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설 연휴 기간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올 때면 "노래하는 사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곤 했는데 보존처리 기간인지라 제 모습을 보진 못했습니다. 어렸을 땐 이 작품의 금속성을 낯설게 느꼈고 거대함에 압도되었는데, 차디찬 금속성에 과노출된 도시민의 삶을 살다 보니 "노래하는 사람"이 되레 따뜻하게 느껴지더군요.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준 고마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미술도서관은 공간개선 공사 중인지라 2월 13일에 재개장한다더군요. 몰랐습니다. 설 연휴 기간에, 미술관 입장 무료 이벤트도 몰랐습니다. 덕분에 "백남준 효과 Paik Nam June Effect" 관람도 무료로 했습니다. 제 1, 2 전시장에서만 5000보 동선이 나올만큼, "백남준 효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백남준 효과"는 백남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했던 전시 위주로 1990년대 한국 미술의 상황을 살펴보는 전시입니. 안내 팸플릿의 문구를 좀 옮겨볼게요.

이 전시는 백남준의 작업들과 1990년대 활발히 활동하였던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병치하며 새로운 시대의 다음 장을 준비하였던 이들의 복잡다단한 고민의 역사를 소환한다. 그럼으로써 근대적 희망과 세기말적 불안이 함께 타올랐던 1990년대 한국적인 상황을 30년이 지난 현재로 호출하여 동시대의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것이다.


흥미로운 많은 전시작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남은 작품은 바로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

이 작품을 보자마자, '예전에도 사진 보정술이 이렇게 발달했나?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남녀 커플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얼굴형이 모두 갸름하고 (앉은)키도 비슷비슷했거든요. "남녀이형성"이 아니라 "동형성"이라 할까요? 



그런데, 가족 사진 등장 인물들 위로 백남준 작가가 써놓은 흰글씨를  보니 제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백남준 일가친척 중 여성만 10명 모여 찍은 기념 사진입니다. 따라서 . 커플로 보였던 이들 5명 모두 남장여자입니다! 2023년에도, 이런 연출하기 어려운데 그 옛날 백남준의 어머니가 이 사진 연출을 진두지휘하셨다는군요. 그 대범함과 유쾌함이라니!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벌어지게 미소가 올라오더군요. 아! 비범한 자녀 위에 비범하신 어머니! 비범한 백남준, 그 위에 비범하신 어머니! 이 가족사진을 찍으신 후 백남준 가족들이 '남사스러워서' 한동안 외출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통쾌유쾌하지 않습니까?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나들이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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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1-25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과천 미술관 가고싶은 글이에요. 얼마전에 백남준 책 읽었는데 저 전시도 보고싶네요. 당시로서는 저런 사진 연출은 진짜 파격이었을텐데말이죠.

얄라알라 2023-01-25 08:49   좋아요 1 | URL
네네, 파격이었겠죠?ㅎ^^ 옷을 빌려주었을(?) 친척 남성분들도 있었다면
가족이 통으로 다 멋진 거죠.
바람돌이님 읽으신 백남준 책이 뭔지 서재 놀러가서 뒤져봐야겠습니다!
저도 전시회 다녀오니 좀 더 알고 싶어졌어요 ~

레삭매냐 2023-01-26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천 미술관에는 십여년 전에
가보고 못가보고 있네요.

나름 집에서 가차운데 말이죠
ㅋㅋㅋ

하늘이 참 시원합니다.

얄라알라 2023-01-26 22:24   좋아요 0 | URL
니키 드 생팔의 작품이 야외에 있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야외 전시품들은 종종 바뀌나도 싶었어요^^ 아님 제 눈에 새롭게 들어왔거나.

추울수록 하늘은 예쁜 하늘색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