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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추천 받으며 장바구니에 담아놨어도, 직접 읽고 나서야 먼저 읽은 분들의 추천이 절실하게 와닿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일곱 해의 마지막] 읽을 때도 그랬습니다. 알라딘 서재에서 플친님들의 리뷰를 여러 편 읽어왔으나 저는 소설의 주인공 '기행'이 백석 시인의 본명인 것도 기억하지 못했었더군요. 김연수 작가가 이 소설로 2020년에 문학상과 유명세를 탔다는 정도만 기억했고요. 김연수 작가를 게스트로 모시려면 상당한 강연비가 필요하다고 친구가 알려줬거든요, 정작 저는 김연수 작가의 문학세계는 커녕 연배도, 성별도 몰랐어요. 현실에서 백석이 험난한 삼수의 협동조합으로 떠나려던 즈음의 나이에 김연수 작가도 백석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 군요. 평생 언어를 지켜온 시인 백석의 삶이 하강 스파이럴을 타는 암울한 시기, 김연수는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으면서, 작가 자신이 인생의 침잠기를 지나며 문학을 고민했던 경험을 투영해서 김연수 작가가 '동갑내기' 백석에게 얼마나 뜨겁고 찬사와 훈훈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재 친구분께서 [일곱 해의 마지막] 읽으며 생경한 단어들의 갑툭튀를 경험하셨다는 리뷰를 남기셨죠. [일곱 해의 마지막]에는 발음해 본 적도 없던 아름다운 시어들과 이미지들이 등장합니다. 쓰고 태우고 쓰고 태우고 하면서도 항상 가슴에 뜨거운 언어를 품고 살았던 백석과 김연수. 비록 동갑내기는 아니지만, 저도 그 분들께 질책도 응원도 받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