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물리상식 교실밖 상식 시리즈 5
김기태 지음 / 하늘아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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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너희들이 제출한 실험 보고서는 시작부터 엉터리다.!!" 물리 선생님의 호통 소리에 아이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실험만 열심히 하고 그래프만 열심히 그리면 뭐하냐고 한참 꾸중을 듣고는 팀별로 보고서를 돌려받았다. 그 날의 실험은 평소처럼 순조로웠던 기억밖에 없는데 무엇이 오류라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무심코 지나쳤던 보고서의 첫줄을 살피는 순간 마침내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날씨: 맑음, 기온:25도, 습도 100%' 화창한 초여름 날씨에 습도가 100% 라니... 과학 실험실을 들어설때 입구에 걸린 온도계와 습도계 눈금을 확인하고는 아무 생각없이 그대로 옮겨적었는데 그렇다면 습도계가 고장이었나? 그렇다. 습도계가 고장이었던 것이다.!! --;;  

 <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물리상식> 이 책은 제목부터 유쾌하다.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수식때문에 물리라는 분야가 어렵게 느껴졌던 나같은 사람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 말이다. 무엇보다 동기가 분명해서 좋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하고', ' 위대한 과학의 발명, 발견들이 우리가 언제나 접하고 있는 사물들과 여러 현상들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 위해서'라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쉬운 표현이나 예를 든 것을 느낄 수 있고 단락이 끝날때마다 용어 정리를 해준다든지 '과학 장난감 만들기'도 시도해 볼만하다. 과학이란 막연하지도,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과학은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철학이나 종교, 사상과 같이 사고하는 학문도 마찬가지겠지만 과학 그중에서도 특히 물리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해는 왜 동쪽에서 뜨는가, 밤 하늘의 별들은 왜 반짝이는가, 물질을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인간도 새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을까 등등 누군가 그 질문에 대해 '우문'이라고 단정지으며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해버린다면 그것은 결코 과학적인 사고가 될 수 없다.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고 더 이상의 발전도 없다. 

 "갈릴레이는 자연의 법칙을 수학으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처름으로 주장한 과학자이고 뉴턴은 실제로 그것을 증명한 과학자 입니다. (p.146)"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마치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명쾌한 느낌이 들었다. 고대의 과학자들은(그들은 철학자이자 종교가였고 수학자이기도 했다.) 자연 현상들을 신과 인간의 관계로 이해하려 했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자연 현상에도 규칙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법칙'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법칙은 기호와 숫자로 표시됨으로써 과학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구체화시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과학이 매력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주와 천문학을 시작으로 원자와 핵 물리학, 역학, 전기와 전자등 물리학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실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질문을 던지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증명을 하고, 다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반증을 하고... 이것의 과학의 기본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이 모든 편리함들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보낸 숱한 시간 덕분이다. 그들중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고, 어떤 이들은 그들이 치명적인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상태로 실험을 해야만 했었다. 현대에 와서 과학자들에게 가장 큰 영광이라고 알려진 노벨상의 경우 엄청난 발견이나 발명이 아닌 심플하면서도 핵심적인 성과를 인정하였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우리 교육도 보다 실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때마침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데다 '유쾌한 물리상식'이라는 책을 읽다보니 물리선생님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누가 문과생 아니랄까봐 우리들중 대부분은 수학이나 과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실험 위주의 수업 방식과 유머러스한 선생님이 좋았기 때문에 물리 수업 만큼은 항상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공부했었다. 그날도 엄밀히 말하자면 고장난 습도계가 문제라기 보다 실험을 함께했던 수십명의 학생들 중 어느 누구도 의문을 품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평소 미래 과학의 중요성과 과학적인 사고에 대해 강조하셨던 선생님, 입시와 무관하다는 이유로 비중이 낮은 과목이었지만 과학에 대한 열정이 넘치셨던 분이다. 
 
