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을은 조지 오웰, 에릭 아서 블레어에 입덕 시즌으로 기억될 예정. 대표작 [동물 농장]과 [1984]만으로는 부족해서, 그래픽노블 평전 [조지오웰]과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을 다시 읽다](김욱동, 2012)까지 읽었다. 영문학자 김욱동의 얇은 설명서는 조지 오웰 입덕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작가와 작품을 쉽게 풀어줄 뿐 아니라, 여러 출판사의 번역판 문장들을 대차비교 해준다. 예를 들어, "매너(혹은 메이너) 농장"으로 통했던 the Manor Farm" 의 제대로 된 번역은 "장원 莊園 농장"임을 명확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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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동은 또한, [동물 농장]을 정치풍자 우화가 아닌 생태주의적 관점의 "녹색 소설"(106쪽)로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발전주의의 상징, 풍차. 다른 종의 생존과 번식 과정에 개입하여 (우유와 계란을) 슬쩍 슬쩍 취하기만 하는 인간, 소비만 할 뿐 내어놓을 줄 모르는 인간중심주의를 반성하며 읽어보라는 권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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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설" 얘기가 나왔으니, 작품 구상 계기를 언급해야 겠다.
1889년 어느 날,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을 껴안고 울었던 게 과연 정신착란 때문이었을까? 김욱동은, 니체가 마부의 가혹한 채찍질에 당하는 말을 가여워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조지 오웰 역시 학대당하는 동물을 가엽게 생각했다. "저런 짐승들이 자신의 힘을 깨닫게만 된다면 우리(인간)은 그들을 통제할 힘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유산자가 노동자 계급을 착취하는 것과 똑같이 인간이 동물을 착취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에 스쳤다." 이것이 [동물 농장] 구상 계기였다. 하지만, 구상 후 6년이 지나서야, 조지 오웰에게는 집필에 몰두할 여유가 생겼다. 1943년 11월부터 44년 2월까지 넉 달 집중적으로 썼다고 한다. 탈고 이후, 조지 오웰은 출판사를 찾느라 고생 했는데 심지어 고국에서조차 책 내기가 어려웠다(영국 정보부의 압력으로...). [동물 농장]은 1945년 8월 17일에서야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