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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여행에 미친 사진가의 여행본능을 불러일으키는 포토에세이
신미식 사진.글 / 끌레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이 내게 물어온다.
마다가스카르가 왜 좋은가요?
그럼 나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말을 해
그럼 왜 김치찌개를 자주 드시나요?
내가 마다가스카르를 좋아하는 것은
이유없는 행복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댈 수 있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냥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다. p.115
오래된 앨범을 뒤적거리다 보면 사진의 하단에 메모를 해놓은 사진이 더러 있다. 포스트잇도 없던 시절, 날짜도 제대로 찍히지 않은 사진에 뭔가 의미있는 메세지는 남기고 싶고, 볼펜을 꾹꾹 눌러 인화된 부분을 긁어내듯 글을 적어 놓은 것이다. 엇, 이런 사진도 있었나? 그땐 최신 유행이었는데 정말 촌스럽군. --;; 세월이 흐름에따라 기억속에는 추억의 단면만 남는가 보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참 좋았다 하는 느낌은 생생한데 세부적인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어느 곳을 여행하든 무엇을 하든 '남는 것은 사진뿐'이란 그 말이 참으로 옳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욕심쟁이인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다고 불평하지만 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니까. p.219"
이유 없는 행복을 위해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그 삶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여행사진가 신미식님의 포토에세이가 나를 사로잡았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이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이다. 언젠가 자연다큐멘터리에서 한평생을 혹등고래, 흰긴수염고래등 고래만 연구했다는 해양과학자를 본 적이 있는데 TV를 보는 내내 아, 부럽다~!! 하는 생각뿐이었다. 평생을 아프리카 밀림에서 침팬지만 연구했다는 사람, 혹은 나비를, 화석을, 별을 연구했다는 사람을 볼때면 그 열정이 부럽고, 열정을 믿고 올인할 수 있는 용기가 너무나 부럽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찍어도 가슴에 남겨지는 것은 사람들이고, 아무리 많은 곳을 보아도 마음에 담겨지는 것은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이다.' 라는 말처럼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멋진 풍경도 환상적이지만 근접 촬영된 인물사진이 많아 새로운 느낌이다. 자신의 얼굴이 찍힌 사진 한장을 손에 쥐고 너무나 행복해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통해 잃어버린 순수함에 대해 떠올린다. 오래전 방문했던 곳을 다시 찾았을 때 변화된 것과 그대로 인 것, 그리고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이 있었다면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도 루브르박물관도 베르사이유 궁전도 몽마르뜨 언덕도 아니었다. 부러운 것은 편안하게 공원의 의자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었다. p.193" 중국에 연수 다녀온 직원한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으라 하니 만리장성과 이화원도 볼만했지만 굉장히 넓은 공원같은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제기차는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니만 저자는 파리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꼽고 있다. 공원이나 지하철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사람들 어쩜 그들로 인해 오늘의 파리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이 공감한다.
내용중에 코믹한 부분이있어 기억에 남는다. 에딘버러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곳에서 민박집 하는 할아버지는 각 나라별로 의사소통을 하기위해 자기집을 다녀간 손님들에게 방명록을 받아 놨단다. 한국사람이라 하니 한글로 된 부분을 보여주는데 "이 할아버지는 바가지를 많이 씌우니 최대한 가격을 흥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더란다. 거기다가 적정 가격까지. ^^ 나중에라도 할아버지가 뜻을 알게된다면 어떻게 될까. 어쩜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ㅎㅎ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왠지 비장미가 느껴지는 제목에 비해 표지 그림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막 같지는 않은데 참 황량한, 패달이 달린 전동자전거(맞나?)에 힘겨워 보일만큼 한가득 짐을 실고 달려가는... 그 옆에 서 있으면 귀가 따가운 소음과 먼지 한 바가지 뒤집어 쓸 것 같은 분위기다. 내용이 미리 살피지 않았더라면 괜찮은 책을 놓칠뻔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포토에세이'라는 장르가 처음이긴 하지만 느낌은 참 좋다. 보통의 여행서가 글 중심, 사진은 첨부되는 개념이라면 이 책은 사진과 글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은 말한다. 사람, 풍경, 삶에 대해...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며 소중하다고.
"서로에게 신기한 존재로 다가서는 이곳에서의 경험. 여행이 주는 새로운 교훈 하나를 가슴에 묻을 수 있었다. 누가 더 행복한지는 결론지을 수 없는 숙제로 남겨두고 그 파란 호수를 떠나왔다. p.2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