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세상에 나온 이후 전 세계 너무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어린 왕자 Little Prince." 그 숱한 이들이 공유할지라도 왠지 내게만 특별한, 하나뿐인 그 이름, 어린 왕자. "어린왕자"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겼건, 미술 작품의 소재 삼었건 어린왕자는 도도할 만큼 원형의 모습을 간직합니다. 적어도 어떤 이에게는.
압구정 K현대미술관에서, 야심 차게 미디어아트를 통로 삼아 "어린왕자"에게 다가가는 길을 열었다고 하네요. 이미 많은 관람객들이 인스타그램에 화려하고 예쁜 사진들을 올렸기에, 가보기 전부터 머릿속에 그림은 그려집니다. 어떤 분위기의 전시일지. 초대권 2장에 더해, 네이버로 1장 더 예매하여 방문했습니다. 20% 할인 혜택을 받았습니다.
입장은 폐장 1시간 전인 오후 6시까지 가능합니다. 건물 1층, 엘레베이터에 이르는 짧은 동선에서도 "나의 어린 왕자에게" 전시회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5층 버튼을 누릅니다. 5층에서 시작해서, 4층에서 관람이 끝나는 구조라고 합니다.
5층 전시에 소개된 미디어 아트 작품들은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팸플렛에 써 있네요. 프랑스 출신 케빈 브레이(Kevin Bray), 마찬가지로 프랑스 Pierre Pauze, 중국 Yuehao Jiang, 한국 한상임, 정운식, 구지은, 콜롬비아 Carlos Gomez, 영국 AJ Lass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실, "인생샷 건져왔어요," "인생샷 찍으로 고~!" 식 블로그 리뷰를 이미 읽은지라 짐작은 했지만, 전시회장 들어서자마자 의자며 전시장 바닥에 십수벌 굴러다니는 패당과 코트에 깜짝 놀랐습니다. '관람객들이 벗어 놓은 것일까. 아니면 이 자체가 설치미술일까?'하는 어리석은 궁금증이 3~4분은 계속 피어오를만큼 벗어놓은 잠바들은 마치 허물벗은 뱀껍질같이 놓여 있었지요. 이내, 궁금증은 "외투를 치워주세요. 바닥에 두시면 안 됩니다!"라고 고음으로 안내하는 "K현대미술관"측 직원 덕분에 해소되었지만요. 그렇다면 왜 관람객들은 죄다 외투를 바닥 혹은 의자 위에 놓아두고 가뿐한 몸으로 관람을 하는가?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그것입니다. 사진! 인생샷!
저 역시,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사진은 찍고 가야지'의 마음으로 담느라 바빴습니다. 작품 설명은 읽는다고 빼놓지 않고 열심히 읽었는데, 아무래도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언어가 어려워서 기억에는 남지 않네요. "Shadow of Chandelier"의 작품 설명은 아래 사진에 맡기겠습니다.
5층 작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풍선껌 오브제를 선택한 구지은의 작품입니다. 씹고 버린 볼품없이 제각각인 분홍색 풍선껌을 모아 샹들리에를 만들었더니 멀리서 보면 꽤 화려합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씹다버린 껌들의 집합인데 말이죠. 작가는 이를 '과대자기(Grandiose Self)'라는 정신분석용어로 설명합니다. 보톡스, 필러로 부풀어 팽팽한 뺨처럼 부푸는 과시적 자기애 말입니다.
"나의 어린 왕자에게" 전시에 왔다면, 이 스팟에서는 꼭 사진을 찍어가나 봅니다. 기다리다가 다른 이들이 계속 사진 찍으러 교대해 "어린왕자" 옆을 채우기에 저는 정작 사진 못찍고 지나쳤습니다. 정운식 작가 작품이었습니다.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금속판을 겹겹 쌓아 입체적으로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어린왕자, 여우, 선인장 등을 만들어 세웠습니다.
마찬가지로, 꼭 사진 찍고 지나가야 하는 4대 Spot(4군데에서 사진 다 찍어 인스타에 올리면 goods받아가는 이벤트 진행중인지라, 다들 여기서 찍으시네요) 중 하나로, Yaloo의 네온 존(neon zone)도 놓칠 수 없겠네요.
Moon Room도 인기였어요. 계속 기다려도 차례가 쉽게 안 나서, 다른 관람객 실루엣이 등장하지 않도록 Rose Room과 반씩 걸쳐서 한 장 찍었습니다. 이런 느낌입니다.
윤여준은 백남준처럼 브라운관을 이용해서 "어린왕자"의 보아뱀 이미지를 펼쳐보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Simpson도 나오고, 프랑스 친구 Baba Papa네 가족과, Tin tin(땡땡? 팅팅?틴틴?), 플레이보이 모델이 보아뱀 모자 속에서 나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