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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난 도망갈 거야 (보드북) ㅣ 보물창고 보드북 1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지음, 신형건 옮김, 클레먼트 허드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제일 마음에 든다.[ 엄마, 난 도망갈 거야. ]
감히 엄마한테서 도망간다고 저렇게 대놓고 말하다니. ^^ 하긴 우리 아들은 엄마를 위해 아빠를 사냥하러 가긴 했다. 맛있는 고기를 먹여주겠다면서 슬금슬금 기어가 아빠의 눈치를 살폈다. 결국 아빠고기를 포기하고 형아 고기를 먹여주겠다며 다시 협상하기를 원했지만 말이다. 소금 뿌리고 양념바르고 구워서 잡아먹는 척 하며 놀았다. 아직도 이 놀이가 우리 가족들 모두에게 통하는 놀이다.
토끼가 엄마와 눈 맞추고 하는 마주토끼이야기다. 엄마가 아기를 키우면서 할수 있는 모든 행동의 유형들이 여기에 담겨 있다. 낚시꾼이 되어 아기를 잡는다는 엄마토끼는 코치노릇이 플러스된 엄마노릇이다.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것을 들어주거나 사주는 게 아니라 건강을 지키며 아이를 위해 절제 시키고 인내시켜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다. 아이가 가는 곳을 아무 말 없이 뒤에서 지켜보며 따라가기도 한다.
크로커스로 피어나면 영양분을 제공하는 역활을 해내는 엄마. 돛단배가 되어 세상구경을 하는 아이에게는 바람이 되어 밀어주는 힘이 되어준다. 새가 되어 날아다니는 아이에게는 언제든지 돌아와 쉴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어준다.
이렇게 저렇게 세상과 관계맺어 살아나가는 아이의 모습에 따라 엄마의 모습도 따라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의 이야기를 엄마토끼와 아기토끼가 하고 있다.
작은 보드북의 책에 쓰여진 말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아기토끼가 말한다.
-치, 난 그냥 이대로 있는 게 낫겠어. 엄마네 작은 아기로 그냥 남아 있을래."-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조금 이상한데. 뭔가 앞 뒤가 안 맞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건 아기와 엄마가 이야기를 나누는거야. 어떤 교훈이 아니고 그냥 아이가 이렇게 저렇게 나 아는거 많아졌어 하는 거 자랑하듯이 이야기 나누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엄마한테 컸다고 '나 이런것도 알아. 엄마도 알아?' 하듯이 이야기 나누는 어느날 밤. 그런 밤을 마거릿은 보여주고 있다. 거기서 무언가 얻을꺼리가 있는 사람은 얻어가면 되고 아니면 그냥 아기를 꼭 안고 재미있게 읽어가면 되는 책이다. 작은 판형으로 어디에나 가지고 다니면서 말놀이 해도 좋은 책이다.
그래도 도망간다는 발상이 발칙해서 참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난 딴지거는 스타일이 마음에 드나보다. 아니면 하고 싶은 말 거르지 않고 하는 이 아기토끼의 무대포같은 아이다움이 사랑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