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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쯤에서 적당히 종결지어야 하는 거 아니야? 경제도 어려운데...' 대기업들의 비리가 터질때마다 속시원한 결말을 보지 못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기업들의 훌륭한 변호인단도 한 몫을 할 것이고, 비호하는 세력도 만만찮을 것이지만 뻔한 결말아니냐는 식으로 최선을 다한 수사조차 이루어지지 않는것처럼 보일때가 많다. 그와중에 황당한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애초에 경제를 어렵게 만든 장본인들은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인데도 마치 비리를 파헤치려는 사람이 경제를 파탄내고 있다는듯이 떠드는 사람들도 있다. 속으로 곪아 터져도 일회용 밴드 하나 붙여놓으면 생채기처럼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진정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까.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시사경제 전문 월간지 '밀레니엄'의 기자로서 부패한 정치인이나 기업들에겐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어느날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제보자의 증언을 근거로 재벌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폭로성 기사를 싣게 되는데 이로인해 법정 소송에 휘말려 유죄 판결을 선고 받게 된다. 미카엘은 밀레니엄을 위기에 빠뜨렸을뿐만 아니라 실형 선고에 거액의 배상금까지 파산 위기에 몰리고 만 것이다. 판결 며칠 뒤, 뜻하지 않게 또다른 대기업의 전직 회장인 헨리크 반예르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게 되는데 미카엘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반예르 가문의 연대기를 집필하는 것이 미카엘의 임무다. 하지만 헨리크 반예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손녀인 하리에트 반예르 실종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40년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조사를 했지만 결국 생사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던 그 사건을 경찰도 탐정도 아닌 미카엘이 재조사 하게 된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가문의 가계도 작성과 용의자 구분, 사건 당일 하리에트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 등이다. 마지못해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에 빠져드는 미카엘은 기자 특유의 직감과 예리함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된다.
이쯤에서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리스베트는 소녀와 같은 동안에 깡마른 외모지만 천재적인 해커이기도 하다. 경호업체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개인의 신상조사만 전담으로 하는 프리랜서인데 초반부터 등장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로 스토리를 이끌어 오다가 미카엘이 조사해야할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팀을 이루게 된다. 워낙에 독특해서 뭐라 설명하기가 곤란한 캐릭터인데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다. 중요한 단서들을 모으고, 미카엘의 목숨을 구해주는등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다.
"내 최악의 적이 누군지 아나? 그것은 다른 회사들, 내 경쟁자들이 아니었네. 바로 내 가족들이 최악의 원수였지. (상권) p.114 "
반예르가의 모습이 윤곽을 드러낼 수록,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대기업 가문 구성원들의 추악함에 경악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정계에 진출하는등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인간적으로는 전혀 공감 되지 않고, 동정 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들로 그득하다. 더구나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은 기업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서류만 조작하여 거액을 횡령한다든지, 언론의 여론몰이에 한순간 영웅이 되었다가 죄인이 되는, 오락가락하는 현실을 보여주는등 전직 기자인 작가의 현실비판적인 시각이 전반에 깔려있는 소설이다.
그러고 보니 선진국의 이미지 였던 스웨덴이나 대한민국이나 다를 것이 없다. '내가 입만 열면 여럿 다친다'는 코메디 같은 협박, 기업 총수의 투신자살, 기업 합병/인수 및 증여와 관련된 잡음들, 비자금 조성... 이런 것들은 속시원히 한번 밝혀진 적 없이 항상 용두사미로 끝이 난다. 시작은 시끄럽고, 그와중에 국민들의 시선을 돌려줄 사건하나 터져 주면, 어느 순간 슬그머니 뉴스에서 사라진다. 그리곤 '광복절 특사'에 끼워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광복절 특사... --;; 터뜨리고 나면 정말 수습안되니까? 국민들 정신건강에 대한 배려로... 세상엔 덮어 두어야 할 진실도 있다고 외치고 싶은 것일까.
마침내 밝혀진 반예르가의 진실은 세상에 발표되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이었다. 미카엘은 지금껏 기자로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지켜온 사명감과 인간적인 동정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베네르스트륌 사건에 대해서는 단호하다. 연일 증시가 폭락하는등 스웨덴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자 밀레니엄의 책임에 대해 묻는 언론까지 생기는데 기자의 질문에 미카엘은 당당하게 말한다. 경제와 증시는 분명 다르며, 비록 증시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이다.
<밀레니엄1> 화려한 홍보문구가 유난히 눈에 띄었던 책으로 기억된다. 베스트셀러를 띠지에 언급한 책과 함께 의심병을 자극한다는... 때문에 살짝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총2700여 페이지에 달하는 3부작중 첫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영화같은 삶을 살았던 작가의 유작이라는 점, 스웨덴을 비롯해 유럽을 4년간이나 뒤흔든 사실에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초반부 가계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잠시 주춤하긴 했기만 시종일관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소심한 독자가 용기내어 '추천~' 이라고 말하고픈 추리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