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시공 만화 디스커버리 21
이남고 지음, 정규영 감수 / 시공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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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달라졌을까?" 세계 역사를 움직인 여성이나 세기의 미녀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클레오파트라 이기에, 그녀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가졌던 어리둥절함이랄까 약간 실망스러운 기분은 차라리 충격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사실상 미의 기준은 시대마다 다른 것이어서 클레오파트라 뿐만 아니라 양귀비의 초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조선시대 '미인도' 속의 여인을 처음 보았을 때도 오늘날 미인의 기준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경우, 150cm의 키에 몸매는 뚱뚱하며 치열은 고르지 못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당시의 동전에 새겨진 모습에는 입도 지나치게 크고 매부리코로 묘사되어 있어 아무리 미의 기준이 달랐기로 이정도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다시말해 그녀의 매력은 외모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이다. 왕녀였던 그녀는 어릴적부터 문학, 철학, 역사와 과학등 모든 분야에 걸쳐 파라오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으며 특히 언어에 능통하여 이집트 주변국가들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녀는 화려한 치장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줄 아는 패셔니스트이자 뛰어난 재치와 입담으로 상대를 사로잡는 능력을 가졌던 것이다.  
 

혹자는 클레오파트라를 문란하고 방탕한 요부라고 하지만 이집트 왕조가 막을 내린후 그녀에 대한 기록이 그리스인들에 의해 씌여졌다는 것을 고려해야만 한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가 집권 함으로써 왕조가 멸망한 것이 아니라 클레오파트라였기 때문에 그나마 왕조의 운명을 연장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집트의 정세가 불안정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해 아시아의 나라들까지 호시탐탐 이집트의 부를 탐내고 있었고, 외세의 침략에 또 다른 나라를 끌어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왕조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이 책은 시공 만화 디스커버리 21번째 이야기로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에 대해 그리고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의 즉위 과정과 이집트를 지키기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되짚어 보고 있다. 만화라서 쉽게 읽히고, 영웅들의 이야기여서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도 좋다. 다만 내용면에 권력을 유지하려는 노력만 열거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는데, 사치스런 생활에 비해 정작 백성들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하는 내용은 미흡하다. 그나마 
부록 처럼 '지식노트' 라는 코너가 따로있어 만화가 아닌 서술형태로 내용을 보충 해주고 있다. 

 
이쯤에서 맨 처음 던진 질문,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대해 이야기를 다시 꺼내볼까 한다. 이 책을 통해 읽은 내용 대로라면 그녀의 코가 조금 더 낮았다고 하더라도 역사가 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그녀의 매력은 외모가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 라는 것은 얼굴 가운데 위치한 숨쉬고 냄새 맡은 기관 이상의 의미가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는 그녀의 사랑이며 자식들이자 이집트 파라오로서의 야망과 자존심 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란 주장은 맞는 말이다. 옥타비아누스가 클레오파트라에게 왕위에서 물러날 것과 안토니우스를 죽일 것을 제안했지만 클레오파트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사랑했던 안토니우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사랑을 지켰으며,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는 것 보다 여왕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위해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고 있었다. 클레오파트라가 '미의 여왕', '여신같은 파라오'로 인정받는 것, 오늘날까지도 역사 속의 인물로만 머물지 않고 문화, 예술의 아이콘으로 살아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이다.

 

 
클레오파트라 , 미켈란젤로의 작품
(네이버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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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 - 아버지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쿡 커뮤니케이션 편집부 엮음, 전나리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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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슈퍼내니' 라는 TV프로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라는 프로의 미국 버전쯤 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도움을 요청한 가정에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녀들은 지나치게 많은 방과후 수업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엄마는 엄마대로 하루종일 아이들 기사 노릇하랴, 끼니 챙기랴, 가사 돌보랴 정신이 없습니다. 이 가정에서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가 질문하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아버지의 일상은 자신의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퇴근 후 30여분 정도 아이들과 놀아주는 듯 하더니 서재로 가서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하루중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분명 가족들을 사랑합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자녀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열심히 정말 열심히 일을 하는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서...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슈퍼내니는 지체없이 처방을 내립니다. 아버지는 집에 까지 일을 가지고 와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아이들은 학원을 줄이고 대신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나 놀이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충고합니다. 처음에 아버지는 난색을 표하였지만 일과 가족들 중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일을 줄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아내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한 것이 뭐가 있나요? 돈만 벌어다 주면 다인가요?" 사람이란 밥만 먹고는 살 수 없는 것처럼 아버지의 역할도 '돈을 버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만 합니다. 열심히 일한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기가 찰 노릇이겠지요. 하지만 가족들이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은 아주 작고도 소박한 것들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 말입니다. 퇴근 후 아이들을 얼마나 안아 주고 함께 놀아주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고 청소기 한 번만 돌려준다고 마음먹으면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텐데요. ^^

