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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외딴 산장인 데다 눈에 갇혔다
완벽한 밀실 상태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터...
추리소설인 만큼 당연하게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연이어서...
누가 범인일까도 궁금하지만 왜 살인사건이 벌어졌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살인의 트릭을 밝히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추게 된다.
밀실은 고전 추리소설에서 아주 흔하게 쓰이는 장치지만 여전히 이런 밀실 살인사건이 소재로 쓰이는 건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고 쓰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새롭게 느껴지게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이 소설을 쓴 사람이 히가시노 게이고라면...
누구라도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클로즈드 서클의 탄생을 기대하게 된다.
유명 연출가의 새로운 작품 오디션에 합격한 일곱 명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외진 이곳 산장에서 새 작품을 스스로 만들어가라는 게 연출자의 기획의도지만 그럼에도 이상한 부분이 많다.
누구에게도 이곳에 온다는 걸 말하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전화를 사용하거나 바깥과 접촉하면 그대로 오디션 탈락이 결정된다는 규약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이상한 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로 하여금 행동에 많은 제약을 두게 된다.
첫째 날이 지나고 일곱 명의 배우 중 첫 번째 희생자가 나오지만 이게 현실인지 아니면 연극의 일부분인지 헷갈리게 만들어놨다.
우선 배우 한 사람이 사라졌을 뿐 시신이 나오거나 혈흔과 같은 그 어떤 범죄의 증거가 나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두 번째 배우가 사라졌을 때도 남은 배우들은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다 생각지도 못한 피 묻은 흉기가 발견되면서 분위기는 일변한다.
이제까지 현실이 아닌 연출가의 의도로 배우들이 살해당한 척 연기한 게 아니라 진짜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배우들은 일대 혼란이 벌어지지만 범죄의 의도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밀실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당연히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에게로 의혹의 시선을 돌리기 마련이고 이제 남은 배우들은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지만 도대체 누가 무슨 의도로 이런 행위를 벌이는지 좀처럼 알 수 없는 가운데 누군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마치 제 삼자처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바라본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이제까지 벌어진 사건의 진상을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발표하듯 이야기하며 엔딩...
사실 범인이 밝혀지고 범행 동기가 밝혀지기 전까진 괜찮았었다.
하지만 범행 동기가 밝혀지면서 이제까지 끌고 왔던 개연성 부분이 무너지는 걸 느낀다.
절대로 범인의 의도를 찾을 수 없게 만들어놨을 뿐 아니라 보통의 사람들은 흔히 짐작할 수 없는 범행 동기는 몰입을 깨게 하는 부분이지만... 이 책은 범인을 찾고 범행 동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닌 범인의 트릭을 찾는 과정에 더 중심을 둔 본격물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쉬운 부분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가독성 좋고 무겁지않아서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