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살 소년에게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은 슬픔이다. 책을 좋아했던 엄마는 이야기들이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말해주었고 소년에게 곧잘 책을 읽어달라고 했으며 소년이 좋아하는 책을 엄마도 좋아해 주었다. 소년은 오랜 병마에 시달리던 엄마를 위해 자신만의 규칙과 의식을 만드는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엄마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가엾은 데이빗... 엄마가 돌아가시자 데이빗은 책에만 파묻혀 지냈다. 

책보다는 신문을 좋아하고 엄마가 돌아가시던 날 이후로는 한번도 울지 않았던 아빠, 아직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데이빗에게 아빠는 너무나 가혹한 짓을 저지른다. 엄마가 죽은지 '다섯달 하고도 석 주하고도 나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로즈라는 여인을 데이빗에게 소개시켜 준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킨 데이빗은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고 아빠는 데이빗에게 동생이 생길거라 말하고는 로즈와의 결혼을 서두른다. 

어른들의 이기심이란.... 솔직히 초반부터 살짝 열이 받았다. 작년인가 업계의 사장님이 재혼한다고 청첩을 보내왔는데 알고보니 상처한지 1년도 되지 않은 것이었다. 직원들이 입을 모아 아무리 그래도 첫기일은 지낸후에 식을 치르는 것이 함께한 세월에 대한 배려가 아니겠는가 하였는데 정작 본인은 배우자의 긴 병에 질려버렸고, 고등학생인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위해서도 결혼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하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과 가족이 된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니 타인의 입장에서 뭐라할 것은 못되지만 여전히 '아무리 그래도...' 라는 말만 되풀이했던 기억이 난다. 

아빠가 결혼한 후 데이빗은 로즈의 대저택에서 동생 조지와 함께 살게된다. 그무렵 전쟁이 일어나 아빠는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하게 되고 로즈와 데이빗의 관계는 계속 악화되기만 한다. 어느날 데이빗은 죽은 엄마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대저택의 지하정원을 통해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숲사람은 데이빗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누군가 데이빗이 돌아가려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숲사람은 데이빗에게 왕국의 임금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고 하는데 국왕이 가진 '잃어버린 것들의 책'에는 분명 집으로 가는 방법이 적혀 있을거라고 말한다. 

 왕국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다. 이 새로운 세계는 현실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전쟁을 겪고 있는데 늑대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르푸라는 종족의 우두머리 르로이가 왕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굶주린 늑대들을 피해다녀야 할 뿐만 아니라 곳곳에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과 맞서면서 여행을 계속한다. 왠지 모를 암울한 기운... 안개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답답하다. 무엇보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 아이라고 생각했던 데이빗이 칼을 휘두르며 피를 튀기는 장면은 '성장'으로 받아들여지기 보다 섬짓하게 와닿았던 것이 사실이다. 

데이빗은 여행중에 숲사람과 기사 롤랜드에게 몇 편의 '동화'를 전해듣게 되는데 기존 동화를 패러디한 '동화 비틀기'라고 해야할지... 쉽게 말해 '엽기 동화'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빨간모자는 인간을 피해가려는 늑대를 유혹해서 르푸를 낳고,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을 못살게 구는 악녀라는 주장이다. 매번 이야기가 시작될때마다 호기심도 생기지만 쓰디 쓴 약을 삼킨 것처럼 쩝쩝거리게 된다. 좋았던 점은 본문에 대한 설명과 원작 동화의 내용이 부록에 따로 실려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용이나 느낌상 <사자와 마녀와 옷장>이 떠오르고 <오즈의 마법사>, <반지의 제왕>도 언듯 스쳤다. 무엇보다 이 모든 상황이 데이빗의 분노에서 시작되었고 '꼬부라진 모자를 쓴 꼬부라진 사람'의 농간이라는 사실에 경악해야만 했다. 가령 말을 잘 듣지 않는 개구장이 아이들을 잡아가는 마법사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아무리 개구장이라고 해도 결국은 어린 아이인 것을...  그들의 호기심이 분노가 욕심이 부모로 부터 떼어놓거나 영혼을 빼앗길만큼의 죄값을 치러야하는 사악함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경력탓인지 스릴러와 판타지가 만나니 결국은 '잔혹 동화'가 되었다. 내용상 청소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솔직히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참 대단하다며 감탄하면서 읽었다. 더구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소설을 썼습니다. 이 책 만으로도 저는 작가로서의 제 삶에 만족합니다. " 라고 한 작가의 자부심에도 손을 들어주고 싶다. 어쨌거나 판타지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세계로의 통로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주인공 소네자키 리에는 데이카대학 산부인과 소속으로 미모에 실력까지 인정받는 의사다. 리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중 하나로 불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후생성 관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관료들의 눈치를 보는 입장인 대학에서조차 압력을 받게 되자 책상에 앉아 현실감 없는 정책을 펼치는 행정당국과 대학 모두에 실망을 느낀다. 한편 대학에서 외래진료 지원을 해주던 마리아클리닉이라는 산부인과에서는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서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마지막 남은 다섯 명의 임부가 무사히 출산을 마칠때까지 리에가 진료를 계속맡기로 한다. 
 
