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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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인공 노시보는 개성넘치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범주에 속하는 이 땅의 25세 남자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늘 칭찬받던 형으로 인해 나름 착실한 학창시절을 보냈음에도 철저하게 차별대우 받은 기억을 간직해야 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1년동안 여덟 번째 회사에 입사(일곱 번째 까지는 회사가 망하거나 월급을 주지 않거나 ;;) 했을만큼 어려운 경제상황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무미건조한 도시 생활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파업, 대공황, 전쟁, 식품 파동과같은 뉴스 뿐이라고 생각하는 노시보, 그는 진정한 뉴스홀릭이다.  

달이 두 개체로 분리되었다~!! 밤이 되면 그 모습을 드러냈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항상 똑같은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었던 달은 제2의 개체를 만들어냄으로써 모든 메스컴을 점령하는 최대의 이슈가 되었다. 뉴스들은 바쁘다. 동물들의 이상 행동과 함께 과학계의 여러 주장들을 상세히 소개하는등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달'에만 집중되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지구 곳곳에 숨어있던 '무중력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그들은 중력을 거부하고, 궁극적으로 신대륙인 달로 이주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사무실에서도 무중력자임을 선언한 직원이 생겨나고, 노시보의 어머니도 달구경 간다고 가출할만큼 무중력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무중력자 사이에서도 내분이 일어났다. 그들은 두 파로 나뉘었다.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는 데 무게를 두는 급진파와 지구가 온전히 무중력의 휘하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리는 온건파. 급진파는 줄없는 번지 점프를 계속했다. p.143 "

"달이 늘어난 후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아 졌다. p.154"
 
새로운 달의 출현은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켰다.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미용기술 하나 없이 '무중력 미용실'을 개업했고,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는 '셔터맨'이 되었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형은 요리사를 꿈꾸고, 소설가가 되겠다던 노시보의 친구 구보씨는 돈을 벌기 위해 '무중력 판타지아'라는 회사에 취직한다. 점차 '무중력'에 중독된 사람들은 어느 순간 '무중력'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고 말았다. 노시보를 괴롭혔던 잡다스런 병증들 목덜미가 뻐근하고, 위가 쓰리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들은 그토록 많은 병원을 전전하였어도 원인을 알 수 없다가 마침내 '무중력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얻기에 이른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더 이상 달의 증식은 뉴스가 되지 않았다. 닭이 매일 알을 낳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듯, 달이 매달 또 다른 달을 낳는 것 역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다. 달의 번식은 여전히 두렵고 알 수 없는 현상이었지만, 그 두려움 역시 습관처럼 굳어버렸다. p.233"

"이 사회의 거짓말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은 것처럼 어쩌면 달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범죄를 계획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들킬 때까지 계속할 거짓말을. p.290"

현대인들은 누구나 쇼킹한 뉴스에 끌리고, 또한 쉽게 식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소외감'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달이 하나씩 증식하는 과정을 통해 혼란스러워하는 사회를 풍자적으로 묘사하였다. 자신들의 변화된 삶이나 심지어 범죄조차도 달의 탓으로 돌리던 사람들은 달이 여섯개까지 늘어나자 이내 시큰둥해져 버린다. '달의 증식'은 더이상 뉴스 거리가 되지 못하고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급기야 두 번째, 세 번째... 달은 애초에 없었으며 '우주 쓰레기'라는 주장이 나오자 모두가 허탈해 한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 그나저나 지금껏 사기친 저 달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무중력 증후군> 일단은 13회를 맞은 한겨례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이 끌렸다.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대한 잊지 못할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한국문학에 대한 염려가 커질수록 신인들의 발굴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엔 일본소설 인줄 알았다. 표지도 제목도 심지어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재를 능청스럽게 풀어나가는 내용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어떤풍'이란 개념을 떠나 신인작가만의 참신하면서도 발랄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기분 좋은 독서였다. 


