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번이 몇번째 입문서더라... 책장을 넘기면서 잠시 주춤하였다. 작년 이맘때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이라는 책을 읽고 클래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걷히긴 했지만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은, 혹은 음악을 들으면서 여전히 곡명이나 작곡가를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 졌다. 그리고는 약간의 시간이 흘러 올 6월쯤인가 '삼양미디어의 상식시리즈'를 만날 기회가 있어 냉큼 집어들었는데 말그대로 상식으로 알아야할 50여가지 클래식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어 흥미로운 독서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클래식을 즐긴다든지, 스스로의 판단으로만 클래식 CD를 구입한다든지 하는 수준에는 못미친듯 하다.
 
언제까지 서성일테냐... 언제까지 입문서만 줄창 읽을텐가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알고싶어하는 욕구 자체가 장족의 발전일지도 모른다며 위로를 삼는다. 한때는 전혀 무관심했던 것에 대해 지금은 조금이라고 더 알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분야가 되었으니 말이다. ^^ 나이가 드니 고상해 보이고 싶어서? 아는체 하고 싶어서? 하핫~ 천만의 말씀이다~!! 어느순간 클래식이 우리 생활과 굉장히 밀접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의 무지와 무관심에 충격을 받은 탓이다. 하루중에도 느끼지 못하는사이 수십번씩 듣는 클래식, 영화와 드라마,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들려주는 음악이 클래식이라는 생각 해본 적이 있는가. 주말에 아이랑 놀이공원에 갔는데 입구부터 놀이기구까지, 산책로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 또한 클래식 이었다. 울 아들이 "엄마 이건 무슨 음악이야?"라고 묻지 않는것만으로 고마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

클래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책의 서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클래식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토록 어렵게 느끼고, 일부 사람들을 위한 음악으로 생각했던 클래식은 사실 천재들이 이 세상 우리 모두를 위해 만들어준 보물이다. p7" 이렇게 강조하면서 시작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클래식 대중화에 대한 실패의 책임을 독자나 작곡가가 아닌 '연주자'에게 돌린 점은 특이할만하며 책을 읽는 이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 제대로 된 클래식 강의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굳은 의지에 왠지 모를 신뢰가 갔다.

책은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바로크에서 고전파까지), 2악장 빠르고 유쾌하게(낭만파 시대), 3악장 감정을 담아 느리게(근대음악), 4악장 힘차고 웅장하게(현대음악)... 각 악장속에는 바흐, 하이든, 베토벤, 슈베르트등 음악가별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대부분 익숙한 이름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각 파트를 악장이라고 부른것부터, 음악마다 나름대로 제목을 붙여준 것등 설명도 재미있다. 유명한 음악가들 속에 음악계의 별종이라고 불리는 베를리오즈라는 이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베를리오즈는 독창적인 작곡가로 유명하다. 이유인즉 음악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으니 위대한 음악가 누구누구의 영향을 받았을리도 없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피아노도 못 쳤다고 한다. 도서관이나 극장에서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하면서 베토벤의 교향곡을 뒤늦게 들은 후 대작들을 많이 남겼는데 하여간 대단한 작곡가다.

그리고 맨델스존의 누나인 파니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여자라는 이유로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음악을 접어야 했지만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숨길 수는 없었기에 몰래 작곡도 했고, 맨델스존에게 음악적인 조언도 해주었다고 한다. 파니는 부모님이 돌아가신후 작곡가로서의 꿈을 펼치려고 시도하지만 이번에는 동생의 반대에 부딪힌다. 휼륭한 예술가인 맨델스존이었지만 누나에게만큼은 당시 사회적 통념, 여성은 사회활동을 해서는 안되며 오로지 가정주부여야 한다는 생각을 강요했던 것이다. 후에 파니가 죽고 나서야 충격을 받아 현악사중주 6번<파니의 죽음>을 작곡한다.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검은 색의 표지가 이토록 강열하게 와닿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파워 클래식'이라는 표현처럼 클래식에 대한, 그 중에서도 특히 현악사중주를 신봉하는 콰르텟티스트(Quartetist)로서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책의 저자처럼 연주가이거나 혹은 지휘자등 전문가들이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다각도로 애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기회가 되면 '신 클래식 강의'로 주목받고 있는 저자의 강의를 꼭 한번 들어보고 싶다. 
 
 이젠 그만 서성일거야? 책을 덮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난 그냥 씩~ 웃고 만다. 클래식은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어쩜 다음번에 이와 비슷한 클래식 입문서가 눈에 띄면 또다시 냉큼 집어들어테다. 그래도 좋다. 이런류의 책을 통해 음악사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고 작곡가들의 이야기,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서두르지 않겠다. 이로써 또 한걸음 클래식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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