아직 교단에 계신다면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겠지요. "모든 것에 의문을 가져라.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그리고 한 말씀 더 "그래도 궁금한 게 없냐? 질문좀 해라 이것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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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마로니에북스 Art Book 8
로사 조르지 지음, 하지은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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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을 보는 순간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몇몇 화가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렘브란트, 베르메르, 모네... 이들의 작품을 몇 개만 감상해 보아도 왜 빛의 작가라고 부르는지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빛'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빛은 피사체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실적인 묘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빛과 어둠의 대가'로 소개된 카라바조의 그림은 어떨까. 사실 카라바조라는 화가는 이름만 들어보았지 얼른 떠올릴 수 있는 유명 화가들의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은 화가였다. 하지만 카라바조 또한 '빛'을 사랑한 화가로 빛과 어둠을 어떻게 표현하였을지 '빛의 화가'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베르메르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를 떠올리니 카라바조와 선명하게 대조되는 느낌이 들었다. 베르메르의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인물과 주변의 배경도 꼼꼼하게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작품의 배경은 해질녁이나 이른 아침일 수도 있겠지만 낮이면서 바깥보다는 어두운 실내를 비추는 '빛'을 담아낸 작품이 많다. 하지만 카라바조의 경우는 배경이 매우 어둡다. 주변의 배경은 대부분 어둠이고 드물게 단순한 형태의 벽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베르메르의 그림을 처음 볼때는 작품 전체가 주는 느낌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카라바조의 그림은 인물에 그것도 인물의 얼굴에 주목하게 된다. 수많은 화가들이 작품에서 그려냈던 그리스도에 관한 부분에서도 배경은 최소한으로 표현하고 인물 중심으로 그렸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과 한번 마주치면 그들에게서 눈을 떼기가 쉽지 않다.   

카라바조와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또 한지 이유는 그의 삶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예술가들의 삶이 대부분 그러하듯 카라바조도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의 경우는 다른 예술과들과는 좀 다르다.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지 못한 괴로움, 경제적 궁핍함 이런 것들을 떠나 스스로가 폭력과 살인이라는 문제를 일으켜 곤란을 겪었고 결국 그로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천재들은 예술적 영감과 함께 까칠한 성격을 함께 가지고 태어나는가 보다. 아니면 예술적인 영감이 내면에서 소용돌이칠 때면 감정 따위는 주체할 수 없을 지경이 된다든지 말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들이 종종 있었고 작품속에 자신의 모습을 슬쩍 그려넣는 화가도 많았다. 어쩜 카라바조의 작품 속에 묘사된 '자신'은 어둠의 일부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카라바조 - 빛과 어둠의 대가> 이 책은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아트북 시리즈중 여덟번째 권으로 카라바조의 생애를 되짚어 보며 시대순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작품 활동을 했던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되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편집상의 이유인지 몇몇 그림의 경우 한 쪽 페이지에 실을 수 있는 크기의 그림이 제본되는 부분과 겹쳐지게 배치가 되어 감상하는데 불편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카라바조라는 화가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충분할 만큼의 그림과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기회가 된다면 미술사를 통틀어 시대순으로 영향을 주고 받은 화가들이 소개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피카소나 고야, 클림트, 베르메르, 고갱등의 화가보다 카라바조가 앞서 소개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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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 달인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2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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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힁허케'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마침내 하퀸은 늪가에 이르자 비밀 통로로 힁허케 달려갔어요."라는 문장인데 '지체 없이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오타로 여길 뻔했다.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때 보다 몇 배는 더한 당황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말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잘못 알고 사용해 왔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신기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면 내가 이상한 것인까?      
 
우선은 가장 먼저 언급된 '청설모'부터 충격이다. 청설모는 날다람쥐의 털을 말하는 것으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청설모가 아닌 '날다람쥐'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청솔모와 청설모가 헷갈렸는데 두 가지 모두 틀렸다고 하니 난감하다. 더구나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자주 듣던 표현이고 네이버 백과에도 청서(청설모)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앞으로 '날다람쥐'로 고쳐 쓰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언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은근히 걱정된다. ^^;;

'굼뱅이 --> 굼벵이', '돌맹이 --> 돌멩이'의 경우는 'ㅐ', 'ㅔ' 모음이 헷갈릴 때가 종종있어 꼭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이고, 어린 시절 꿀 빨아먹던 추억이 깃든 사루비아는 '샐비어'라는 표현이 맞다고 한다.  '싸가지 --> 싹수', '엄한 사람 --> 애먼 사람', '난잡해진--> 난삽해진', '나올래야 --> 나오려야' 라는 표현도 평소 잘못 사용하기 쉽고, 도리도리, 곤지곤지, 잼잼 에서 '잼잼'을 '죔죔'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낯설다. '푸르딩딩하다'라는 말은 '푸르뎅뎅하다' 라는 표현이 맞지만 북한에서는 '푸르딩딩하다'가 문화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말이면서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울 따름이다.       

