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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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맘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이다. 성현들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고 중간으로 가라고 하셨지만 그 또한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연애할 때는 상냥한 남자와 카사노바를 구분하기 어렵고 직장 생활하면서는 아부와 처세가, 비굴함과 타협이 헷갈리는 등 어디가 길의 가운데 쯤인지 방향감각을 잃어 버릴 때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폴 스테른은 스크립트 닥터라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다. 필요에 의해 대본을 수정하거나 다시 쓰는 일이란다. 이야기의 시작은 큰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시작한다. 평소 엄청난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가족들에게 인색했던 큰아버지는 금욕과 절약을 생활화 하면서 살았던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큰아버지가 죽은 후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아버지는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토록 경멸하던 큰아버지의 집에 살면서 큰아버지의 전 애인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 무렵 폴의 아내는 전부터 앓아왔던 우울증이 심해져서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아내의 우울증으로 고민하던 주인공은 때마침 헐리우드에서 제안한 조건을 수락하고 미국으로 날아간다. 폴은 그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나지만 그녀는 아내를 닮은, 아내의 분신같은 존재일 뿐이다. 사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주인공에게 실망했던 것이 사실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부담스러워 도망치 듯 가족을 떠난 사람이 바람이나 피우다니 내용이 어디까지 꼬이는 것일까 싶었으니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곳은 어디든 마찬가지다. 실망도 있고 좌절도 있고, 피하고 싶은 상황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경우처럼 어디로 떠나든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폴의 경우는 서로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가족이었지만 또한 서로를 그리워 하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가족임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가족과 ’나’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 자신’ 과의 문제임을, 스스로와 타협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성적 화해>는 장폴 뒤부아의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읽은 책이다. 그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작가이기도 한데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이 너와 나를 가깝게 할 수 있다면>이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이 든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의 경우는 프랑스식 유머가 적응이 안된다는 독자들이 많았었는데 개인적으로 괜찮았던 작품이었다. 솔직히 앞서 읽었던 두 권에 비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가족들에 대해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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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몬스터
정승원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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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시작은 인간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상상, 치타보다 빨리 이동하는 상상, 물 위를 혹은 물 속으로 다닐 수 있다는 상상, 심지어 우주를 여행하고 달나라에 간다는 상상은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말도 안되는 소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모두 현실화 되었다는 사실은 과학이란 것이 때론 '허황된 꿈'에서 비롯된다는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흥미로운 존재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몬스터이다. 신이 영원불멸에 경외의 대상이라면 몬스터는 신과 인간의 중간쯤에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을 영생불사, 반인반수, 용, 거대괴물, 정령 등으로 분류하여 그들의 생김새와 특징,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나 동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익숙한 몬스터들과 함께 '세계의 몬스터'라는 제목에 걸맞게 잘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들에 대한 소개가 많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몬스터들의 특징은 아름답거나 힘이 세거나 특별함 임무를 맡은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신과 같이 경외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유럽 특히 북유럽에는 용과 같이 덩치 큰 환상동물부터 체격이 작고 장난이 심한 정령들도 있는데 신화 속 몬스터들은 과거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영화, 소설, 만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되살아나 여전히 힘을 과시하고 있다.

 

 엄마가 <세계의 몬스터>를 읽는 동안 아들은 옆방에서 '디지몬'이라는 만화영화를 본다. 디지몬 전에는 한동안 '포켓 몬스터'를 좋아했었는데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면 주인공 몇명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아이들을 상대로한 상술이라고는 해도 그런 캐릭터들을 만들어 낸 사람, 그들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스폰지밥도 넓은 의미에서는 몬스터가 아닐까 싶다.

 

 고대의 몬스터들과 오늘날 몬스터들의 가장 큰 차이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덩치 크고 힘이 센 몬스터들을 애완동물처럼 다루는 만화 주인공을 보면서 자라고, 게임을 통해 몬스터를 사냥하기도 한다. 몬스터들은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친밀한 캐릭터로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변화된 인간과 몬스터와의 관계를 떠올리면서 읽으니 책 읽는 재미가 한결 더해지는 것 같다.

