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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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소네자키 리에는 데이카대학 산부인과 소속으로 미모에 실력까지 인정받는 의사다. 리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중 하나로 불임 치료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지만 후생성 관료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관료들의 눈치를 보는 입장인 대학에서조차 압력을 받게 되자 책상에 앉아 현실감 없는 정책을 펼치는 행정당국과 대학 모두에 실망을 느낀다. 한편 대학에서 외래진료 지원을 해주던 마리아클리닉이라는 산부인과에서는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서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마지막 남은 다섯 명의 임부가 무사히 출산을 마칠때까지 리에가 진료를 계속맡기로 한다. 
 
 임부들은 각자 연령층부터 환경이나 모든 것이 너무나 다르다. 유미는 19세 미성년으로 수술을 위해 처음 내원했지만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아이 아빠가 도망가버려서 설사 아이를 낳더라도 미혼모라는 힘겨운 현실에 맞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직장에서의 성공과 출산 사이에서 고민하는 다카코, 아이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지는 미네코, 수년째 불임치료를 받으며 어렵게 임신했지만 이번에도 습관성 유산이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히로코, 마지막으로 55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에 성공한 미도리... 그들 개개인은 미혼모, 맞벌이 부부의 출산, 장애아 문제, 불임치료, 대리모등 결코 쉽지 않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 고발적인 성격을 띤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시작하긴했지만 초반부터 여간 날카로운 것이 아니다. 리에의 주장처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불임 부부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도록 해야할 터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현실, 그리고 출산은 병이 아니기에 보험이 안된다는 문제등도 언급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산전검사비용 및 출산에 드는 의료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었는데 몇년전부터 시스템이 재정비되면서 산전검사부터 만6세미만 까지의 의료비 지원이 대폭 확대되었다고 한다. 물론 바람직한 정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저출산 문제는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같은 동양권이긴 하지만 장애아 문제에 대한 다큐를 보면서 일본이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앞선 선진국이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던 적이 있다. 그네들은 산전에 태아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비관적인 검사 결과에 대해 태아에게 어떻게 손을 쓸 목적(?)이 아니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이에게 최선의 기회를 주기위함이라고 한다. 이는 선진국의 국민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사고이기도 하다. 물론 이와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오래전 장애아의 엄마가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사고가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면서 단계적으로 제도를 보완한 결과라고 한다. 기존의 틀을 깨기위해서는 희생없이 이루어 지는 것이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대리모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학의 발전 속도에 비해 인간의 윤리 문제가 재정립 되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느리다고들 하는데 의술이 발달하면서 안락사 문제나 장기매매, 대리모 문제등 논란만 커지고 답은 없는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원한다. 남자든 여자든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합법화 시키거나 겉으로 드러내놓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이로인해 예상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가 더 크다는 사실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출산 직후에 아가의 성별이 딸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산모들의 마음속에 한순간 짠한 감정이 스친다고 한다. 아직은, 아직도 여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기 너무나 힘든 세상이다 싶어서 그리고 언젠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안스러워서 라고들 한다. 하지만 '엄마'라는 타이틀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이 되고, 착상이 이루어지고, 세포 분열이 되고... 그런 것들은 그냥 접어두자. 쾌락이나 번식의 개념따위로는 이해될 수도 이해하려 해서도 안된다. 그냥 신비스러움, 자연의 조화로움일 그 자체다. 솔직히... 요즘도 잠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 깜짝 깜짝 놀랄때가 있다. 이 아이가 어디서 뚝 떨어진 걸까... 싶기도 하고... ㅎㅎ 생명의 소중함과 경외스러움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외에 또 다른 차원의 세계로부터 오는 것 같다. 

가이도 다케루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반응이 좋았던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이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이란 책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의사로서의 그의 경험이 병원의 모습이나 의료계 현실에 대한 비판에 영향을 많이 미친듯 하다. 걱정했던 것처럼 어려운 의학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쉽게 이해되도록 설명하고 있어 읽기가 편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다섯명의 임부와 주인공 리에, 선배인 기요카와 준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구성이 괜찮은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 아이한테 10개월을 살았다는 증거로 이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했던 미네코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아, 두루두루 생각이 많아진다. 그나저나 방금 읽은 책이 소설이 맞나 싶을 만큼 마음 한 구석이 묵직하다.     

  
"의료는 학문이 아니라 사회적인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의학은 학문이죠. 의학이라는 토대 위에 국민의 의사에 다라 의료라는 집을 짓는 것과 같아요. 거기서는 의학의 결과와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의료는 환자로부터 돈을 받을 수가 있다는 점. 하지만 의학은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오히려 돈을 쏟아 붓지 않으면 의학은 진보하지 않습니다. p.71"

"명의란 윤리나 도덕을 넘어선 곳에 존재한다.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록 인격 파탄자라 하더라도 메스 다루는 솜씨만 정확하다면 사회는 그를 필요로 한다. p.76"

 "산과 의료가 어려운 것은 출산이라는 것이 그 가족들에게는 희망의 빛이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상처에서 시작하는 일반적인 치료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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