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나의 마나님
다비드 아비께르 지음, 김윤진 옮김 / 창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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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을이다. 높고 푸른 가을 하늘도 좋고, 새빨간 단풍도 좋지만 이맘때면 해마다 사무실 단체 건강검진이 있다. 남편은 그 좋아하는 술을 일주일이나 참으며 콜레스테롤과 간수치 조절에 심혈을 기울였다. 나는? 나도 일주일이나 야식을 참으며 체중조절에 힘썼다. ^^;; 어쨌거나 당일 길고 지루한 대기시간을 견디기 위해 위로가 되어줄 책 한 권을 골랐는데 나름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여 동행하게된 녀석이 바로 이 책이다. 
 
일단 크기가 자그마하고 240여 페이지 두께라서 책장만 잘 넘어간다면 몇시간 안에 다 읽을 수도 있겠다 싶어 맘에 들었다. 단, 한가지 문제가 있으니 책 표지다. 핑크빛 도는 바탕에 웬 남자가 앞치마를 두르고 발레동작을 연출하고 있는 장면인데 그다지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솔직히 촌스럽다는 뜻임. ~ㅋ) 더구나 <오, 나의 마나님> 이라고 적힌 선명한 문구때문에 다소 민망한 감이 없지 않아 결국은 달력 한 장 찢어서 표지를 입혔다. 너무 소심한가? 어쨌거나 준비완료~!!
 
  번역된 책들중 드물게 '한국어판 머리말'이 있어 반가웠다. 동양의 나라에서 왜 하필 자신의 책을 선택했을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해서 인터넷에 한국에 관해 검색하는 장면, 그리고 '바람난 가족'이라는 영화이야기까지...  책의 내용이 작가 자신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읽으니 더 재미있다. 다만, 분명히 해둘것은 책의 내용이 보편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예술가의 나라이자 자유의(자유 연애의) 나라인 프랑스이지만 여성의 인권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진행형이라는 점, 다시말해 여성의 급여 문제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여성의 수가 아직은 남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을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핫~ 재미있다. 그리고 잘 읽힌다. ^^ '태초에 유아용 콧물흡입기가 있었다'라는 첫번째 단락의 제목만 보아도 대략  느낌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매 단락마다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유쾌하다. 잘 나가는 아내덕분에(?) 가사의 대부분을 떠맡고, 두 명의 딸들까지 보살펴야 하는 주인공의 일상, 푸념, 환상(엉뚱하거나 못된 상상) 기타 등등에 관한 내용들이 코믹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1인칭 서술 시점이어서 더욱 실감나고 현실에서도 왠지... 있을법한 커플이라는 생각에 공감하면서 읽게 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복수를 했던 적은? 작년에 전화통신업체를 다른 업체로 바꿨던 일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쓰러뜨렸던 자는? 75년 2월 소꿉장난할 때였다. 내 아내가 진짜로 요리한 마지막 요리는? 신혼초에 한 삶은 달걀이다. 그리고 아내를 보호해주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지도 정말 오래되었다. 오직 내 딸들만이 아직도 내 보호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난 더이상 아빠가 아니다.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136-137"

이 남자의 푸념... 낯설지 않다. 아줌마들끼리 모여서 주로 하는 이야기가 나는 어디로 가고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 며느리만 남았구나 하는 '정체성의 상실'에 관한 것들인데 사실 산다는 것은 다 그런거지 싶다. 하지만 남편 흉을 열심히 보다가도 헤어질 때쯤 되면 묘한 기류가 흐르면서 결국은 신랑들 자랑질하다가 끝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다비드 아비께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시말해 내용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가정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과 '아내에 대한 자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사일에 대한 불만과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추락하는 것 같아 우울하고, 아내의 승진 뒤에 상사와의 어떤 뒷거래가 있지 않을까 상상하기도 하지만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은 그림자에 불과했다. 잘 나가는 남자들 사이에서 명암도 못 내밀고 찌그러져 있을 때, 어여쁜 아내가 다가와 목을 휘감으며 "여보~" 라고 불러주자 모든 상황을 반전으로 엎으며 진정한 승리자가 되었다는 그 부분이야말로 '마나님 자랑'의 결정적 장면이며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아닐까? ^^ 

