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는 왜 맞을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20
게르트루드 쭉커 그림, 페터 아브라함 글, 강석란 옮김 / 국민서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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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이 많이 먹어서도 하기 어려웠던 말중에 하나가 내 엄마가 화가나면 평소의 교양은 온데간데 없이 엄마가 알고 있는 욕은 거의 다 하셨다는 거다. 무지하게 창피했다. 지금은 엄마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엄마가 내게 했던 욕보다 한차원 더 업그레이드 해서 차속에서 혼자 한다. 운전하면서 혼자 중얼중얼거리고 있으면 개과에 속하는 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뾰족귀 로버트는 뺨을 맞았다. 엄마인지 아빠인지도 모르게. 한순간에 번쩍 하고 맞았다.  

어제와 똑같은 말을 하고 엄마아빠와 웃으려 했지만 어제의 엄마아빠가 아니었다. 그 번쩍거리는 고통이 선인장을 발로 차게 하고 옥상의 가장자리에 서 있게 만들었다.  

지나가던 까치와 생쥐친구. 그들이 왜 엄마와 아빠가 그리 로버트를 화나게 했는지 알수 있게되었다. 뾰족귀 로버트와 생쥐친구는 이야기를 나누며 공정함에 대해서 알아간다. 딱 꼬집어 이래저래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지만 우리들이 가끔 살면서 뜨끔해지게 내 자신을 알아가는 그런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아무말 하지 않고 대화를 바꾸지만 그들은 그날 왜 따귀를 맞는 지를 알아차린 것이다.  

엄마도 아빠도 나도 모두 항상 공정하게 세상을 만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웃는 얼굴로 다가가도 가끔 운 나쁘게 울음으로 되돌아올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머피의 법칙이네 샐리의 법칙이네 하는 운 나쁜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그 보다는 나는 그런 의도가 전혀 아니었는데 상대방이 오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일을 풀어볼려고 하면 할수록 꼬이는 일. 사람. 그런 시기가 있다.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도 진심으로 대할것이다라고 순진함으로 똘똘 뭉치기엔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알거야. 라고 위로하려 해도 시간이 많이 흘러 보니 내가 했던 행동에 불순물이 섞여있을때도 있고 옳지 않을때도 있고 할수 없이 오해라 해도 포기해야 될때도 있더라. 그냥 놓아야 할때 놓을 줄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무서워 도망간다해도 할수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살아남는게 중요하다는 거에 몰표~  흑백으로 세상을 구분할수 없다는 것을 흑백의 그림으로 보여준다. 흑이 백이되기도 하고 백이 흑이되기도 하면서 . 

글이 약간 많다. 처음 앞 부분에 쥐들의 세계에 대해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부분이 두페이지에 걸쳐 나온다. 이 부분이 약간 산만한 느낌이 든다. 한 페이지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곁에 있는 쥐들의 세계를 표현할수 있지 않을까. 작가가 뾰족귀 시리즈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앞에 없어도 될부분이 늘어진거 같다. 잘하면 2편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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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도망갈 거야 (보드북) 보물창고 보드북 1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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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제일 마음에 든다.[ 엄마, 난 도망갈 거야. ]  

감히 엄마한테서 도망간다고 저렇게 대놓고 말하다니. ^^ 하긴 우리 아들은 엄마를 위해 아빠를 사냥하러 가긴 했다. 맛있는 고기를 먹여주겠다면서 슬금슬금 기어가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결국 아빠고기를 포기하고 형아 고기를 먹여주겠다며 다시 협상하기를 원했지만 말이다.  소금 뿌리고 양념바르고 구워서 잡아먹는 척 하며 놀았다. 아직도 이 놀이가 우리 가족들 모두에게 통하는 놀이다.  

토끼가 엄마와 눈 맞추고 하는 마주토끼이야기다.  엄마가 아기를 키우면서 할수 있는 모든 행동의 유형들이 여기에 담겨 있다.  낚시꾼이 되어 아기를 잡는다는 엄마토끼는 코치노릇이 플러스된 엄마노릇이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들어주거나 사주는 게 아니라 건강을 지키며 아이를 위해 절제 시키고 인내시켜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가 가는 곳을 아무 말 없이 뒤에서 지켜보며 따라가기도 한다. 

크로커스로 피어나면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활을 해내는 엄마. 돛단배가 되어 세상구경을 하는 아이에게는 바람이 되어 밀어주는 힘이 되어준다.  새가 되어 날아다니는 아이에게는 언제든지 돌아와 쉴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이렇게 저렇게 세상과 관계맺어 살아나가는 아이의 모습에 따라 엄마의 모습도 따라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의 이야기를 엄마토끼와 아기토끼가 하고 있다. 

