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귀향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들이 소설 <한 명>으로 숨통이 트이는 기분. 근본적인 해결. 가해국의 잘못 인정과 진정한 사과가 없는 상황에.. 당국의 진실규명과 사과를 받아내려는 의지가 없는데 단순히 그들의 아픔을 굿으로 한풀이 해내려는 것이 아쉽고 또 아쉬웠었고. 그들의 모습을 너무 세게 표현하는것을 보고 과연 이렇게 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인지 보면서도 보고나와서도 불편했었는데...그러지 않아도 많은 것들을 구구절절히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개인적으로 고마운 소설이 되었다. 한명이지만 한명이 아니고 한 명의 이야기지만 그 한 명의 이야기가 아님을..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 그 분들의 실화가 대화속으로 서사속으로 녹아들어가 한 명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있을법한 모습이 담담해서 건조해서 간결해서 이것이 소설이 아니라 다큐였었나 할 정도로 일상적이어서 더 먹먹해진다. L의 운동화. 한 명. 작가 김숨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기억의 본질.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까지..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의 나온 글들중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다. 이름없이 살던 한 명이 마지막 남은 한 명을 찾아 가면서 풍길이라는 자신을 이름을 찾아 한명을 찾아가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나비로 훨훨 날아가는 것 보다 두 발로. 이름을 가지고 스스로 찾아가는 그 한 걸음. 한 걸음..한 걸음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한 걸음이다. 김 숨이라는 작가에 나의 개인적인 편애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연달아 김숨의 사회참여적인 소설 두권을 읽으면서 기억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세월호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이 잊혀진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세월호 슬로건이 기억하자 0146 이었다. 잊지말자가 아니라 기억하자로..욕하는것 보다 잊혀지는 것이 더 두렵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떤 일이든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끝까지 잊지 않으려고 아니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는 기억시키기 위해.. 또는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동안 계속 순례를 할것이고 또는 그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을 하면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언젠가 이 기억해야만 하는 일들이 기념하는 일들이 되는 날이 올거라 희망한다.그리고 기대한다. - 그녀의 집이 아니지만, 그녀가 사는 집이다. 그녀가 태어난 집이 아니지만, 그녀가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집이다. 그녀는 아침 저녁으로 양옥집을 제 몸뚱이처럼 쓸고 닦고 돌보지만, 자신이 살았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별히 조심한다 그녀는 벽에 못 하나 박지 않는다 (196p) 그녀에게 바람이 있다면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사는 것이다. 남에게 아무 폐도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다가 죽는 것이다 (197p) - 신에게 소원을 빈다면 그녀는 하나만 빌것이다. 고향 마을 강가로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열 세살 그때로. 인간이 마침내 달나라에 가게 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그녀는 속으로 비웃었다. 과학이 발달해 인간을 달나라에까지 보내게 되었을지는 몰라도, 그녀를 고향 마을 강가에 도로 데려다 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그녀의 고향 마을 강은 달보다 더 먼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210p) - 그녀는 평택 조카가 `원망스럽지만 원망하고 싶지 않다.` `세상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증오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 `그 한 마디를 들으면 용서가 되려나?신도 대신해줄 수 없는 그 한마디를. (248p) - 그녀는 그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 금복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금을. 동숙언니를. 한옥 언니를, 후남 언니를. 기숙 언니를... 그녀는 마침내 그이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이를 만나는 게 평생을 벼르던 일 같다.... 그녀는 그 이가 자신과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 이가 입원한 병원 또한 다른 도시에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가까이에 그이가 살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던 탓에 허탈감마저 들었다. 그렇게나 만나고 싶어 했으면서도 막상 그이를 만날 생각을 하자 그녀는 두렵고 떨린다... 세상으로 눈길을 주면서 그녀는 새삼스레 깨닫는다. `여전히 무섭다`는 걸.`열 세살의 자신이 아직 만주 막사에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