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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숲은 즐겁다 - MBC 자연다큐멘터리 탕가니카의 침팬지들, 다큐멘터리 생태탐험
최삼규 기획, 한정아 글, 문성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8월
평점 :
지금 7세인 아들이 막 태어났을 때, 하루하루 일어나는 모든 변화들을 카메라에 담아보겠다는 욕심으로 시큰거리는 손목에 아대를 착용하고는 열심히 캠코더를 찍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주변 상황을 조금씩 깨달아 가면서 점차 카메라를 의식하던 아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손을 뻗은 장면들은 앨범을 감상하는 이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좀더 자라서는 거의 덮치는 수준이다. 잘 놀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와락 달려들어 랜즈에 이마와 코를 박아대던 녀석이 이젠 어엿한 사진작가 흉내까지 낼 만큼 자랐다.
'침팬지 숲은 즐겁다' 라는 제목처럼 활자마저 춤을 추는듯 초록빛의 경쾌한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표지 중앙에는 어린 침팬지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조심스레 다리를 뻗은 장면이 포착되어 있다. 야생의 침팬지들에게 카메라가 얼마나 생소하고도 신기할까. 문득 아이의 어린시절이 오버랩되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 책은 MBC 창사 46주년 특집 자연다큐멘터리 <탕가니아의 침팬지들> 2부작을 책으로 펴낸 것으로 침팬지에대한 자연관찰 서적류와는 확실히 다르며, 특정 개체에 대한 동물학적 접근이 아니라 마할레에 서식하고 있는 침팬지들의 생활 자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마할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탕가니카 호숫가에 있는 밀림이다. 제인 구달님이 침팬지를 연구한 '곰베 국립공원'과는 약 230킬로 정도 떨어진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야생 침팬지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는 98.7%가 같으며 행동이나 습성등이 비슷한 점이 많아 오래전부터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1965년부터 이곳에서 연구를 시작한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 연구팀은 이곳 침팬지들에게도 낯설지 않다고 한다. 일본어와 영어로 이름도 지어주고 성격, 친구, 가계도를 파악할 뿐만 아니라 건강검진까지도 해주지만 병을 밝혀내더라도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연구하는 사람들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침팬지 어미들이 새끼를 돌보는 장면은 굳이 침팬지가 아니어도 충분히 짐작되는 내용들이다. 사랑이 넘치는 어미와 새끼들... 훈훈하고 따뜻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침팬지가 있었으니, 게꾸로 할머니는 선천적인 문제로 한 번도 새끼를 낳은 적이 없었지만 엄마 잃은 새끼들을 돌보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후덕한 할머니다. ^^ 그 외에도 대장 침팬지에게 도전하는 젊은 침팬지들로인해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서열다툼, 촬영팀은 운 좋게도 대장 자리가 바뀌고 전직 우두머리가 새로운 대장의 털을 골라주면서 화해를 요청하는 장면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아 냈다.
자연다큐멘터리를 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실감난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예전엔 자연다큐라고 하면 영국의 BBC나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필름을 가져와서 틀어주는 것이 전부였고 자체 제작은 엄두도 못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세계 어느곳이든 직접 가서 찍어올 뿐만 아니라 수준도 높다. 책으로 만난 자연다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하지만 자연다큐멘터리를 통해 단순히 재미나 동물들 세계에 대한 호기심 충족에 그친다면 곤란하다. 이것은 위험을 무릅쓰고 극한 상황에서 촬영을 해야했던 제작진들에게도 기운빠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서열다툼으로 인한 격렬한 싸움, 어수선한 분위기는 침팬지들에게 일상이다. 정작 치명적인 위협은 인간으로부터 오는 것들이다. 관광객들이 옮기는 독감이나 새로운 병원균에 의해 희생되는 침팬지들, 집을 짓거나 농경지를 만들기위해 밀림을 파괴하는 행위, 불법으로 행해지는 밀렵등으로 인해 지난 100년동안 전 세계 침팬지 수는 1/5 수준으로 감소했다. 다큐멘터리를 마무리하면서, 책을 덮으면서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들의 '생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