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베니스 & 로버트 타운센드 리더를 말하다
워렌 베니스 외 지음, 양영철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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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경제/경영'이나 '리더'에 관한 책을 이토록 절실한 마음으로 읽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일반적으로 '리더'라는 말이 조직의 다른 사람들보다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구성원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을 때 나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리더'를 잘 따를 자신은 있는데 리더가 될 자신은 없다는 것이 보다 쉬운 표현이겠다. 

 직장생활이 벌써 16년차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적절한 업무 배정이 되지 않고 카피, 커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현실이라든지 여직원들의 경우 승급이나 승진대상자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청첩장을 돌리는 순간 사직처리 되는 웃지못할 상황을 보면서 차디찬 현실감에 좌절하곤 했다. 후배들한테 이런 이야기 꺼내놓으면 먼 옛날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나는 운이 좋았다. IMF가 우리 사회의 경제와 서민들의 삶을 송두리채 뒤흔들어 놓긴 했지만, - 개인적으로도 그로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 다른 면으로 보았을 때 연봉이 높은 관리자급의 퇴직후 드디어 업무다운 업무를 맡을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일이 바빠지자 자연스럽게 업무외적인 일에서 해방이 되었고, 경제가 다시 안정되기 시작하자 신입사원들이 입사하고 어느덧 중간관리자의 직책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기본적인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전공과와 무관한 신입이 들어오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방법을 터득하고, 요령도 느는 것이 업무다. 하지만 개인의 성향 그러니까 성격은 어느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해 나가느냐, 사무실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리더의 입장도 마찬가지라도 본다. 전문적인 지식도 필요하고, 업계의 흐름을 읽고 판단하고 추진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리더는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능력과 성격(개성)등을 파악하여 조직을 하나로 융화시키는 능력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략적으로 머리 속에 그려지는 것은 있지만 너무 피상적이라서 리더쉽 관련 정보를 찾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리더를 말하다' 이 책은 리더쉽에 관한 전문가인 워렌 베니스와 로버트 타운센드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으로 리더와 관리자의 차이점에서부터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 위기상황 대처법, 진정한 리더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전체적인 내용이 두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서로의 의견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각자의 주장이 뚜렷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때론 서로에게 긍정적인 호응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우려했던 것 처럼 어려운 경제용어를 늘어놓거나 복잡한 구성도 아니다. 오히려 설명이 쉽고 편해서 신기하기까지 했다. 다만 문장이 쉬운 반면 내용은 상당히 깊이 있어 눈과 머리로는 알겠는데 책을 덮고 돌아서는 순간 막막해지는 것을 느꼈다. 책에서 말하는 리더는 이론적인 면에 가깝고, 현실과 연관짓는다고 해도 거대기업의 리더쯤 되어야 공감이 가능한 내용인듯해서 조금 아쉬움도 남는다. 

 '경제/경영'과 관련해서 어느정도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런류의 책이 처음인 내게는 분명 어려운 책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리더쉽 자체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번을 계기로 배움의 의지를 계속 이어나가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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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 - 초등학교 발표력이 평생을 좌우한다
장진주 지음, 송진욱 그림 / 국일아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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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아이에게 일어난 몇가지 일들로인해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다. 주말내내 공들인 숙제를 제출하지도 못하고 그냥 들고 온 것이 시작이다. 수요일까지 제출하면 되는데 월요일 마무리를 해서 화요일에 보냈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전날 제출한터라 아무도 꺼내는 아이가 없어 그냥 들고 왔단다. 그리고 여자친구한테 편지를 받았는데 답장을 써가지고는 사나흘을 들고다니더니 결국 건네지 못한 적도 있고,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을 못해서 종일 볼일을 참느라 배가 아팠다는 말에 결국 유치원에 전화를 해서 면담신청을 했다. 
 
"선생님... 우리 아이를 어쩌면 좋아요. 너무 속상해요."로 시작해서 나도 모르게 푸념과 하소연이 쏟아져 나왔다. 아빠를 닮아 운동을 좋아하고 집에선 까불까불 미운 일곱살 티를 곧잘 내는 아이가 가끔씩 이렇게 속 터질만큼 소심한 모습을 보이니 도대체 누굴 닮은 것인지. ^^;;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나 하는건지. 발표나 제대로 하고 급할 때 화장실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어머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발표하는데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부모님들도 행사때 손들고 참여해달라고 하면 다들 꺼리시잖아요. ㅎㅎ 어머니는 어릴 때 어떠셨어요? ^^" 선생님의 되물음에 가슴이 뜨끔했다. ;;

