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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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회가 어수선하고 민심이 흉흉해지면 유언비어가 떠돈다고들 하는데 나 어릴 적엔 '학교괴담'과 함께 '정신병원 탈출'에 관한 루머가 왜그리 끊이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너, 그 이야기 들었어? 오늘 새벽에 서울 모병원에서 정신병자 세 명이 탈출했는데..."로 시작되는 루머 속에는 항상 세 명의 환자가 등장하고, 그들은 꼭 애들만 골라서 해코지 하는 극악무도한 인물들로 묘사가 된다.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자'라는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연일 들으면서도 
잠자리에만 들라치면 불안에 떨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통제불능에 예측불허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심이란 그런 것이다. 창백한 얼굴과 촛점 없는 퀭한 눈을 가진, 귀신같은 캐릭터까지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땐 정말 몰랐다.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생기는 것처럼 마음에도 상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다치면 더 많이 아파해야 하고 낫기 위한 시간도 더 걸리 듯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 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더 몰랐던 사실도 있다. 감옥이든 병원이든 멀쩡한 사람도 갇힐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상상이나 했겠는가. 때론 갇힌 자보다 가둔 자가 더 무섭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신병동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어요.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p.213 - 수명)"

수리 희망병원, 수명이 승민을 처음 만난 곳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병원 입구에서 먼저 만났다고 해야하나. 수명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입소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승민은 첫날부터 어설픈 탈출을 시도한다. 결과는 참혹했지만 승민은 꿋꿋했고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뜻을 굽힐 줄 몰랐다. 수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승민의 계획에 번번이 엮이면서 함께 곤욕을 치른 두 사람은 동갑내기 단짝이 된다. 승민은 꼭 나가야만 한다고, 해야할 일이 있는데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승민을 그토록 절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왜 여기에 오게 된 것일까. 수명은 승민을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p.240 - 승민)" 

수명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충격으로 인해 세상과 담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에 숨어버린 인물이다. 진실과 마주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목소리'에 위로를 얻으며 차라리 거짓을 믿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자유를 향한 승민의 열정은 수명을 깊은 잠에서 깨웠고 '당당한 나'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실체와 맞서야만 한다는 것도 배웠다. 인생에서 유일하게 상대해야 할 존재가 있다면, 피 터지게 싸워서 이겨야 할 존재가 있다면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고보니 수명과 승민은 공통점이 몇가지 있다. 나이도 동갑이고 불행한 유년을 보냈다는 것, 실제로 정신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다는 점과 가족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는 점등이 그렇다. 특히 수명의 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후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여 숙식을 제공받고 사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결국 병원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아버지의 염려와는 상관없이 수명에게는 치명적인 장소가 되어 버렸다. 보호나 보살핌같은 말은 언제라도 격리, 감금, 수용과 같은 단어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관심을 끈 이유가 되었지만 솔직히 신인작가 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중년 작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우선은 정신병원과 관련된 전문적인 부분을 연구해 가면서 글을 쓴 작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치밀하면서도 탄탄한 구성력은 근래에 읽은 책들 중 손꼽힐 만큼 돋보인다. 입소 첫날 공포 분위기와 함께 잠시 비추던 전기 충격실의 굳게 닫힌 문하며 걸을 때마다 주위의 물건들을 뻥뻥 차던 승민의 몸짓, 징글징글한 거머리처럼 버려도 버려도 수명에게 다시 되돌아 오던 승민의 시계 등 마치 추리소설을 읽을 때 처럼 복선과 암시가 곳곳에 깔려있다.      

 
책을 덮고서도 바로 책꽂이에 꽂지 못하고 앞부분을 뒤적거리고 있다. '내 심장을 쏴라'고 외치는 제목에서부터 도발적인 분위기가 풍긴다고 해야하나. 제목이 곧 이 책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정신 사나운 몸짓을 하고 있는 두 남자도 책을 덮은 후에 다시 보니 인물이 달라 보인다. 정말 잘 해보고 싶었는데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변명따윈 더 이상 필요없다.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무언가에 몰두한 적이 있었는지. 총 맞은 것처럼 비실거리지 말고 총 맞을 각오로 이를 악물고 살아갈 자세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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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바뀌는 곳에서의 3일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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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서 돈 많~이~ 벌게 되면 멋진 전원주택 지어서 함께 모여 살자~!!" 인생에서 '친구'라는 존재의 우선순위가 최고로 높아지는 시기가 있다. 눈 뜨면 만나야 되고, 하루에 한 끼 이상은 꼭 함께 먹어야하고,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 있어도 대화가 끊이질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친구들과 했던 철없는 약속이 문득 생각난다. 어른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만나든지 우리의 우정은 변함이 없을 거라고. 결혼 후에도 한동네에 옹기종기 함께 모여 살자던 약속. 그땐 그랬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고민하는 것보다는 '늘푸른 소나무처럼' 변치 않을 우리의 우정만이 소중했으니까. 