 작가의 성격상 한국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이나 궁금할 터... 이 말이 꼭 전해졌으면 좋겠다. "(프랑스어로 번역해 주세요) 책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중요한 것은 '유머러스함'에 달렸다는, 여자들한테 모든 것을 빼앗기는 상황이 오더라도 결코 '유머' 만큼은 빼앗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이 책이 잘 팔려서 '팬사인회'하러 오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에 꼭 한번 오세요. '바람난 가족'이란 영화만으로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엔 너무 부족하답니다. 하핫~ ^^ 그리고 더이상 찌질한 척 하지마세요~ 한국 사회에서도 아저씨만큼 가정에 헌신하는 남자는 드물답니다. 참 멋진 분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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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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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목을 움츠리게 만들었던 새벽의 찬 기운은 옷소매 사이로 빠져나갔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산기슭으로 밀려와 머물렀던 안개는 햇살의 발길질에 놀라 산 아래로 밀려나 흩어지고 있습니다. p.6"

소주 한잔을 비운 사람처럼 "캬~~"하는 감탄사를 터뜨리게 만듭니다. 조용한 시골의 아침 풍경이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듯 묘사가 뛰어납니다. 뭐랄까 조지훈님의 '승무'에서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고 했던 표현처럼 번역되지 않은 우리 글에서만 느낄수 있는 은유적 표현법이 가슴을 울립니다. 함께 실려있는 삽화도 어쩜 이렇게 이쁠수가...  글도 그림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화입니다. ^^ 
 
20년 동안 자란 키큰 백양나무의 곁가지인 '나'는 뜻하지 않게 나무로부터 잘려나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막대기'가 되었습니다. 사연인즉 마을을 지나치는 열차의 기적소리에 놀란 박씨네 암소를 진정시키위해 회초리로 꺽인 것이지요. 다른 나무들은 잘려나간 부분의 생명이 곧바로 빠져나가버리지만 백양나무의 곁가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분이 모두 날아가버리기 전에 적당히 뿌리내릴 곳만 찾는다면 어엿한 나무로 자랄 수 있게 됩니다. 
 
막대기는 지금까지 어미나무의 보살핌 속에서 고마운 줄도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당연히 그런줄로만 알고 철없이 살아왔습니다. 갈증에 허덕이며 삶과 죽음의 경제를 몇번씩 넘나들며 새삼 어미나무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박씨네 집으로 오게 된 막대기는 울보 딸 재희를 어느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희의 손에 들려지는 기쁨도 잠시 재희를 매질해야 하는 얄궂은 운영을 겪습니다. 그리고 뒷간의 똥통을 휘젓는 똥친막대기도 되었다가 재희를 지켜주는 방패도 되었다가... 막대기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삶을 살아갑니다.   
 
"나는 비극을 맞이할 준비만 갖추고 있는 꼴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운명의 길에 나를 내맡긴 채 어떤 기억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기적만이 나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 믿음도 가치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p.48-49"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조차 기적을 바라는 것이 결코 헛된 꿈은 아닐 것입니다. 희망을 버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입니다. 

