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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루이스 레안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결론을 말하자면 이 책은 '사랑과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적어놓고 보니 좀 그렇긴 한데 다른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사랑하는 남녀를 가장 애틋하게 만드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질 수 없는 환경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것도 극복하기에는 너무나 벽이 높은 태생적 한계라면 더더욱... 그리고 또 한가지는 오래전부터 소설과 영화에서 꾸준히 사용되어 온 '전쟁'이라는 장치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지 못하게 하고, 평범한 사람을 살인자로 혹은 희생자로 만드는 상황들을 상상해 보라.
가난한 정비공인 산티아고(산티)와 부유한 집안의 딸이면서 모범생인 몬세는 19살의 나이에 처음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휩싸인다. 몬세는 가족들의 반대속에서도 산티와의 사랑을 지키고자 했지만 갑작스런 임신과 뜻하지 않은 오해로 인해 결별을 선언하고 만다. 그후 산티는 스페인군에 자원하여 전쟁중인 사하라 지역으로 떠나고, 몬세는 산티의 소식을 수소문하다가 전사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26년이란 세월이 흐른 후, 의사가 된 몬세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는 가정을 이룬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 사랑없는 결혼 생활이 가져다 주는 공허함과 얼마전 사고로 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해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환자의 소지품에서 떨어진 사진 한 장을 보고 충격에 빠진다. 사막을 배경으로 두 남자가 찍힌 사진, 그들 중 한명은 바로 산티아고였다. 오래전 가슴 속에 묻고 살아온 그리운 연인... 마침내 산티아고의 행방에 관한 실마리를 찾은 몬세는 주저없이 스페인을 떠나 사막으로 향한다.
한편 산티아고는 몬세의 임신 소식을 듣고 입대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 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글을 몰랐던 산티는 동료에게 부탁해 답장없는 편지를 수도 없이 보낸다. (이 편지의 행방은 짐작대로이다.) 흐르는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몬세를 그리워하던 마음을 비집고 인디아와의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스페인군을 탈영해 사하라인의 편에 서게 되면서 전쟁의 중심에서 활약한다. 하지만 전쟁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새로운 사랑만이 아니었다. ;;
책의 구성이 마치 퍼즐을 끼워 맞추는 과정같다. 사실 현재의 몬세와 산티아고의 이야기가 교대로 그려지면서 동시에 몬세의 사막여행기, 산티아고의 전쟁이야기에다 19세의 산티와 몬세의 이야기까지 뒤섞힌 채로 전개되다보니 초반에는 헷갈리기도 하고, 전체적인 스토리가 얼른 그려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가속도가 붙으면서는 쉽게 멈출 수 없을만큼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안타까움과 진한 감동도 함께 온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샘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황량하고 쓸쓸하며 때론 두려움의 이미지로만 기억되었던 사막, 그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 속에 생명이 있고, 사랑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로 부터다. 몬세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이 누렸던 안략함을 버리고 미련없이 떠났다. 그녀의 삶에 부족함이 있었다고는 해도 배울만큼 배웠고, 남들이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임에는 틀림없지 않은가. 하지만 몬세가 사하라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끝까지 어느것 하나 그녀가 의도했던 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운명적 만남과 운명적 엇갈림은 항상 붙어다닌다.
'너를 정말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속에는 뭔가 숨겨진 의미가 있을 것만 같았다. 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는데 어감이 풍기는 회의적인 뉘앙스에 대한 직감이 결국은 맞아떨어져 버렸다. 솔직히 마지막 반전에서는 나도 모르게 소리치고 싶었다. '몬세!! 애초에 무엇을 기대하고 왔던 건가요!! 모든 것이 부질 없는 것을...' 이라고 말이다. 몬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할까. 아니, 결코 후회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던졌으므로 후회도 없다고 믿는다. 어쩜 지금도 사막 어디에선가 챠도르를 두른 몬세가 서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이렇게 묻겠지. 사랑한다면...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