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구판절판


공자께서 노나라의 태사에게 음악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음악은 배워둘 만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여러 소리가 합하여지고, 이어서 소리가 풀려 나오면서 조화를 이루며 음이 분명해지면서 끊임이 없이 이어져 한 곡이 완성되는 것이다."-54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아진다."-60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모를 섬길 때에는 잘못하시는 점이 있더라도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야 하고, 그 말을 따르지 않을 뜻을 보이더라도, 더욱 공경하여 부모의 뜻을 어겨서는 안 되며, 아무리 힘들더라도 부모를 원망해서는 안 된다."-62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는데, 이는 행동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63쪽

자유가 말하였다. "임금을 섬김에 번거롭게 자주 간언을 하면 곧 치욕을 당하게 되고, 친구에게 번거롭게 자주 충고를 하면 곧 소원해지게 된다."-63~64쪽

공자께서 자산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군자의 도 네 가지를 갖추고 있었다. 처신에 공손하고, 윗사람을 섬김에는 공경스러우며, 백성을 먹여 살림에는 은혜롭고, 백성을 부릴 때는 의리에 맞게 하였다." -70쪽

공자께서 진나라에 계실 때 말씀하셨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내 고향의 젊은이들은 뜻은 크지만 일에는 미숙하고, 훌륭하게 기본은 갖추었지만 그것을 재량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73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백이와 숙제는 남의 옛 잘못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이 때문에 이들을 원망하는 사람도 드물었다.
-73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듣기 좋게 말을 꾸며 내고 보기 좋게 얼굴빛을 꾸미며 지나치게 공손한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도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 원한을 감추고 그 사람과 벗하는 것을 좌구명이 부끄럽게 여겼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이를 부끄럽게 여긴다."-73~74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 글렀구나! 나는 아직 자기의 허물을 보고서 마음속으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74~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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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3
정태헌 지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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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이 없는 책은 시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나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라도 독자의 기억에 남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면 곧 그 책은 잊혀지고 독자들은 그 책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다.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이 이 '인상'을 잊고 있다. "이 책!"하면 떠오르는 그 '인상'이 없는 책이 허다하다. 미안하지만,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경제사』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물론 그 까닭은 내가 저자의 노력에 비해 부주의하고 성심없이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라는 소개를 붙일 정도면 조금 더 쉽게 썼어야 했다. 모르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 자연스럽게 건성건성 읽게 된다. 문장도 쉼표가 마침표와 헷갈릴 정도로 많아서 읽는 데 부담을 줬다. 경제도서의 어쩔 수 없는 문제지만, 여전히 그것이 아쉽다.

 

 그러나, 『문답으로 읽는(난 이 제목을 보고 Q,A 형식으로 진행될 줄 알았다. 근데 문답이 없다!) 20세기 한국경제사』가 나에게 준 어렴풋한 인상을 꼽으라면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과 후반부다. 솔직히, 2부 일제강점기 부분은 장제에 걸맞지 않게 지루했다. 하지만 3부(특히 18부)부터는 우리나라 현대사와 함께 어우러져서 더욱 흥미로웠다. 또한, 한국경제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칭찬해주고 싶다. 그 흐름은 항상 가난하고 착취당하기만 하던 우리 민족이 비록 외세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개성공단을 바탕으로 북한과 경제적 교류를 함으로써 통일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인상, 이 흐름은 조금 오래갈 것 같다. 비운의 책이다. 나머지는 다 잊혀지니까. 다음부터는 좀 더 쉽게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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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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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제목부터 나의 흥미를 끌었다. 제로, 즉 0의 초점은 무엇일까? 0이라는 타원형 모양의 숫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초점이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제로 안에서 찾았다. 0의 중점이 바로 제로의 초점인 것이다. 무한하게 파고들어가는 그 중점이야말로 '제로의 초점', 그리고 그것은 이 소설의 주제와 정확히 들어맞았다.

 

 『제로의 초점』은 26살의 처녀 데이코가 우하라 겐이치라는 어떤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광고회사 호쿠리쿠의 지점장인 겐이치는 그녀보다 무려 10살이나 많다. 게다가 그 남자는 북국에서 왔고, 둘이 진정 사랑해서 결혼한 것도 아니기에, 데이코나 겐이치나 서로가 낯설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겐이치는 출장을 가야 한다면서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데이코는 뒤늦게 그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남편이 남긴 몇 개의 흔적만을 찾아서.

 

 이상하게도, 그녀와 함께 수사를 돕는 이들이 하나하나씩 죽어갔다. 하지만 데이코는 자신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그들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확인하고 자살이라면 왜 자살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타살이라면 누가 그를 어떤 이유로 죽였는지, 집요하게 추적한다. 마치 매그레 반장을 보는 듯 하다. 데이코는 형사도 아니고, 남편을 그리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이리 그렇게 깊이 파고들었을까? 그것은 진실을 알고 싶다는 그녀의 '집념' 때문이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도 그녀는 범인을 체포할 수 없었다. 그녀의 의심과 추측이 자유분방하게 퍼져나가, 마침내 진실에 이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저자 마쓰모토 세이초는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그는 추리소설은 그 흥미와 트릭이 중요한 만큼, 현실성과 사회적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소설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여 혼란에 빠진 한편 점차 그 위기를 극복해가려고 노력하는 1950년대 일본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옛날 노래들과 시들이 때때로 흘러나올 때, 우린 그 노래와 시가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즐기면 된다. 그 노래의 가사가 상당히 애처롭기 때문에. 데이코의 심리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구절이기 떄문에.

