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걱정하는 일반 시민의 대화를 가까이에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오가던 이야기의 80%는 잡아두려 애써도 귀 밖으로 새어 나갔다. "저출산이 진짜 심각해. 빨리 해결해야 나라가 산다" 식 주장은, 질리도록 들어온 데다가 공허했기 때문이다. 마치, 언젠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쪽에서 보았던 "아이 울음 소리 들리는 대한민국 만들기" 홍보 포스터처럼 말이다.

*

"우리 옆집은 애가 안 생긴대요."

"아들 내외가 애를 안 낳겠다니, 우리 집부터 저출산이야."

"학원비가 월 몇백씩 나가는 데 어떻게 애를 낳나요?"

* *

슬슬 뻔한 대화가 지겨워질 즈음, 누군가가 '금쪽이'를 화두에 올렸다. 늘어져 있던 귀가 갑자기 쫑긋해졌다. 예능 프로그램 전혀 안 보는 나조차도 알만큼 인기 많은 '금쪽이' 왜 갑자기 저출산 연관어로 튀어나온 거지? 궁금했다. '금쪽이'를 비판하던 분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서 '금쪽이,' 소위 자녀계의 문제아이를 출연시켜서 "전투 육아" 9단용 고난이도 육아의 고단함을 과장한다.

  • 젊은 세대는 ('금쪽이'같은 자녀의) 양육에 대한 공포감을 느낀다.

  • 자녀 낳고 기르기를 차라리 포기한다.

이런 주장이었다. 아울러 그는 해법도 내놓았다.

  • 양육 경험 스펙트럼의 부정적 극단에 있는 '금쪽이들'대신, '키우기 쉽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출연을 늘려야 한다. 육아의 행복과 보람을 강조하는 콘텐츠에 젊은 세대를 많이 노출시키자.

  • 그래야 젊은세대가 '애 키워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육아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 궁극적으로는 자녀 출산으로 이어진다.


육아의 행복, 과장 보태자면 육아를 통해 '자아실현'하는 긍정 부모상을 보여줌으로써, 출산과 육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조금 억지스럽게도 들렸지만, 흥미로웠다.

그런들, 이런들......'금쪽이들'을 출연시키든, '금쪽이들'의 노출을 자제하든,

큰 틀에서의 구조적 흐름이 안 바뀌고 있는데, 생존 문제가 여전히 치열한데 저출산 경향성이 어찌 급반전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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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06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의 혁명에 가까운 대대적인
사회 개혁을 수반하지않는 이상,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흐
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
합니다.

20년 전에, 저출산 문제가 앞으
로 심각해질 거라는 어느 산부
인과 의사님의 진단을 듣고 무
신 소릴~ 이랬던 적이 있었는데
현실이 되어 버렸네요.

교육개혁, 부동산개혁, 취업 등
이 연계되어 있다는 걸 위정자
들이 모르지 않을 텐데, 허구헌
날 소모성 저출산 대책만 양산해
내는 모습이 고저 안타깝습니다.

2023-07-06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망고 2023-07-06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육아의 행복, 사랑스러운 아이 키우기의 육아예능은 이미 있지 않나요? 근데 그런 프로그램은 또 부모들 박탈감 느끼게 한다고 내가 저정도 수준으로 내아이에게 못 해주는데 애를 어떻게 낳으란 말이냐고 등등의 소리를 많이 하던데요ㅋㅋㅋ누구는 또 나혼자산다같은 프로그램이 저출산 원인이라고 하질않나...참 재밌어요

얄라알라 2023-07-06 17:26   좋아요 2 | URL
오, 망고님, 감사드립니다!!

올려주신 이야기 다 재미있어요.^^ (저는 몰랐던...슈퍼맨이 간다?인가 요 프로그램만 들어본..)

‘나혼자 산다‘ 프로그램에 그런 비판도 있군요.

갑자기 코에 걸면, 귀에 걸면이 생각났어요^^

보는 관점의 문제일수도 있겠네요.

금쪽이 유형이 많아진건지,(마치 중국 소황제처럼)
아님 언론에서 과장된 건지 모르겠지만
금쪽이가 육아에 대한 부모의 책임과 개념을 바꿔놓는 것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