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의 거짓말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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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한 달간의 삶만 주어진다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식의 질문, 꼭 한달이 아니어도 일주일이라든지 심지어 24시간이라든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가끔씩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특정한 시한을 정하고보면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 인간이다. 여기엔 네 명의 남자가 있다. 그들에게는 다섯 시간 정도만 주어졌고, 삶과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귀족, 시인, 학생, 군인 얼핏보면 서로 무슨 상관이 있는 사람들일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들은 국왕에 대한 반역죄로 극형을 앞두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형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특별한 제안을 받는데 네 사람중 어느 누구라도 반역의 주모자인 '불멸의 신'이 누구인지 밝히면 모두를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누가 배신자인지 아무도 알 수 없도록 배려를 해준다니 마음이 흔들릴만도 하다. 

오랫만에 푸짐한 저녁을 대접받고(물론 음식이 잘 넘어가진 않았지만), 면도와 샤워까지 하고나니 가슴 속 깊은 곳에서의 두려움에 마음이 더욱 심란하다. 그들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언급하면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혹은 기억에 남는 극적인 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로 한다. 가장 먼저 어린 학생은 여인과의 사랑에 대해, 귀족은 30분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장남(귀족 자신)에게 모든 권리를 빼앗겨버린 쌍동이 동생에 대해, 군인은 어머니를 위해 생부를 죽여야만 했던 운명에 대해, 시인은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간다.    
 
 당혹스럽게도 결말부분에서 반전이 두 차례나 있으니 충격적이기도 하거니와 뻔한 내용은 아니라는 점만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서둘러 마무리한듯한 아쉬움이 들기도 하는데 네 사람의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면 뭔가 말이 맞지 않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점, 곳곳에 숨겨져 있다는 '불멸의 신'의 정체를 밝힐 만한 정보를 도무지 모을 수가 없었다는 점. 다시말해 추리소설적 기법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나의 이해력 부족을 탓하며 일단 책을 덮긴 했는데 나중에 다시 찬찬히 읽어 보아야 겠다.  ^^;;

국왕과 귀족의 잘못된 정치로 인해 고통받는 민중을 위해 싸우는 의로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쾌, 상쾌, 통쾌한 스토리이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은 그들의 활약상을 그린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죽음을 앞둔 상황이어서 그런지 더욱 진솔하게 느껴지면서 깊은 동정심과 안타까움이 들었다. 처형 당일 영웅을 구출하는 장면은 이런류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것을 뻔한 내용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나 또한 그런 결말을 간절히 기대하면서 읽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책은 20세기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명작이면서 특히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인 스트레가 상을 수상할 때 '이렇게 훌륭한 작품과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말하며 후보자 전원이 사퇴한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원하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네 사람의 특별한 삶에 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불멸의 신'이 공통으로 등장하는 각각의 단편을 보는 느낌이랄까. 국왕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아 정확한 연대를 추정할 수는 없지만 왕정시대가 잘 재현된 점과 문학작품, 오페라등에서 인용한 문구들과 함께 고전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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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내 친구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수지 그림, 박정선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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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이 책을 펼치는 아이들은 이제부터 그림자 놀이를 할겁니다. 꼭꼭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앗, 그림자 때문에 들켰네!' 라고 하네요. <그림자는 내 친구> 이 책은 천둥거인 과학 그림책 시리즈중 네번째 이야기에요. '그림자'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과학 지식이 모두 들어있으면서도 우리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자를 '친구'로 그림자가 변하는 것을 '놀이'로 인식하도록 해줍니다. 

그림자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따라다니지요. 나를 따르는 애완동물처럼 말이에요.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어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있고, 축구공이나 의자같은 사물에도 그림자가 있어요. 그림자를 떼어낼 수는 없을까요? 맞아요. 그림자를 떼어낼 수는 없지만 더 큰 그림자 속에 숨으면 작은 그림자는 사라져요. 빛이 있는 곳이라면 그림자도 항상 존재한답니다. 아하~ 그러고보니 그림자는 빛을 가로막아서 생긴것이에요. 투명한 물체는 통과하고, 사람이나 액자처럼 투명하지 않으면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대쪽에 그림자가 생기는 거에요. 그러니까 해가 움직이면 그림자도 따라 움직이죠. 