작은 보드북의 책에 쓰여진 말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아기토끼가 말한다. 

-치, 난 그냥 이대로 있는 게 낫겠어. 엄마네 작은 아기로 그냥 남아 있을래."-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조금 이상한데. 뭔가 앞 뒤가 안 맞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아기와 엄마가 이야기를 나누는거야. 어떤 교훈이 아니고 그냥 아이가 이렇게 저렇게 나 아는거 많아졌어 하는 거 자랑하듯이 이야기 나누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엄마한테 컸다고 '나 이런것도 알아. 엄마도 알아?' 하듯이 이야기 나누는 어느날 밤. 그런 밤을 마거릿은 보여주고 있다. 거기서 무언가 얻을꺼리가 있는 사람은 얻어가면 되고 아니면 그냥 아기를 꼭 안고 재미있게 읽어가면 되는 책이다. 작은 판형으로 어디에나 가지고 다니면서 말놀이 해도 좋은 책이다. 

그래도 도망간다는 발상이 발칙해서 참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난 딴지거는 스타일이 마음에 드나보다. 아니면 하고 싶은 말 거르지 않고 하는 이 아기토끼의 무대포같은 아이다움이 사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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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 - 엄마와 나,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9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주 옮김, 테레사 브론 그림 / 비룡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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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되는 둘째 아들이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엄마 마음대로 한다고 . 팔짱 끼고 입술 쭉 내밀고 고개 약간 숙이면서 이렇게 삐진다. 구석같은 곳에 삐져있는 자세로 엄마가 어떻게 행동할까 지켜보면서 말이다.  무엇을 알고 저런 말을 할까 하면서 듣기에 약간 불편하다. 엄마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독재자노릇을 하는 엄마라는 말인데.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는 민주적인 엄마인줄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 아이들과 내 맘이 한 마음이 아니라는 거다. 그 아이가 커가고 있다는 증거니까..벌써부터 서운하다. 맘마미아에서 메릴 스트립이 딸 시집보내면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가슴 찡했다. 자식이 떠나간다는 것에 벌써부터 오버된 감정으로 받아들이니 7살 아들넘아가 '엄마 마음대로 하고 불공평해' 하고 눈물 그렁거리면 웃기다가도 무지 서운해진다. 이제 저 넘아에게 엄마가 세상 전부가 아니고 내가 아니고서도 세상과 통하는 문이 생겨나고 있구나 한다.  

딸들이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딸보다 자식이 엄마한테 하는 말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불만들에 대한  엄마의 변명을 듣고 있다. 딸들이 하는 말들은 얼마전에 엄마가 된 내가 나의 엄마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과 거리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아 공감대 형성 잘 된다. 그래 내가 엄마한테 이런 말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말하면 보복^^이 두려워서 입 안으로 삼켰던 말들도 있고 더 심하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공감대에 고개 끄덕거리다가도 내가 더 눈길이 가는 건 엄마의 변명이다.  

내가 자라면서 엄마에게 서운했을때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거였구나. 아하..내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하는 여유를 가르쳐주고 있다. 또 내가 내 아이들이 하는 불만에 참고 할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기도 하다. 

-너는 네 오빠나 언니와 똑같지 않잖아. 그런데 어떻게 엄마가 너희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대할 수 있겠니? 이건 평등의 문제가 아니라 차이의 문제야. 엄마는 절대적인 평등을 이루려는 게 아니야. 그런 건 세상에 없어. 엄마는 아이들을 각자 개성에 따라 대하려고 노력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엄마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지(p48)- 

그렇다. 같은 뱃속에서 자라지만 어찌나 이리 다른지. 성격은 물론 다르지만 식성은 또 얼마나 다른지 밥을 먹을때 둘중에 한명은 이렇게 말한다. "흥 형야가 좋아하는 음식만하고 " " 나 좋아하는 반찬 없잖아"  어찌 이런  단순한 문제일거 같은 식성에서도 극과 극을 달리는지 진짜 궁금했다.성격이야 심리적으로 철학적으로 무수한 잘난 학자들이 가계도며 유전자들을 가지고 와서 연구에 연구를 하고 있는 복잡다단한 분야니까 다른게 당연하다 싶다. 그래도 식성까지 이리 다를까. 아니 형제간에 느끼는 경쟁심에 둘째 아들넘아가 엄마 젖 먹으면서 터득한 식성일까? 형아가 먹는 반찬을 같이 좋아하면 양이 적어질까 경쟁적으로 다른 반찬을 좋아하려고 몸에 익힌걸까? 

