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복도 아래로
로이스 덩컨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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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의 외딴 성
소녀 키트는 처음 보자마자 이곳에 뭔가가 있다는 걸 직감하지만 엄마를 비롯해서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 속 깊은 곳에 위치한 기숙학교... 스릴러소설이나 공포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고립된 장소로 제격이다.
이런 곳에 부모의 손에서 벗어난 어린 소녀들이 모여든다.
안 그래도 부모의 손에서 처음 벗어난 소녀들의 불안한 심리에다 외지고 어딘가 음습한 기숙학교, 그리고 그곳에는 전 주인을 둘러싼 해괴한 소문이 있다.
키트가 도착한 블랙우드 기숙학교는 이런 곳이다.
엄마는 오랫동안 홀로 그녀를 키우다 마침내 재혼해 키트를 이곳 기숙 학교에 입학시킴과 동시에 유럽으로 허니문을 가려는 중이라 키트는 더욱 소외감을 느끼는데 블랙 우드의 분위기도 어딘지 음습하기 그지없어 소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두렵게 하는 건 이곳에 모인 소녀가 달랑 4명뿐인데다 너무 깊은 산속이라 휴대폰도 안되고 바깥으로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것
그야말로 고립된 상태다.
얼마간은 소녀들 특유의 발랄함으로 음산한 기숙사의 분위기는 사라진듯하지만 밤이 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지고 누군가의 비명 소릴 키트가 들으면서 기숙사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명을 질렀던 건 키트와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했던 소녀 샌드라였고 그녀의 방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늘 어두컴컴한 복도 오래된 마루에서 나오는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뭔가 비밀이 있는 듯한 어두운 분위기는 이윽고 발랄했던 소녀 모두를 조금씩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소녀들은 각자의 이유로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된다.
밤마다 꿈을 꾸고 자고 나면 너무 피곤해 음식을 먹고 싶은 의욕도 사라지고 점차로 무기력해지는 소녀들...그리고 소녀들에게 생각도 못했던 재능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재적인 솜씨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짓고 음악을 작곡하며 어렵고 복잡한 수식이나 공식을 저절로 깨닫게 되는 등...다른곳에선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재능을 보이기 시작하는 소녀들
컴퓨터가 나오고 휴대전화며 이메일이 나오는 걸로 봐선 분명 지금 현대의 모습인데 책 속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19세기 유럽의 어느 고립된 성에서 벌어진 일 같은 느낌을 주는 `어두운 복도 아래로`는 별다른 무서운 존재가 나오거나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가 등장하는 건 아니지만 블랙 우드라는 기숙학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만으로 전체를 어둡고 비밀이 가득한 곳으로 몰고 가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십 대의 어린 소녀 4명만이 나오고 특히 그 아이들이 흔히 또래와 연락할 수 있는 각종 통신망이 막혀있어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게 가장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만들어놨다.
자신들 4명이 왜 블랙우드 기숙학교장인 뒤레 부인에게 선택되었는지 마침내 의문을 품게 된 용감하고 영리한 소녀 키트에 의해 밝혀지는 기숙학교의 비밀
역시 사람을 해치는 건 유령이나 귀신이 아닌 인간이며 세상 어디에도 동족에게 해를 끼치는 종은 인간밖에 없다는 걸 새삼 알려주고 있다.
이기적이면서 잔인하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어떤짓도 서슴치않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종족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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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 - 힘든 하루를 끝내고, 내가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영혼을 달래는 혼밥 야식 만화
이시야마 아즈사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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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유혹적이면서도 묘하게 죄책감을 불러오는 단어다.
밤에 뭘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지만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건강에도 몹시 해롭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먹고 난 후 늘 죄책감을 가지게 하는 게 야식이다.
이렇게 사람으로 하여금 유혹과 동시에 죄책감을 불러주는 야식은 즐기는 방법도 역시 다양하다.
모두가 모여 같이 먹고 같이 살도 찌자 하며 같이 죽자식 야식이 있는가 하면 혼자서 남몰래 맛난 걸 즐기는 재미가 쏠쏠한 혼자 먹는 야식도 있다. 술과 음식을 같이 곁들이기도 하고 오로지 맛있는 음식만 먹는 방법도 있으며 종류에 따라 고기류도 있고 면으로 된 것도 있다.
세상사 괴로워서도 먹고 실연해서도 먹으며 승진이나 축하할 일이 있어 먹기도 한다.
이러저런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이 모든 공통점은 먹고 나면 죄책감이 들 정도로 야식의 유혹은 강하다는 것이 아닐지...

 


이 책 `수고했으니까 오늘도 야식`역시 야식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생이랑 같이 살지만 서로 간 생활 사이클이 달라 밥 먹는 시간도 다른 자매라 같이 먹는 야식도 간간이 나오지만 대부분이 프리랜서인 작가의 혼자 먹는 야식이다.