덧붙임
올 봄에 120센티 키를 넘긴 7살 아들은 요즘 놀이공원에 푹 빠져있다. 주말마다 바이킹에 롤러코스터에 잔디썰매에 저렇게 뇌를 흔들어도 되나 걱정스러울 만큼 놀이기구를 탄다. 생각해보니 놀이공원만큼 물리학적으로 설계된 공간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각각의 기구들은 중력과 무중력, 작용과 반작용, 원심력과 구심력을 이용해서 만들어 졌다. 오, 놀라워라~  덜컹 덜컹 덜컹.... 중력을 거부한 힘이 작은 기차를 하늘 위로 끌어 올린다. '팅~ ' 하는 순간 요란한 굉음에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묻힌다. 기존의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늘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자, 중력을 거부한 벌을 받아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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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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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쯤에서 적당히 종결지어야 하는 거 아니야? 경제도 어려운데...' 대기업들의 비리가 터질때마다 속시원한 결말을 보지 못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기업들의 훌륭한 변호인단도 한 몫을 할 것이고, 비호하는 세력도 만만찮을 것이지만 뻔한 결말아니냐는 식으로  최선을 다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것처럼 보일때가 많다. 그와중에 황당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애초에 경제를 어렵게 만든 장본인들은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인데도 마치 비리를 파헤치려는 사람이 경제를 파탄내고 있다는듯이 떠드는 사람들도 있다. 속으로 곪아 터져도 일회용 밴드 하나 붙여놓으면 생채기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진정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까.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시사경제 전문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로서 부패한 정치인이나 기업들에겐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어느날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제보자의 증언을 근거로 재벌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폭로성 기사를 싣게 되는데 이로인해 법정 소송에 휘말려 유죄 판결을 선고 받게 된다. 미카엘은 밀레니엄을 위기에 빠뜨렸을뿐만 아니라 실형 선고에 거액의 배상금까지 파산 위기에 몰리고 만 것이다. 판결 며칠 뒤, 뜻하지 않게 또다른 대기업의 전직 회장인 헨리크 반예르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게 되는데 미카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반예르 가문의 연대기를 집필하는 것이 미카엘의 임무다. 하지만 헨리크 반예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손녀인 하리에트 반예르 실종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40년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를 했지만 결국 생사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던 그 사건을 경찰도 탐정도 아닌 미카엘이 재조사 하게 된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문의 가계도 작성과 용의자 구분, 사건 당일 하리에트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 등이다. 마지못해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에 빠져드는 미카엘은 기자 특유의 직감과 예리함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된다.  

이쯤에서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리스베트는 소녀와 같은 동안에 깡마른 외모지만 천재적인 해커이기도 하다. 경호업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개인의 신상조사만 전담으로 하는 프리랜서인데 초반부터 등장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스토리를 이끌어 오다가 미카엘이 조사해야할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팀을 이루게 된다. 워낙에 독특해서 뭐라 설명하기가 곤란한 캐릭터인데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다. 중요한 단서들을 모으고, 미카엘의 목숨을 구해주는등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내 최악의 적이 누군지 아나? 그것은 다른 회사들, 내 경쟁자들이 아니었네. 바로 내 가족들이 최악의 원수였지. (상권) p.114 "
 
반예르가의 모습이 윤곽을 드러낼 수록,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대기업 가문 구성원들의 추악함에 경악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정계에 진출하는등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전혀 공감 되지 않고, 동정 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들로 그득하다. 더구나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은 기업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서류만 조작하여 거액을 횡령한다든지, 언론의 여론몰이에 한순간 영웅이 되었다가 죄인이 되는, 오락가락하는 현실을 보여주는등 전직 기자인 작가의 현실비판적인 시각이 전반에 깔려있는 소설이다.   

그러고 보니 선진국의 이미지 였던 스웨덴이나 대한민국이나 다를 것이 없다. '내가 입만 열면 여럿 다친다'는 코메디 같은 협박, 기업 총수의 투신자살, 기업 합병/인수 및 증여와 관련된 잡음들, 비자금 조성... 이런 것들은 속시원히 한번 밝혀진 적 없이 항상 용두사미로 끝이 난다. 시작은 시끄럽고, 그와중에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줄 사건하나 터져 주면, 어느 순간 슬그머니 뉴스에서 사라진다. 그리곤 '광복절 특사'에 끼워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광복절 특사... --;; 터뜨리고 나면 정말 수습안되니까? 국민들 정신건강에 대한 배려로... 세상엔 덮어 두어야 할 진실도 있다고 외치고 싶은 것일까.  