 

 방금 아구몬이 메탈 그레이몬으로 진화했다. 아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몬스터의 진화... 이 또한 고대인들은 상상도 못했을 상황이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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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게 산다는 것
안대회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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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답다'는 말이 칭찬으로 와닿지 않는 시대다.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에 심취했던 '선비'의 진정한 의미 보다는 의리와 원칙만을 따지는 유통성 없는 사람, 현실에 어두운 사람으로 더 많이 쓰인다.  나 또한 '선비'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괜시리 숨이 막힌다.  선비들이 주로 활동했던 조선시대를 떠올리면 관직에 집착하고, 당쟁을 일삼고, 체면만 차리는 부정적인 모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  우연한 기회에 읽었던 '조선의 선비'의 모습을 담은 책에서 느꼈던 것은 청렴함이 곧 궁상스러움으로 다가왔고, 무언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그때의 우연한 기회는 내게 '선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에 충분했고 다시한번 인문학 서적을 기웃거리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감상하면서 정말 미인답다고 생각하는 현대인은 드물것이다.  한껏 기대하고 검색해 보았던 중국의 양귀비나 조선의 황진이도 마찬가지다. 옛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현대인에 비해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까?  사실이 그러하다면 그 시대의 문화유산들이 오늘날에 이르러서까지  높은 예술성을 인정받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옛것을 대하고자 할때는, 사물이나 사람을 대하는 가치의 기준은 시대마다 같을 수도 혹은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내용면에서 크게 네파트로 나뉘는데 인생과 내면, 취미와 열정, 글과 영혼, 공부와 서책으로 분류되어 있고, 각 파트별로  많은  선비들이 등장한다.  우선은 저자가 선비들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이 맘에 들었다.  선비들을 한명씩 소개할 때마다  현재 이슈화 되고 있는 사회문제나 저자의 취미, 습관등을  화두로 던지고 자연스럽게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자신의 묘비명을 직접 썼던 선비, 애서광들의 이야기,  수집 마니아, 풍류를 즐겼던 모습,  지식인으로서의 선비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로 하여금 '선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시조와 글,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때론 미소 짓기도 하고, 때론 키득거리기도 했으며, 무릎을 쳐가며 읽은 대목도 있다. 무엇보다 과거시험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선비들 이야기, 조선시대 3대, 4대 베스트셀러 서책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의 출판현실등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내용이라서  관심이 갔다. 

 

 '진정한 선비'들은 팔방미인 이어야 했다.  어려서 부터 글을 읽고, 서예를 배우고, 그림을 그렸다. 음악,미술,문학등 각 분야에 대해 고루 조예가 깊어야 했고 작품을 가리는 눈을 가져야만 했다. 직접 시를 짓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을 건 문집을 내는 것을 일생동안 가치있는 일중 하나로 꼽았다. <선비답게 산다는 것>  책과의 만남을 통해 비로소 '참된 선비' 들의 세계를 알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옛시조를 읊으면서 작가와 시대적 배경, 시조의 의미를 외우느라 머리를 쥐어짜던 그 때는 옛것에 대해 이토록 친밀함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다.  요즘들어 그말의 의미가 조금씩 깨달아지니 어쩜 내가 나이먹는 티를 내고 있음이리라.  시대가 변한다는 것은 '강산도' 변하게 하고, 사람도 변하게 하고, 대중적 가치관도 변하게 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끼고자 하는 마음 자세와  옛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이 책에 흠뻑 취할 준비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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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리뷰해주세요.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지음, 김민정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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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북극을 방문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관련 기사에 의하면 이번 방문은 12월에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를 앞두고 지구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북극의 빙하와 중심부의 얼음 두께, 온도 상승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대하니 그 심각성이 보다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 같았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한 언론 보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사프로, 환경다큐 등을 통해 구멍뚫린 하늘 파괴된 오존층에 관한 기사도 읽었고, 호주의 살인적인 가뭄에 대해서도 들었으며,  높아진 해수면으로 인해 가라 앉고 있는 남태평의 섬 투발루도 직접 보았다. 남해안에 나타난 심해성 해양생물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느꼈지만 잘게 부셔진 유빙들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북극의 곰들과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남극의 펭귄들을 보면서 인간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그런데 이 책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한마디로 '뻥쟁이들' 이란다. 우리가 알고있던, 혹은 염려하던 모든 문제들은 사실상 지구온난화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지표의 온도를 지구 온도와 혼란해서는 안되며,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가상의 시나리오 즉, 몇년 후에는 지구 온도가 어떻게 되고 지구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이다.

 

그들이 내놓은 가설은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인데 현재의 기온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소빙하기'를 염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발루 같은 남태평양 섬의 주민들은 인근 나라로의 망명을 위해 쇼를 하는 것이고, 지구온난화를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근거도 없고 답도 없는 기후예측을 위해 예산을 배정받기 원하는 얄팍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빙산이 녹으면 물의 순환에 의해 어딘가에 만년설이 쌓일 것이며, 해수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육지는 가벼워진 무게로 상승하므로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다.

 

 '교토의정서'에 관한 언급도 있는데 개도국등의 부담을 줄이는 이유 때문에 유럽과 선진국 특히 미국의 에너지 절감을 과하게 요구하고 있어 경제발전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200여년은 거뜬히 쓸 수 있는 석탄 자원을 아끼기보다는 열심히 활용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합리적 사고라는 주장이다.  

