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노란색 색연필과 메모용 0.3mm 볼펜 없이는 책 읽어도 마치, 샴푸 후 안 헹궈낸 느낌. 여백에 빼곡히 메모하며 매 챕터마다 큰 틀에서 내용을 정리했다. 그토록 초집중한 덕분이지 수년이 지나도 기억 속에서 "콱" 박혀 있는 그 시절의 리딩.


요즘엔 주로, 랩탑 켜 놓고 바로바로 메모 해가며 읽는데 이거 안 좋다. 아주 안 좋다....책 내용 정리한답시고 자판 두드리다가 "3초의 산만함"이 손가락을 틀어서 '오늘의 코로나 확진자 지도'를 검색해보지 않나, 갑자기 '생수 12개' 주문하기까지 한다...아무튼 랩탑과 정독은 같이 가기 어렵다는 걸, 경험으로 뻔히 아는데도 늘 같이 묶어보려는 어리석은 유혹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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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주 흥미로운 강의계획서를 만났다. 

사회과학 분야 대학 교양 강의인데,  대범하게도 한 주를 오롯이 "How to Learn or not" 논의에 배치했다. 

그 주차 읽을 거리를 보니, 이거이거, 한 마디로 적어도 회의실이나 대학강의실에서 랩탑과 PPT Presentation을 자제하는 게 좋을 껄? 이런 충고 아닌가. 


한국의 "삼성"과 "AMAZON" 두 기업 문화를 다 경험해본 젊은이가, AMAZON에서는 PPT를 쓰지 않고 완결형 문장의 글로 프리젠테이션한다는 점을 굉장히 신선하게 느끼는 듯 했다. 이유를 알 법했다. PPT의 현란한 이미지 공세는 내용의 빈약을 감추거나 메우기 때문에 화자 스스로 빈약함을 자각하기 어렵게 한다. 


랩탑과 독서는 "적어도 나에겐" 같이 가기 어렵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를 한 명 찾아서, 반가웠다. 


1. Bruni, Frank. 2018. “How to Get the Most Out of College.” The New York Times, Aug. 17.


2. Doubek, James. 2016. “Attention, Students: Put Your Laptops Away.” National Public Radio, Apr. 17.


3. Dynarski, Susan. 2017. “Laptops Are Great. But Not During a Lecture or a Meeting.” The New York Times,


4. Herbert, Bob. 2011. “College the Easy Way.” The New York Times, March 4.


5. Robin, Corey. 2016. “Degrees of Austerity.” Jacobin, June 4.


6. Thompson, Clive. 2003. “PowerPoint Makes You Dumb.” The New York Times, Dec. 14


7. Ralph, Paul. 2017. “Universities should ban PowerPoint. It makes students stupid and professors bo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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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7-22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보니 갑자기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드네요. 학교 다닐 땐 공부가 참 재미없었는데 말이죠...
이젠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전과목 공부는 지금도 싫어요.

2020-07-22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2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3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24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0-07-23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공감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