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양 음악사
오카다 아케오 지음, 이진주 옮김 / 삼양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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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초등 1학년인 아들의 운동회에 참석해보니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요즘은 진행 방식이 대폭 축소되어 치러지는데 우리 때는 여름 방학이 끝날 무렵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가을에 동네 잔치처럼 화려하게 펼쳐지곤 했었다. 땀 흘려 연습한 율동을 선보일 때면 어린 마음에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심장이 오그라 드는 것 같았고, 티 안나게 신호를 보내시던 선생님의 우스꽝스런 몸짓도 생각난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젤 궁금했던 것이 있다. 우리가 만든 원 모양이 반듯하긴 한 건지, 부채로 만든 꽃이 얼마나 예쁜지, 피날레를 장식한 한반도의 지도 모양이 잘 만들어 졌는지 당장이라도 스텐드로 뛰어 올라가 구경하고 싶었다. 

 
'숲이 보고 싶었다.' 아들 핑계삼아 20년도 훌쩍 지난 예전 이야기 끄집어 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 설명이 있는 음악회로 유명하신 금난새님의 책을 비롯해서 파워 클래식의 조윤범님, 루치아노 파바로티에 관한 책 그리고 '상식시리즈'로 앞서 출간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클래식 50' 등의 책을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인물이나 테마로 구성된 책을 통해 클래식과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클래식을 '즐긴다'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욕구가 바로 클래식을 비롯한 음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음악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것이었다. 상식시리즈에서 재차 클래식에 관한 책이 나올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었다.
 

중세에는 음악을 즐긴다는 개념보다 '진동하여 울려 퍼지는 숫자' 즉, 수의 개념이자 질서의 표현이라고 여겼다. 또한 음악가의 개성있는 창작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그레고리 성가를 기본 선율로 하여 조금씩 변형된 형태의 곡만이 허용되었다. 귀에 들리는 '소리' 보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치중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에 음악가의 이름도 익명이었다. 르네상스에 이르러서야 오늘날 우리가 음악이라고 부르는 개념과 동일한 음악이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음악의 특징은 인간 중심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음악이며, 세속곡의 선율을 빌려와 종교곡을 쓰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시기부터 자신의 이름을 남기려는 음악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서는 비발디, 헨델, 바흐 등 익숙한 작곡가와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화음도 중세의 '도,솔'에서 '도,미,솔'로 고정화 되고 이전까지의 단조로운 선율에서 벗어나 리듬이나 박자감도 명확해 진다. 이른바 클래식 음악이 시작된 것이다. 고전파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의 특징은 교회나 궁정을 위한 음악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음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베토벤의 경우는 자신을 후원해주는 귀족들의 요구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세기는 서민을 위한 음악이 완성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음악을 즐기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악기를 배울수도,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많은 작곡가들이 이 시기를 빛낸 인물들이며 저마다 개성있는 음악을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다만 이전의 청중들처럼 섬세하고 지적인 면을 강조한 음악보다는 '감탄' 할 만한 것을 원하는 관중들을 위해 고도의 연주 기법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한 쪽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안 다른 곳에서는 살롱 음악(오늘날의 콘서트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주되었으며 일종의 사교 문화라고 할 수 있다.)이 연주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에대한 반발로 독일의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내면성을 강조하는 진지한 음악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20세기 이후에는 너무나 변화무쌍한 흐름을 보여서 정신이 없다. 미술이나 문학 처럼 예술 활동 자체가 사회적인 배경이나 시민들의 사고 방식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20세기는 세계대전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여서 그런지 음악에 있어서도 혼란스러울 만큼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분명한 것은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오긴 했으나 과거의 음악과 현재의 음악은 여전히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예술의 지나친 상업화'라는 부분에서는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소리(가창력)'와 함께 '비주얼'이 중요시 되는(때론 비주얼이 더 강조되기도 한다.) 음악을 미래는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 

 
역사에도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존재한다. 쌩뚱맞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믿는다. 가령 서양의 역사, 좀 더 축소해서 미국의 역사를 예로들면 영국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여 독립을 선언하였고, 지주와 노동자 간의 갈등에서 사회주의가 확산되었다는 식으로 모든 결과에는 동기가 있게 마련이다. 음악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연대순으로 흐름을 읽다보니 결국은 나라별로 음악가별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흔적들이 고리로 연결된 것 처럼 파악이 된다.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든지 전체를 보려는 시도, 숲을 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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