 임부들은 각자 연령층부터 환경이나 모든 것이 너무나 다르다. 유미는 19세 미성년으로 수술을 위해 처음 내원했지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아이 아빠가 도망가버려서 설사 아이를 낳더라도 미혼모라는 힘겨운 현실에 맞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직장에서의 성공과 출산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카코, 아이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지는 미네코, 수년째 불임치료를 받으며 어렵게 임신했지만 이번에도 습관성 유산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히로코, 마지막으로 55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미도리... 그들 개개인은 미혼모, 맞벌이 부부의 출산, 장애아 문제, 불임치료, 대리모등 결코 쉽지 않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 고발적인 성격을 띤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긴했지만 초반부터 여간 날카로운 것이 아니다. 리에의 주장처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불임 부부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도록 해야할 터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 그리고 출산은 병이 아니기에 보험이 안된다는 문제등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전검사비용 및 출산에 드는 의료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었는데 몇년전부터 시스템이 재정비되면서 산전검사부터 만6세미만 까지의 의료비 지원이 대폭 확대되었다고 한다. 물론 바람직한 정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저출산 문제는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같은 동양권이긴 하지만 장애아 문제에 대한 다큐를 보면서 일본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앞선 선진국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던 적이 있다. 그네들은 산전에 태아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비관적인 검사 결과에 대해 태아에게 어떻게 손을 쓸 목적(?)이 아니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이에게 최선의 기회를 주기위함이라고 한다. 이는 선진국의 국민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사고이기도 하다. 물론 이와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 장애아의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사고가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보완한 결과라고 한다. 기존의 틀을 깨기위해서는 희생없이 이루어 지는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대리모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학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인간의 윤리 문제가 재정립 되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느리다고들 하는데 의술이 발달하면서 안락사 문제나 장기매매, 대리모 문제등 논란만 커지고 답은 없는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원한다. 남자든 여자든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합법화 시키거나 겉으로 드러내놓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이로인해 예상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더 크다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출산 직후에 아가의 성별이 딸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산모들의 마음속에 한순간 짠한 감정이 스친다고 한다. 아직은, 아직도 여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싶어서 그리고 언젠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안스러워서 라고들 한다. 하지만 '엄마'라는 타이틀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고, 착상이 이루어지고, 세포 분열이 되고... 그런 것들은 그냥 접어두자. 쾌락이나 번식의 개념따위로는 이해될 수도 이해하려 해서도 안된다. 그냥 신비스러움, 자연의 조화로움일 그 자체다. 솔직히... 요즘도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 깜짝 깜짝 놀랄때가 있다. 이 아이가 어디서 뚝 떨어진 걸까... 싶기도 하고... ㅎㅎ 생명의 소중함과 경외스러움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부터 오는 것 같다. 

가이도 다케루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반응이 좋았던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이란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의사로서의 그의 경험이 병원의 모습이나 의료계 현실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많이 미친듯 하다. 걱정했던 것처럼 어려운 의학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쉽게 이해되도록 설명하고 있어 읽기가 편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다섯명의 임부와 주인공 리에, 선배인 기요카와 준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구성이 괜찮은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 아이한테 10개월을 살았다는 증거로 이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했던 미네코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아, 두루두루 생각이 많아진다. 그나저나 방금 읽은 책이 소설이 맞나 싶을 만큼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다.     

  
"의료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의학은 학문이죠. 의학이라는 토대 위에 국민의 의사에 다라 의료라는 집을 짓는 것과 같아요. 거기서는 의학의 결과와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의료는 환자로부터 돈을 받을 수가 있다는 점. 하지만 의학은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돈을 쏟아 붓지 않으면 의학은 진보하지 않습니다. p.71"

"명의란 윤리나 도덕을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록 인격 파탄자라 하더라도 메스 다루는 솜씨만 정확하다면 사회는 그를 필요로 한다. p.76"

 "산과 의료가 어려운 것은 출산이라는 것이 그 가족들에게는 희망의 빛이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상처에서 시작하는 일반적인 치료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 p.1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번이 몇번째 입문서더라... 책장을 넘기면서 잠시 주춤하였다. 작년 이맘때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이라는 책을 읽고 클래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걷히긴 했지만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은, 혹은 음악을 들으면서 여전히 곡명이나 작곡가를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 졌다. 그리고는 약간의 시간이 흘러 올 6월쯤인가 '삼양미디어의 상식시리즈'를 만날 기회가 있어 냉큼 집어들었는데 말그대로 상식으로 알아야할 50여가지 클래식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어 흥미로운 독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을 즐긴다든지, 스스로의 판단으로만 클래식 CD를 구입한다든지 하는 수준에는 못미친듯 하다.
 