글밥이 많질 않아서 유치원생 아이가 혼자서 잘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내용은 상당히 충실합니다. 빛이 비치는 위치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진다든지 빛에 가까이 있을 때보다 멀리있을 때 그림자가 더 작아진다는 내용등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경험했던 내용들이 나오니 더욱 반가워하네요.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역시나 손으로 그림자를 만드는 놀이입니다. 책에 나오는 독수리, 여우, 개, 주전자 등을 직접 만들어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유아용 책들의 경우 성인용과 마찬가지로 번역된 그림책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고보니 천둥거인 과학책 시리즈의 경우 국내 작가의 글과 그림으로 만들어졌네요. 괜시리 반갑고 정겹습니다. ^^ 무심코 지나칠뻔 했는데 가만히 보니 이 책은 3차원의 그림입니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책의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어릴적 종이인형을 가지고 놀던 때 처럼 종이로 된 주인공들이 2차원의 배경위에 모두 서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그림자가 생겼고, 그런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내용도 충실하지만 그림에서의 아이디어도 돋보이네요.   

주말에 놀이공원에 갔는데 전날 읽은 책 내용이 기억나는지 그림자에 유난히 관심을 가지더군요. 정오에 그림자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하자 머리 위를 가리키면서 태양이 위에서 비추니까 그렇다고 말하고, 시간이 지나 그림자가 다시 생기자 자신의 그림자를 밟아 보겠다고 깡충깡충 뛰는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그림자는 내 친구'라는 제목처럼 친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낸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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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변화시키는 유태인 부모의 대화법 - 부모의 창의적인 대화법이 자녀의 두뇌를 깨운다!
문미화 지음 / 가야북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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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내가 드디어 학부모가 되다니... 아들 녀석은 아무 생각도 없는듯한데 괜시리 사서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싶으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어떤 분이 담임을 맡게될까부터 시작해서 학업성취나 친구들을 사귀는 문제등 걱정스러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가장 고민되는 것은 학교생활에 대해 얼마만큼 '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은 더욱 심해서 선생님한테 야단을 맞았는지, 칭찬을 들었는지 엄마들이 답답해서 못견디겠다고 하소연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아직 내겐 병아리 같은 아이인데, 저녁마다 잠자리에 들때면 품에 파고들어 "엄마, 오늘 말이야~ 미술시간에..." 라며 조잘대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새로운 환경을 마주하더라도 변함없이, 언제든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이고 싶어서 '대화법'에 대한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유태인 부모의 대화법' 제목을 보는 순간 오홋~ 내가 찾던 책이다 싶었다. 한동안 육아서를 손에서 놓질 않았었는데 결국은 비슷비슷한 주장이긴 했지만 육아에 있어서도 '안다는 것'이 확실히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지혜로움', '탈무드'등으로 알려진 유태인들의 자녀 교육방법과 특히 '대화법'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는 미국이고, 미국 경제를 이끄는 것은 유태인이다.' 라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때문에 유태인들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첫장에서 밝힌바대로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약 15퍼센트가 유대인이라든지 미국의 명문대 교수들중 유태인이 30퍼센트나 된다는 식의 통계자료를 접하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꼭 알아야할 대화의 원칙을 시작으로 아이의 가능성과 개성을 살려주는 대화법, 그러면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 타인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자녀를 교육하는 그들의 교육방식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 자녀 교육과 대화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세계의 리더를 키운 부모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이란다. - 토마스 만의 어머니 ", "넌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기 위해 태어난 아이란다. - 펠릭스 멘델스존의 어머니", "너는 황금만큼 귀한 아이란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어머니"등 부모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기보다 자녀가 좋아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해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다.  

"유태인들은 자녀의 개성과 소질을 찾아 계발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꾸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이는 자녀들을 '내 자식, 내 아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하나님으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잘 교육해서 길러달라고 부탁받은 존재로 여기는... (후략)" p.98  
 