열손가락중에 더 아픈 손가락 있다 하더라도 나중에 원망듣지 않으려고 두넘아들들한테 평등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는데 평등의 기준이 잘못되었다니..흑 힘 팔린다. 왜 몰랐으까. 수지 모건스턴아짐은 아는데 . 엄마 노릇을 더 열심히 해야하나 싶었다. 그러면서 혼자 다독여준다. 그녀는 엄마 노릇을 나보다 더 많이 했으니까 그렇지. 딸내미 나이가 이리 많으니 나보다 십년은 더 했네. 하면서 난 선배엄마들 따라 좋은 팁 하나 얻었다 하며 다독인다. 그래 서로 차이가 있으니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면 된다. 내가 줄수 있는 사랑도 좋지만 그들이 받기를 원하는 사랑이 무슨 색일까를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  

-진실은 이따금 잔인하거든. 너무 가혹해서 감당하기 힘들기도 해. 그래서 엄마는 네 대신 그 진실을 짊어지려고 해. 어떻게 보면 엄마는 너보다도 더 아이 같아. 동화를 믿으려고 하니까. 엄마는 너처럼 '순진한' 아이를 세상에 내놨기 때문에 네가 사는 이 세상이 그래도 살 만하다는 믿음을 지키고 싶은 거야 (p54) - 

밑줄 그으며 생각했다. 오르막이 있다가 내리막이 있는 고갯길에서 순진하고 싶은 오르막을 올라가고 있는 엄마들을 생각했다. 그래 이 험한 세상에 저들을 태어나게 했으니 조금이라도 꿈에서라도 행복하기를 낭만이 있기를 그렇게 조금 더 아픔이나 고통을 모르게 키우고 싶다는 맹목에 빠지는 엄마를 생각했다. 세상에 내어보낼때 상처가 적도록 갑옷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키워야 하지 않을까..하면서 가끔 단호하게 냉정하게 굴다가도 잠들어 누운 아이 얼굴 보면 미안하다 그 미안함에 얼굴 들여다보면  그네들 잠자리 뒤숭숭해질텐데 그만해야지 한다 이제는. 

엄마들이 딸들에게 아들들에게 하고 있는 변명들이 한권으로 묶였다. 이러저러해서 엄마들이 너희들한테 하는 행동을 최소한의 이해보다는 최대한으로 이해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들이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좋은 방법이라 결정하고 맘대로 하는 거다. 아주 가끔 인간으로 돌아갈때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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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 축하해요~ 님도 2관왕인가요?
'내가 줄수 있는 사랑도 좋지만 그들이 받기를 원하는 사랑'을 주는 것이 어렵죠~ ㅜㅜ
 
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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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다.
존 버닝햄이라는 유명작가가 쓴 책중에서도 알아주는 책이다.
다시 말하면 오랜 시간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온 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이 난 누굴까 가끔 생각한다.
어른들일까 아이들일까.
처음부터 이 책의 유명세를 모르고 읽었던 순수한 독자입장에서 이 책이 참 좋아서 살아남은 것일까
아니면 그림책을 읽고 해석하는 비평가들의 입담을 거친 후에 살아남게 된 책일까. 궁금하다.
나는 후자에 천원 건다.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  
이름과 성으로 끝나는 간단한 이름이 아닌 재판정에서나 불리는 중간이름까지 모두 불렀다는데 의미가 있단다. 그럼 이 책이 쓰인 그곳에서는 이 이름을 모두 부르고 있는 선생님의 심리를 잘 알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저 장면이 우리입장에서 [하동정씨 종갓집 18대손 정동철] 이라고 부른다면 그 느낌이 올까?  그 이름에 숨어있는 압력을 알아들을거 같다.  

이 책의 여러 장점들.
앞뒤 여면에 주인공인 아이가 썼을법한 반성문이 참 정겹다. 이렇게 지루하게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기고 있었던 나의 어린시절이 생각나서 정겹다. 반성문을 A4 용지에 앞뒤 빽빽이 채워오라는 말이 어찌나 막막했던지 그 하얀 여백의 종이를 손에 쥐고 앉아 한숨 쉬며 앉아있던 시절이 확 떠오르게 하니까. 이렇게 어떤 글을 주며 쓰라는 것은 그래도 낫다. 하지만 이렇게 쓰던 저렇게 쓰던 쓰면서 반성하는 의미는 커녕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에 대한 원망과 처음에 나의 잘못이라고 느꼈을 법한 양심의 가책같은 것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짜증만 남았었는데 지금은 정겹기까지 하다니..내가 어른이 되어버린거다. 어릴적의 막막함보다 돌아가지 못하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아이들은 이것을 보면 '죽인다' 하며 비명 비슷한 괴음과 같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는 거 같은데 말이다

몇년 전에 광주에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던 날이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들이 그날 임시 휴교를 했었다. 억울했었다. 나 어릴적에는 눈이 많이 왔다고 휴교한적은 없었는데..난 이런 추억도 못 가져보고.  학교 가는 길에 늦어도 될 합당한 이유. 그런 이유를 한번쯤 정말 가져보고 싶었다. 지금은 앞뒤 맞는 이유를 생각해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 어린시절에 합당함보다는 늦어도 될 아무 이유. 아무 일. 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랬다.

