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시간 - 피오르와 디자인, 노르딕 다이닝과 라이프스타일을 만나는 여행 Comm In Lifestyle Travel Series 3
신하늘 지음 / 컴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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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나라여서 그런지 북유럽의 나라 중 특히 노르웨이에 대한 나의 호감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실상 노르웨이에 대해선 아는 것이 적은데 그저 자주 먹고 즐기는 연어의 나라라던가 아니면 노르딕이라는 단어로 총칭되는 여러 디자인이 생각나기도 하고 언제나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라는 정도쯤~아... 그리고 그 유명한 겨울 왕국의 배경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 살면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그 나라의 브랜드와 공동작업을 하는 등 디자인과 관계된 일을 하는 저자가 쓴 이 책을 보면서 대리만족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자가 노르웨이에 거주하면서 직접 가보고 느꼈던 노르웨이의 소박함이 사진에서 드러나 한껏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노르웨이는 우리도 잘 알다시피 피오르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피오르가 있다.

알고 보면 피오르라는 단어조차도 노르웨이어로 내륙 깊이 들어온 만이라는 뜻이라는 걸 봐도 알 수 있듯이 천혜자원을 자랑하는 노르웨이와 피오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저자 역시 책 맨 앞에 피오르의 시간을 앞에 두고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일단 피오르라고 하면 왠지 눈 덮인 빙하로 둘러 싸인 험준한 산이 언뜻 떠오르는 나에게 초록의 풀과 나무로 덮인 피오르의 풍경은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러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피오르를 트래킹 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사는 노르웨이 사람들이라 그런지 우리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일상을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는 게 아니라 느긋하고 여유롭다.

언제든 삶을 즐길 자세가 되어 있는 바탕에는 풍부한 자원에서 나온 경제적인 여유 때문이기도 한데 그런 걸 보면 부족한 자원을 이기기 위해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하는 것이 숙명인 우리의 처지와 비교되기도 해 입맛이 씁쓸했다.

게다가 아이들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교육복지는 진짜... 너무 부러워 눈물이 났다.

           
                          
                                

비슷한 경제수준의 다른 북유럽 국가와 달리 노르웨이는 가구나 그릇, 주방용품 같은 생활디자인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가 뒤늦게 정부의 주도하에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 공공디자인 부분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책에는 그렇게 세워진 건물들 몇몇의 사진이 올라와 있는데 자연과 어우러짐은 물론이요 과감하면서도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보면서 왜 노르웨이가 공공 디자인에서 독보적인지를 알 수 있었다.

소박하면서도 여유를 즐기는 노르웨이인들의 생활은 대체로 실용적이면서도 화려하지 않은데 음식을 봐도 그런 점을 알 수 있다.

재료 그 자체의 맛에 충실한 음식을 선호하고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그 나라 사람들도 우리처럼 발효음식을 즐기고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다.

아마도 긴 겨울을 나기 위한 옛날 사람들의 지혜가 응축된 듯한데 우리와 전혀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음식 문화를 발견한 데서 오는 작은 동질감은 기분 좋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평소에 잘 몰랐던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와 그 나라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을 비롯해 혹시라도 그 나라를 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명 관광지가 아닌 저자가 그곳에서 살면서 틈틈이 둘러본 곳 아니면 트래킹을 한다면 어떤 코스를 추천할지도 알려주고 있는데 사실 복잡하게 쓰인 이름도 익숙지 않은 지명보다 곳곳에 실려있는 사진들이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달쯤 그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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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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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부모를 죽였다는 자책과 괴로움을 가진 채 15년간 정신병원에 수감된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었던 여자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얻은 사건 기록을 보고서야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신이 그날 어떤 총으로 엄마를 살해했는지 그리고 그걸 본 아빠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경찰 관계자는 그녀는 절대로 그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음을... 아니 사용할 수 없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잘 못 알고 있었던 그날의 진실은 뭔지 스스로 알아내고자 사건 현장이자 나고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사악한 자매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지목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정신병원에 스스로를 수감하는 형벌을 줬던 레이첼의 현재 시점과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딸이 어떻게 자신들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리는지 그 과정을 두 딸의 엄마의 시점 즉 과거의 시점으로 나눠서 펼쳐 결국 그날의 진실에 다가가도록 이끌고 있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딸아이가 처음부터 남과 다름을 눈치챈 젊은 엄마는 이사 간 집의 옆집 아이가 자신의 집안 수영장에 빠져 죽은 사건에서 자신의 어린 딸이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딸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누구에겐가 위험할 수 있는 그런 딸을 지켜볼 수만 없어 가족 모두가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곳으로 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하게 되고 그런 결정은 처음에는 옳았던 것처럼 보였다.