자녀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지지를 보낸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로 키우는 것과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유태인들은 부모의 가치관을 자녀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개성과 능력을 존중해주는 한편 자녀를 '신으로부터의 선물'로 여기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어른으로 키운다는 점이 특이하다. 어릴때부터 경제관념을 분명하게 심어주면서도 자녀들에게 두 개의 저금통을 마련해 준다는 유태인들. 하나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남을 위한, 자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아이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이 아니라 제 역할을 수행해 낼 수 있는 인재로 키워 사회에 돌려보낸다는 생각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는 잘못된 교육관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문득 공익광고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늦은 저녁 일과에 지친 아들이 귀가하는 장면, 아들은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를 외면하고는 말 없이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컴퓨터를 켜자 어머니와 아들이 메신저인지 채팅인지 컴퓨터상에서 만나는데... 놀란 아들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자 엄마가 대답한다. "우리 아들하고 대화하려고 배웠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자녀들과의 대화법도 변화가 필요한가 보다. 무엇이든 배운다는 것은 소중하고, 안다는 것은 힘이다. 자녀와의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의 표현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책을 읽은 이유가 그렇다. 아들하고 대화할라고... 배울라고... ^^

"입 밖으로 내놓은 말은 흘러가서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은 사람의 가슴으로 흘러들어 차곡차곡 쌓여서 그 사람의 가슴에 저마다의 세계와 우주를 이룹니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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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기술
딘 R. 쿤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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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캄캄하고 태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아닌, 따스한 햇살 속에서 시작되었다. p.13"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흔히 공포, 스릴러 영화의 첫장면이 천둥과 번개가 동반된 야심한 밤인데 비해 사건의 시작은 의외로 '아름다운 일요일 오후'였던 것이다. 주인공 크리스틴 스카베로는 여섯살 된 아들 조이와 함께 쇼핑센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이 때 주차장에서 낯선 노파가 불쑥 나타나서는 조이에게 말을 걸더니 급기야 두 사람을 위협한다. 서둘로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달래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 괴물을 살려둘 수 없어!" 정신나간 노파의 헛소리라고 무시하기엔 연이어 벌어진 사건들이 너무나 엽기적이다. 크리스틴은 조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설탐정 찰리 해리슨을 고용하고, 마침내 노파의 정체를 밝혀낸다. 뜸을 들이는 것이 생략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첫장을 펼치는 순간 부터 긴장감에 휩싸이게 만들더니 위험의 실체도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안다고 해서 결코 쉽게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모자에게 일어난 사건들이 노파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노파는 그레이스 스피비라는 광신도 집단의 교주로 스스로를 신에게 '선택받은 자'라고 주장한다. 교주인 그레이스는 계시를 통해 사악한 영혼을 가려내고, 신도들은 지목된 인간을 처단하는 식인데 한번 빠져들면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다고 할만큼 조직적이고, 치밀한 집단이다. 그레이스의 오른팔쯤 되는 카일이라는 인물은 '다빈치 코드'의 사일러스와 흡사한 인물이다. 가끔씩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고통받거나 회의가 들때마다 믿음이 부족함을 탓하며 마음을 다지곤 한다. '신을 위해서...' 라는 변명으로 죄책감을 떨쳐내지만 그들의 치명적 오류는 자신들 속에 존재하는 사악함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한 미친 사람이 자기가 본 환각을 믿기 쉬운 사람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히스테리컬해진 군중이 출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량한 의로 하에서 행동하고 있다고 믿고, 의심을 받으면 자기 정당화라는 갑옷을 걸친다. p.466"
 

 기대이상으로 대견스런 조이의 모습이 오히려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공포,호러물에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순수함'과 '사악함'이 대비를 이룬다든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효과적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내 자신이 엄마되기 전과 엄마가 된 후 느끼는 정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 아줌마여서 용감하다고 비꼬지 마시라~ 엄마이기 때문에 용감하고, 엄마이기 때문에 못할 것도 없다. 한숨 돌렸다 싶으면 다시 원점이다. 어디에 숨든 무엇을 하든 그레이스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상황의 반복이다. 
 
<살인의 기술>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공포, 스릴러에 가깝다. 섬세한 묘사 위주라기보다 대화체가 많은 상황위주라서 그런지 470여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는 특징이 있다. 'The Servants of Twilight' 라는 원제가 어쩌다가 '살인의 기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물론 '황혼의 노예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 ^^;;) 딘 쿤츠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이 작품이 1984년 작품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그제서야 추리소설의 교본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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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서
한호택 지음 / 달과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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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이 서로 밀고 당기며 어수선한 시기, 고구려의 침략에 분노한 백제의 성왕은 신라와 연합하여 고구려에 복수를 하려하지만 신라의 배신으로 또다시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성왕과 아들 창의 분노는 신라를 향하고 다시금 일으킨 신라와의 전쟁에서 성왕은 목숨을 잃고 만다. 창은 위덕왕이 된 후에도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정사를 돌보지 않게 되고 이를 빌미로 귀족들의 힘이 강해진다. 그들중 해씨 부족은 아좌태자의 어머니인 목왕비를 유폐시키고 해진이라는 후궁을 정실 왕비로 삼지만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려는 위덕왕은 왕비 해진을 멀리한다. 