무시무시한 개를 만나서 꼼짝 않고 얼음처럼 굳어 그 자리에 동상이 된다면..학교 앞에 뱀이 몽땅 풀려  집으로 돌아가야 되기를..(실제 초등학교 방과후에  뱀탕하는 집에서 뱀들이 한 푸대가 풀려 나왔던 적이 있었다. 아침이었다면 생각하며 서운해했다) 그런 감정들이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의 상상을 이해할수 있게 만든다.그가 만든 상상속으로 들어가 같이 놀고 싶고 도망다니고 싶다.하지만 그 상황을 우리 아들이 사용한다면 엄마를 속였다는 거짓말에 몸 부르르 떨면서 이번 기회에 단단히 깨달음을 주어야 한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미 난 어른이니까..아들의 마음을 읽기보다는 깨달음을 얻을 기회라고 생각할거 같다. 좀 슬프네

나와 같은 선생님이 나온다. 상상을 하고 상상을 해도 물어주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왜 그런 상상을 하는지 단지 거짓말쟁이라는 말로 그의 입을 막아버리고 만다. 드디어 아무 일도 없는 학교길. 허전하고 서운했다. 그 서운함에 다음 장을 넘기면 털북숭이 고릴라한테 잡혀가고 있는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아..샘통이다. 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보다 그냥 서운했다. 드디어 패트릭이 어른이 되어버린건가. 상상하지 않고 다른이의 말도 믿지 않는 메마른 어른이 되어버렸나 싶어 서운했다.

-다음 날에도 존 패트릭 노먼 맥헤너시는 학교에 가려고 길을 나섰습니다.-
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 어제의 그 일이 패트릭에게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고 반복적인 일상으로 넘어가는 것이 서글프게 한다.
패트릭이 어린시절이 끝나버렸다.
이렇게 서글프다로 끝나기까지 누구를 위한 책일까 생각했다. 처음 이 책을 만났을때..내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이론서를 읽으면서. 초등 1년에 유치원생인 우리집 아이들은 지금까지도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 애들에게는 이 책이 와 닿지가 않는거다.

처음에는 무슨 말이야..어리둥절했다. 기억에 남기는 한데 어떤 점이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 보기엔 그저 그런데..그러다가 이론적인 지식으로 알고 난뒤에 보면 . 아 그렇구나 하게 된다. 존 버닝햄이 어떤 의도로 이렇게 저렇게 그리고 쓰고 했구나 한다. 내가 무식해서 이렇게 좋은 책을 모르고 별볼일 없다고 생각한건가..라는 생각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속담에 생각이 미치면 이렇게 좋은 책을 내가 몰라서 그랬다. 알고 아이들에게 읽어주워야지 한다. 딱 가르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다.
그랬다가도 꼭 그림책이라는 게 이래야 하는 걸까. 이렇게 어리둥절하게 무슨 말이야 하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얻는게 있어야 좋은 그림책이라고 하는 건가. 지식이 있어야만 알수 있고 느낄수 있다면 그건 그림책을 보는 올바른 방법이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지식을 알아야 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이 그림책을 보고 교훈을 얻어야 하는 사람이 어른이라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어릴적에 갖지 못했던 배려와 이해받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그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풀어줄수 있다면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존 버닝행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아이들을 위한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것이다. 평론가들이 좋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것은 그 책을 통해서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돌려주라는 거다.
아이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믿어주라는 거.
선생님이 고릴라에게 잡혀가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좋아하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그런 어린시절의 모습을 이해하고 믿어주게 된다면  문제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거 같다.  

좋은 책이라는 것에는 큰 의의는 없지만 이 책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그들이 즐거움을 얻기를 바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 책은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알아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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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카 - 세상을 담은 소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1
피터 시스 글 그림, 윤정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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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시스 글 그림
노란 우산을 쓰고 노란 장화를 신고 삐죽이 웃으면서 마들렌카가 
어디에선가 내려오고 있다 바람을 안고 내려오나? 아니면 바람을 안고 올라가고 있는지 몸에 바람을 잔뜩 안고 풍선처럼 둥실 둥실 떠다니고 있는 건지 애매하다.
그리고 빨간 점 하나.

