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 참 나를 찾는 진정한 용기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어느 누가 그녀에게 슬리퍼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을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녀는 자신이 슬리퍼라 믿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녀의 엄마는 슬리퍼다. 자식은 엄마를 닮는다. 그러므로 그녀는 슬리퍼다. ’ p.23 "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밤일까. 잔인하기도 하지. 쏜살같이 달리던 트럭이 마지막 커브길을 도는 순간, 그녀는 막 태어난 생명체로 트럭에서 떨어졌다. 태어난 첫날 밤 쓰레기통 앞에 슬리퍼가 그녀를 따스하게 감싸주었고, 그래서 슬리퍼는 그녀의 엄마가 되었다. 슬리퍼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달리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그녀를 제대로 돌봐주지도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누가 뭐라해도 엄마는 엄마니까. 어느날 우연히 만난 동물친구 비버는 스스로를 슬리퍼라고 생각하는 그녀를 측은하게 여겨 엄마를 태울 수 있도록 수레를 만들어주고 그들 모녀를 비버공동체로 데리고 간다. 

 "슬픈 일이 생기면 우리는 먼저 멀리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면 슬픔이 우리를 놓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따라온다. p.49"

 노동만이 신성하다고 믿는 비버들은 오로지 일하기위해 태어난 일군들 같았다.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엄마를 잃어버린 그녀는 무심한 비버들을 뒤로한 채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을 비버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박쥐마을에 도착하자 박쥐가 되기위해 노력해야만 했고, 긴 다리 마을에선 마담 학과 플라밍고 부부의 입양딸로 생활해야만 했다. 마침내 스스로가 ’오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오리 클럽에 동화되지 못하고 겉돌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다는 것은 잠시 아늑한 기분에 휩싸이는 느낌일 뿐 그녀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인생이란 그렇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지거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우리가 그 일들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사실 그것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닐까?  p.121"

 "그것은 ’도마뱀의 문제’이다. 꼬리가 잘리면 그것이 자랄때까지 기다리든지, 숨어 있든지, 꼬리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든지, 아니면 꼬리가 있든 없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든지 해야 하는. 그녀는 어떻게 하지? p.178"  

그녀에게 있어서의 가장 큰 문제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보다는 타인에 의해 휘둘리는 수동적인 삶이었다는 것이다. 어쩜 그런 갈등과 고민을 통해서 결과에 이르는 것이겠지만 ’나’가 주체가 되기 보다는 자신이 속한 ’사회’를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에 사랑에 빠졌을때조차 의무감이 앞서버렸다. 결국 집착이나 의무감을 벗어버린 순간,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평온함을 느끼게 되고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른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이 책은 자신이 슬리퍼라고 생각했던 한 마리 ’미운오리새끼’가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내용이다. 날수있는 날개가 있음을 알게되고 진정한 사랑을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더디더라도 결국은 도달하게 된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동화스러운 삽화와 우화적인 형식을 빌어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의미를 되새길수록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골든에이지 미스터리 중편선
윌리엄 월키 콜린스 지음, 한동훈 옮김 / 하늘연못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류가 은근히 중독성있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고등학생때 도서관에 살다시피 고전에 파묻혀 지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찮게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을 읽고는 수개월동안 추리소설만 읽었던 적이 있다. 코난도일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홈즈도 멋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괴도 루팡에 끌리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책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괴도 루팡이 사랑했던 여인이 죽자 그녀를 안은 채 어둠속에 사라지던 장면을 묘사한 장면에서 마음 한켠이 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프랭크 보스퍼의 [3층 살인사건]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여러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꼬여가면서 흥미를 유발시키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연극, 드라마, 영화화 될만큼 구성이 탄탄한 것이 특징이다. 윌키 콜린스의 [데드 얼라이브]는 미국 최초의 살인사건 오판기록으로 남게 된 사건을 모티브로 씌여졌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소설이었다.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무리하게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 하딩 데이비스의 [안개 속에서] 짙은 안개 속 어느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다. 클럽에서만난 다섯 남자들중 한명이 살인의 목격자로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데 약간은 정채색도 띠는 것이... 하여간 결말은 반전이다.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버클 핸드백] 아가사 크리스티와 비교되는 여류작가의 작품으로 실종된 여주인공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알프레드 에드워드 우들리 메이슨의 [세미라미스 호텔 사건] 다섯편 중 유일하게 전문 탐정과 친구(조수)인 콤비가 사건을 해결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호텔 살인사건과 함께 사라진 보석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어느 한편을 꼽으라면 선듯 말할 수 없을만큼 각각의 작품들이 저마다의 특징과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은 실종사건이고 나머지 네편은 살인사건이다. 그럼에도 딱히 공포스럽다거나 거부감이 없다. 살인사건은 형식일 뿐, 중점적으로 보아야 할 것은 스토리이자 탄탄한 구성이다. 그 속에 재미와 위트, 반전이 있다. 다섯 편을 묶어놓으니 두깨는 제법되지만 사이즈가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는 적당하다. 등골이 오싹할 만큼의 긴장을 원했던 독자들은 아쉬울지 모르겠으나 정통 추리소설, 고전 미스테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관심을 가져도 좋겠다. <골든에에지 미스터리 중편선> 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왠지 편안함이 느껴진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그대가 삶을 살고 삶이 그대를 살도록 하라. p.463 "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란... 솔직히 말하자면 스티븐 킹의 작품을 책으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포영화 한번 보고나면 오래도록 꿈자리가 사납기 때문에 이쪽 방면으로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고 살아왔다. 근데 궁금했다. 두터운 마니아층과 함께 이토록 오래도록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킹에게 왜 그렇게 열광하는지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었다. 더운 여름 계절적인 영향도 무시못하겠고, 감명깊게 감상했던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의 원작자라니 마음이 혹했다. 
 