윈드 시프트를 찾아 떠나는 네 명의 주인공이 바라는 것도 어린시절부터 꿈꾸어 오던 그들만의 공간을 구입하는 것이다. 사회적 성공으로 누리는 부와 명예는 그들에게서 달콤한 휴식을 빼앗아 가버렸다. 주말여행을 떠나면서도 휴대전화에 얽메인 그들을 통해 전형적인 도시인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계약 성사에만 몰두한 부동산 중계인의 무리한 진행은 어이없는 실수를 부르고 인적없는 숲에서 길을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만다. 

"처음에는 길을 잃고, 그 다음에는 우리에게 팔려고 했던 집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더니, 이젠 우리를 죽일 뻔했잖아! p.71"

숲에서 길을 잃었다. 차는 고장이고, 휴대폰은 먹통인 곳이다. 몸은 지치고 발은 부르트고, 배고프고... 거기다 비까지 온다. 최악이다. 그래도 죽으란 법은 없나보다. 환영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도와줄 사람을 만났다. 끼니를 제공받고 몸 뉘일 공간도 구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무슨 원시부족도 아니고 문명과 교류하지 않으면서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란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곳이 바로 윈드 시프트라는 사실. 새 주인이 될 사람들과 불법 거주자들, 부동산 중계인의 불편한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가끔씩 원시부족에대한 다큐멘터리를 볼때마다 그들의 삶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덜 문명화 된 것에 대해, 무지에 대해, 비위생적이고 미신을 숭배하는 것 등에 대해서 마치 다른 종족을 보는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는 것 만큼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았던 것처럼 우리의 생활을 보여준다고 가정했을 때, 무조건적으로 도시인의 삶을 동경할 것이라는 생각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살 권리가 있듯이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고 인정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양측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재미있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한데 '도시 얼뜨기들'과 '문명을 등진 이기주의자들'이 서로를 비난하던 분위기에서 오히려 네 친구의 우정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어린 시절 한 없이 순수했던 감정들이 어른이 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것에 대한 씁쓸함이랄까 약간은 허탈하기도 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돈이나 이성관계, 사업파트너 등과 같이 현실적인 문제들과 얽히면 좋지 않은 결말을 가져온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친한 사람일수록 지켜야 할 예의가 있고 선을 그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인생은 얼굴과 같은 거예요. 누구나 다른 얼굴을 가지고 싶어 하죠. 적어도 가끔은요. 하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얼굴은 하나뿐이에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요."   

" 그렇지 않다는 건 당신도 알고 있소. 당신 머릿속에 호기심과 아이디어가 충분하다면, 자기가 원하는 얼굴을 가질 수 있어요. (중략) 인생은 자기가 상상하는 것이오. 자기가 원하는 것이고. 자기 꿈꾸는 것이오. 누군가가 실망할까 비판할까 조롱할까 하는 두려움 없이 그것을 발견하고 추구하려는 에너지가 필요할 뿐이오. (p.387-389)"
 

 그러고보니 인생이란 얼마나 변화무쌍하며 예측불허인지. 전원주택을 구입하기위한 단순한 주말여행이 삶을 뒤바꿀 만큼의 변화를 가져왔으니 말이다. 만약 모든 과정이 무난하게 진행되어 계약이 성사되었다면 더 행복했을까? 가식으로 만들어진 가면을 쓰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라고 적으며 이 부분에서 잠시 멈칫하게 된다.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느냐며 스스로를 닥달했던 사람이 누구더라. 허허~ 
 
시원하게 뻗은 도로가 인상적인 표지다. 구도가 특이해서 Wind Shift로 향하는 차 안에 타고 있는 것 같은,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건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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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도둑 - 김주영 상상우화집
김주영 지음, 박상훈 그림 / 비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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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도둑'이라는 재미있는 제목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꽃들로 가득한 이쁜 표지도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 문득 미하엘 엔데의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작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무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의미 심장한 메세지를 제 것으로 만들기에는 벅찼던 기억이 납니다. 우화집이라고 해서 '이솝우화'같은 내용만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그 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잠시 고민하는 사이 김주영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낯익은 이름, <똥친 막대기>의 작가였습니다. 백양나무의 곁가지에서 떨어져나와 회초리도 되었다가 똥친 막대기도 되었다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희망'을 부여잡고 마침내 뿌리를 내리게 되는 사랑스런 내용이었습니다. 아하~ 고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느새 우화집 속으로 빠져듭니다.

