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뛰엄이 노는 법 책꾸러기 7
김기정 지음 / 계수나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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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숲 나무 사이를 정신없이 달리는 아이가 있었어요. 꽉 다문 입과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눈섶을 휘날리며 달리는 주인공은 박뛰엄이란 아이인데요 사실은... 아이가 아니라 99세인 할아버지랍니다. 박뛰엄 할아버지는 증손자인 주먹이가 집 안에서는 컴퓨터 놀이만 하고, 집 밖에서는 동무들에게 못된 짓을 일삼는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후손을 위해 장문의 편지를 남기셨어요. 
 
어린 시절 병약하였던 뛰엄이는 부모님과 형님이 일을 나가면 집에서 혼자 외롭게 시간을 보내야만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호랑이와 어울려 놀게 되었고 그래서 달리기를 잘 하게 되었답니다. 뛰엄이란 이름도 그때문에 얻게 된 것이지요. 가족들은 호랑이가 무서워 이사를 하게 되었지만 뛰엄이는 그때부터 달리는 것을 멈출수가 없는 '뛰엄병'에 걸렸어요. 그런데 뛰엄이의 재주를 가지고 싶었던 도깨비가 소원 한 가지를 들어주기로 하고 '뛰엄병'을 사갔어요. 뛰엄이는 소원을 빌었어요. 백살까지 신나게 가지가지 많은 거 놀게 해 달라고... ^^

"도깨비가 말한 대로 노는 것도 가지가지 많은 터이다. 나처럼 닥치는 대로 놀았다가는 분명코 아까운 시간 다 버리고, 금세 늙어 버려 후회할 일이 생길 터이니, 노는 데도 가릴 게 있음을 마음에 새기도록 하거라. p.117"

도깨비와의 거래 때문인지 뛰엄이는 한 평생 온갖 놀이를 다 해보았어요. 하기 싫었던 일도 재미있었을 뿐 아니라 금강산에도 다녀오고 심지어는 신선들의 놀이에도 함께 하게 되었어요.  옛말에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놀이가 있는데 '게으름뱅이놀음', '신선놀음', '전쟁놀음' 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뛰엄이는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신나게 놀긴 했지만 댓가를 치러야만 했지요. 할아버지가 된 박뛰엄은 증손 주먹이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던 것이래요.  

며칠전 로빈 샤르마라는 분이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내용중에 "훌륭한 성격은 재미있거나 쉬운 일을 할 때 드러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하는 데서 드러난다." 라는 문구가 있어요. 컴퓨터 게임이나 TV를 보는 것 정말 재미있지요. 어쩜 마음껏 볼 수 없도록 시간을 정해서 허락하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린이들이 비록 어리다고는 해도 저마다 어른이 되었을 때 정말 하고 싶은 일이나 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에요. 그 때를 위해서 '하고 싶은 놀이'보다는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해야만 되는 것이지요.  

 다른 한편으로 부모된 입장에서는 자녀가 가장 관심 있어 하고 잘 할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살펴주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발명가 에디슨은 백열전구, 영화 송화기에 이르기까지 1,093개의 발명특허를 기록했다고 해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 "일생 동안 나는 일을 한 날이 단 하루도 없다."라고 말했다고 하네요. 에디슨은 자신의 일이 너무나 재밌어서 일을 일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이지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고 직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힘들다고들 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그런 환경이 만들어 지도록 노력하는 것도 어른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뛰엄 할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 변화되었어요. 결혼도 하고 자손을 낳고 누구보다 열심히 사셨답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고 해요. 이 책을 읽는 모든 친구들은 놀 때는 신나게 놀고, 해야할 일도 최선을 다하는 어린이들이 되었음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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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위즈덤 나이트편 - 잠들기 전 읽어야 할 인생의 지혜
로빈 S. 샤르마 지음, 김동미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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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위즈덤 모닝편>을 읽은 후 망설임없이 '나이트편'도 펼쳐 들었다. 같은 저자의 책인데 굳이 두 권으로 출간할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모닝편과 나이트편의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른점은 무엇인지 궁금증이 앞섰다. 우선 모닝편은 레드와 핑크빛 감도는 꽃무늬 표지인데 비해 나이트편은 똑같은 패턴에 보라와 청록빛 감도는 색채로 되어있다. 아침은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저녁은 차분하게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도록 구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기계발 트레이너가 되기 전 성공한 변호사로서 부와 명예를 모두 가졌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 끊임없이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가족과 지인들, 심지어는 자신에게조차 소홀한 스스로를 발견하고는 새로운 삶을 선택할 결심을 하였다고 한다. 자기계발서를 통해 내면의 힘을 끄집어 내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꿈과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닝편과 마찬가지로 새겨 두고픈 글이 많아 일일이 포스트잇을 붙이자니 너무 너덜너덜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직장맘이다. 보니 가족과 자녀에 대한 조언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다 자란 아이에게 함께 동물원에 가자고 말하려는가 / 아이에게 목말을 태워줄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 연인과의 사랑보다, 가족과의 대화보다 중요한 전화벨 소리는 없다. / 식구들과 함께 오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라."