마침내 밝혀진 반예르가의 진실은 세상에 발표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미카엘은 지금껏 기자로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지켜온 사명감과 인간적인 동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베네르스트륌 사건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연일 증시가 폭락하는등 스웨덴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자 밀레니엄의 책임에 대해 묻는 언론까지 생기는데 기자의 질문에 미카엘은 당당하게 말한다. 경제와 증시는 분명 다르며, 비록 증시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밀레니엄1> 화려한 홍보문구가 유난히 눈에 띄었던 책으로 기억된다. 베스트셀러를 띠지에 언급한 책과 함께 의심병을 자극한다는... 때문에 살짝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총2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3부작중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의 유작이라는 점,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을 4년간이나 뒤흔든 사실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초반부 가계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잠시 주춤하긴 했기만 시종일관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소심한 독자가 용기내어 '추천~' 이라고 말하고픈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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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유령
폴 크리스토퍼 지음, 하현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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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인공 핀 라이언은 인류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재원으로 눈에 띌 만큼 완벽한 외모를 가진 캐릭터다. 그녀는 보다 진지한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자 런던의 유명한 고미술 경매회사 '고객 자문역'을 맡지만, 사무실 내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등 경매를 성사시키위한 호객꾼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회의를 느낀다. 어느날 그녀 앞에 나타난 빌리(필그림 공작)를 통해 피터르 부하르트라는 사람이 핀과 빌리에게 공동으로 유산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단, 조건이 있었으니 정해진 기일안에 부하르트가 남긴 세 가지 유산을 모두 찾아야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첫번째 유산은 얀 스텐의 미술 작품이다. 핀은 그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진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액자를 꼼꼼히 살피던중 캔버스 아래에 또 다른 그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두번째 유산은 암스테르담의 저택이다. 그림이 그려진 밀실을 찾아내는 것. 첫번째 유산이 바로 열쇠다. 세번째는 말레이시아의 어느 섬에 정박된 선박을 찾는 것이다. 단서를 조금씩 모아가면서 밝혀낸 것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대부호 부하르트가 항해를 통해 큰 부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정화 제독이 이끌던 선박과 제2차 세계대전때 일본군이 수송하던 금궤가 언급되는데 보물을 찾기위한 모험을 그린 과정이 주요 내용이다.  

세번째 미션을 위해 항해을 시작하였지만 태풍을 만나 섬에 표류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간다. 더구나 주인공들에게 위협을 가하던 의문의 존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초반부터 이야기의 다른 축을 이루던 해적 칸과 아라가스가 본격적으로 주인공과 얽히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다. 스스로 혁명가임을 주장하는 칸은 자신의 행동을 이상주의 실현으로 합리화 시키고, 그보다 더한 악당 아라가스는 해적을 쫓는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잔인함과 추악함은 무엇으로도 정당화되지 못하며 결국 원하는 것은 돈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솔직히 처음에 기대했던 것과 조금 다른 소설이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결정적인 단서가 되거나 그림을 통해서 스토리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렘브란트는 부하르트에게 의뢰받아 그림을 그린 것 외에는 딱히 한 일(?)이 없다. 더구나 표지의 인물은 렘브란트의 자화상일뿐 내용중에 언급된 부하르트의 초상화는 실제 있긴 한 것인지 의문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눈이 핑핑 돌아갈 만큼의 모델같은 여주인공과 주 드로를 닮았다는 남자주인공은 결과적으로 먼 친척뻘 된다는 결론인데 두 사람의 관계는 어떻게 발전 가능성이라도 있는것인지... 이런저런 궁금증을 남긴다. 