<서울에서 파리까지 기차로 가기>에서는 열차를 타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소년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보여줍니다. <외로운 여우>에서는 간절한 기다림 속에 만난 같은 종족의 여우가 '볼품없는 늙은 여우(자신)' 임을 깨닫게 되고, <자유의 뗏목을 타고>에서는 자유를 위해 뗏목을 타고 여행을 떠난 남자가 1년 넘게 강물 위에서 견딘 자신을 영웅으로 대해주는 군중들을 의식함으로써  다시는 뭍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 상황을 이야기 합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달은, 사냥개에게 목줄을 매어둔 것처럼 언제나 그 하늘 그 자리에 있겠거니 하고 방심했던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세상에,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쌈해가는 해괴한 도둑이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인들 했겠습니까. <달나라 도둑> p.228"

<달나라 도둑>에서는 언제나 그자리에 있을줄만 알았던 달을 도둑맞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만약 달이 아니라 시간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돈은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시시각각 사라져 버리는 시간은 아까운 줄 모릅니다. 어느순간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사라지고 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요. <늪가의 집>에서는 버리고 떠나 온 '그 집'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그리워 하게 되는 순간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달나라 도둑'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기억에 남는 두 명의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네요. 훔친 돈으로 사탕을 사긴 했는데 사탕이 너무 많아서... 남은 것을 가져 갈수도 없고, 아이는 울면서 사탕을 모두 먹어야 했지요. 어머니는 아이의 입에서 단내가 나자 신열이 나는 줄 알고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줍니다. 그리고 똥친 막대기로 회초리를 맞고 담벼락에서 주저 앉아 우는 아이도 등장합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두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데 독자는 웃음이 납니다. 

피카소와 장욱진 화백, 거기다 김주영 작가님까지 이 분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어린 아이'라는 키워드 입니다. 작품에 깊이가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예술에 대한 열정이 깊어질수록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닮고자 했던 분들입니다. 특히 피카소의 경우 "나는 어린 아이처럼 그리는 법을 알기위해 평생을 바쳤다." 라는 말로 유명하지요. 장욱진 화백님의 작품중에는 우리 아이도 저 정도는 그리겠다 싶은 작품이 간혹 있어요. 김주영 작가님은 이번 우화집을 상처투성이 소년 김주영에게 바친다고 하셨네요. 

  
대뷔 초부터 선이 굵은 대하소설을 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년에 새로이 시도하신 것이 <똥친 막대기>와 <상상우화집>같은 작품이니,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하신 경지에 오른 것 같네요. 딘가 아팠고 늘 꼴찌였던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구요. 그래서인지 각각의 우화에서는 상실과 고독이 묻어납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입니다. 당신도 보이나요? 유난히 다리가 긴 도둑이 달을 조금씩 당기고 있다는 것을... 

"그 열 살 전후의 시골 생활에서 그가 한 일이라곤 진흙탕 위에서 뒹굴며 놀았던 것밖에는 정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흔 살을 바로 코앞에 둔 그에게 이처럼 무사하고, 사무치게 그리운 것은 바로 열두 살 시절의 그 고향 마을이었습니다. <가장 그리운 것은...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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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세계를 움직인 인물 158
위르겐 브뤼크 지음, 류동수 옮김, 김정미 감수 / 조선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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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인물 - 하늘님, 하늘의 왕이기 때문입니다." 초등 1학년인 아들이 '나의 꿈을 펼쳐요'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면서 적은 내용입니다. 아직은 종교라는 개념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 혹은 하나님을 떠올리고 한 말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하늘에는 하늘의 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어쨌거나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멍~ 했습니다.  
 
사실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부모님이셨습니다. 꿈은 과학자(꿈이라고 하기엔 뭔가 구체적인 것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과학자'라는 있어보이면서도 막연함이 깃든 표현이 맘에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였구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수많은 착오과 방황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제 인생에 균형을 잡아주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멘토를 제때에 만나지 못한 까닭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위인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을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위인들의 이야기가 아이로 하여금 꿈을 가지게 하고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예사롭지 않는 위인들의 일상이 아이에게 충격을 주거나 지레 겁을 먹게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초등 입학전에 다들 위인전을 들여서 읽힌다는 식의 남들 따라하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때가되면 읽히리라 그 때가 언제일까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이 적기로구나 생각했습니다.  