 
<아버지를 위한 행복한 10분 묵상> 이 책에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100가지도 넘는 방법들이 실려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에는 아버지들이 등장하고, 가족과의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들중에는 모범이 될만한 아버지가 있는 반면 시행착오를 겪은 가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상관없이 결론은 모두 하나로 통합니다. "아버지의 말은 집안의 온도를 설정하는 온도조절장치와 같다."는 문구처럼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위해서는 아버지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오랫 세월을 거치면서 딸들에게 이어져 온 것 처럼 아버지의 사랑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 전통적인 아버지상에서 권위와 위엄 밖에 물려받은 것이 없다면 '아버지를 위한' 책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버지 보다 발표회에 참석해주는 아버지를 '최고의 아버지'라고 생각한다는 일화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자녀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데도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장난감이 시판되고 있으나 자녀들에게 위험한 것들도 많습니다. 가능하다면 애초부터 사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주지시켜야만 합니다. "아이들은 'LOVE'사랑의 철자를 'TIME'시간이라고 생각한다.""우리의 존재를 선물로 대신할 때 자녀를 망치는 것이다.", "좋은 습관 다음으로 당신이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좋은 추억이다." 라는 문구들을 비롯해서 기억해야할 조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루에 10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바쁜 출근시간 10분은 날아가는 화살처럼 느껴질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10분은 100분처럼 느껴지겠지요.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10분은 어떨까요? 아마도 투자 대비 가장 가치있는 10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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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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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걷히는 안개바다 아래로 열여덟 개의 거대한 봉우리들에 에워싸인 백두산 천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파란 하늘을 가득 담은 천지에는 거대한 봉우리들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물구나무 서 있습니다. 천둥소리를 내며 하얀 물을 쏟아내는 폭포 위를 날아 우산대 처럼 하늘로 길게 뻗어 있는 이깔나무 숲을 지나니, 끝없이 펼쳐진 노란 들꽃 밭이 나타납니다. (p.11)"

 
보이나요?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거대한 봉우리들, 하얀 물 쏟아내는 폭포와 숲, 장관을 이룬 노란 들꽃... 저는 보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곳 이지만 마치 사진을 보는 것 처럼 눈 앞에 펼쳐집니다. 밥 짓는 굴뚝마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를 보니 여기가 호랑이 마을인가 봅니다. 백두산 천지를 박차고 날아 오른 새끼 제비의 비행을 뒤쫓다 보니 잘가요 언덕을 지나 호랑이 마을에 까지 다다랐네요.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어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을 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설령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일지라도,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일세.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 사람과도 불어 살 수 없는 법일세. (p.25)"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을 놓아버린 탓인지 온 몸이 노곤해 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낯선 손님의 방문으로 마을에는 긴장감이 감돕니다. 황 포수와 용이 부자는 아내이자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백호를 찾아 여기까지 왔다고 합니다. 황 포수는 마을의 골칫거리였던 호랑이 육발이를 잡아 영웅이 되었고,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떠돌던 용이는 호랑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순이와 훌쩍이를 만나 우정을 나눕니다. 하지만 마을 아이들의 질투와 잘못된 호기심은 크나 큰 비극을 불러오고 용이와 아버지는 쫓겨나듯 호랑이 마을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아픔도 무뎌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7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더 큰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호랑이 마을에 일본군 부대가 찾아 온 것입니다. 처음에는 인구 조사를 하겠다고만 했습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일상적인 조사일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지휘관 가즈오 대위는 일본군에 대한 소문과는 달리 공손했고 사람들은 그를 믿기로 합니다. 폭우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울 때는 일본군과 마을 사람들 구분 없이 모두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부로부터 전달된 명령서 한 장은 가즈오 대위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고, 무언가 크게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순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용이는 순이를 구하러 돌아와 줄 것인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똥친 막대기' 처럼 아름다운 우리말 어휘가 조합된 문장과 그림처럼 펼쳐지는 묘사를 좋아하는데 이 책도 그에 속합니다. 오랜 세월의 진통으로 빚어진 작품이어서 그런지 문체나 구성이 훌륭합니다. 용이가 순이를 위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일본군에 맞서는 설정은 어린 시절 호랑이 마을에서의 추억이 뒷받침 되어 주고, 가즈오가 조선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군인으로서 수치스러워 하는 장면은 그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통해 설득력을 얻습니다. 시종일관 마을을 비행하면서 코믹스런 대사를 날리던 제비는 극적 긴장감을 완충해 줌으로써 무거운 주제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전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요. 한 아이가 아닌 여러 아이들의 엄마. 아이들이 울 때 업어주고, 아플 때 만져주고, 슬플 때 안아주고, 배고플 때 먹여주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평생 살다가 아이들과 헤어질 때쯤 되면 아이들도 엄마라는 이름을 갖게 되겠죠. (p.113)"

