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어퍼컷튜브'님이 제작한 영상에 헌납한 시간을 책 읽는 데 썼다면? (죄송합니다. 질문에 불손한 의도는 없어요. 어퍼컷튜브님, 책덕후 제가 책을 포기하고 수백 시간 투자했을 만큼 고퀄 영상을 올려주셨으니 구독자로서 감사드립니다). 새벽에 몇 시간씩 스크린 앞에서 놀다가 잠들 때면, '이 시간에 책 읽었다면?' 매번 후회막급 질문이 따라온다. 

*

그리고 질문에 답해보자면, '못 해도 20권?'

왜냐하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보니 결과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연휴 이틀 동안 이동 거리는 짧았으나 차 안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 그 와중 무려 두 권 읽었으니까. (물론 핸드폰 동시충전해가며 중간중간 놀기도 했다.) 그래서 동기부여 겸 자화자찬 목적으로 이 포스팅을 올린다.


 [혼자여서 좋은 직업]은 9월 28일, 교통체증을 잊고 읽었다. 일본 작품을 찾아서 읽는 수준의 열독자는 아닌지라 권남희 번역가를 몰랐다. 하지만 이 책 표지는 진작 눈에 담아 두었다. 판매량이 상당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권남희는 국수 넘겨 먹듯 글이 술술 넘어가게 잘 쓰는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생활형 유머 감각이 남다르고 낙천적인 성품이 문장에 담겨있어서 독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감히 책 한 권으로 남의 삶을 단정짓는 무례를 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혼자여서 좋은 직업]을 읽어보니 권남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앙다물고 뭔가를 결심하지 않아도, 특유의 친화력과 인간적 매력 덕분에 삶의 고비에서 술술 일이 잘 풀리는 사람. 배울 점이다.




 

내게 창의성과 혁신성이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일부러 고른 책. [시선의 발견]! 그러고 보니, 나는 새내기기 때도 카피라이터나 광고기획자의 글을 일부러 찾아 읽었다. 그때도 아마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마치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듯, 내 부족분을 다른 이들의 충만한 경험과 지혜로 충당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이렇게 통통 튀는 노란 책을 찾아다니는 걸 보면, 그 보충은 잘 이뤄지지 않았나 보다. 

[시선의 발견]을 쓴 임영균은 '갓기획'의 대표로서 정부기관 및 기업체에서 기획 관련 강연을 부업(본업) 삼는 듯하다. 이 분의 강의는 안 들어봤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을 것 같다. "사례 맛집"이다! [시선의 발견]는 흥미로운 사례들을 좌르르 나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그중 '정주영 회장의 보리싹 기획'은 그 기발함과 대범성 면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워낙 유명한 일화라 다른 출처를 통해 익히 들어왔어도 또 놀랍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방한을 대비 UN군 묘소를 초록으로 단장하는 과정에, 전국의 조경업체가 모두 '엄동설한 잔디 깔기 불가'라고 했을 때 초록 보리를 공수해오다니! 



이번 연휴 기간에 [번역의 모험]도 읽고 있다. 1/3 지점을 넘어가고 있다. 예문을 풍성히 들어주어서, 번역학원을 다녀본 적 없는 이에게 특히 유용하다. [펜데믹 브레인]과 [나는 정상인가]도 줄 서 있다. 6일 연휴 기간에 과연 내가 스크린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몇 권이나 더 읽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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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3-09-30 0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죽어라고 해서 겨우 만들어내는 타입이다 보니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뭔가를 해나가는 사람이 부럽네요. 제 직업이 딱히 ‘혼자여서 좋은‘ 직업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다 보니 일을 그만두는 날까지 계속 혼자 일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함께 의논하고 결정할 partner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또 이렇게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얄라알라 2023-09-30 14:02   좋아요 1 | URL
‘혼자 일해서‘ 좋은 점 중에는 책덕후 Transient님의 책 수납에 대해 아무도 터치 하지 않는 점도 있을 듯 합니다^^
일도 하시고, 새벽 04시에 운동하러 일어나시고 그 부지런하심을 흉내도 못내겠어요^^

transient-guest 2023-10-01 00:29   좋아요 1 | URL
자유는 확실히 혼자 일하는만큼 누리고 있습니다 잠깐이지만 직원이 있었었는데요 은근히 눈치를 보게 되더라구요 뭘 해도 ㅎ

페크pek0501 2023-10-0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휴 기간 동안 책 한 줄 못 읽었어요. 일로 바빴죠. 병 나지 않게 조심할 뿐...
명절이 되면 싱글들이 부러워진다는...

얄라알라 2023-10-03 17:30   좋아요 1 | URL
저는 몇 권 들고 다녔는데 끝까지 읽지는 못했네요. 건강 잘 챙기시어요 페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