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적으로 말하자면 "소박"해진다. 삶의 목표가.
책 읽기에서도 예전만큼 목적과 방향성이 뚜렷한 전진이 없다. 손에 집히는대로, 주기가 짧아진 취향 따라 읽고 있다. "300번대" 계획적인 독서는 옛말이다. 서가를 거닐며, 진지한 반성과 계획을 세우던 날의 감정도 아련하다.
그렇게나 게을러졌는데도 이번 한 주에 4권 - 특히 그 중 3권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빙의], [ 밤이 오면 우리는]은 한 자리에서 책 펼치자 마자 끝까지 다 읽는 집중력으로-을 읽었다는 점은, 감히 106kg의 몸으로 나비처럼(?) 텀블링을 하는 전직 카포에라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 이틀밤을 잠 몰아내며 책 보던 시절도 있지 않았겠어? '자신을 너무 소박하게만 보지는 말자.'는 격려이자 각성!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1997년 출간 되어 5억 부 이상 팔렸다는 이 소설의 묘미는 영화 영상에 다 담기지 않았구나! 덜 자라고, 자신의 잠재력에 확신이 없는 미성숙한 영웅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모 부부에게 정서적 물리적 학대를 당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해리포터에게서 로알드 달이 창조한 "마틸다" 캐릭터도 겹쳐 보였다. 영국이라 그런가, 계층성에 대한 일상의 감각도 그러하고 뭔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빙의]
후각이 뛰어난, 미각이 남다른, 지능이 월등한...... 평균 이상 능력 지닌 사람들이 분명 있기에 나는 가끔 "예민한" 사람들을 그 관점에서 본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그 세계가. 신과 소통한거나 소위 영혼에게 몸을 빌려준다는 사람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꾸준히 읽고 보아왔는데 [빙의]는, 신의 몸주인 아버지를 둔 막내딸이 쓴 일기형 에세이이다. 제목과 상응하는 1부가 가장 흥미롭다. 저자의 나이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는데, 착하고 의리파인 아버지를 속이고 등쳐 먹어온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의 정서에 아직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다. [빙의]는 신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쩌면 사람에 대한 환멸을 토로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동시에 만약 내가 저자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었다면 비슷한 정서구조와 사명감(아버지의 세계를 글로 풀어냄) 가졌을지 모른다고 인정한다.
[밤이 오면 우리는]
홀딱 빠져 집중해 읽었다. 이로써 정보라 작가의 책 두 권째 읽는다. [저주 토끼]에 비해 덜 괴기스럽고 더 쉽게 공감 되며.주변에 추천해주어도 호불호 떠나 볼멘 소리 안 들을 소설이다. 넘 재미있었다. #흡혈귀 #AI #인간을 등쳐 먹는 인간 #21세기형 양육강식 강령 이 등장한다. 쓸 거리가 많아 리뷰는 따로 나중에!
[운동화를 신은 뇌] & [위험한 과잉의료]
최근 읽은 [위험한 과잉의료]와 나란히 연결해 리뷰 쓰겠다고 몇 번 생각만 하고는 실행하지 못했다. 같이 읽으면 더 또렷하게 각인될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제목이 말 다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