한편, 서동의 어머니 수련은 어린시절 도적들에게 부모님을 잃고 미륵사의 주지인 지광에 의해 키워진다. 수련은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말만 믿고 만취한 한 사내와 동침하는데 잠에서 깬 남자는 불같이 노하여 수련에게 칼을 겨누었다가 사라져 버린다. 이는 해진 왕비의 숙부인 달솔이 꾸민 일로 위덕왕이 스스로 맹세를 깨뜨리도록 함이었다. 그후 달솔은 수련의 목숨을 노리고, 지광의 도움으로 살아난 수련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위덕왕의 아들 '장'을 낳아 기른다.  

 "장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사람들이 물으면 어머니는 습지에 살고 있는 용이 아버지라고 했다. (중략) 장은 아버지가 그립지 않았다. 아버지가 누구든 자신은 용의 자식이었다. 언젠가 이 작은 습지를 벗어나 드넓은 천지를 마음껏 날아다니리라... p.13" 

 출생의 비밀은 시청율 높은 드라마의 요건만은 아니다. 역사속 영웅에게도 드라마틱한 출생의 비밀은 필수다. 고구려의 주몽도, 그의 아들 유리왕도 훗날 무왕이 된 장에게도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들은 한 많은 어머니들에 의해 '아비가 누구이든 무조건 훌륭한 인물이 될 사람'이라는 식의 혹독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본인들 또한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질풍노도의 시기에 혼란을 겪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훌륭한 스승님들을 만나 정치, 경제, 문화등 다방면에 걸쳐 영웅 수업을 받는 것도 당연한 순서이다. 
 
현실에서도 영원한 우방과 적국이 없듯이 고대사회에서는 더욱 치열했던 것으로 보인다. 왕진이가 말하기를 백제와 고구려는 형제국인데 원수처럼 싸우고, 백제와 신라는 사돈간인데도 평화롭지 못하다. 해씨는 귀족으로 그만한 영화를 누림에도 왕권을 노리며, 위덕왕은 왕좌를 떠나고 싶지만 못 떠나고, 아좌는 왕이 싫지만 태자가 되어야만 했다. 라고 했는데 '세상은 모순 투성이다. ' 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선문답같은 주장이 장의 결단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느새 그는 '왕'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이 책은 한마디로 '무왕의 탄생에서부터 왕위를 잇기까지' 과정을 그린 것이다. 이토록 기나긴 여정중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단연코 장과 선화공주의 스토리일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왜로 건너가게 된 장은 때마침 그곳에 머물던 선화공주와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신라 진평왕의 딸로 알려진 선화공주는 신라 내부의 권력다툼, 정략결혼, 언니 덕만공주와의 갈등으로 도망치듯 그곳에 와 있었던 것이다. 장과 선화공주는 신라왕족 왕춘으로 인해 잠시 위기를 겪지만 유명한 '서동요'를 통해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잊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싸우고 있다. 오랜 세월 싸우는 동안 싸움 자체가 목적이 됐다. 싸움에 이기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망상이다. 꽃을 꺾어 꽃을 얻을 수 없고 새를 잡아 새소리를 누릴 수 없다.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먼저 그가 원하는 것을 떠올리게 해라. 그가 꽃을 원하면 꽃밭으로 데려가고 새소리를 원하면 새를 잡지 않고도 새와 더불어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라. 내 생각대로만 하려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말을 따라서만도 안 된다. 해결책은 늘 네 생각과 상대의 생각을 가로지르는 사선에 있다. p.150 "

<연서> 단아한 표지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 역사 소설을 워낙에 좋아하다 보니 이 책도 그냥 지나칠수가 없었다. 드라마 <서동요>를 시청했더라면 시나리오와 비교하는 재미를 더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넘치면서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데 굉장히 빨리 읽혔던 책이다. 최근에 출간된 역사소설은 지금까지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역사의 한 부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백제 무왕이라하면 '서동요'와 관련된 드라마틱한 사랑에 대해서만 주목했었는데, 외침과 내전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위해 노력했던 정치력에 주목할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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