<세계를 움직인 인물 158> 이 책에는 158명이나 되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고대에서 중세, 르네상스를 거쳐 17세기 이후 오늘날에 이르까지 연대순으로 인물을 정리하였고 각 인물들은 한,두 페이지 정도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소소한 에피소드보다는 집약적이고 요약된 설명 위주로 되어있어 인물백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최대한 많은 인원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과 공간활용을 통해 다양한 도판을 싣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장점입니다.  

아쉬운 점은 유럽 중심으로 인물이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태생의 인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독후활동을 하다보니 더욱 명확하게 보이네요. 세계사에 관한 책들을 보면 서양 중심의 세계관으로 씌여진 것이 대부분이라 늘 아쉬운데 이 책의 경우는 저자가 독일 사람이어서 그런지 특히 유럽중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현대로 갈수록 미국의 인물이 늘고 동양에선 중국이 홀로 빛을 발하는군요. 

한편으로는 세계사의 흐름이 누구 중심인가 하는 것에 초연해 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 책에 실린 158명의 인물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세계를 움직여 왔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이 책을 통해 아이가 깨닫게 되기를 바랍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어떤 인물들이 세계를 움직여 왔으며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한지도 말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한국을 움직인 인물 158'을 기대해도 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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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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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이름 만으로도 관심을 끌게 하는 작가다. <더 타임스>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그의 작품은 익살스럽고 유쾌한 문체로 유명하다. 기업이나 기업이 만들어 낸 상품에 브랜드 가치가 있듯이 작가들도 이름 자체에 가치를 지닌다고 가정한다면 빌 브라이슨의 수치는 얼마나 될까 싶다. 흔히들 '이름을 내걸고 한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 책의 작가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은 제목에 '빌 브라이슨'이라는 이름에다 표지에 캐리커쳐까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이겠지.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에 도착한 이후 수많은 이주민들이 미국땅을 밟기 시작했고 다양한 민족과 문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영국의 간섭에서 독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민주주의 수립, 부의 축적, 서부개척시대, 스포츠와 영화, 우주시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의 역사가 한 권의 책 속에 들어있다.

책 읽으면서 좀 힘들었던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이 미국의 역사와 함께 영어(언어)의 변화와 발달에 중점을 둔 내용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 자체가 신세계이다 보니 지명부터 고속도로 이름, 동식물, 제도나 장치등 모든 것에 신조어들이 필요했다. 영국에서 쓰던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데는 한계가 있다보니 다양한 나라들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것,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를 겪어 확정된 것들 이런식으로 영어 단어가 나열되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결국은 포기하고 거의 역사중심으로만 읽어야 했다는... ^^;;  

초기의 이주민들은 자신들을 미국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들 자신이 영국인이며 그런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땅은 그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가야 할 공간이었을 뿐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소망했던 사람들도 많았다. 국가 수립당시의 미국 헌법에는 노예나 노예제도에 대한 언급이 아예 빠져 있다는 점과 링컨 대통령조차 정치 초기에는 노예 제도에 찬성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가장 가슴아픈 부분인 인디언들의 이야기- 미국 정부는 인디언들과의 조약을 제대로 지켰던 적이 없으며 인디언들을 미국땅의 가장 황폐한 부분으로 쫓아냈다. 초기의 이주민들이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갈 때 인디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카우보이'라는 말은 원래 독립전쟁 당시 영국 왕실을 지지하는 이들을 깍아 내리는 말로 처음 쓰인 말이라고 한다. 물론 소를 몰고 가는 사람이라는 표현도 맞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멋진 카우보이의 모습은 순전히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모습이라고 하니 조금은 실망스럽다.  

"더 나은 쥐덧을 만들라. 그러면 세상이 당신의 집으로 몰려갈 것이다. p.153" 이 말은 미국인들이 실용적인 면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들이 혁신적인 산업공정에 관심을 기울일 때,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수많은 발명품과 아이디어들이 넘쳐났다. 대표적인 주자가 바로 에디슨으로 오늘날까지 발명가를 떠오릴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릴 적 위인전에서 읽었던 것과는 다르게 에디슨의 성격적인 문제점까지 언급하고 있어 의외였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솔직히 '발칙하다'라는 표현이 이렇게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발칙함이란 '괘씸하다', '버릇없다' 혹은 '당돌하다'라는 식의 약간은 부정적인 뜻을 품고 있는 단어가 아니던가. 하워드 진이 말하는 역사가 노동자 중심의 진지함과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빌 브라이슨 역시 가볍다고 할 수 없는 무게감과 비판적인 면이 있다. 다만 표현에 있어서 발랄하고 유쾌한 감성을 뿜어낸다는 점 이것이 바로 빌 브라이슨의 발칙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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