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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제시카 발란스 지음, 최지운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평점 :
자신의 집과 회사를 벗어나 한 달 살기가 들불처럼 유행하던 때같이 단박에 몸집을 키운 게 바로 에어 B&B와 같은 집 공유 사이트가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한 달 이상 장기로 여행할 때 호텔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비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 그런 점을 파고들어가 공전의 히트를 친 게 바로 이런 집 공유 사이트다.
우리나라와 달리 집을 소유한다기보다 거주에 중점을 두는 서구에서는 집을 공유한다는 개념이 보편화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타인의 집에 들어가 일정 기간 거주한다는 것에 불안감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커 자리를 쉽게 잡지 못하고 있다 한 달 살기 같은 게 유행하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비록 빈집이라 할지라도 역시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집에 들어가 거주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이러 저런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 역시 사실이고 이 책 타인의 집을 쓴 작가도 그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다.
오래 사귀던 연인인 존과 결국 결별을 선택한 로렌은 우울한 마음에 오래된 친구 애니아와 그녀를 통해 최근 알게 된 소피 셋이서 바르셀로나로 휴가를 간다.
호텔이 아닌 집 공유 사이트를 통해 소개받은 집에 들어간 날 사진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세 사람은 이후 이 문제로 인해 왠지 서먹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그들이 집을 비운 뒤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을 발견하면서 여행의 설렘은 사라지고 서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번엔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뭔가를 던져 로렌을 상처 입히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극단적으로 치달아 자칫하면 여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즈음 구원자가 나타난다.
소피의 지인이자 바르셀로나에서 성공한 스타트 업 CEO인 매트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했고 깨끗하고 넓은 그 집으로 가면서 모든 문제는 일시에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알고 보니 매트는 로렌의 죽은 오빠와 친구 사이였고 소피 역시 로렌과 로렌의 오빠를 비롯해 모두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별다른 생각이 없이 그저 자신과 모든 것이 잘 맞고 자신의 심정을 잘 이해해 주는 언니라고만 생각했던 소피에 대해 깊은 의구심이 생기게 된 건 이때부터였다.
자신과 자신의 죽은 오빠 모두를 알고 있었다는 걸 소피는 왜 이제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녀의 이런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고 구체화되지도 않았다.
언제나 서로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고민을 상담해오던 절친 관계인 애니아와 언제부턴가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형성되었을 뿐 아니라 이별한 후에도 전화를 걸어오고 메신저에 글을 올려 로렌을 저격하는 등 그녀의 주변을 맴돌며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존의 행동으로 인해 주의가 흐트러졌고 뜬금없이 이곳 바르셀로나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소식은 로렌에게 앞뒤 정황을 살필 여유를 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그녀와 친구들을 이끌고 가는 것이 보이는 데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자신의 기분대로 할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마음이 통해도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과 장거리 여행을 그것도 하루나 이틀의 짧은 기간이 아닌 일주일 이상 되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점부터 세 사람의 불화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일행 중 한 사람인 소피는 대놓고 수상한 행동을 보여준다.
로렌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인해 절친인 애니아와의 관계가 서먹해지게 하고 그들이 렌트한 집을 고를 때 역시 한 집을 정해놓고 그쪽으로 몰고 가는 모습은 분명히 뭔가 목적성이 보인다.
하지만 로렌이 이렇게 누군가의 표적이 될만한 행동을 했거나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범인의 목적을 알 수 없게 하는 부분이었다.
타인의 집 즉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빌려 쓰는 데 따르는 위험 그리고 헤어진 이후에도 주변을 맴돌며 스토킹을 하는 전 연인의 모습 여기에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가스라이팅까지...
여러 가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긴박감이 흐른다기보다는 다소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스토리 역시 복잡하지 않은 점은 장점으로 볼 수 있지만 전개가 너무 평면적이어서 결말이 예상 가능하다는 점 그래서 반전의 장면에서 반전의 맛을 느낄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