가능한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마감 시간이 되면 정신이 없다. 유치원생인 아이와 종일 떨어져 있다보니 저녁 시간만큼이라도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중압감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막상 집으로 달려가면 몸이 너무 지치니 아이가 재잘거리는 소리도, 매달리고 부벼대는 것도 힘들다. 그럴때마다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라는 말을 중얼거리곤 한다. 물론 초등학생이 되고,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으로 자립할때까지 지속적으로 뒷받침은 해주어야겠지만 지금처럼 부모의 존재 자체가 절실한 때는 없으리라. 어쩜 오늘도 닭싸움하자고 씨름하자고 달려들지도 모르겠다. ;;  

그 외에도 '부정적인 뉴스 단식 투쟁'이라는 제안에 깊이 공감하였는데 우리가 정보를 얻기 위해 접하는 신문과 뉴스 기사가 지나치게 부정적인 면이 많다는 것이다. 각종 범죄와 스캔들에 신경을 곤두세움으로써 (이런 면은 언론에서도 책임감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고 보다 건설적인 것들을 생각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또한 사소해 보이는 습관이지만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겠다고 마음먹으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훌륭한 성격은 재미있거나 쉬운 일을 할 때 드러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하는 데서 드러난다. p.100" 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이겨내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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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위즈덤 모닝편 - 출근길에 준비해야 할 하루의 지혜
로빈 S. 샤르마 지음, 정경옥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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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헐레벌떡 오늘은 어제보다 여유로운 아침을 기대하면서 잠자리에 들지만 작심한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또다시 정신없는 출근 시간을 맞습니다. '성공한 CEO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라든지 '아침에는 머리가 맑아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등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생각만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솔직히 그렇습니다. 결혼전에는 내 몸만 빠져나와 적당히 치장하고 출근해버리면 그만이지만 결혼하고 직장맘이 되자 남편도, 아이도 저만 바라보고 있는 듯해서 원망스러울 때도 많습니다.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든지, 준비물을 깜빡 잊고 미리 챙기지 못했다든지 하는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도 아침에는 심각한 문제가 되어 버립니다. 특히나 애 봐주시는 친정엄마가 여행이라도 가시는 날이면 미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예정된 시간보다 더 일찍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니 출근하고서도 오전내내 마음이 뒤숭숭하답니다. 

 이 전쟁같은 아침시간... 어쨌거나 매일 현실에 직면해야하는 것은 나 자신인 만큼 이런 상황을 즐기진 못하더라도 스트레스가 되어 스스로를 괴롭히는 앙금을 남기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데일리 위즈덤 모닝편> - 출근길에 준비해야 할 하루의 지혜'를 통해서 어제와 다른 오늘, 밝고 활기찬 아침을 맞아야 겠다는 각오를 다져 봅니다. 

"내가 권하는 삶의 지침들은 당신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들뿐이다. 성공한 사람은 위대해서 그것을 해낸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냈기 때문에 위대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p.18" 저자인 로빈 샤르마는 첫번째 장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구루(스승)'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도 좌절하고, 실수하는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라는 솔직한 말에 오히려 더 끌립니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대부분 권하는 지침들이 익히 들어왔던 것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는데 그만큼 안다는 것 다음에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곤 하지요.  

아침을 풍성하게 해줄 수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유독 '스펀지밥에게 배우는 네 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에 눈길이 갑니다. 저자는 자신을 스펀지밥의 팬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7세인 우리 아들과 저도 스펀지밥을 엄청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고 해결점을 찾아낸다든지 친구들과 이웃들을 포함해서 바닷속에 사는 모든 친구들(깐깐징어까지도)을 사랑하고 친절을 베푼다는 점,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웃고 즐기는 생활을 한다는 점도 본받을만 합니다. 갑자기 스펀지밥의 웃음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듯 하네요. "하하하하...."