<교실을 뒤흔든 발표의 달인> 요즘 달인이 유행하는 시대라서 그런지, 사실 아이들이 게그프로에 좀 민감하지 않은가. 제목 한번 잘 지었다 싶다. ^^;; 이 책을 읽고 따라하면 정말 '발표의 달인'이 될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발표를 할 때의 '두려움'은 이상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는 것이다. 링컨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연설 할 때마다 매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명한 춤사위는 실은 다리가 저절로 덜덜 떨린 것에서 생겼다나~ ㅎㅎ 그리고 토크쇼 진행자로 너무나 잘 알려진 래리 킹조차 첫 방송때는 입이 떨어지지 않아 거의 방송사고에 가까운 상황까지 갔다고 한다. 아하~ 누구나... 누구나... 그렇구나. ^^ 

 발표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누군가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 부러운 것이 당연하다. 그런 부러움은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는 다른 표현이며 마음 속에 웅크린 '잠자는 거인'이기도 하다. 거인을 깨우는 법,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습'이다. 먼저 내용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실제로 하는 것처럼 연습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이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되는 과정에도 연습이 가장 중요했다고 한다. 발표하기 전에 자신만을 주문같은 결의를 다지는 문구도 참 중요할 것 같다. 카네기 아저씨처럼 '나는 잘 할 수 있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라는 말을 되뇌이는 것도 좋고 자신만의 화이팅 문구를 하나쯤 가지고 있음 힘이 솟지 않을까. ^^  

 저자인 장진주 아나운서가 말하는 소심했던 어린시절과 용기를 내어 방송반에 신청함으로써 아나운서가 되기위한 꿈을 위해 과정을 거친 경험등 솔직한 이야기와 함께여서 더욱 재미있다. 솔직히 이 책을 통해 장진주 아나운서를 처음 알게되었지만 앞으로 방송을 통해서 만나게 되면 무척 반가울 것이다. ^^ 자신을 믿는 믿음,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는 주문만들기, 그리고 어떤 말을 할 것인지 말할 내용을 연습(문장 만들기), 그리고 실제로 발표하는 것처럼 연습하기~ 잊지말자~!!! ^^  

 아이 문제로 답답한 마음에 면담신청을 하고 유치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많이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쩜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 음악 실기시험을 치르는데 손가락이 떨려 리코오더 구멍을 막지 못해 눈물만 줄줄 흐리면서 서 있던 꼬마가 바로 내 모습이다. 하나를 보면 열가지를 짐작한다고 다른 예는 더이상 필요없으리라. 진짜 내 새끼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그치기만 했고 엄마의 성급함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사실. ㅠ.ㅜ 아이한테 참 미안했다. 이 마음가짐을 변함없이 유지해야 할텐데... 이 또한 어려움도 잘 안다. ;;   

 며칠전에는 '우리 가족 소개'에 대한 발표 준비를 하면서 저녁에 밥상을 물리고 가족들 앞에서 발표연습을 했다. 아이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가 스캐치북을 손에 들고 발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작아서 잘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서너번 반복하니 매회마다 목소리, 발음, 표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가 우뢰와 같은 박수를 쳐주자 아이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피었다. 역시... 지금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의 사랑과 믿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사람들 억수로 많은데서 발표해봤어요? 안해봤음 말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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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이야기 - 사람을 움직이는 힘
리처드 윌리엄스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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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펼치니 추천사 첫머리에 이렇게 질문하고 있다. "만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한 달간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한다면 그 사람 기분은 어떨까?" 헉~^^;; 그걸 말이라고 하시나요? 현실에서 그런일이 벌어진다고 가정하면... 글쎄 도저히 상상이 안될 뿐러더 가정해보려고 애쓰는 것 만으로도 끔찍하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면서 '악플'로 인한 이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공감하고 있으나 '무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행동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적절한 대응을 받지 못하면 사회적 동물로서 느끼는 인간의 정체성 자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될 것이다. 
 
"물과 공기가 없으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듯, 피드백이 없으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떤 유의미한 관계도 형성되지 않는다. 물과 공기가 인생의 밑바탕을 이루는 뿌리 역할을 한다면, 피드백은 인생을 풍요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물관과 체관의 역할을 한다. 결국 인생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양한 관계를 통해 꽃을 피우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p.10" 
 
 피드백은 '반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사의 리더쉽에 대한 직원들의 호응이나 반대로 직원들의 업무 성과및 진행상황에대한 상사의 반응,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학생의 반응 혹은 학생의 학업성취 과정에 대한 선생님의 반응... 그렇다고 이렇게 조직화된 곳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정에서 예를들면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들 간에도 서로 의사를 표현하고 반응하는 모든 것, 다시 말해 인간과 인간이 상관된 대인관계를 모두 포함한다. 