 
순이가 소망하던 꿈, 그 소박하기만 한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순이의 아픔은 우리 역사의 아픔이며,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말합니다. 그럼에도 용서하라고, 상대가 용서를 빌지 않아도 용서하라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순이의 용서는 그녀의 꿈이 샘물이를 통해서 이루어지게 해주었고, 용이의 용서는 엄마별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도 처음 이 글을 구상할 때 용서와 화해보다는 그들의 잘못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마음이 앞섰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단순한 창작 활동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집필을 통해 작가의 마음이 정화되면서 진정한 용서와 화해를 이끌어 냈으니 말입니다. 

 
 <잘가요 언덕> 배우 차인표 씨가 책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반가움과 걱정이 뒤섞인 감정이었습니다. 솔직히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를 꼼꼼히 챙겨볼 만큼 열성팬은 아닙니다. 단지 유명 연예인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기 때문에 굳이 낯선 분야에 도전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글이란 결국 그 사람의 생각과 신념을 반영하는 것이고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낸다고 해서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배우 차인표 씨는 이 한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차인표 작가 라고 불려도 좋겠습니다. 
 

 
 "따뜻하다, 엄마별." 이 말이 가져다 주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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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캐릭터와 카툰 스케치 쉽게 하기 10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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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다 잘 난 사람을 부러워하는 마음은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공부 잘 하는 친구를 보면 똑똑한 것이 부럽고, 체육 시간이면 운동 잘 하는 친구가 부럽고, 음악 시간이면 노래 잘 하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가 부럽고, 미술 시간이면... 뭐 그런거지. 흔히들 생각하기를 예체능 방면으로는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여렵게 시도했다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이왕 시작했으니 꼭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압박하는 이도 없는데 말이다. 감상하고 즐기는 정도, 더도 말고 딱 그정도만 되면 좋겠다.  

 
<스케치 쉽게 하기> 라는 제목의 책이 유난히 눈에 잘 띈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출간된 시리즈로 기초 드로잉부터 인물, 풍경, 인체, 동물 등 시리즈가 꽤 된다. 특정 분야에 대해 꾸준히 책을 내는 저자의 소신과 의지에 감탄하면서도 한 번쯤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다. 솔직히 이런 책 몇 권으로 스케치에 능해 진다면 미술 학원이 왜 필요하겠는가 하는 삐딱한 마음이 앞섰던 까닭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캐릭터와 카툰에 대한 내용이다. 신문 받으면 카툰부터 먼저 보던 습관이 여전하고, 요즘들어서는 개인 블로거들이 인터넷에 올린 캐리커쳐나 풍자 만화를 검색해서 보기도 하던 터라 은근히 관심이 갔다. 예전에 손 글씨로 썼던 일기장 귀퉁이에 '내맘대로 캐릭터'를 그리곤 했던 기억도 한 몫 했다. 섬세한 묘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순간 캐릭터나 카툰이라면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났다.      

 
캐릭터의 묘미는 동,식물이나 무생물등 어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의인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의 그림 속에서 해와 달, 꽃, 자동차 등이 사람처럼 웃고 있거나 손과 발이 달려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의식이 '대상을 우리의 모습으로 인식'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범함 보다는 개성을 갖춘 캐릭터여야 하고 거기에다 '단순화' 과정을 거쳐 코믹스러움까지 더한다면 캐릭터의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캐리커처를 그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인물의 특징을 파악해서 과장되게 변형시켜 표현하는 것이다. "캐리커처를 통해 인물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인물을 구별할 때 그 인물의 특징적인 요소를 먼저 발견하려는 시각적인 습관이 있기 때문. p.27" 이라는 말처럼 오히려 잘 생긴 인물들의 캐리커처는 그리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황금 비율, 각각의 구성과 조합이 완벽한 얼굴에서 특징을 잡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잘 이해가 된다.  

