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Gen Z]?

사회과학서 제목이라기보다는, 백화점 입점 힙한 신생 브랜드 이름처럼 들립니다. 부제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The Art of Living in a Digital Age"를 확인하자마자, 궁금증과 당장 읽어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쳤어요. 사실, 도서관 300번대 서가 어슬렁거릴 때마다 "요즘 애들," "MZ," "(포스트) 밀레니얼," "청년" 을 제목에 담은 책들이 즐비하길래, 언젠가는 세대론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었거든요. 게다가 평소 제가 관심을 두어 온 사회학, 언어학, 역사학, 인류학 전문가들이 협업한 결과물이라니 그 방법론과 분석 방향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Gen Z]는 미국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봄날 햇살을 즐기며 '요즘 애들'을 이야기하던 4명((언어학자 세라 오길비 Sarah Ogilvie, 인류학자 로버타 카츠 Roberta Katz, 역사학자 제인 쇼 Jane Shaw, 그리고 사회학자 린다 우드헤드 Linda Woodhead)의 오케이 부머(OK boomer)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각 전공 분야의 이론과 방법론을 활용해 "요즘 애들"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해석하고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합니다. 재정적 지원처를 확보한 후 이들 4인은, 대학교수로서 동원 가능한 연망과 지도학생들의 도움에 힘입어 3년간 차곡차곡 자료를 모았습니다. 일반인도 이해할 쉬운 언어로 그 연구 결과를 풀어낸 책이 바로 [Gen Z]이고요. 




[Gen Z]는 '세대론'이라는 주제와 방법론 면에서 태생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데, 공저자 4인은 영리하게도 도입부에서 그 약점을 공개하고 인정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먼저 표본의 한계로 인한 과대 일반화 가능성입니다. 이 연구는 2017년부터 3년간 120개 포커스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자료, 무려 7000만 영어 어휘를 분석한 'I 세대 말뭉치' 그리고 문헌 자료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모두 미국의 두 대학(캘리포니아 소재의 칼리지와 스탠포드 대학)과 영국의 랭커스터 대학교 재학생인데, 저자들이 직접 인터뷰하지 않고 Z세대인 연구조교들에게 대리 수행시켰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Z 세대 특유의 존재와 상호작용 방식, 정체성 지표, 지향과 세계관, 문제의식 등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표본의 한계로 인해서 특수한 소수 집단의 특성을 파악했다는 정도로 의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저자들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이 책은 표본의 한계로 인해 전 세계 포스트 밀레니얼에 관한 확정적 연구서는 되지 못한다. 그래도 미국과 영국의 Z세대를 포착하는 데는 유용한 책이기를 바란다. 다른 문화권과 사회에서 Z세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이 영감을 준다면 기쁠 것 같다.

[Gen Z] 들어가며: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中


_____

따라서, [Gen Z]를 생산적으로 읽으려면 자료의 대표성을 문제 삼거나 해석의 허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연구의 시사점을 현재 관심 두고 있는 집단 및 사회에 생전적으로 적용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제 경우엔, 공저자 4인이 소위 포스트 밀레니얼이라 불리는 "Z세대"의 가치관(가족과 친족, 친밀관계, 상위 공동체, 정치의식 등), 관심 화두나 정신 건강상태 등 비물질적 변화를 '언어-I세대 말뭉치'를 통해 포착하려는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I 세대 말뭉치' Z세대의 교차적 정체성에서 '국가나 민족,' '종교,' '계층'등의 지표가 덜 중시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법적으로 구속되는 가족이나 친족 관계를 넘어, 온라인 오프라인 상 유사가족 관계를 구축하는 Z세대에게는 'fam' 'crew' 'tribe' 등의 어휘가 일상에서 많이 활용된다는 것도 확인해 줍니다. 또한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경직된 위계질서를 환멸 하는 Z세대는 유독 "I"주어의 문구,  'I think,' 'I have,' 'I don't' 등을 유독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Z세대는,

  1. Born Digital: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산다. 그에 따라 소통방식, 상호작용 방식도 조율한다.
  2. 자기 중심성과는 변별되는 "자기 의존적 지향성"을 보이며 (의외로) 타인을 돌본다.
  3. 디지털 세대는 조립식 정체성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한다.
  4. 공동체 밖 타인을 포용하고 다원주의를 추구한다.
  5.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진정성을 중시하며, 이를 변별할 수 있다.
  6. 협력(콜라보)를 중시하며, 위계가 아닌 합의된 권위를 지향한다. 전문가 우대는 옛말이다.
  7. 암울한 현실에 환멸하고 현 세대의 과제가 버겁다고는 느끼며,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8. 그렇다고 안주나 포기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대비해 집합적으로 투쟁하고자 한다.

다소 이상화된 특성으로 보이지는 않나요? 아무래도 실제 Z세대의 일상에서 밀착 관찰한 연구가 아니라, 자기보고식 설문조사와 대면 인터뷰로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이상화된 답변들이 모이지 않았을까도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Z세대라는 추상의, 경계가 흐린 집합체를 'Z' 에 속하지 않는 세대와 변별하는 목적을 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보다는 인류가 처해 있는 큰 어려움과 변화에 협력하여 서로 배우고 같이 나아가자는 데 [Gen Z]의 핵심 메시지가 있습니다.

여기, 서문의 유효한 문장이 있어 옮겨보겠습니다.

우리 연구와 이 책의 목표는 Z세대를 병리학적으로 해부하거나 이상적으로 포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들의 방식대로 Z세대를 이해하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물려받은 세대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 우리는 한배를 탔다. 우리에게는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배울 귀중한 점들이 있다. [Gen Z] 13쪽



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썼습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23-01-3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Z세대ㅎ 유튜브에서 SNL MZ오피스 보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ㅎㅎ

Z세대의 특징을 보며 인간 혹은 젊은 세대의 보편적 특징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ㅎㅎ

얄라알라 2023-02-01 01:54   좋아요 1 | URL
그 연기 잘 하시는 주현영이 메인인 프로그램 말씀하시는 거죠?
ㅎㅎ저도 봤어요. 넘 재밌었어요^^ 다들 연기도 넘 잘하시고

오늘도 직거래장터에 가면 MZ세대 참 많이 볼 수 있다. 기성세대(?)와 다른 면이 있다...라고 얘기해주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GEN Z] 생각이 났어요

고양이라디오 2023-02-01 10:33   좋아요 0 | URL
다들 주현영씨가 연기 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넘 재밌어요ㅎ

요즘 MZ세대는 어떤가 궁금하네요ㅎ 뉴스로만 들은 거 같아요ㅎㅎ

2023-02-01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02-07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급해 주신 대로 백화점에
이제 막 입점한 신생 브랜드
처럼 들리네요 ^^

본 디지털, 정말 공감하는
바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렇
게 너튜브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디지털에 대한 거부
감이 기성세대와는 남다르
다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