다이애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즉 죽은 동물을 박제하는 일에 몰두하면서 그 아이의 문제도 표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보였지만 또 다른 딸아이이자 다이애나에겐 동생인 어린 레이첼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본 순간 또다시 악몽이 시작되었음을 깨닫는 엄마

미시간주 어퍼 반도의 숲은 고립되어 있고 천혜의 자연에 둘러싸인 평화로운 곳으로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하면 딸아이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굳게 믿었지만 이 결정은 잘못된 결정 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스로 태어난 딸 다이애나에게는 처음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을 뿐 아니라 아무리 가족이 사랑을 쏟고 정성을 들여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인데 그걸 인정하기엔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다.

그래서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다이애나를 사랑하고자 한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차라리 안타깝고 연민을 느끼게 하는데 문제가 있는 자식을 바라보면서 끊임없이 자책하면서도 그 아이에게 자꾸만 면죄부를 주고 어떤 결정을 내리길 미루고 미루는 모습은 자식을 기르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그날 일어난 사건의 범인은 다이애나임이 분명해 보이는 데 왜 레이첼은 자신이 엄마를 죽인 장면을 사용했던 총기부터 시작해서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다이애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관찰해 온 엄마의 이야기에서도 다이애나의 남다른 점 즉 타인과 감정 교류가 안되고 공감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충분히 증명되었지만 어떤 사건을 일으킨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도 의문점이다.

게다가 레이첼은 오랜 기간 정신병원에 갇혀있었고 온갖 약물을 투여받은 전적이 있는 데다 처음부터 병실 구석의 거미와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여 그녀의 기억을 모두 믿기에는 의심이 들 뿐 아니라 스스로도 자신의 기억을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 그날 이후 2주간의 기억이 아예 삭제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날의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평소의 행동과 엄마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다이애나에게 충분히 혐의점을 둘 수 있지만 너무나 뻔히 보이는 범인이라 혹시 여기에서 작가는 뭔가 반전을 노린 건 아닐지...

전작 마쉬 왕의 딸에서도 그렇고 작가는 이 책에서도 범인은 누굴지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재구성하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사건의 배경이 된 어퍼 반도의 숲속에 사는 온갖 동물과 자연의 생태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그걸 아주 매력적으로 글로 옮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그 대비가 주는 간격의 차가 더 인상적이고 섬뜩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평화로운 자연과 이에 대비되는 공포와 긴장감이 잘 섞여 아주 매혹적인 작품이 되었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지 않음에도 지루할 틈이 없이 단박에 몰입하게 한 사악한 자매는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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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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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불처럼 뜨겁게 모든 것을 태우는 복수를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몬테 크리스트 백작이랑 어딘가 닮았다 였는데 작가가 존경하는 대작가 뒤마에게 오마주로 이 소설을 썼단다.

몬테 크리스트 백작의 주인공은 믿었던 친구를 비롯해 모두의 배신으로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져 어두운 감옥에 십수 년을 갇혀지내는 형벌을 받았기에 탈옥한 후 보물을 찾아 그 돈을 디딤돌 삼아 모두에게 복수하는 모습이 공감이 갔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믿었던 사람들... 친척을 비롯해 부하직원 그리고 선의를 베풀어 준 대상 모두의 공모 아래 한순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몇 년의 노력 끝에 끝내는 모든 것을 불로 태워버리듯 복수한다는 설정이 닮아있다.