흥미로운 점은 추리소설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니지만 그 모든것들을 조금씩 맛볼 수 있는, 반전까지 포함된 복합적인 '모험소설' 이라는 점이다. 영화를 예로들면 '인디아나 존스' 분위기가 나면서도 '내셔널 트레져'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과 아시아를,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볼거리가 풍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유년시절 한옥집 다락에서 할머니가 남기셨다는 오래된 상자를 쳐다볼때마다 저 속에 보물지도가 들어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했었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보물섬'과 '로빈슨 크루소', '십오소년 표류기'등을 통해 끊임없는 상상력과 모험심에 자극을 받으며 자라온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봄직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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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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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람들이 내게 물어온다.
마다가스카르가 왜 좋은가요?
그럼 나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을 해
그럼 왜 김치찌개를 자주 드시나요?
내가 마다가스카르를 좋아하는 것은
이유없는 행복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댈 수 있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냥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다.  p.115
 

오래된 앨범을 뒤적거리다 보면 사진의 하단에 메모를 해놓은 사진이 더러 있다. 포스트잇도 없던 시절, 날짜도 제대로 찍히지 않은 사진에 뭔가 의미있는 메세지는 남기고 싶고, 볼펜을 꾹꾹 눌러 인화된 부분을 긁어내듯 글을 적어 놓은 것이다. 엇, 이런 사진도 있었나? 그땐 최신 유행이었는데 정말 촌스럽군. --;; 세월이 흐름에따라 기억속에는 추억의 단면만 남는가 보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참 좋았다 하는 느낌은 생생한데 세부적인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무엇을 하든 '남는 것은 사진뿐'이란 그 말이 참으로 옳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욕심쟁이인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다고 불평하지만 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니까. p.219" 

이유 없는 행복을 위해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그 삶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여행사진가 신미식님의 포토에세이가 나를 사로잡았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다. 언젠가 자연다큐멘터리에서 한평생을 혹등고래, 흰긴수염고래등 고래만 연구했다는 해양과학자를 본 적이 있는데 TV를 보는 내내 아, 부럽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평생을 아프리카 밀림에서 침팬지만 연구했다는 사람, 혹은 나비를, 화석을, 별을 연구했다는 사람을 볼때면 그 열정이 부럽고, 열정을 믿고 올인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나 부럽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가슴에 남겨지는 것은 사람들이고, 아무리 많은 곳을 보아도 마음에 담겨지는 것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이다.' 라는 말처럼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멋진 풍경도 환상적이지만 근접 촬영된 인물사진이 많아 새로운 느낌이다.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 한장을 손에 쥐고 너무나 행복해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통해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해 떠올린다. 오래전 방문했던 곳을 다시 찾았을 때 변화된 것과 그대로 인 것, 그리고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면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도 루브르박물관도 베르사이유 궁전도 몽마르뜨 언덕도 아니었다. 부러운 것은 편안하게 공원의 의자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었다. p.193" 중국에 연수 다녀온 직원한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으라 하니 만리장성과 이화원도 볼만했지만 굉장히 넓은 공원같은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제기차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니만 저자는 파리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꼽고 있다. 공원이나 지하철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들 어쩜 그들로 인해 오늘의 파리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내용중에 코믹한 부분이있어 기억에 남는다. 에딘버러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곳에서 민박집 하는 할아버지는 각 나라별로 의사소통을 하기위해 자기집을 다녀간 손님들에게 방명록을 받아 놨단다. 한국사람이라 하니 한글로 된 부분을 보여주는데 "이 할아버지는 바가지를 많이 씌우니 최대한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더란다. 거기다가 적정 가격까지. ^^ 나중에라도 할아버지가 뜻을 알게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쩜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ㅎㅎ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왠지 비장미가 느껴지는 제목에 비해 표지 그림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막 같지는 않은데 참 황량한, 패달이 달린 전동자전거(맞나?)에 힘겨워 보일만큼 한가득 짐을 실고 달려가는... 그 옆에 서 있으면 귀가 따가운 소음과 먼지 한 바가지 뒤집어 쓸 것 같은 분위기다. 내용이 미리 살피지 않았더라면 괜찮은 책을 놓칠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포토에세이'라는 장르가 처음이긴 하지만 느낌은 참 좋다. 보통의 여행서가 글 중심, 사진은 첨부되는 개념이라면 이 책은 사진과 글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말한다. 사람, 풍경, 삶에 대해...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며 소중하다고.    