 

 아마 현대 스릴러와 같은 서스펜스를 기대하는 사람이라면 『제로의 초점』이라는 추리소설을 읽고 실망할 것이다. "이게 추리소설 맞아?"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스릴러는 흥미롭지만,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흥미롭고 놀라우면서도 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것이 내가 이 소설에 대해 찬사를 던지는 까닭이다. 역시, 추리소설의 고전, 아니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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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발라 - 핀란드의 신화적 영웅들
엘리아스 뢴로트 엮음, 서미석 옮김 / 물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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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국내에 소개되고, 출간된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 있는 작품들이 있다. 유명한 작가의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그것이며, 외국에서는 거의 전설이 되다시피 한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칼레발라』는 후자에 속한 책이다. 핀란드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퍼져 영국의 톨킨에게까지 영감을 준 시의 모음이 『칼레발라』이다. 이 시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노래와 전설을 연상케 한다. (책으로)『반지의 제왕』을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이 소개되지 않은 걸작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림의 색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점말고는 딱히 흠잡을 데는 없다. 오랫동안 억눌려 온 핀란드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준 민족 서사시인 『칼레발라』는, 그 양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우수함과 구조의 체계화, 그리고 노래와 시로서의 운율감 때문에 민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오랫동안, 북유럽 신화와 더불어 그들을 위로해 준 문학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칼레발라』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그들이 만들어낸 문학이고, 그들을 위한 문학이니까. 핀란드식 표기법을 하지 않고 외래어식 표기법으로, 국내의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더라도 『칼레발라』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이다. 이 서사시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할 수 없다. 파동을 일으킬 수도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억눌려 온 핀란드 민중의 정서는 어떤 면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 역시 오랫동안 중국, 일본, 그리고 바다 건너 온 서양 세력에 시달리며 억압받은 데다가 가끔 만나는 훌륭한 지도자를 제외하고 항상 제멋대로 정치를 하는 지배자들 때문에 비참하고 불만 투성이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훨씬 더 교묘하고 강하게. 그러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만큼은 해칠 수 없으리라. 핀란드 인들이 『칼레발라』를 갖고 있듯이, 우리 민족 역시 우리나라만의 정서를 갖고 있으니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국민 서사시', '국민적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핀란드 국민은 "칼레발라"를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우리나라만의 '국민 문학'이 나오는 그 날을 기약하며, 나는 값지고 값진 『칼레발라』의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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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개념어총서 WHAT 6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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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고대 폴리스에서 민주주의가 시행된 이후로 끊임없이 서양 사람들이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이다. 같은 그리스인들끼리도 논쟁이 많았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자 말하는 최선의 정체가 달랐으며 아테네와 스파르타 역시 같은 그리스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체제를 시행했다. 그 중 아테네는 민주주의를 택했고, 솔론과 페리클레스와 같은 인물이 그것을 사용 가능하게 발전시켰다. 시민들은 아고라 광장에서 토론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존재하는 이 제도에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직 `아테네 성인 남자`만을 위한 정치였다. 외국인, 여자, 노예는 민주주의에 참여할 수 없었던, `불완전한` 민주주의였던 것이다. 그리고 수천년이 흐르고,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여러 국가에서 채택되고 있는 민주주의는, 마침내 반만년 가까이 왕정을 유지했던 우리나라가 국민을 위한 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마침내 도입되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지금의 민주주의가 그리스 시대의 민주주의와 과연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는 말 그대로 민주주의의 정의를 밝히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도였을 뿐이다. 136쪽이라는 짧은 페이지 안에 2000년에 가까이 농축된 민주주의의 사상과 정신을 요약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했던 도전이었다. 단지 대충 그런 것이구나, 라는 흐름만 가르쳐줄 뿐이다. 고병권, 이 사람이 다른 많은 책을 썼고(니체에 관한) 그린비라는 출판사 자체에 약간의 호의를 갖고 있어서 혹시나 기대를 했는데, 역시였다. 조금 뻔한 내용만 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를 알려면 민주주의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어느 한 사람이 만들었고, 어느 한 사람이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200쪽도 안되는 분량 안에 그 역사를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일한 실마리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가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최선의 제도로 선택받고 있는지(물론 요즘은 크게 흔들려서 무엇이 정말 옳은 체제인지 다시 고민하는 경향이 시작되었지만)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최고의 지성이었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도 민주주의가 최고의 체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스 시민들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택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국민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국민이 변화하면 민주주의가 변화되고, 민주주의가 변화되면 국가가 변화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변화를 곧 국가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대 그리스의 역사에서 찾은 민주주의에 대한 나만의 어색하고 서투른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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