하철이 올 텐데.......그에게 2분은 그토록 절박한 시간일까? (59쪽)"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았을 "이건 아닌데"의 자기 부정과 소외감을 편석환은 공감가도록 풀어주었다. 물론 43일간의 기록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일관된 주장은, 말을 아끼니 "나 자신과의 대화가 깊어진다. (154쪽)"와 "묵언을 하기 전에는 나보다 남이 먼저 보였는데 이제는 남보다 내가 먼저 보인다(78쪽)."로 압축될 듯 하다. 즉, 말을 아낌으로써 자기 내면을 탐색하기. 자기를 바로 보면서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도 여유갖기가 43일간 경험으로 편석환이 전하고 싶었던 '절언진여 (絶言眞如)'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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