주인공 에드거 프리맨틀은 건축업에서 잘나가던 성공남이었다.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심각한 장애를 입은 그는 거의 폐인이 되어 버렸다. 초반부는 에드거가 재활훈련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육체적으로 조금씩 회복될 때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난폭해지는 모습등 상황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뛰어나다. 에드거의 주장처럼 이유도 모르고 지옥에 끌려가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자신인데, 처음엔 죽을까봐 두렵다가 다음엔 죽지 못할까봐 두려운 것도 자신인데 결국 옆에서 지켜보던 가족마저 그에게서 한 걸음 멀어져 버린다. 

병든 몸과 외로움만 남은 에드거는 듀마 키 섬에서 요양하면서 오래전 취미삼아 그리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다. 때마침 지역의 예술계에서 에드거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전시회도 열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도 되찾은듯 보인다. 여기까지가 1부의 이야기인데 걱정반 기대반으로 읽은 내용치고는 무난했다. 물론 잘려나간 팔로 지치도록 그림을 그린다는 설정이나, 그림에 그려진 내용대로 현실화된다는 설정등이 야릇한 기운을 조성하긴 했지만 후덜덜 거릴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대로 에드거의 개인사와 듀마 키에 대한 전반적인 묘사등이 뛰어나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하지만 2권에 접어들자 서서히 공포 분위기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분명 에드거인데 앞에서부터 툭툭 던지듯 언급해 놓은 한 소녀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또 하나의 줄거리로 형성되면서 에드거의 이야기와 만나는 것이다.  으스스한 늪지대, 유령선, 악령, 어린 소녀들('엑소시스트'나 '오멘'과 같이 소년, 소녀가 등장하는 공포영화가 은근히 더 무섭다. 왜 그럴까?) 전형적인 미스테리, 공포, 스릴러다. 이런... ^ ^;; 누구를 원망하리. 호기심이 죄다. 지지리 말 안듣고 상자 뚜껑 열어버린 판도라처럼 정말 후덜덜 떨었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다.  '나도 스티븐 킹 읽었다~!!' 하는 뿌뜻함. 그리고 남은 것은 공포에 대한 잔상. 허허~  일주일이 갈지 열흘이 갈지... ^ ^;; 다른 작품을 읽지 못해서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읽은 킹은 그렇다. 시종일관 정신못차릴 전개보다는 무언가 치밀한 짜임새를 가진 계획적인 구성이라는 것. 1,2권 총 900여 페이지정도 되는데 끝부분 250여 페이지가 엄청 무섭다는 것이다. 1권 읽을때까지만 이게 뭐가 무섭냐고 고개 갸우뚱하면서 읽었는데... 알고보니 해일 일어날 해변에서 물빠지는줄 모르고 조개잡고 있었던 것이었다. 언제 다시 킹을 만나려나 자신은 없지만 열대야가 기승하는 이 계절에 좋은 추억이다.   


덧붙임...  책 읽는 동안 신랑이 많이 들볶였다. "여보~ '듀마 키' 마저 읽어야 하는데 오늘 일찍 좀 들어와~" 안그래도 겁 많은 사람이 공포소설은 왜 읽느냐고 궁시렁대면서도 착한 남편이 되어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그림책 25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의 그림이 바로 주인공 비보씨 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늘 하는 말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그림 속의 비보씨는 왠지... 까칠하게 생겼네요. 비보씨는 누구에게든지 친절하지 않답니다. 키우는 개 마르셀이 쇼파에 앉는 것도, 산책시킬때 개 털이 옷에 묻는 것도 싫어해요. 치과의사인 비보씨는 환자를 치료할 때도 환자의 고통보다는 치료비를 받을 생각부터 한답니다. 어느날 할머니 한 분이 치료를 받고 돈 대신 무화과 열매 두 개를 내밀자 약도 주지 않고 쫓아버렸어요. 할머니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무화과라고 했지만 믿지 않았던 것이죠. 