쉽게 말해서 '대인관계를 개선해 주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이책의 장점이라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식의 설명이 아니라 스콧이라는 주인공이 등장해서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스콧은 상사로서 영업실적이 좋은 직원에 대해 한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스콧의 입장에서는 믿음직 스럽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지만 상사의 격려와 칭찬을 받지 못한 직원은 그후로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또한 직장 동료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개인사로 힘들어하는 직원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가정내에서도 사춘기 민감한 시기를 겪는 자녀들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스콧은 피드백 코치를 만나 강의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개인적 개인적인 상담을 요청하게 되고 생활속에서 하나하나 실천해 감으로써 위기를 극복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관심'이다. 말을 한마디 건네더라도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진심이 담긴 말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체적으로는 '칭찬'과 '격려'를 통한 긍정적 말들이 피드백의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쉬운 예로 방 청소를 잘 하지 않던 아들이 어쩌다가 청소를 한 경우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자발적으로 더욱 열심히 청소를 하게된다는 논리다. 이것이 피드백의 네가지 유형중 '지지적 피드백'에 속한다. '지지적 피드백'으로 교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부득이 '교정적 피드백'을 병행해주되,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나타나는 '학대적 피드백'이나 '무의미한 피드백'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피드백은 모든 대인관계의 근원입니다. 피드백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느낄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넓게는 일상적인 책임 범위에서 개개인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결정해요. p.29"
"피드백을 준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과감한 도전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방이 피드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면, 피드백을 주는 본인의 능력도 향상될 겁니다. (중략) 누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내는 능력을 타고나지는 않거든요. 그것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계발해 나가야 하는 능력입니다. p.169"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표현이나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해볼 때 대인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요즘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정의 화목이나 업무의 성취를 위해서, 나아가 '나'와 '너',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해 가기 위해서라도 '피드백'에 대한 깊은 이해과 실천이 필요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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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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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작 소설이 주는 묘한 이끌림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특히나 좋아하는 배우가 한 명도 아니고 둘 씩이나 출현한 영화라면 더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디 뎁,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바깥 날씨는 쌀쌀한데 마음 속 깊이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이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영화 검색부터 했다. 1994년 개봉작, 워낙에 오래된 영화인지라 배우들의 얼굴이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위손'과 '캐리비언의 해적' 이미지인 조니 뎁도 그렇고, '타이타닉'의 레오는 어린이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런 그렇고 처음 책 제목과 표지를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빌리 엘리어트'의 텝댄스와 마지막 앤딩씬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면서 배경으로 떠올릴만한 이미지가 필요했는데 빌리가 살던 탄광촌과 길버트가 살던 엔도라의 풍경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년 내도록 특별한 일 없이 조용한 마을, 길버트는 엔도라가 '음악 없이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지나가다 주유나 가게에 들리면 엘비스의 컨추리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의 할아버지때부터 함께 살아온 사람들로 가족적인 분위기이지만 때론 필요이상으로 관심을 가지는통에 부담스럽기도 한 그런 분위기가 연상된다. 어쨌거나 길버트는 오래전부터 이 곳을 떠나고 싶어한다.

길버트가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 가족들 때문이다. 아빠가 자살한 후 몸이 뚱뚱해져서 걷는 것 조차 힘든 엄마, 엄마대신 가사를 돌보는 큰 누나 에이미, 정신지체 장애가 있는 사고뭉치 남동생 어니, 한창 멋내기 좋아하고 사춘기인 여동생 엘렌을 두고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생계는 타지로 먼저 떠난 제니스 누나와 래리 형이 조금씩 보내주는 돈과 길버트가 식료품 가게에서 받는 급여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엔 식비조차 감당못해 자신이 일하는 가게에서 외상이 쌓이고 있는 형편이니 가장의 책임을 떠안은 길버트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전체적으로는 길버트가 1인칭 시점의 화자로서 자신의 이야기와 가족, 마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사실 읽다보면 좀 답답하다. 길버트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거의 병적으로 비대해진 엄마가 쇼파를 차지하고 앉아 쉴새 없이 먹을 것을 찾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끊임 없이 그 엄마를 먹이는 에미미도 그렇고, 어니는 어쩔수 없다지만 사춘기임을 강조하며 철없이 행동하는 여동생도 얌체같다. 길버트와의 위험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카버 부인의 집요함도 맘에 안들고... 그러고보니 겉으로는 평화롭고 심심해 보이는 마을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그레이프네 가족은 문제가 많은 집안이다. ;;