언제까지 서성일테냐... 언제까지 입문서만 줄창 읽을텐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알고싶어하는 욕구 자체가 장족의 발전일지도 모른다며 위로를 삼는다. 한때는 전혀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 지금은 조금이라고 더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분야가 되었으니 말이다. ^^ 나이가 드니 고상해 보이고 싶어서? 아는체 하고 싶어서? 하핫~ 천만의 말씀이다~!! 어느순간 클래식이 우리 생활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의 무지와 무관심에 충격을 받은 탓이다. 하루중에도 느끼지 못하는사이 수십번씩 듣는 클래식, 영화와 드라마,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들려주는 음악이 클래식이라는 생각 해본 적이 있는가. 주말에 아이랑 놀이공원에 갔는데 입구부터 놀이기구까지, 산책로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 또한 클래식 이었다. 울 아들이 "엄마 이건 무슨 음악이야?"라고 묻지 않는것만으로 고마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

클래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의 서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클래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토록 어렵게 느끼고, 일부 사람들을 위한 음악으로 생각했던 클래식은 사실 천재들이 이 세상 우리 모두를 위해 만들어준 보물이다. p7" 이렇게 강조하면서 시작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클래식 대중화에 대한 실패의 책임을 독자나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에게 돌린 점은 특이할만하며 책을 읽는 이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 제대로 된 클래식 강의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굳은 의지에 왠지 모를 신뢰가 갔다.

책은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바로크에서 고전파까지), 2악장 빠르고 유쾌하게(낭만파 시대), 3악장 감정을 담아 느리게(근대음악), 4악장 힘차고 웅장하게(현대음악)... 각 악장속에는 바흐,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등 음악가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대부분 익숙한 이름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각 파트를 악장이라고 부른것부터, 음악마다 나름대로 제목을 붙여준 것등 설명도 재미있다. 유명한 음악가들 속에 음악계의 별종이라고 불리는 베를리오즈라는 이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베를리오즈는 독창적인 작곡가로 유명하다. 이유인즉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으니 위대한 음악가 누구누구의 영향을 받았을리도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피아노도 못 쳤다고 한다. 도서관이나 극장에서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하면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뒤늦게 들은 후 대작들을 많이 남겼는데 하여간 대단한 작곡가다.

그리고 맨델스존의 누나인 파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여자라는 이유로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음악을 접어야 했지만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숨길 수는 없었기에 몰래 작곡도 했고, 맨델스존에게 음악적인 조언도 해주었다고 한다. 파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후 작곡가로서의 꿈을 펼치려고 시도하지만 이번에는 동생의 반대에 부딪힌다. 휼륭한 예술가인 맨델스존이었지만 누나에게만큼은 당시 사회적 통념, 여성은 사회활동을 해서는 안되며 오로지 가정주부여야 한다는 생각을 강요했던 것이다. 후에 파니가 죽고 나서야 충격을 받아 현악사중주 6번<파니의 죽음>을 작곡한다.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검은 색의 표지가 이토록 강열하게 와닿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파워 클래식'이라는 표현처럼 클래식에 대한, 그 중에서도 특히 현악사중주를 신봉하는 콰르텟티스트(Quartetist)로서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책의 저자처럼 연주가이거나 혹은 지휘자등 전문가들이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다각도로 애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기회가 되면 '신 클래식 강의'로 주목받고 있는 저자의 강의를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 
 