잘못된 표현들을 예로 드는 과정에서 언론에 소개된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든다. 나같은 사람이야 그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감이나 끄적이는 정도이지만 그들은 전문가가 아닌가. 글 쓰는 직업중에서도 특히 자존심이 세다는 기자들이 어떻게 잘못된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처럼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곳의 안내문들이 오류 투성이라면 낭비된 세금도 세금이지만 얼마나 낯 부끄러운 일인가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말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무조건 많이 보고(읽고) 많이 사용해 보는 것이다. 책의 1장 에서 3장까지가 이론이라면 책의 4장 '우달이의 건방진 글쓰기 비법'은 실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을 살펴보면 짧은 글이라도 매일 자주 쓸 것, 메모하는 습관, 알맞은 단어 선택, 군더더기 없이 짧게 쓸 것, 퇴고하는 습관을 기를 것 등 글을 쓸 때 꼭 명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평소엔 글을 쓸 일이 잘 없는데 서평을 쓰다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처음엔 몹쓸 기억력을 이겨내 보려고 시작했지만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점이 많아 주위에도 권하고 싶은 습관이다.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을 꼽을 때 거의 1, 2위를 차지하는 것이 '잘난 척 하는 사람', '듣다 보면 자기 자랑' 인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건방진 우리말 달인'은 밉지 않다. 말투부터 반말인데다 온통 '잘난 척' 이지만 정말 잘난 사람이구나, 자랑 좀 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이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달이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절실함 때문이기도 하다. 

우달이, 우리말을 부탁해~ 지금보다 더 건방지게 굴어도 용서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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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쾌인쾌사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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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해 어떤 이는 시간과 돈, 집중력을 요구하는 취미의 한 종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있어 독서란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고, 마음의 위로와 힘을 얻는 시간이라고 늘 주장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의 한달만에 책 한 권을 읽었다. 평소 한 주에 2권, 최소한 1권 이상은 읽어내던 속도에 비한다면 그동안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우선은 지난달에 아이가 초등 입학을 하면서 직장맘으로서 학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절실히 깨달으며 몸살을 한 번 앓았고, 사무실에서도 실사를 비롯해서 보름전까지 일주일 가량 정기감사를 받으면서 또 한번 몸살을 앓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이 되면 멍~ 해지기만 하고, 도무지 활자의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다가 급기야 책을 덮고 마는 상태가 반복이 되었다.

깃털 처럼 가벼운 것, 혹은 그보다 더 가벼운 책은 없을까? 내용을 파악하려 플롯을 이해하려 애쓸 필요도 없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서 웃을 수 있는 책,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순간에 집어든 것이 바로 <조선사 쾌인쾌사> 이다. '엽기시리즈'를 몇 권 만나본터라 추수밭 책이라서 고개를 한 번 끄덕였고, 저자인 이수광님도 낯익은 분이어서 여러모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푸시킨의 시를 인용한 서문에서부터 범상치 않음이 느껴진다. IMF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위해 글을 썼다는 취지가 약간은 생뚱맞으면서도 공감이 간다. 부분적으로는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종때 좌의정을 지낸  신용개는 술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집에서 키우던 큰 국화 분 여덟개를 앞에 두고 대작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이유로 임금께 사직을 청하였을 때도 중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술을 하사하면서 만류하였을 정도라고 한다. 이항복은 친구에게 말을 빌려 동대문 밖에 다녀오겠가 하고는 한 달 동안이나 금강산을 다녀오고는 역시나 '금강산도 동대문 밖'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엄격한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인지라 내용중에는 여성들의 입장에 대해 고려하지 않은 부분도 눈에 많이 띈다. 가정은 나몰라라 하고 평생을 유랑했던 이가 있는가 하면, 해산하려는 아내를 버려두고 친구따라 금강산 유람을 떠나버린 선비, 집에 부리던 여종을 탐하는 양반들, 여인들에게는 정숙함을 강요하면서도 자신들은 기생집을 수없이 드나들거나 심지어 마음에 드는 기생에게는 수절을 요구하는 모습이 너무나 위선적이다. 유쾌해야 함에도 왠지 서글펐던 기억이... 때문에 영의정 남편의 수염을 뽑아버리고도 당당했던 여장부 송씨의 이야기와 선비를 곤경에 처하게 만든 기생들의 이야기에서 더욱 크게 웃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쾌快는 즐겁고, 시원하고,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이다. 가슴속에 쌓인 응어리를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어둡고 우울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번지게 하며, 어려운 경제 여건에 굴하지 않고 거침없이 뚫고 나가게 하는 것이다. (p.5)"