"서로에게 신기한 존재로 다가서는 이곳에서의 경험. 여행이 주는 새로운 교훈 하나를 가슴에 묻을 수 있었다. 누가 더 행복한지는 결론지을 수 없는 숙제로 남겨두고 그 파란 호수를 떠나왔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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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숲은 즐겁다 - MBC 자연다큐멘터리 탕가니카의 침팬지들, 다큐멘터리 생태탐험
최삼규 기획, 한정아 글, 문성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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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7세인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 하루하루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는 욕심으로 시큰거리는 손목에 아대를 착용하고는 열심히 캠코더를 찍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주변 상황을 조금씩 깨달아 가면서 점차 카메라를 의식하던 아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을 뻗은 장면들은 앨범을 감상하는 이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좀더 자라서는 거의 덮치는 수준이다. 잘 놀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와락 달려들어 랜즈에 이마와 코를 박아대던 녀석이 이젠 어엿한 사진작가 흉내까지 낼 만큼 자랐다. 

'침팬지 숲은 즐겁다' 라는 제목처럼 활자마저 춤을 추는듯 초록빛의 경쾌한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표지 중앙에는 어린 침팬지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조심스레 다리를 뻗은 장면이 포착되어 있다. 야생의 침팬지들에게 카메라가 얼마나 생소하고도 신기할까.  문득 아이의 어린시절이 오버랩되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 책은 MBC 창사 46주년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탕가니아의 침팬지들> 2부작을 책으로 펴낸 것으로 침팬지에대한 자연관찰 서적류와는 확실히 다르며, 특정 개체에 대한 동물학적 접근이 아니라 마할레에 서식하고 있는 침팬지들의 생활 자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할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탕가니카 호숫가에 있는 밀림이다. 제인 구달님이 침팬지를 연구한 '곰베 국립공원'과는 약 230킬로 정도 떨어진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생 침팬지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8.7%가 같으며 행동이나 습성등이 비슷한 점이 많아 오래전부터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1965년부터 이곳에서 연구를 시작한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 연구팀은 이곳 침팬지들에게도 낯설지 않다고 한다. 일본어와 영어로 이름도 지어주고 성격, 친구, 가계도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건강검진까지도 해주지만 병을 밝혀내더라도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연구하는 사람들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침팬지 어미들이 새끼를 돌보는 장면은 굳이 침팬지가 아니어도 충분히 짐작되는 내용들이다. 사랑이 넘치는 어미와 새끼들... 훈훈하고 따뜻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침팬지가 있었으니, 게꾸로 할머니는 선천적인 문제로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었지만 엄마 잃은 새끼들을 돌보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후덕한 할머니다. ^^ 그 외에도 대장 침팬지에게 도전하는 젊은 침팬지들로인해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서열다툼, 촬영팀은 운 좋게도 대장 자리가 바뀌고 전직 우두머리가 새로운 대장의 털을 골라주면서 화해를 요청하는 장면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아 냈다.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난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자연다큐라고 하면 영국의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필름을 가져와서 틀어주는 것이 전부였고 자체 제작은 엄두도 못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세계 어느곳이든 직접 가서 찍어올 뿐만 아니라 수준도 높다. 책으로 만난 자연다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하지만 자연다큐멘터리를 통해 단순히 재미나 동물들 세계에 대한 호기심 충족에 그친다면 곤란하다. 이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극한 상황에서 촬영을 해야했던 제작진들에게도 기운빠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서열다툼으로 인한 격렬한 싸움, 어수선한 분위기는 침팬지들에게 일상이다. 정작 치명적인 위협은 인간으로부터 오는 것들이다. 관광객들이 옮기는 독감이나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 희생되는 침팬지들, 집을 짓거나 농경지를 만들기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행위, 불법으로 행해지는 밀렵등으로 인해 지난 100년동안 전 세계 침팬지 수는 1/5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큐멘터리를 마무리하면서, 책을 덮으면서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들의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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