늦은 밤 모든 일을 끝낸 후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에다 날달걀은 얹은 뜨끈한 밥 한 공기의 유혹이란...
우리에게 야식은 대부분 배달음식이 많지만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은 간단한 재료로 직접 만들거나 혹은 편의점 같은 곳에서 파는 레토르트 식품에다 몇 가지를 곁들여 낸 그야말로 초간단 레시피가 대부분이다라 더욱 유혹적으로 다가온다.
거기다 맛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시판하는 여러 가지 소스도 곁들이고 우리에겐 낯설지만 일본에선 흔한 재료를 곁들여 금방  해 먹는 야식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그림으로 간단하게 그 과정을 소개하고 있어 맛이 궁금하다면 해 먹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면 요리가 많고 계란을 이용한 야식이 많다는 것도 우리완 조금 다른 점이 아닐지...
이렇게 간단한 야식을 소개하는 걸로 그치지 않고 그 음식에 대한 추억도 소개해주고 있어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치고 힘들 때 내게 힘을 준 음식도 있고 혼자 깨어있을 때 문득 생각나서 냉장고를 뒤져 찾아낸 걸로 뚝딱뚝딱해 먹었던 음식도 있고 빵집에서 갓 나온 따뜻한 빵도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만의 레시피도 소개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오늘 하루도 힘들게 보낸 내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야식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보고 있으면 절로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악마의 유혹 같은 야식의 즐거움을 제대로 알려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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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전2권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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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건 꼭 타인에게 한정된 건 아니다.
오히려 늘 곁에 있으면서 싫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가족끼리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을 때가 많은데 가족이라서 더 돌이킬 수 없고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 책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방황하다 우연히 서로 함께 살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자기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3명의 남녀 이야기이다.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엄마와의 불화로 방황하다 잘못된 길을 걷게 되고 그런 자신에게 환멸을 느껴 제대로 먹지도 않으며 스스로를 학대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어 하던 카미유는 우연히 그녀에게 친절의 손을 내민 귀족 집안의 아들 필리베르의 도움으로 그와 또 다른 남자와 한 집안에서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필리베르의 집에 동거하는 요리사 프랑크 역시 태어나자마자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남자로 상처가 많아  늘 거친 말과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며 사랑 따윈 믿지 않는다.
집안의 재산이지만 조만간 유산 싸움이 끝나면 비워줘야 할 커다란 집의 관리를 맡고 있는 필리베르는 이 두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착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지만 너무나 수줍어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늘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다.
이렇게 겉으로 봐서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의 동거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못하다.
특히 자신에 대한 자기 비하가 강하고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어 하는 카미유와 거친 말과 거친 태도를 일삼는 프랑크의 반목은 심각하게 치닫지만 두 사람의 강한 성격을 조용하고 세심하며 동정심이 많은 픨리베르가 잘 조율해서 서로에게 익숙해질 즈음 프랑크에게 문제가 생긴다.
자신을 키워줬던 할머니가 나이가 들어 혼자서는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지만 양로원에 들어가길 거부할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모셔간 양로원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슬퍼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모실 수 없다는 현실에 괴로워하는 프랑크
카미유는 프랑크의 할머니를 본 후 그녀의 성품과 따뜻함에 매료되어 새로운 제안을 한다.
그리고 마침내 세 사람이 모여사는 곳에 프랑크의 할머니가 입주하게 되고 그녀의 입주는 세 사람에게 또 다른 희망과 기쁨을 안겨준다.
카미유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뿐 아니라 새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고 프랑크는 그에게 무거운 짐이었던 할머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해 준 필리베르의 선의는 그에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일을 할수 있는 기회를 준다.
가족에게서도 받지 못했던 신뢰와 따뜻함이 가득한 격려를 받으면서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고 마침내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성장하는 세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고 때로는 가슴 두근거리게 그려낸 안나 가발다의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보여준 `함께 있을 수 있다면`은 어쩌면 우리에게 또 다른 가족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꼭 핏줄로 이어진 사람만이 가족이 아니라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족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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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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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읽고 난 뒤 든 생각은 아...`이 책은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겠구나`였다.
그야말로 영화로 만들기 딱 좋은 소재에다 잘 짜인 스토리가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 했기 때문인데 아니나 다를까 미국에서 만들어져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찍고 곧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란다

<걸 온 더 트레인>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결혼에 실패하고 알코올중독에 빠져 직장에서도 해고된 가여운 여자가 매일매일 오고 가는 통근열차 안에서 오랜 시간 바라본 남의 집의 완벽한 부부의 모습에서 자신은 실패한 결혼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에 위안을 삼던 여자 레이첼은 어느 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완벽한 가정을 깨는 여자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다음날 여자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게다가 자신이 사건이 발생한 그날 뭔가를 본 듯한데 문제는 술이 취한 상태라 전혀 기억을 못한다는 것...
