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관심이 컸던지라 간혹 읽었어도,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던 번역 관련 책들. 요즘은 이 책들이 피와 살이 되는 조언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김우열 번역가가 쓴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를 읽던 중, 우습고도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만났다. 다음과 같다.
한여름에 웬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며 귀찮게 굴어서 슬슬 짜증이 나던 차, 녀석이 모니터에 떡 하니 앉아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클릭했죠. 그런데 녀석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겁니다. 혼자서 '이상하네 저 놈이 왜 가만이 있는 거야' 하다가 몇 초가 지난 후에야 손으로 쫓지 않고 마우스 화살표로 쫓아내려고 했다는 걸 깨달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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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데, 운전을 하다보면 차체가 자신의 손발의 연장(extension)으로 느껴진다고 했던 지인이 생각났다. 환상사지(phantom limbs)까진 아니지만, 파리 몰아내는 방법으로 얼마나 팬텀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