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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발라 - 핀란드의 신화적 영웅들
엘리아스 뢴로트 엮음, 서미석 옮김 / 물레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국내에 소개되고, 출간된 것만으로도 그 의의가 있는 작품들이 있다. 유명한 작가의 번역되지 않은 작품이 그것이며, 외국에서는 거의 전설이 되다시피 한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칼레발라』는 후자에 속한 책이다. 핀란드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퍼져 영국의 톨킨에게까지 영감을 준 시의 모음이 『칼레발라』이다. 이 시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노래와 전설을 연상케 한다. (책으로)『반지의 제왕』을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이 소개되지 않은 걸작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림의 색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점말고는 딱히 흠잡을 데는 없다. 오랫동안 억눌려 온 핀란드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준 민족 서사시인 『칼레발라』는, 그 양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우수함과 구조의 체계화, 그리고 노래와 시로서의 운율감 때문에 민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오랫동안, 북유럽 신화와 더불어 그들을 위로해 준 문학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칼레발라』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그들이 만들어낸 문학이고, 그들을 위한 문학이니까. 핀란드식 표기법을 하지 않고 외래어식 표기법으로, 국내의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더라도 『칼레발라』가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가치가 있을 뿐이다. 이 서사시는 하나의 문화를 형성할 수 없다. 파동을 일으킬 수도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억눌려 온 핀란드 민중의 정서는 어떤 면에서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민족 역시 오랫동안 중국, 일본, 그리고 바다 건너 온 서양 세력에 시달리며 억압받은 데다가 가끔 만나는 훌륭한 지도자를 제외하고 항상 제멋대로 정치를 하는 지배자들 때문에 비참하고 불만 투성이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리고 그것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훨씬 더 교묘하고 강하게. 그러나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만큼은 해칠 수 없으리라. 핀란드 인들이 『칼레발라』를 갖고 있듯이, 우리 민족 역시 우리나라만의 정서를 갖고 있으니까.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국민 서사시', '국민적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핀란드 국민은 "칼레발라"를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우리나라만의 '국민 문학'이 나오는 그 날을 기약하며, 나는 값지고 값진 『칼레발라』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