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파바로티 - 신화가 된 마에스트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삶과 열정
알베르토 마티올리 지음, 윤수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뚱뚱보 털보아저씨', 파바로티의 이미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랬다. 동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털보아저씨처럼 우락부락 무서워보이는 표정 속에 따스함이 넘쳐나는, 사소한 일에도 후하하~ 호탕한 웃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마음씨 좋은 아저씨... ^^ 실제로 파바로티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이었다. 그가 회상하는 어린시절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환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행복했다고 전한다. 파바로티의 아버지는 빵 굽는 일을 했지만 아마추어 테너이기도 했다. 아버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파바로티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성악을 접하게 되었고 유년기에 이미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당시 이탈리아 최고의 성악가 베니아미로 질리와의 만남을 유년의 추억속에 고이 간직한 채 고등학교 졸업후에는 마에스트로 아리고 폴라에게 2년 반동안 수업을 받는다. (물론 두 사람 다 처음 듣는 이름지만 '이탈리아 최고의'라는 수식만으로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폴라의 경우는 한창 나이의 파바로티에겐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체계적인 수업방식을 고수했는데 스승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바탕으로 고통스런 과정을 이겨냈다. "폴라 선생님이 지시한 것은 뭐든 했습니다. 하루하루 장님이 된 심정으로... (중략) 19세의 젊은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 에, 이, 오, 우' 만을 반복했죠. p.40-41" 타고난 천재라는 것은 '원석의 질'이 뛰어나다는 뜻일 게다. 돌려서 말하자면 질이 뛰어난 원석도 갈고 닦지 않으면 보석이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질 좋은 원석'이었던 파바로티도 결국은 험난한 과정을 통해서 빅 파바로티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파바로티만큼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성악가가 있을까 싶을 만큼 그의 신화는 두번 다시 기대하기 힘들만큼 위대한 것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에 사는, 오페라에 무지한 독자인 나조차도 세계적인 성악가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조수미를 꼽을 정도니 말이다. ^^ 파바로티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을 때 그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 였다. 그때만 해도 오페라는 너무 어려운 장르였기에 '쓰리테너'와 '파바로티와 친구들'의 공연을 TV로 보면서 친숙하게 와 닿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파바로티의 대중적 활동은 정통 오페라를 추구하는 이들로부터 끊임없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로서는 팝가수와 오페라 가수가 한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파격적인 발상이었다. 특히나 예술성을 추구하는 오페라 전문가들로서는 이미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파바로티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내 방송중에 '열린음악회'가 처음 방송되었을 때가 생각난다.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파워넘치는 라이브도 멋지지만 현직 교수급의 성악가들이 출현하여 오페라의 한장면을 선보이는 것이 참으로 신선했다. 파바로티의 공연도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의 평을 뒤로하고 일반인들에겐 폭팔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바로티는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존재였고 사람들은 파바로티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했다.    

 마에스트로 파바로티에게도 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못말리는 여성편력으로 인해 끊임없이 불거지는 스캔들(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에 시달려했고, 탈세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를 괴롭힌 것은 그의 인생이자 삶의 이유인 오페라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문제들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더이상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을 만큼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때문에 독서대를 떡허니 세워놓거나 가사를 알려주는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심지어는 공연을 앞두고 익숙한 래퍼토리로 바꾸기도 한다. 평생토록 따라다닌 비만은 그를 여러차례 수술대에 눕게 만들었을뿐만 아니라 무대에서 발을 떼는 것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다른 배우들은 움직이려 하지 않는 비대한 파바로티 중심으로 연기를 펼쳐야 했고 파바로티는 이 모든 허술함을 '자선'을 빙자하여 모면하려 했다. 전성기때는 3옥타브의 높은 도를 여러번 소화해 '하이C의 제왕'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빅 파바로티>는 파바로티 서거 1주년을 맞이하여 평소 그를 아끼고 가까이서 인터뷰했던 저자가 평전으로 서술한 책이다. 파바로티의 어린시절부터 마에스트로가 되기까지, 전성기의 모습, 성공뒤에 가려진 이면, 인간적인 모습등 파바로티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말년의 파바로티, 그의 실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사람들 아니 세계인들은 파바로티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거두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낙천적인 성격을 사랑하고, 천상의 목소리라 불리는 그의 음악을 사랑한다. 악보를 읽지 못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보에 표시를 해가면서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노력하는 천재였던 마에스트로,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에게 성심껏 답변해주기로 유명한 프로근성, 무대에 더 이상 오를 수 없을 때까지 노래를 불렀던 그의 삶이야 말로 열정 그 자체다.

브라보~!! 브라보 파바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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