<길버트 그레이프>의 큰 줄거리는 어니의 18세 생일(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던)을 맞아 가족들이 모두 모이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이후 가족들 각자가 품고 있던 앙금들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쩜 세월이 좀 흐르면 내 기억속에는 이 책이 '영화원작'이면서 '성장소설'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주인공의 나이가 20대로 좀 많긴 하지만 순수한 사랑에 눈 뜨게 되면서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되고, 결과적으로 꿈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끝나서 기분이 좋다. 

인생을 살다보면 머물러야 할 순간과 떠나야 할 순간을 판단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과거 우리의 누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동생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선택해야 했던 것 처럼 길버트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삶은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 처럼 불평등해 보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되고 또한 꿈은 이루어진다. 언젠가 때가 되면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거침없이 앞을 향해 돌진하시라~  세상의 모든 길버트 그레이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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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루이스 레안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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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사랑과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적어놓고 보니 좀 그렇긴 한데 다른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사랑하는 남녀를 가장 애틋하게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질 수 없는 환경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벽이 높은 태생적 한계라면 더더욱...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오래전부터 소설과 영화에서 꾸준히 사용되어 온 '전쟁'이라는 장치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지 못하게 하고, 평범한 사람을 살인자로 혹은 희생자로 만드는 상황들을 상상해 보라. 
 
 가난한 정비공인 산티아고(산티)와 부유한 집안의 딸이면서 모범생인 몬세는 19살의 나이에 처음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휩싸인다. 몬세는 가족들의 반대속에서도 산티와의 사랑을 지키고자 했지만 갑작스런 임신과 뜻하지 않은 오해로 인해 결별을 선언하고 만다. 그후 산티는 스페인군에 자원하여 전쟁중인 사하라 지역으로 떠나고, 몬세는 산티의 소식을 수소문하다가 전사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26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의사가 된 몬세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가정을 이룬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 사랑없는 결혼 생활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과 얼마전 사고로 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환자의 소지품에서 떨어진 사진 한 장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사막을 배경으로 두 남자가 찍힌 사진, 그들 중 한명은 바로 산티아고였다. 오래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그리운 연인... 마침내 산티아고의 행방에 관한 실마리를 찾은 몬세는 주저없이 스페인을 떠나 사막으로 향한다.

한편 산티아고는 몬세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입대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 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글을 몰랐던 산티는 동료에게 부탁해 답장없는 편지를 수도 없이 보낸다. (이 편지의 행방은 짐작대로이다.)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몬세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비집고 인디아와의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페인군을 탈영해 사하라인의 편에 서게 되면서 전쟁의 중심에서 활약한다. 하지만 전쟁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새로운 사랑만이 아니었다. ;;    

책의 구성이 마치 퍼즐을 끼워 맞추는 과정같다. 사실 현재의 몬세와 산티아고의 이야기가 교대로 그려지면서 동시에 몬세의 사막여행기, 산티아고의 전쟁이야기에다 19세의 산티와 몬세의 이야기까지 뒤섞힌 채로 전개되다보니 초반에는 헷갈리기도 하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얼른 그려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는 쉽게 멈출 수 없을만큼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안타까움과 진한 감동도 함께 온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황량하고 쓸쓸하며 때론 두려움의 이미지로만 기억되었던 사막, 그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 속에 생명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부터다. 몬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이 누렸던 안략함을 버리고 미련없이 떠났다. 그녀의 삶에 부족함이 있었다고는 해도 배울만큼 배웠고, 남들이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지 않은가. 하지만 몬세가 사하라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끝까지 어느것 하나 그녀가 의도했던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운명적 만남과 운명적 엇갈림은 항상 붙어다닌다.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속에는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았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는데 어감이 풍기는 회의적인 뉘앙스에 대한 직감이 결국은 맞아떨어져 버렸다. 솔직히 마지막 반전에서는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싶었다. '몬세!! 애초에 무엇을 기대하고 왔던 건가요!! 모든 것이 부질 없는 것을...' 이라고 말이다. 몬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까. 아니, 결코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졌으므로 후회도 없다고 믿는다. 어쩜 지금도 사막 어디에선가 챠도르를 두른 몬세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렇게 묻겠지. 
사랑한다면...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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