사람은 슬플때 눈물을 흘리지요. 반대로 기쁠때도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는동안 자꾸만 눈물이 맺혔습니다. 내 안에 기쁨이 넘쳤다는 표현은 좀 이상한 것 같고, 슬펐던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데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이... 삶의 빛을 서서히 잃어가는 똥칙막대기가 희망을 끈을 놓지않고 회생의 믿음을 지켜가는 모습이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근에 읽은 그 어떤 성인책보다 한 권의 '동화'가 저를 미소짓게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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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파바로티 - 신화가 된 마에스트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과 열정
알베르토 마티올리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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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뚱뚱보 털보아저씨', 파바로티의 이미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랬다. 동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털보아저씨처럼 우락부락 무서워보이는 표정 속에 따스함이 넘쳐나는, 사소한 일에도 후하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마음씨 좋은 아저씨... ^^ 실제로 파바로티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었다. 그가 회상하는 어린시절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행복했다고 전한다. 파바로티의 아버지는 빵 굽는 일을 했지만 아마추어 테너이기도 했다. 아버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파바로티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성악을 접하게 되었고 유년기에 이미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성악가 베니아미로 질리와의 만남을 유년의 추억속에 고이 간직한 채 고등학교 졸업후에는 마에스트로 아리고 폴라에게 2년 반동안 수업을 받는다. (물론 두 사람 다 처음 듣는 이름지만 '이탈리아 최고의'라는 수식만으로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폴라의 경우는 한창 나이의 파바로티에겐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체계적인 수업방식을 고수했는데 스승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고통스런 과정을 이겨냈다. "폴라 선생님이 지시한 것은 뭐든 했습니다. 하루하루 장님이 된 심정으로... (중략) 19세의 젊은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 에, 이, 오, 우' 만을 반복했죠. p.40-41" 타고난 천재라는 것은 '원석의 질'이 뛰어나다는 뜻일 게다. 돌려서 말하자면 질이 뛰어난 원석도 갈고 닦지 않으면 보석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질 좋은 원석'이었던 파바로티도 결국은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빅 파바로티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파바로티만큼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성악가가 있을까 싶을 만큼 그의 신화는 두번 다시 기대하기 힘들만큼 위대한 것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오페라에 무지한 독자인 나조차도 세계적인 성악가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조수미를 꼽을 정도니 말이다. ^^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 그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 였다. 그때만 해도 오페라는 너무 어려운 장르였기에 '쓰리테너'와 '파바로티와 친구들'의 공연을 TV로 보면서 친숙하게 와 닿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파바로티의 대중적 활동은 정통 오페라를 추구하는 이들로부터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로서는 팝가수와 오페라 가수가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특히나 예술성을 추구하는 오페라 전문가들로서는 이미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파바로티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내 방송중에 '열린음악회'가 처음 방송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파워넘치는 라이브도 멋지지만 현직 교수급의 성악가들이 출현하여 오페라의 한장면을 선보이는 것이 참으로 신선했다. 파바로티의 공연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의 평을 뒤로하고 일반인들에겐 폭팔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바로티는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존재였고 사람들은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마에스트로 파바로티에게도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못말리는 여성편력으로 인해 끊임없이 불거지는 스캔들(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에 시달려했고,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를 괴롭힌 것은 그의 인생이자 삶의 이유인 오페라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문제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을 만큼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때문에 독서대를 떡허니 세워놓거나 가사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심지어는 공연을 앞두고 익숙한 래퍼토리로 바꾸기도 한다. 평생토록 따라다닌 비만은 그를 여러차례 수술대에 눕게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발을 떼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다른 배우들은 움직이려 하지 않는 비대한 파바로티 중심으로 연기를 펼쳐야 했고 파바로티는 이 모든 허술함을 '자선'을 빙자하여 모면하려 했다. 전성기때는 3옥타브의 높은 도를 여러번 소화해 '하이C의 제왕'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빅 파바로티>는 파바로티 서거 1주년을 맞이하여 평소 그를 아끼고 가까이서 인터뷰했던 저자가 평전으로 서술한 책이다. 파바로티의 어린시절부터 마에스트로가 되기까지, 전성기의 모습, 성공뒤에 가려진 이면, 인간적인 모습등 파바로티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말년의 파바로티, 그의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사람들 아니 세계인들은 파바로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거두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낙천적인 성격을 사랑하고, 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는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악보를 읽지 못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보에 표시를 해가면서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노력하는 천재였던 마에스트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성심껏 답변해주기로 유명한 프로근성, 무대에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때까지 노래를 불렀던 그의 삶이야 말로 열정 그 자체다.

