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돈이 되지 않는 질문들은 한동안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최근 읽은 엘리자베스 문(Elizabeth Moon)의 [잔류인구]와 필립 K. 딕 (Phillp K. Dick)의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가 이 질문을 내 일상에 소환했다. (길 걷다가고 생각하고, 책 검색하며 또 생각하고....) 전자는 인류와 외계 행성의 존재를, 후자는 인류와 안드로이드를 짝패처럼 등장시켜서 '인간다움'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유도한다. 질문은 질문을 낳는데 답을 찾으려면, 더 많은 참고자료가 필요해 보인다. [파리대왕]을 다시 읽는 이유이다.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 [파리 대왕]은 고2 때 시사 YBM 버전으로 처음 만났고 , 민음사 버전으로는 20대 초반에 읽었다. 이번에도 [민음사] 번역본을 읽으며, 이전 두 번 모두 내가 작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공포 혹은 불쾌감만 강하게 품고 책을 덮었음을 깨알았다. 그 덕분이라 해야할까? [파리 대왕]을 마치 처음 만난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여전히 공포와 불쾌감이 주로 올라온다. 중간 중간 쉬어주어야 책장을 계속 넘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