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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랜덤 - 마법에 걸린 떠돌이 개 이야기
J.R.R 톨킨 지음, 크리스티나 스컬 & 웨인 G. 해몬드 엮음, 박주영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7세인 아이에게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장난감은 단연코 '블럭'들이다. 집안 여기저기 블랙홀이 있는 것도 아닐터인데 좀 가지고 놀다보면 2/3 정도로 개수가 줄어있고, 그러면 다시 또 사다가 기존것들과 합치는 식으로 서너번은 반복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가지고 노는 것은 첫블럭에 비해 크기도 작아지고 단순한 모양의 것이 많다. 꼼지락 꼼지락 뭔가 하나씩 작품이 완성되어 갈 때마다 "스읍~~" 하고는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닦는 아이의 천진한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엄마, 이거 절대로 망가뜨리지 마~" 지금보다 더 어릴때는 완성된 블럭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해서 참 애먹었던 기억이 있다. 혼을 담은 작품인양 오디오 위에 고이 모셔놓은 블럭덩어리(?)는 아이의 신신부탁에도 며칠이면 제 수명을 다한다. 아랫집 형아랑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가 플러그 꽂다가, 엄마가 청소하다가 그렇게 다시 조각이 되고 나면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지 하소연 하면서 한바탕 눈물 바람을 하고서야 진정이 된다. "블럭은 원래 그런거야~ 블럭은 한가지 모양으로 얌전하게 있기보다는 이것도 되고 싶고 저것도 되고 싶고 욕심이 많아~ 블럭들은 밤마다 모여서 서로서로 자기 주인이 누구인지, 몇가지로 변신했는지 자랑을 한데~ " 눈에 힘을 주고 뻥을 친 엄마는 아이의 순진한 눈빛을 보고 그제야 한숨을 쉰다. ^^
<로버랜덤> 이 책은 '반지의 제왕'으로 잘 알려진 톨킨이 장난감 강아지를 잃어버리고 슬픔에 잠긴 아들을 위해 쓴 책이다. 부주의를 탓하기보다 상처받았을 아이의 마음을 먼저 생각해주는 부정이 엿보인다. 문득 시인이자 사진가인 신현림님이 '초코파이 자전거'라는 동시집을 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딸아이를 위해서 읽어줄 동시집을 찾다가 직접 시를 써야 겠다고 결심했다던 내용이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코맥 매카시의 '로드'에서는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첫구상을 떠올렸다는 내용이 생각난다. 부모와 자식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 특이한 것은 초판 원고가 세상에 나온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오늘에 이르렀고 본문과는 별도로 그 부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로버는 작고 귀여운 강아지의 이름이다. 어느날 집앞에서 노란 공을 가지고 놀다가 공을 주워든 할아버지에게 으르렁거리며 반말을 해버렸다. 할아버지는 마법사인데 공을 집어들었을때만 해도 뼈다귀나 고기조각으로 바꿀까 생각했을만큼 로버에게 적대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로버의 반말에 맘이 상해버린대다 결정적으로 바지자락을 물어 뜯기자 로버를 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린다. 로버는 장난감으로 팔려 작은 소년의 집으로 갔다가 모래사장에 버려진다. (정확히 말하면 소년이 모래사장에서 로버를 잃어버린다.) 로버는 모래요정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피해 달나라로 가게되지만 결국은 마법사를 만나야만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번엔 바다로 마법사를 찾아간다.
로버의 모험은 크게 달과 바다 두 곳에서 이루어진다. 두 공간은 서로 대칭되는 면이 있는데 각각의 장소에서 똑같이 로버라는 이름을 가진 달 강아지와 바다 강아지를 만나고, 달 사나이와 인어, 화이트 드레곤과 바다뱀이 등장한다. 그리고 달에서는 달의 뒤편을 바다에서는 세계의 반대편을 여행한다. 로버랜덤은 다른 강아지들과 구분해서 부르기위해 여행중인 우리의 로버에게 임시로 붙여진 이름으로 로버는 '떠돌이', 랜덤은 '무작위로 혹은 닥치는대로'라는 뜻이 있어 로버랜덤은 아무데나 떠돌아 다닌다닌다는 뜻이 된다.
가장 주목할 것은 공간적 배경을 묘사한 작가의 상상력이다. 정말로 '톨킨답다'라는 표현말고는 설명할 수 없는 환상적이면서도 기묘하며 때론 난해한 세계가 펼쳐진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북유럽신화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톨킨의 작품 세계를 얼마나 이해할까 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반지의 제왕'을 보면서 그냥 보여지는 그대로가 가슴에 꽂혔듯이 활자를 읽는 순간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테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화 되면 참 좋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많은데 이 책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