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관심이 컸던지라 간혹 읽었어도,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던 번역 관련 책들. 요즘은 이 책들이 피와 살이 되는 조언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김우열 번역가가 쓴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를 읽던 중, 우습고도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만났다. 다음과 같다.


한여름에 웬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며 귀찮게 굴어서 슬슬 짜증이 나던 차, 녀석이 모니터에 떡 하니 앉아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클릭했죠. 그런데 녀석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겁니다. 혼자서 '이상하네 저 놈이 왜 가만이 있는 거야' 하다가 몇 초가 지난 후에야 손으로 쫓지 않고 마우스 화살표로 쫓아내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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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차체가 자신의 손발의 연장(extension)으로 느껴진다고 했던 지인이 생각났다. 환상사지(phantom limbs)까진 아니지만, 파리 몰아내는 방법으로 얼마나 팬텀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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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023-09-04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리학에서는 extended recognition이라고 하죠. 연장/확장된 인지…. 의족 의수도 그렇고 자동차나 자전거나 배나 비행기도 그렇고. 작게는 연필이나 붓도 그렇고요.
이 책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묶어내서 한때 무료로 볼 수 있기도 했고 번역 공부 시작할 때 스터디한 거라 무지 반갑습니다. ㅎㅎ 거기다 김우열 선생님이 비건이셔서 저도 처음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반갑네요.

얄라알라 2023-09-05 00:06   좋아요 1 | URL
persona님, 반가우세요. 제가 많이 게을렀는지
persona님 들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채식의 유혹] 번역하신 이유가, 김우열 번역가님 본인이 채식하셔서인가요?^^

persona님 번역 공부 본격하실 때, 어떤 책 도움 받으셨는지 혹 여쭈어봐도 될까요? 저도 지금 마구마구 담아 3권 찾았어요^^

얄라알라 2023-09-05 00:09   좋아요 1 | URL
˝extended recognition˝^^

요 단어를 썼으면 뜻 전달이 더 빠를 뻔 했어요^^ 감사합니다

2023-09-05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5 1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sona 2023-09-05 12:53   좋아요 1 | URL
응원드립니다!^^

yamoo 2023-09-07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피소드가 재밌네요..ㅋㅋ

그러나 저러나 <나도 번역한번 해볼까>라는 책도 있네여. 저런 생각을 갖고 번역에 뛰어드니 불량번역이 양산되는 듯합니다. 번역은 일종의 창작입니다. 우리나라는 창작으로 대접해 주지 않으니 불량 번역이 판을 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얄라알라 2023-09-08 00:17   좋아요 1 | URL
yamoo님께서는 누구보다 창작의 고통(?)과 환희를 잘 아실 터인지라 더욱 신뢰가 갑니다. 지금 ˝번역˝관련한 책만 5권이 집에 들어왔습니다. 어렵고 지난한 과정인 듯 해요. 글 다루기를 진정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섵불리 손대기 어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