그 외에도 '하루 일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수다쟁이에게서 침묵을, 무례한 자에게서 예의를 배워라.',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더욱더 투자하라'등 활기찬 아침을 열어줄 100여가지의 지혜로운 메세지가 담겨있습니다.  각각의 메세지는 2-3페이지 정도 분량이므로 하루만에 모든 것을 읽으려 하기보다는 하루에 한가지씩만 읽고, 다시 또 반복해도 좋을 것 같네요. 물론 책 사이즈가 크지 않아 들고 다니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같은 저자의 책으로 나이트편도 나와있다고 하니 함께 읽으면 더 좋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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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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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넌 알았니? 누구랑 누구랑 사귄대~"  "야~! 걔네들 사귀다가 헤어진지가 언젠인데... 완전 뒷북은..." 연예가를 다룬 기사란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에서도 남녀가 사귀고 헤어지는 것은 그다지 큰 충격으로 와닿지 않을 만큼 가쉽거리도 못되는 시대가 되었다. '인스턴트 사랑'이니 '원데이 스텐드'니 참 별별 신조어들을 잘도 만들어 낸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씁쓸하게도 남녀간의 가슴뛰는 사랑은 18개월에서 30개월까지 라고들 한다. 사랑을 느끼는 순간 분비되는 호르몬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통계라는 것은 때론 인간의 감정까지 숫자화하려고 한다. 

 역사를 돌아보아도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때론 훈훈함을 때론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세기의 스캔들로 알려진 헨리8세의 경우 앤 불린과의 사랑을 이루기위해 교황청과 등지면서까지 결혼을 성사시켰지만 그 사랑도 결국은 '천일'에 그쳤음을 떠올릴 때, 또한 음악계에서 유명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도(어릴 때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만화책을 본 적이 있는데 슈만이라는 작곡가의 이름과 함께 무척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아있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 결혼에 이르렀고, 슈만이 작곡한 많은 아름다운 곡들은 대부분 이때 만들어진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이들 부부도 결혼으로 맺어진 후에는 전처럼 열정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가고일> 이라는 제목이 던져주는 호기심과 함께 '불멸의 사랑'이란 글자에 잠시 눈길이 머물렀다.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 영혼이 되어서라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있고 싶어하는 사랑, 수백년의 세월뒤에 다시 환생해서 만나는 사랑등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한 영화나 소설은 흔하디 흔하다. 다만 그런 평범한 주제 속에서도 작가만의 빛나는 문체나 구성,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살아 숨쉰다면 마음을 울리는 한 권의 작품일 수 있겠다 싶어 읽고 보고픈 충동이 느껴졌다. 덧붙여 이 책은 기대를 충분히 채워준 작품이다. (# 가고일은 고딕 성당을 장식한 괴물형상의 석상을 말한다.) 

 주인공은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로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어느정도 성공을 이룬 캐릭터다. 그의 성공은 방종한 생활로 이어져 술과 마약, 여자에 빠져 살던 중 술에 취해 운전하다가 큰 사고를 당한다. 온 몸이 불에 탄 채 화상병동에서 눈을 뜬 남자,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사업은 파산해 버렸고 하루하루 재활훈련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가져다준다. 남은 희망은 두 발로 걸어 병원을 나갈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지의 여인 마리안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에게 마리안네와의 만남은 삶을 이어갈 의지이며 새로운 삶을 꿈꾸는 한줄기 빛이 되어준다. 그녀는 재활치료를 받는 주인공에게 큰 힘이 되어주면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수세기에 걸쳐 불멸의 사랑을 꿈꾸었던 연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맺어졌던 두 사람의 인연에 대해서도... 남자는 혼란스럽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마리안네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고 진심으로 믿게 되었으니까. 

 700년전 엥겔탈 수도원의 수녀와 부상당한 용병으로 만나 남자에게 사랑을 깨닫게 해 주었던 마리안네는 현실에서도 화상당한 주인공에게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되었다. 돌덩어리 속에 갇힌 가고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심장을 하나씩 꺼내줌으로써 조각을 한다는 마리안네는 그녀의 마지막 심장을 남자에게 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활 시위는 당겨졌고, 수백년동안 불멸의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가슴에 꽂혔다. 사랑에 대한 한편의 대서사극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먹먹해져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들의 사랑이 비극이라고 단정짓지는 못하겠다. 