단지 차이점이라곤 주인공이 남자에서 이 책에선 여자로 그것도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라는 위치만 다를 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한 은행의 설립자이자 존경받았던 인물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순간 이 집안의 상속자인 고인의 손자가 위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장례식은 엉망이 되고 피 흘리고 의식이 없는 아들을 병원으로 싣고 가는 고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인 마들렌은 평정을 잃고 이후 그녀의 모든 관심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의 치료에 쏠려있다.

그리고 그런 마들렌과 그녀의 아들 폴에게 고인의 거의 모든 재산 즉 집과 돈, 은행의 지분이 상속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삼촌과 그녀와 결혼을 해 은행을 물려받을 것을 당연시 여겼다 뜻밖의 거절로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던 은행장 귀스타브는 그녀에게서 모든 재산을 뺏어올 궁리를 한다.

그녀가 아픈 자식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라곤 없고 오랫동안 자신의 집안을 위해서 일해왔던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믿으리라는 그들의 자신감은 맞아떨어졌다.

평생을 부유하게 살아왔지만 돈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고 순진했던 마들렌을 속이는 건 너무나 쉬웠고 그녀로 하여금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줘 그녀가 가진 재산을 비롯해 은행의 지분을 팔게 한다는 이 계략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들어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년이 채 안 된 시간에 상속받은 재산 거의 전부를 잃어버린다. 심지어는 폴의 몫인 재산까지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것을 잃은 후였고 자신에게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었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렇게 된 거라는 걸 알기에 어디에도 호소할 수도 없었다.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한 번도 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마들렌이지만 이제 아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폴은 모든 의욕을 잃고 살아가다 우연히 듣게 된 한 오페라 가수의 노래를 듣고 새로 삶을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까지 사고의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입을 떼어 그날 사고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서 마들렌을 새로운 충격에 빠트린다.

그리고 그녀가 받았던 그대로 그들에게 하나씩 복수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그녀를 함정에 빠드린 것보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함정을 파 그들이 가지고 있다 생각했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 있는 화재의 색은 평범하면서도 순진했던 한 여자가 어떻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냉정한 복수자가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녀에게 폴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훨훨 태우는 듯한 복수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신의 복수에 가장 도움이 될 사람을 포섭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그들 한사람 한사람 누구 하나 빠트리지 않고 복수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고 어쭙잖은 용서 따윈 없는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다.

1930년대의 어수선하고 복잡한 유럽의 분위기... 파시즘과 나치즘의 태동, 정부의 지독하리만치 쥐어 짜낸 세금에 시민들이 반대해 들고일어나 파업을 선언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언제나 그렇듯 부자와 권력자들은 탈세를 밥 먹듯이 하는 당시 상황과 한 가문의 상속녀의 몰락과 복수의 과정을 엮어놓은 화재의 색은 배경이 30년대일 뿐이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웠다.

스릴러 작품으로 먼저 만나본 작가지만 탁월한 필력과 스토리텔링은 장르를 막론하고 어필할 수 있음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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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의 색 오르부아르 3부작 2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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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잃은 여자가 불처럼 뜨겁게 모든 것을 태우는 복수를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몬테 크리스트 백작이랑 어딘가 닮았다 였는데 작가가 존경하는 대작가 뒤마에게 오마주로 이 소설을 썼단다.

몬테 크리스트 백작의 주인공은 믿었던 친구를 비롯해 모두의 배신으로 철저하게 나락으로 떨어져 어두운 감옥에 십수 년을 갇혀지내는 형벌을 받았기에 탈옥한 후 보물을 찾아 그 돈을 디딤돌 삼아 모두에게 복수하는 모습이 공감이 갔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 역시 믿었던 사람들... 친척을 비롯해 부하직원 그리고 선의를 베풀어 준 대상 모두의 공모 아래 한순간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야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몇 년의 노력 끝에 끝내는 모든 것을 불로 태워버리듯 복수한다는 설정이 닮아있다.