 쾌인, 쾌사, 쾌시, 쾌담 각장에서 '쾌'라는 단어가 주는 유쾌한 느낌이 고루 뿜어져나와 시종일관 밝은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특히나 쾌시, 쾌담 부분에 있어서는 은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면서 노골적인 춘화까지 등장해 순간 당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음란서생'이라는 영화에서처럼 아무리 조선시대라 하여도 남녀가 만나 전기가 통하고 서로를 흠모하는 마음이야 같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개인적으로는 신분의 벽을 뛰어넘은 이들이나 위선적인 양반들을 조롱했던 서민들의 이야기가 추가되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책을 읽고 글을 남기는 것이 요즘처럼 힘든 때도 없다. 이 책을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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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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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시리즈의 2편이다. ^^ 1편에서는 에드워드와 벨라의 만남에서부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벨라를 에드워드가 구하면서 마무리 되었다. 2편 '뉴문'에서는 벨라의 안전을 염려한 에드워드가 그녀의 곁을 떠나게되고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한 벨라가 새로운 친구 제이콥을 사귀게 되는 장면들 그리고 앨리스가 떠올린 영상으로 인해 벨라가 자살했다고 착각한 에드워드가 불멸의 생을 끝맺기위해 볼투리 일가를 찾아가 벌어지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걱정하지 마. 너는 인간이니까. 원래 인간의 기억력은 형편없기 마련이야. 시간은 너 같은 인간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지. (p.88)"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했던 말이라고 믿기엔 너무나 냉정한 표현이다. 벨라가 인간으로서의 생을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에드워드는 벨라의 삶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가 바로 자신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 라는 유행가 가사같은 문구를 가슴깊이 새기고 벨라에게는 마치 사랑이 식어서 떠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해버린다. 

 사람이 살아가는데는 어짜피 '말도 안되는 말'이 넘쳐나기 마련이지만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이 말처럼 기가막힌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철없던 십대 시절에는 그랬다. 사랑한다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한다고...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그 상황을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치면서 내뱉은 자기 변명일 뿐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하고 어느정도 나이가 드니 사랑은 판타지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이라는 것을, 떠나보낼 수 밖에 없는 그 마음도 이해는 된다.      

문제는 '사랑하기에... ' 라는 그 말을 써먹는 이들이 대부분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하고 혼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또한 벨라의 생각은 무시한 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거짓을 믿게 만들고는 떠나버리는 잘못을 범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씨앗은 누구나 품을 수 있지만 그 감정을 키워가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별'을 결정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해주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살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또 이별을 겪게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을 찾기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른다. '좋은 기억으로 남는 이별'이란 자체가 모순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여는 것만큼 이별의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책에서는 둘의 이별이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재차 확인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쉬움이 있다면 많은 독자들이 지적했듯이 제이콥의 분량이 늘고 에드워드의 분량이 적었다는 점. 그런 갈증(?) 때문인지 '이클립스'를 얼른 손에 넣어야 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오랫만에 거의 비이성적으로 빠져드는 소설을 만난 것 같다. 나...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사랑에 빠진건가?  

"결국 사랑은, 비이성인 거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수록 감각은 마비되어갔다.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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