 
그리기가 기술적인 부분에 해당된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핵심적인 문구나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만화 지망생들이 기술적인 면 보다는 스토리 때문에 고민하고 좌절을 겪는다는 설명 처럼 감동과 유머, 풍자, 비판 등이 적절히 배합된 스토리를 구상하고 표현한다는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일 수 밖에 없다. 창작 활동의 밑바탕이 되는 상상력을 위해서는 '아이 처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저자가 추천한 책 읽기, 여행하기, 영화 보기를 실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캐릭터와 카툰이 좋아서 무턱대고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군더더기 없는 명확하고 간결한 설명과 함께 철저하게 실습 위주로 씌여진 책이라서 맘에 든다. 
연습장에 끄적끄적 낙서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그려보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연습이 되면 꼭 한가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상대방의 얼굴을 몰래 스케치 하는 장면을 따라해 보는 것. 로멘틱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그윽한 눈으로 상대를 응시하고는 냅킨에다 옆모습을 그려주는 거다. 대신 사실적인 표현보다 나만의 개성이 묻어난 캐리커처나 카툰으로 그려준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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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오카다 아케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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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초등 1학년인 아들의 운동회에 참석해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요즘은 진행 방식이 대폭 축소되어 치러지는데 우리 때는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가을에 동네 잔치처럼 화려하게 펼쳐지곤 했었다. 땀 흘려 연습한 율동을 선보일 때면 어린 마음에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심장이 오그라 드는 것 같았고, 티 안나게 신호를 보내시던 선생님의 우스꽝스런 몸짓도 생각난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젤 궁금했던 것이 있다. 우리가 만든 원 모양이 반듯하긴 한 건지, 부채로 만든 꽃이 얼마나 예쁜지, 피날레를 장식한 한반도의 지도 모양이 잘 만들어 졌는지 당장이라도 스텐드로 뛰어 올라가 구경하고 싶었다. 

 
'숲이 보고 싶었다.' 아들 핑계삼아 20년도 훌쩍 지난 예전 이야기 끄집어 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 설명이 있는 음악회로 유명하신 금난새님의 책을 비롯해서 파워 클래식의 조윤범님, 루치아노 파바로티에 관한 책 그리고 '상식시리즈'로 앞서 출간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등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물이나 테마로 구성된 책을 통해 클래식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클래식을 '즐긴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욕구가 바로 클래식을 비롯한 음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음악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이었다. 상식시리즈에서 재차 클래식에 관한 책이 나올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중세에는 음악을 즐긴다는 개념보다 '진동하여 울려 퍼지는 숫자' 즉, 수의 개념이자 질서의 표현이라고 여겼다. 또한 음악가의 개성있는 창작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그레고리 성가를 기본 선율로 하여 조금씩 변형된 형태의 곡만이 허용되었다. 귀에 들리는 '소리' 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치중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음악가의 이름도 익명이었다.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오늘날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개념과 동일한 음악이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음악의 특징은 인간 중심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음악이며, 세속곡의 선율을 빌려와 종교곡을 쓰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부터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음악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서는 비발디, 헨델, 바흐 등 익숙한 작곡가와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화음도 중세의 '도,솔'에서 '도,미,솔'로 고정화 되고 이전까지의 단조로운 선율에서 벗어나 리듬이나 박자감도 명확해 진다. 이른바 클래식 음악이 시작된 것이다. 고전파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의 특징은 교회나 궁정을 위한 음악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음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베토벤의 경우는 자신을 후원해주는 귀족들의 요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는 서민을 위한 음악이 완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음악을 즐기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악기를 배울수도,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많은 작곡가들이 이 시기를 빛낸 인물들이며 저마다 개성있는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다만 이전의 청중들처럼 섬세하고 지적인 면을 강조한 음악보다는 '감탄' 할 만한 것을 원하는 관중들을 위해 고도의 연주 기법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한 쪽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살롱 음악(오늘날의 콘서트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주되었으며 일종의 사교 문화라고 할 수 있다.)이 연주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에대한 반발로 독일의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내면성을 강조하는 진지한 음악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20세기 이후에는 너무나 변화무쌍한 흐름을 보여서 정신이 없다. 미술이나 문학 처럼 예술 활동 자체가 사회적인 배경이나 시민들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는 세계대전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음악에 있어서도 혼란스러울 만큼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분명한 것은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오긴 했으나 과거의 음악과 현재의 음악은 여전히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예술의 지나친 상업화'라는 부분에서는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소리(가창력)'와 함께 '비주얼'이 중요시 되는(때론 비주얼이 더 강조되기도 한다.) 음악을 미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 

 
역사에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 쌩뚱맞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믿는다. 가령 서양의 역사, 좀 더 축소해서 미국의 역사를 예로들면 영국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여 독립을 선언하였고, 지주와 노동자 간의 갈등에서 사회주의가 확산되었다는 식으로 모든 결과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이다. 음악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연대순으로 흐름을 읽다보니 결국은 나라별로 음악가별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흔적들이 고리로 연결된 것 처럼 파악이 된다.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든지 전체를 보려는 시도, 숲을 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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