 

 모두가 지구온난화를 말할 때, 오히려 뻥치지 말라며 꿋꿋하게 주장을 펼치는 당신~ 안타깝게도 지금은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다. 한 때 지구가 편평하다고 믿었던 고대인들을 비롯해서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고 말했던 때가 불과 수세기 전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떠올릴 때, 오늘날의 과학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현재의 기후 변화가 자연스런 현상이므로 손 놓고 있어도 좋다는 식의 주장에는 도저히 공감이 안된다.

 

 분명한 것은 이상기온, 쓰나미, 허리케인, 사막화 등의 자연현상과 지구상의 생명체들이 앞다투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고, 우린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설사 후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21세기의 헤프닝으로 여기는 날이 올지라도 지구환경을 위해 노력했던 열정 만큼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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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시크하게 Nobless Club 17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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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우리 문화산업을 이끌어왔던 키워드가 '깡패'였던 때가 있었다. 엄연한 범죄자들을 마치 의리로 똘똘뭉친 이상적인 집단인것 처럼 포장하고 때론 그들에 의해 상도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던 위험한 발상들, 시대의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위태하고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사는 것이 힘들수록 세상을 삐딱하게 보거나 폭력적인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정의감에 불타는 다소 과격한 형사들의 이야기에 빠져들 것을 추천하고 싶다. 어떻게 빠지면 되냐구? 바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   

 

 주인공 정태석은 훤칠한 외모에 나름 정의감 넘치는 강력계 형사다. 태석이 불물 안가리는 열혈형사라면 그의 파트터 병철은 적당히 타협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소심해지는 캐릭터다. 함께 마약 사범을 쫓던 두 사람은 엄청난 분량의 마약 거래가 있을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변성수라는 인물을 추적한다. 싸움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생각했던 태석은 변성수와의 맞짱에서 어이없이 연패하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고, 잠적한 변성수를 끌어내기 위해 그의 연인 오선미를 주시하던 팀원들은 태석에게 특별한 임무를 맡기게 된다. 

 

 사실 태석은 불규칙적이고 사생활 유지가 힘든 형사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여자들과 가벼운 연애를 해왔던 전형적인 '나쁜 남자' 캐릭터였다. 태석은 첫만남에서 부터 자신을 밀어내려고만 하는 오선미에게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한마디로 오선미의 시크함에 끌리게 된 것이다. 그녀에게 끌릴수록 지금까지 자신에게 매달렸던 여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가장 최근에 만나 헌신적으로 옆에 있어준 현경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열혈형사 정태석은 과연 범인과 사랑 두 가지 모두 잡을 수 있을런지. ^^

 

 법이란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피해자의 인권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우선시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도대체 세상이 어찌돌아가는 것인지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범죄자들은 검거 직후부터 인권을 들먹이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어대고 해당부서는 이에 대응하느라 본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말 기가 막힌다. 연쇄살인범이나 성범죄자의 경우 초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특히 유아, 어린이를 상대로한 범죄의 경우 재발을 막기위해서라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책의 내용에도 마약사범 잡아봤자 딜러아니면 구속 영장도 안나온다 라는 대사부터, 시내에서는 교통문제 때문에 범죄자를 추격해서는 안되며, 잦은 잠복근무로 인해 위장이 멀쩡한 형사들이 없다는 하소연, 경찰이 총을 겨누어도 쏘지 못할거라며 우습게 여기는 범죄자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태석의 파트너인 병철의 경우도 몇년 전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한 후로 매사에 소심해진 캐릭터다.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며 밤낮으로 뛰어다니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와 딸에게는 무심한 남편, 존재감 없는 아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에 공감이 갔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젊은 작가의 책이어서 그런지 톡톡 튀는 느낌이랄까. 깊은 감동을 주기보다는 소소한 공감과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보통은 이런류의 책을 읽으면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 책은 영화보다 드라마 그러니까 16부작쯤 되는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성에 있어서의 치밀함은 떨어지지만 내용 전개가 거침 없고 간간히 삽입된 격투씬 하며 특히, 각각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어서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무엇보다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인 만큼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것 같아 시원하다.   

 

 어떤 직업이든 마찬가지 겠지만 특정 직업의 경우는 남다른 각오와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인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법조인은 정의를 실현한다는 책임감을, 교육자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일꾼들을 키워낸다는 소명 의식을, 언론인은 국민의 알권리 사수와 공정성 확보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경찰도 빼놓을 수 없는데 법질서를 수호하고 민생치안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투철한 사명감이 요구된다. 자신의 안전보다는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경찰, 그들이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그리고 많은 어린이들이 경찰을 꿈꾸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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