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기술
딘 R. 쿤츠 지음, 양혜윤 옮김 / 세시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이야기는 캄캄하고 태풍이 휘몰아치는 밤이 아닌, 따스한 햇살 속에서 시작되었다. p.13"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흔히 공포, 스릴러 영화의 첫장면이 천둥과 번개가 동반된 야심한 밤인데 비해 사건의 시작은 의외로 '아름다운 일요일 오후'였던 것이다. 주인공 크리스틴 스카베로는 여섯살 된 아들 조이와 함께 쇼핑센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이 때 주차장에서 낯선 노파가 불쑥 나타나서는 조이에게 말을 걸더니 급기야 두 사람을 위협한다. 서둘로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달래보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 괴물을 살려둘 수 없어!" 정신나간 노파의 헛소리라고 무시하기엔 연이어 벌어진 사건들이 너무나 엽기적이다. 크리스틴은 조이를 보호하기 위해 사설탐정 찰리 해리슨을 고용하고, 마침내 노파의 정체를 밝혀낸다. 뜸을 들이는 것이 생략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첫장을 펼치는 순간 부터 긴장감에 휩싸이게 만들더니 위험의 실체도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안다고 해서 결코 쉽게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경찰에 신고를 해도 모자에게 일어난 사건들이 노파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노파는 그레이스 스피비라는 광신도 집단의 교주로 스스로를 신에게 '선택받은 자'라고 주장한다. 교주인 그레이스는 계시를 통해 사악한 영혼을 가려내고, 신도들은 지목된 인간을 처단하는 식인데 한번 빠져들면 살아서는 벗어날 수 없다고 할만큼 조직적이고, 치밀한 집단이다. 그레이스의 오른팔쯤 되는 카일이라는 인물은 '다빈치 코드'의 사일러스와 흡사한 인물이다. 가끔씩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고통받거나 회의가 들때마다 믿음이 부족함을 탓하며 마음을 다지곤 한다. '신을 위해서...' 라는 변명으로 죄책감을 떨쳐내지만 그들의 치명적 오류는 자신들 속에 존재하는 사악함을 깨닫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한 미친 사람이 자기가 본 환각을 믿기 쉬운 사람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히스테리컬해진 군중이 출현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선량한 의로 하에서 행동하고 있다고 믿고, 의심을 받으면 자기 정당화라는 갑옷을 걸친다. p.466"
 

 기대이상으로 대견스런 조이의 모습이 오히려 가슴 찡하게 다가온다. 공포,호러물에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순수함'과 '사악함'이 대비를 이룬다든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효과적인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내 자신이 엄마되기 전과 엄마가 된 후 느끼는 정도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것. 아줌마여서 용감하다고 비꼬지 마시라~ 엄마이기 때문에 용감하고, 엄마이기 때문에 못할 것도 없다. 한숨 돌렸다 싶으면 다시 원점이다. 어디에 숨든 무엇을 하든 그레이스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상황의 반복이다. 
 
<살인의 기술> 추리소설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공포, 스릴러에 가깝다. 섬세한 묘사 위주라기보다 대화체가 많은 상황위주라서 그런지 470여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는 특징이 있다. 'The Servants of Twilight' 라는 원제가 어쩌다가 '살인의 기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물론 '황혼의 노예들'보다는 나은 것 같다. ^^;;) 딘 쿤츠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인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이 작품이 1984년 작품이라는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그제서야 추리소설의 교본이라는 말이 이해가 갔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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