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 달인편 건방진 우리말 달인 시리즈 2
엄민용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힁허케'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마침내 하퀸은 늪가에 이르자 비밀 통로로 힁허케 달려갔어요."라는 문장인데 '지체 없이 곧장 빠르게 가는 모양'이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오타로 여길 뻔했다. <더 건방진 우리말 달인>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때 보다 몇 배는 더한 당황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말인데... 지금까지 이렇게 잘못 알고 사용해 왔구나 하는 부끄러움과 신기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면 내가 이상한 것인까?      
 
우선은 가장 먼저 언급된 '청설모'부터 충격이다. 청설모는 날다람쥐의 털을 말하는 것으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청설모가 아닌 '날다람쥐'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에는 청솔모와 청설모가 헷갈렸는데 두 가지 모두 틀렸다고 하니 난감하다. 더구나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자주 듣던 표현이고 네이버 백과에도 청서(청설모)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앞으로 '날다람쥐'로 고쳐 쓰면서도 주위 사람들과 언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아닐지 은근히 걱정된다. ^^;;

'굼뱅이 --> 굼벵이', '돌맹이 --> 돌멩이'의 경우는 'ㅐ', 'ㅔ' 모음이 헷갈릴 때가 종종있어 꼭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이고, 어린 시절 꿀 빨아먹던 추억이 깃든 사루비아는 '샐비어'라는 표현이 맞다고 한다.  '싸가지 --> 싹수', '엄한 사람 --> 애먼 사람', '난잡해진--> 난삽해진', '나올래야 --> 나오려야' 라는 표현도 평소 잘못 사용하기 쉽고, 도리도리, 곤지곤지, 잼잼 에서 '잼잼'을 '죔죔'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낯설다. '푸르딩딩하다'라는 말은 '푸르뎅뎅하다' 라는 표현이 맞지만 북한에서는 '푸르딩딩하다'가 문화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말이면서 남과 북이 서로 다른 말을 표준어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울 따름이다.       

잘못된 표현들을 예로 드는 과정에서 언론에 소개된 문장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든다. 나같은 사람이야 그저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감이나 끄적이는 정도이지만 그들은 전문가가 아닌가. 글 쓰는 직업중에서도 특히 자존심이 세다는 기자들이 어떻게 잘못된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리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처럼 국민의 혈세로 지원된 곳의 안내문들이 오류 투성이라면 낭비된 세금도 세금이지만 얼마나 낯 부끄러운 일인가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말을 공부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무조건 많이 보고(읽고) 많이 사용해 보는 것이다. 책의 1장 에서 3장까지가 이론이라면 책의 4장 '우달이의 건방진 글쓰기 비법'은 실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을 살펴보면 짧은 글이라도 매일 자주 쓸 것, 메모하는 습관, 알맞은 단어 선택, 군더더기 없이 짧게 쓸 것, 퇴고하는 습관을 기를 것 등 글을 쓸 때 꼭 명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평소엔 글을 쓸 일이 잘 없는데 서평을 쓰다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처음엔 몹쓸 기억력을 이겨내 보려고 시작했지만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서평을 쓴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점이 많아 주위에도 권하고 싶은 습관이다.     

싫어하는 사람의 유형을 꼽을 때 거의 1, 2위를 차지하는 것이 '잘난 척 하는 사람', '듣다 보면 자기 자랑' 인 사람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건방진 우리말 달인'은 밉지 않다. 말투부터 반말인데다 온통 '잘난 척' 이지만 정말 잘난 사람이구나, 자랑 좀 해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이 우리말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말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달이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다는 절실함 때문이기도 하다. 

우달이, 우리말을 부탁해~ 지금보다 더 건방지게 굴어도 용서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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