브라보~!! 브라보 파바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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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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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7세인 아이에게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장난감은 단연코 '블럭'들이다. 집안 여기저기 블랙홀이 있는 것도 아닐터인데 좀 가지고 놀다보면 2/3 정도로 개수가 줄어있고, 그러면 다시 또 사다가 기존것들과 합치는 식으로 서너번은 반복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가지고 노는 것은 첫블럭에 비해 크기도 작아지고 단순한 모양의 것이 많다. 꼼지락 꼼지락 뭔가 하나씩 작품이 완성되어 갈 때마다 "스읍~~" 하고는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닦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엄마, 이거 절대로 망가뜨리지 마~" 지금보다 더 어릴때는 완성된 블럭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해서 참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혼을 담은 작품인양 오디오 위에 고이 모셔놓은 블럭덩어리(?)는 아이의 신신부탁에도 며칠이면 제 수명을 다한다. 아랫집 형아랑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가 플러그 꽂다가, 엄마가 청소하다가 그렇게 다시 조각이 되고 나면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 하소연 하면서 한바탕 눈물 바람을 하고서야 진정이 된다. "블럭은 원래 그런거야~ 블럭은 한가지 모양으로 얌전하게 있기보다는 이것도 되고 싶고 저것도 되고 싶고 욕심이 많아~ 블럭들은 밤마다 모여서 서로서로 자기 주인이 누구인지, 몇가지로 변신했는지 자랑을 한데~ " 눈에 힘을 주고 뻥을 친 엄마는 아이의 순진한 눈빛을 보고 그제야 한숨을 쉰다. ^^

<로버랜덤> 이 책은 '반지의 제왕'으로 잘 알려진 톨킨이 장난감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슬픔에 잠긴 아들을 위해 쓴 책이다. 부주의를 탓하기보다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먼저 생각해주는 부정이 엿보인다. 문득 시인이자 사진가인 신현림님이 '초코파이 자전거'라는 동시집을 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딸아이를 위해서 읽어줄 동시집을 찾다가 직접 시를 써야 겠다고 결심했다던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코맥 매카시의 '로드'에서는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첫구상을 떠올렸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부모와 자식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  특이한 것은 초판 원고가 세상에 나온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오늘에 이르렀고 본문과는 별도로 그 부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로버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의 이름이다. 어느날 집앞에서 노란 공을 가지고 놀다가 공을 주워든 할아버지에게 으르렁거리며 반말을 해버렸다. 할아버지는 마법사인데 공을 집어들었을때만 해도 뼈다귀나 고기조각으로 바꿀까 생각했을만큼 로버에게 적대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로버의 반말에 맘이 상해버린대다 결정적으로 바지자락을 물어 뜯기자 로버를 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린다. 로버는 장난감으로 팔려 작은 소년의 집으로 갔다가 모래사장에 버려진다. (정확히 말하면 소년이 모래사장에서 로버를 잃어버린다.)  로버는 모래요정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피해 달나라로 가게되지만 결국은 마법사를 만나야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엔 바다로 마법사를 찾아간다.

로버의 모험은 크게 달과 바다 두 곳에서 이루어진다. 두 공간은 서로 대칭되는 면이 있는데 각각의 장소에서 똑같이 로버라는 이름을 가진 달 강아지와 바다 강아지를 만나고, 달 사나이와 인어, 화이트 드레곤과 바다뱀이 등장한다. 그리고 달에서는 달의 뒤편을 바다에서는 세계의 반대편을 여행한다. 로버랜덤은 다른 강아지들과 구분해서 부르기위해 여행중인 우리의 로버에게 임시로 붙여진 이름으로 로버는 '떠돌이', 랜덤은 '무작위로 혹은 닥치는대로'라는 뜻이 있어 로버랜덤은 아무데나 떠돌아 다닌다닌다는 뜻이 된다. 