과연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레이첼이 본 것은 무엇일까?
알코올중독으로 기억을 잃은 여자가 자신의 기억 속에 숨은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걸 온 더 트레인`은 전미 대륙에서 6초마다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책을 읽어보면 확실히 인기를 끌만한 매력이 많은 책이며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탁월하고 차근차근 사건의 진실을 향해 가는 과정이 치밀하고 한편의 영화처럼 흥미롭게 그려져있음을 알 수 있다.
사건 현장에 있었고 뭔가 본 건 확실하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날뿐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말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하필이면 그런 핸디캡을 가진 여자가 유일한 목격자라는 사실이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부러워하고 완벽해 보이던 부부가 사실은 겉보기만큼 완벽하지도 행복하지도 앉을뿐더러 자신의 실패한 결혼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 레이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레이첼이 자신의 술 문제를 숨기고자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지만 금방 거짓말은 들통이나서 이젠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처음은 그녀의 처지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꼈고 뒤로 갈수록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없는 그녀에게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모습에서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를 본다는 톰의 말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 것이 끊임없이 자신을 배신한 전남편 톰의 주변을 맴돌고 그의 다정한 눈길과 손길을 바라는 그녀를 보면 술이 얼마나 한 인간의 존엄성에 위해한 해를 끼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책에서는 세 여자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레이첼과  사라진 여자 메건 그리고 레이첼에게서 사랑하는 남편인 톰을 뺏어가고 자신에겐 주어지지 않았던 아기를 가진 나쁜 년인 애나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들이지만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그들의 처지가 시간이 흐를수록 묘하게 닮아감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능력도 있으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을 가진 그들이지만 결혼한 순간부터 안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답답해하며 안정적인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늘날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건의 목격자가 기억을 못한다는 핸디캡을 가진 여자이고 그날 밤의 기억을 찾아 술에 취해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는 과정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결론은... 역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랄까?
영화는 청불로 되어있던데 어떻게 담아냈을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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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싱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2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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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비치는 대낮의 휴일 어느 미친놈으로부터 납치를 당한 여자 애니
이야기의 전개는 그녀가 사고를 당하는 시점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닌 그녀가 그의 손길에서 1년 만에 탈출한 후 스스로 찾은 정신과 상담의 와의 상담이라는 방식을 통해 마치 혼자서 하는 연극인 모노드라마 같은 독백 형식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녀가 마치 독백처럼 담담하게 털어놓는 사건의 진상은 그녀의 덤덤한 말과는 달리 난폭하면서도 폭력적이기에 더욱 그 차이가 극명하게 대비되어 그녀가 느끼는 강박증과 죄책감 그리고 혼란스러움이 이해가 되고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를 납치한 남자의 얼굴은 평범하면서도 미소가 괜찮은 호남형의 남자로 자신을 데이비드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하필이면 그가 불러달라는 이름이 애니의 돌아가신 아빠의 이름이란 것도 찜찜한데 이 남자의 행동은 어느 납치범의 행동과도 다르다.
매일매일 그녀에게 정성스레 목욕을 시켜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자상함을 보이는가 하면 밤마다 짐승처럼 덤벼들어 그녀가 반항하면 그 반항을 즐기면서 강간을 일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다가도 그녀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하고 책을 읽은 감상을 토론하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다 일순간에 기분이 변해 그녀를 폭행하기도 하는... 도대체가 종잡을 수 없는 그에게서 모든 의지와 의욕을 잃어버린 애니의 절망감이 상담을 하면서 점점 더 드러난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그저 감금당한 채 짐승처럼 사육되던 애니는 끝내 임신까지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극단을 치닫는다.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할 즈음 생각도 못한 사건이 터지고 마침내 애니는 그 덫에서 풀려나 모든 것이 끝난듯하지만 제목처럼 그리고 이 이야기의 시작이 스스로 정신과 상담이를 찾아온 애니의 상담으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그녀는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잘 나가던 커리어도 망가지고 친구와의 우정도 위태로우며 사랑했던 남자와도 더 이상 접촉하기가 두려운 여자가 된 애니
하지만 누구도 그녀가 스스로 상처를 딛고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녀를 걱정한다는 말로 혹은 그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또다시 구속하려 드는 사람들에 지친 애니... 그녀는 오늘도 집안 침대에서 편히 잠들지 못한다.
몸을 비록 풀려났지만 그녀의 정신은 여전히 스틸 미싱
납치되어 감금되고 원하지 않은 임신까지 하게 된 여자 애니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납치범의 규칙에서 언제쯤 스스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하필 다른 사람이 아닌 애니를 선택해서 납치한 걸까?
이 궁금증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생각도 못한 결말로 또 한 번 놀람을 선사한다.
상담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빌려 구태의연하지 않은 전개와 결말을 보여준... 참 멋진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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