우주에서 지구에서어느 도시에서 거리로 그리고 유리창에 서 있는 마들렌카앞으로 점점 작아져 들어오는 시점으로 우릴 끌어당기고 있다.
[넓은 우주속의 한 행성, 그 행성의 한 대륙에 , 그 대륙의 한 나라에, 그 나라의 한 도시에, 그 도시의 한 집에, 그 집의 창가에 비가 내리는 걸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녀, 그 소녀의 이름은?]
어디에서 보아도 올바른 방향으로 글이 흘러가고 있다.

흔들리는 이를 깨달은 마들렌카는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계단을 텅텅텅텅 하고 내려간다. 우산을 가지고.
창가에서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이 온 네모난 세상에 외친다
'이야호! 여러분 내 이가 흔들려요!
네모난 세상에 외쳤어도  동그란 지구의 틀을 벗어나지 못할까?

-너무 잠이 와서 다음에 쓸란다. 나이가 먹었다. 
(다음 날 저녁 '얼린맥주한잔' 앞에 두고 쓴다. 맥주가 생각보다 적게 얼어서 맛이 그저 그렇다. 조금 더 얼어야 했는데 아쉽다) 

흔들리는 이를 가지고 마들렌카는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 세상에서 통용되는 인사말과 이름으로 만난다.
그 만나는 네모난 세상안에서는 서로 통한다.

주욱 뚫려 있는 네모의 구멍. 그 안으로 넘나드는 작은 펜선의 그림이 멋지다.  한참 숨가쁘게 인사하던 마들렌카.
우리 잠시 쉬어가자. 하듯  커다란 늑대 입으로 기차가 달려가는 그림으로 우리 시선을 잡는다.  도대체 이 그림들은 뭐야 싶다.
어떤 기법인지도 궁금하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린걸까?  그림읽기라는 책을 읽은 뒤로 생긴 부작용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린걸까..까지 궁금하다니 할일도 없다
그래 그냥 넘어가자.  몰라도 기차가 들어가는 이빨을 하는 저 크고 으시시하면서도 내려다보는 눈빛의 강아지가 보이지 않느냐...
그렇게 쉬다가 동그란 문이 나오고 환상의 섬을 날아가고 있는 듯한 새가 보인다.  그리고 그 새 위엔 마들렌카일것같은 아이가 타고 있다.
전 페이지에서 넘겨다보는 마들렌카도 보인다.
초록색으로 덮인 환상의 세계와 구멍속에 하얀세계의 마들렌카가 근사해보인다.  현실세계와 이상의 세계가 만났다.

이가 흔들린다.  이것은 아이가 자라는 어느 중요한 지점이다.
태어나 모든것을 완성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이가 빠진다.
없어지는 것을 배운다. 그 없음이 완전한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를 갖게 되는 어떤 시작이라는 것을 배운다.
몸이 완성되었다. 모두 만들어졌다는 어느 한 시기다.
'7'로 세상을 나눈다는 누군가의 말이 갑자기 크게 느껴진다.
그렇구나..아하..
그래서 마들렌카의 이가 흔들린다는 것이 중요하구나.
유아기의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과 이어지는 어느 시점이구나.
구멍뚫린곳으로 서로 들여다볼수 있는 이런 방법이  갑자기 내게 크게 보인다.  
친구와 온갖 동물들이 숨어있는 숲에가서 그들은 숨박꼭질을 한다.  으시시해 보이는 나무요정도 있다.  조금 으시시하다. 이렇게 돌아다니고 만나고 들여다보느라 집에 돌아온 마들렌카는 이가 빠진다.

여전히 노란장화를 신고 두 팔을 벌리고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가 빠졌어요'

이 책에 나온 곳
뉴옥, 라틴 아메리카 세곳,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아시아, 인도, 이집트, 아프리카, 마지막 페이지에 이 책에 나온곳을 동그란 지구에 줄을 그어가며 표시했다.  아시아가 대륙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조금 서운하다.

주성이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찢어지고 찢어져고 붙이고 붙이고 해서 책이 물에 들어갔다 온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있다.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잘 몰랐던 책.
지금은 어느새 잊어져가고 있는것 같다.
다시 한번 내가 꺼내 읽어줘볼까
그때보다 지금 이렇게 독후감을 써보니 더 잘 볼수 있게 되었는데..
주성이와 더 많이 이 책을 샅샅이 들여다볼수 있을것 같다.
내일 한번 다시 읽어보리라
숨박꼭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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