 이젠 그만 서성일거야?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난 그냥 씩~ 웃고 만다. 클래식은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어쩜 다음번에 이와 비슷한 클래식 입문서가 눈에 띄면 또다시 냉큼 집어들어테다. 그래도 좋다. 이런류의 책을 통해 음악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고 작곡가들의 이야기,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서두르지 않겠다. 이로써 또 한걸음 클래식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우리 집 과학 왕
요한나 본 호른 지음, 황덕령 옮김, 요나스 부르만 그림 / 북스토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내년이면 우리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세월도 참... ^^ 돌이켜보니 초등 저학년때 장래희망을 말하라고 하면 항상 '과학자'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당시 국가적인 사업이었던 경제개발 계획이 수차례에 걸쳐 진행되면서 과학기술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 홍보를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영향을 받았던 탓인지 아님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꿈을 가지기 전이어서 그런지 뭔가 막연히 있어 보이는 것이 과학자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나이의 내게 '과학자'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진 마법사와 같은 존재처럼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다섯살때였던가 우리 집에 전화를 처음 들여 놓았다. 그리고 초등 3학년때인가 냉장고를, 중학교 다닐 때 전자레인지, 컴퓨터는 대학들어가서야 겨우 장만할 수 있었다. 그래도 텔레비전은 이 모든 것들이 있기 전부터 시청했었는데 물론 다리가 긴 케이스에 들어있던 요즘은 골동품상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런 모양이다. 아버지는 저녁 뉴스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텔레비전의 문(진짜로 문이 달려 있었음)을 닫고 플러그까지 뽑고는 잠자리에 드시곤 하셨다. 그토록 소중한 텔레비전이 어느날 고장이 나서 온 가족이 비상이 걸렸는데 아버지께서 손수 분해하시는 과정에서 그 속을 들여다 보았던 충격(!)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작은 사람들이 살거라고도 생각했고, 우리 말을 잘 하는 파란 눈의 사람이 살거라고 생각했는데, 작은 동물원도 있고... 하여간 뭔가 허전하고 씁쓸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도대체 무슨 원리로... --;;

사실 울 아들을 앉혀 놓고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분명 세대차를 느끼며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지금 아들이 누리는 문명의 혜택은 엄마의 어린 시절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며 할아버지와는 또 다른 세상일테니 말이다. (할아버지는 호롱불에 장작으로 불지피던 세대다.) 문제는 '전화는 전화요, 냉장고는 냉장고이니... 진공청소기는 진공청소기일뿐 전구는 전구니라' 하는 식으로 모든 것이 당연스러운 것이 되어 최소한 달나라 정도는 다녀와야 '우와~ 과학이구나~'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 자체가 과학인 것을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과학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을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우리 집 과학 왕> 이 책에서는 열쇄와 자물쇠의 원리부터 전기, 전구, 냉장고, 전자레인지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과학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붕을 뜯어낸 집을 들여다보니 방방마다 설명할 것들로 가득하다. 그리고는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을 확대해 마치 컬러 X-ray로 촬영한 것처럼 속(구조)을 훤히 보여준다. 기본적인 작동원리와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예전에 없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등... 다양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맨 뒷편에 미래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에서 냄새나는 텔레비전이나 주인을 알아보는 집과 같은 아이디어는 충분히 가능성 있어 보인다. 지금은 말도 안된다 할지 모르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초콜릿 광고를 보면서 TV에서 샘플을 꺼내 먹을 수 있는 날도 기대해봄직 하다.

과학은 한계가 없다. 우리의 기대와 상상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 뇌를 키우는 그리스로마 신화 1 - 하늘의 왕이 된 제우스
김경윤 글, 이경택 그림, 고규녀 영작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신화는 옛사람들이 그저 이야기거리 삼아 지어낸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 읽은 역사서에 의하면 우리의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웅은 천신족(하늘을 숭배하는 부족) 사람이고, 웅녀의 경우 웅족(당시 씨족사회의 다른 부족)의 여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름 설득력있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집권층을 신격화하여 사료에 남기는 과정에서 허황한 이야기처럼 되어버렸지만 숨겨진 뜻을 잘 파악한다면 우리의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라별로 (건국)신화가 없는 나라가 없다. 같은 문화권에서는 신기하리만큼 비슷한 내용도 있어 나라별로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할무렵부터 제각각 신화를 만들어 가졌는가 싶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두루 읽혀지는 신화이다. 또한 우리 일상에서 상업적으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 문화를 이해하려는 학문적인 목적으로 더욱 가치있는 분야이다. 

"우리말의 2/3가 한자에 뿌리를 두고 있듯이 영어의 2/3도 그리스어와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저자는 명쾌한 한 마디로 영어와 그리스로마 신화의 친밀한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영어 뇌를 키우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부분이 바로 이부분인데 우선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 신화 속에서 영어의 어근을 찾고, 다시 같은 어근에서 파생된 영어 단어들을 알아보는 순서로 되어있다. 

부수적으로 신화와 관련된 명화를 감상한다든지(그림을 조금만 더 크게 배치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왜 영어를 잉글리시라고 할까?' 혹은 '수영복은 영어로 왜 비키니일까?' 하는 등의 '영어 이야기' 코너도 흥미롭고, 배운 내용을 최종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퀴즈 아카데미'등도 재미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리스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물론 친숙한 독자층까지 두루 만족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신화 시리즈의 첫번째로 카오스에서 우주가 만들어 지는 과정과 제우스가 하늘의 왕이 되는 과정, 그리고 인류의 탄생까지 나와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방대한 분량을 생각할 때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12신들의 이야기로 이어갈 2편과 고난을 이겨내는 영웅의 이야기가 펼쳐질 3권이 너무나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