가장 주목할 것은 공간적 배경을 묘사한 작가의 상상력이다. 정말로 '톨킨답다'라는 표현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환상적이면서도 기묘하며 때론 난해한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북유럽신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톨킨의 작품 세계를 얼마나 이해할까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 그냥 보여지는 그대로가 가슴에 꽂혔듯이 활자를 읽는 순간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테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화 되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많은데 이 책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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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iger and the Dried Persimmon] 서평단 알림
The Tiger and the Dried Persimmon - 호랑이와 곶감 영어를 꿀꺽 삼킨 전래동화
Clare Lee 지음, 김서영 그림, 아이작 더스트 감수 / 주니어중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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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영어교육에 있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내 아이니까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생각은 한결같은데 결국은 부모의 성격이나 경험에 의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교육시키기 마련이니...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엄마도 있을 것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주위에서 너무 이른 나이에 영어를 시작했다가 아이한테 도리어 해가 된 경우를 많이 보고 들어서인지 내 아이만큼은 한글을 뗀 다음에 영어를 시작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도리어 늦어지게 된 원인이 되어 버렸다.
 
 우리 아이는 지금 7세인데 5세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으니 주 2회 정도의 맛보기 수업은 꾸준히 해왔다고 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안되는 것이 듣기다. 외국어를 습득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얼마나 그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가 하는 것인데 집에서 CD를 틀어주면 딴청 피우기 여사이고 심지어는 시끄럽다고 꺼달란다. --;; 다행스럽게도 동화책 읽는 것은 좋아해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영어동화다. 사실 영문화권의 책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함께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듣긴 했지만,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와 친해지는 것이다. 이왕이면 재미있어할만한 내용이어야 하고, 스스로 읽어 보고픈 생각이 들만큼 시선을 끄는 책이어야 했다.  

스토리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인지라 우리 전래가 영어로 나온다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적이 많았다. '영어를 꿀꺽 삼킨 전래 동화'가 그래서 더욱 반갑다. 함께 온 가이드북의 내용의 몇가지 소개하자면 영어로 읽기전에 한글로 된 똑같은 책이 있으면 먼저 읽고 표지부터 한 장씩 넘기면서 아이가 추측하도록 한다. 오디오는 나중에 먼저 엄마가 영어로 읽어준다. 우리말 해석은 해주지 않고 아이가 물을때만 해준다. 아이들의 틀린 부분을 바로 지적하지 않는다 라는 등의 내용이 있다. 한 줄 읽고 해석해주고, 아이가 틀릴때마다 바로바로 지적해서 고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앞으론 주의하면서 읽어주어야 겠다. 

 전래의 특성상 동사가 모두 과거형이어서 조금 어색했던 점도 있긴 하다. 우리말은 현재형, 과거형 할 것없이 익숙한데 영어는 각각을 따로 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인가 보다. 하지만 동화를 듣는 아이는 이런저런 생각없이 재미있어 한다. 보통 동화책을 읽어줄 때 처럼 엄마의 오버 액션이 들어가면 더 좋아한다. 문장 길이도 적당하고 읽어주기 만만해서 좋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도 무척 마음에 든다. 아직은 시각적인 면에 자극을 많이 받는 시기라서 아이 책 고를 때 그림도 유심히 살피는 편인데 전통의 미를 잘 살린 그림풍에다 코믹하고 익살스러운 호랑이의 표정이 너무나 친근하다. 

창작동화의 경우 원문으로 나온 책은 보았지만 전래를 영어동화로 만든 책은 처음이다. 일단은 시도가 좋았고, 아이가 좋아하니 되었다 싶다. 페이퍼북으로 나온만큼 가격면에 좀 더 신경써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CD와 지도서, 벽그림을 보니 과한 욕심인가 보다 하고 만족하기로 했다. 시리즈로 출간된 다른 책들도 기대된다. ^^  

** 이 책은 알라딘 서평이벤트로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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