밤참으로 무화과 한 알을 먹고 잠이든 비보씨는 다음날 속옷만 입고 거리를 걷다가 에펠탑이 기울어져 버린것을 목격합니다. 그것은 바로 전날 꿈에서 본 것과 같았어요. 그제서야 할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답니다. 그 결과 비보씨는 매일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어요. 바로 부자가 되는 꿈이었지요. 하지만 비보씨가 무화과를 먹으려던 결정적인 순간에 마르셀이 무화과를 먹어버렸답니다. 비보씨는 엄청 화가 난 채 겨우 잠이 들었지요. 그런데 다음날... 비보씨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

시종일관 불친절한 비보씨의 행동에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았어요. 말못하는 짐승이라고 마르셀을 너무 함부로 대한다든지 특히 할머니의 이를 치료하는 장면은 과격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치과에 갔던 경험이 있는 아이는 무슨 의사샘이 이러냐고 툴툴 거리네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엄청난 반전이 있어요. 비보씨가 얄밉긴 했지만 과연 잘못에 합당한 벌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죠. 유아, 어린이용 책이 권선징악적인 교훈이 담긴 내용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잘못을 깨닫고 행복하게 살았더래요.' 하는 식으로 수습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쾅~!!' 하는 충격을 안겨주고는 바로 끝나버려서 적잖이 놀랐어요. 

 '그래서 비보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정말 궁금해요. ^^ 비보씨는 의문의 할머니를 찾아갔을까요? 비보씨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전까지는 존재감조차 없던, 그저 주인 잘못만난 불쌍한 개였던 마르셀은 어떻구요. 어쩜 그러한 결말로 인해서 아이의 상상력이 더욱 자극되는 것 같아요. 이 모든 스토리들이 몽환적이면서 사실적인 그림과 어우러져 극적인 긴장감을 더욱 높여주네요. 미술을 전공해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통해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 '쥬만지'의 작가 답네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돈황 이야기
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박세욱.조경숙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크로드가 동서무역을 교류하는 중요한 통로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황'에 대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돈황은 실크로드의 중국측 첫관문으로 중국의 문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여러나라와 서양의 문화까지 적절히 혼합된 모습을 간직함으로써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은 유적지이다. 청말기를 살았던 중국의 노승 왕도사는 돈황의 석굴에서 엄청난 분량의 고문서들을 발견하여 보관하고 있었다. 때마침 탐험이라는 명목으로 중앙아시아에 눈을 돌린 서구 열강들은 돈황의 고문서들과 유물에 눈독을 들인다.
 
왕도사가 처음 돈황의 석굴을 발견하고 정부의 관리들에게 보고를 했을 때는 어느 누구도 그 가치에대해 말해주는 이가 없었고, 잘 보관하라는 말 한마디 전해듣지 못했다. 다만 오랜세월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관례적으로 보관해온 '종이뭉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 온 사람들은 그들 자신을 삼장법사에 빗대며, 다른 한편으로는 마제은(은괴)을 쥐어주며 고문서들을 약탈해 갔다. 사실 '약탈'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 좀 그렇기도 하다. 이 모든 상황은 문화재의 가치를 미처 몰랐던 중국의 학자들, 순진하고 어리석은 주지, 서양인들의 치밀하고도 약삭빠름이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돈황의 유물은 영국의 스타인, 프랑스의 펠리오, 일본의 다치바나등에 의해 중국에서 사라졌다. 주목할 것은 삼장법사(?)들의 길잡이가 되어준 것도 중국인이고, 거래를 성사시키기위해 가장 큰 공을 세운것도 중국인이고, 왕도사도 중국인이라는 사실이다. 스타인과 펠리오에 의해 돈황의 유적들이 공개되자 당황한 중국정부는 뒤늦게 남은 유물들을 압수하고 왕도사를 처벌하려하지만 정부로 가져갔던 유물들 또한 급변하는 정세로 인해 파손되거나 외국으로 유출되었고, 왕도사는 자신을 잡으러온 관리들에게 뇌물을 써서 목숨을 건진 후,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유물들마저 팔아치워버린다.

문득 대학시절 역사 교수님의 증언이 생각났다. 교수님이 관심을 가진 분야가 '족보'에 관한 연구였는데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곤 하셨단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앞선 구한말부터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우리 농촌을 두루 다니면서 가보처럼 전해내려온 고문서들을 수집하면서 돈을 지불하였다는 것이다. 조상대대로 보관해오던 것이기는 하지만 광이나 다락에 방치되다시피 처박혀 있던 '종이뭉치'를 현찰로 바꿔준다니 누가 거절하겠는가. 그 가치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 꼭 그들만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보면 우리의 고문서나 유물들이 외국으로 유출된 과정도 돈황의 경우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남의 일이 아닌듯 진지하게 다가왔다. 돈황의 고문서와 유물들로도 부족해 벽화를 떼가기 위해 시도하다가 훼손하고야 말았다는 부분에서는 참 해도 너무한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러니 한것은 약탈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본인이 책의 저자라는 점이다. 중국의 전통문화는 동아시아가 공유해야할 문화이기에 일본이 숨죽일 필요는 없다는 뜻일까. 식민지로부터 빼앗아 온 유물들을 돌려주고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여럿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우스겟소리를 떠올리며... 그냥 웃을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