 유행가의 가사였던가... 사랑이라는 흔한 말 하고 싶지 않아서 더 근사한 말을 찾아보려 했지만 결국은 사랑한다는 그 말보다 더 좋은 말은 없다더라 하는 말이 참으로 옳다. '사랑'이란 단어보다 가슴 설레게 만드는 말이 어디 있을까?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지만, 결혼하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신혼처럼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는 하지만 유효기간 지난 사랑이라고 썩어 없어지기야 하겠는가. 남편과 만난지 16년째, 결혼 8주년을 맞은 올 가을에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결혼이란 무엇이고 인생이란 무엇인지 마음 한구석이 뒤숭숭해져 온다. 우리 사랑은 갓 담은 김치처럼 뜨거운 사랑은 못되어도 청국장같은 깊은 맛 우러나는 사랑이기를... 푸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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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
시노다 세쓰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디오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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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신이치는 서른 나이를 먹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어리버리 쑥맥이다. 외모, 경력, 집안, 학벌... 어느것 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그는 SF 공상 소설의 번역일을 하면서 근근히 살아간다. 생활이 빠듯하다보니 여러 잡지사를 전전하며 닥치는대로 라이터일을 맡기도 하는데 리카코를 처음 만나게 된 것도 선배를 대신해서 인터뷰를 나갔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말주변 없는 신이치는 본사 건물을 들어서면서부터 주눅이 들어 인터뷰를 시작하려는 순간 말까지 더듬는다. 게다가 질문이란 것이 거의 심문 수준이니... 신이치 자신도 그런 스스로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동방은행 국제영업개발부 영업개발 프로젝트 매니저' 이것이 리카코의 직책이다. 화려한 학벌과 경력에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그녀는 지금까지 신이치가 커리어우먼에 대해 가져왔던 편견을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성격도 상냥했다. 당황하는 신이치를 오히려 안심시키고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도록 도와준 그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신이치에게 호감을 표시한다. 두 사람의 짧은 연애, 초스피드 결혼까지 리카코와의 결혼은 신이치를 아는 많은 사람들(평소 신이치를 놀려대던 사무실 여직원들까지 포함해서)로 하여금 그를 재평가(?)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키 작고 뚱뚱한 별볼일 없는 남자와 성공한 연상의 직장녀 커플, 솔직히 이런 커플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하지만 어쨌거나 현실에서 흔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에 세월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설정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집밖에서는 '완벽' 그 자체인 아내가 집 안에만 들어오면 완전 어린아이보다 못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다는 것. 음식 만들기는 꽝이고, 청소나 세탁과 같은 의식주를 위해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들까지 내팽게치고 신이치에게 미룬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신이치가 대화를 시도할려고 하면 물건을 부수는등 히스테리를 부리기까지...;;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사들고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데코 타일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변기 파편을 그러모아 지그소퍼즐처럼 조립하며 본체에 붙여나갔다. 대체 이 결혼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자신은 어떤 여자와 결혼한 걸까. 자기는 분명 유능하고 미인이며 게다가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여자에게 매료된 남자였다. 어떤 여자든 '일단 해버리면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자신은 오히려 '당해버린' 쪽이 아닐까. p.72-73"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은 장면도 있다.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신이치가 찌질해 보이고, 답답해 보이는 것은 물론 리카코같은 악녀도 없을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ㅎㅎ 아무생각 없이 큭큭 거리면서 읽다가 책 소개를 힐끗보니 정말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리카코의 모습이야말로 전형적인 우리 시대 남성상이며, 신이치는 여성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주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며 집안일을 외면하던 남편들이 맞벌이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캐릭터들의 행동이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내용에 좀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이치는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되고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사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경우 리카코와의 결혼으로 인해 신분 상승된(?) 자신의 입지가 다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생활고에 힘들어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서글픔이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때마침 아내의 임신 소식까지... ;; 이 부분에서도 결혼생활을 억지로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약자로서의 여성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 이혼녀라는 꼬리표와 경제적 어려움, 자녀문제등 이 커플이 특별한 한 쌍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부부들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오래 연애한 연인들이 막상 결혼을 한 후 서로에게 실망할 확율이 더 높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연애 기간동안은 서로에게만 최선을 다하면 되고 항상 포장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지만 결혼은 현실이다.('결혼은 현실이다'라는 이 말이 참으로 차갑게 들린다. 하지만 사실이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양가 부모, 배우자의 형제, 친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서로의 꾸미지 않은 모습에도 익숙해져야만 한다. 남자든 여자든 엄마가 챙겨주던 밥 먹고 직장다니면서 내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첨엔 답답하고 힘들다. 연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배려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결혼생활이다. 신이치, 리카코 커플을 통해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결국 이런 것들 아닐까. "이런저런 핑계대지 말고 입장 바꿔 생각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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