단지 차이점이라곤 주인공이 남자에서 이 책에선 여자로 그것도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엄마라는 위치만 다를 뿐...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한 은행의 설립자이자 존경받았던 인물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순간 이 집안의 상속자인 고인의 손자가 위에서 뛰어내리는 일이 발생한다.

당연하게도 장례식은 엉망이 되고 피 흘리고 의식이 없는 아들을 병원으로 싣고 가는 고인의 외동딸이자 상속녀인 마들렌은 평정을 잃고 이후 그녀의 모든 관심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된 아들의 치료에 쏠려있다.

그리고 그런 마들렌과 그녀의 아들 폴에게 고인의 거의 모든 재산 즉 집과 돈, 은행의 지분이 상속되는 것에 불만을 품은 삼촌과 그녀와 결혼을 해 은행을 물려받을 것을 당연시 여겼다 뜻밖의 거절로 조롱거리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던 은행장 귀스타브는 그녀에게서 모든 재산을 뺏어올 궁리를 한다.

그녀가 아픈 자식 때문에 주위를 둘러볼 여유라곤 없고 오랫동안 자신의 집안을 위해서 일해왔던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믿으리라는 그들의 자신감은 맞아떨어졌다.

평생을 부유하게 살아왔지만 돈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나 몰랐고 순진했던 마들렌을 속이는 건 너무나 쉬웠고 그녀로 하여금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심어줘 그녀가 가진 재산을 비롯해 은행의 지분을 팔게 한다는 이 계략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들어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년이 채 안 된 시간에 상속받은 재산 거의 전부를 잃어버린다. 심지어는 폴의 몫인 재산까지도...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모든 것을 잃은 후였고 자신에게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었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렇게 된 거라는 걸 알기에 어디에도 호소할 수도 없었다.

은행가의 딸로 태어나 한 번도 돈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마들렌이지만 이제 아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평생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폴은 모든 의욕을 잃고 살아가다 우연히 듣게 된 한 오페라 가수의 노래를 듣고 새로 삶을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까지 사고의 이유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입을 떼어 그날 사고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면서 마들렌을 새로운 충격에 빠트린다.

그리고 그녀가 받았던 그대로 그들에게 하나씩 복수하기 시작하는데 그들이 그녀를 함정에 빠드린 것보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게 함정을 파 그들이 가지고 있다 생각했던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그려져 있는 화재의 색은 평범하면서도 순진했던 한 여자가 어떻게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냉정한 복수자가 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녀에게 폴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훨훨 태우는 듯한 복수를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자신의 복수에 가장 도움이 될 사람을 포섭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그들 한사람 한사람 누구 하나 빠트리지 않고 복수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고 어쭙잖은 용서 따윈 없는 모습에서 마지막까지 시원함을 선사하고 있다.

1930년대의 어수선하고 복잡한 유럽의 분위기... 파시즘과 나치즘의 태동, 정부의 지독하리만치 쥐어 짜낸 세금에 시민들이 반대해 들고일어나 파업을 선언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에서 언제나 그렇듯 부자와 권력자들은 탈세를 밥 먹듯이 하는 당시 상황과 한 가문의 상속녀의 몰락과 복수의 과정을 엮어놓은 화재의 색은 배경이 30년대일 뿐이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웠다.

스릴러 작품으로 먼저 만나본 작가지만 탁월한 필력과 스토리텔링은 장르를 막론하고 어필할 수 있음을 알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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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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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들이 연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라 아내가 시신으로 발견되었는데 자살인지 타살인지가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남편은 이 일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제목과 미스매칭되는 시놉이 더 호김심을 자극합니다.읽어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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